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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소설][스승시리즈] 병원

작성자빛빔|작성시간26.06.18|조회수68 목록 댓글 0

 

출처 : https://m.blog.naver.com/qordb6712/120160421986

대학교 2학년, 9학점.
3학년, 0학점.
전부 다 B.
내 성적이다.

그 당시 아파트에서 새끼 고양이를 기르고 있었지만 흔히 말하는 방 사육으로 밖에는 내보지 않고 기르면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넌 분명 뚱뚱해질 거야. 이 방 반이나 차지 할 만큼. 그 때가 되면 나 먹지 마라."

그러나 그런 말이 무색하게 새끼 고양이는 딱 고양이만큼 크고 성장을 멈추었다.

자연스럽게 고양이는 고양이가 되고 개는 개가 되고 봄은 여름이 되었다.

그렇지만 내 대학 생활은 미지에 빠져서 도대체 나는 뭐가 될지 한 치 앞도 알 수 없었다.

그런 여름, 난 대학교 2학년생이었다.
내 대학 생활을 미지에 빠뜨린 원흉인 선배가 소개해준 병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그 선배는 나를 오컬트의 길로 질질 끌고 간 원흉이시다.
아니, 그건 그저 동기에 지나지 않고 결국 나는 내 본능대로 그런 내가 된 것인지도 모른다.

"스승님. 뭔가 좋은 알바 없나요?"

그 한마디가 그 여름도 오컬트로 물들인 것이 확실했다.

병원 아르바이트라고 해도 정확하게 말하자면 '방문 간호 스테이션' 이라고 하는 의료 기관에서 사무를 보는 것이다.

방문 간호 스테이션이라는 것은 재택 요양하는 사람들을 간호하거나 치료하기 위해 간호사나 이학요법사(PT), 작업요법사(OT)가 직접 가서 봉사를 하는 작은 기관이다.

간호사 3명에 PT, OT 1명씩 그리고 사무 1명 합계 6명.

이 6명이 있는 직장이 병원 안에 있었다.

물론 경영 모체는 동일하기 때문에 간호사나 PT들도 그 병원 출신이라서 독립한 의료기관이라고 해도 그저 병원 부서 중 하나 같았다.

그 사무 담당 직원이 병결로 쉬어버려서 그 사람이 복귀할 때까지 의료비 청구서 처리를 하려면 일손이 부족해진다.

그래서 내가 가게 되었던 것이다.

간호사 한 사람이 소장을 겸하고 있었는데 그녀가 스승과 알고 지내는 사이인 것 같다.

60살 가까웠지만 쌩쌩한 사람으로 원래 이 병원의 간호부장(지금은 사장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 소장이 말했다.

"밤에는 빨리 돌아가세요."

당연하다.
아르바이트는 17시 30분까지니까.
스테이션이 있는 4층은 원래 입원을 대비해서 병상이 늘어서 있었지만 경영이 축소되면서 폐상되어버렸다.

그 후 다른 용도로 사용하지도 못 하고 방치하고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간호실이었던 방을 개량해서 사무소로 사용하고 있었다.

때문에 그 층에서는 스테이션 사무소 이외에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한 발걸음만 나오면 낮인데도 어두운 복도가 인기척도 없이 계속 이어져 있다.

정말이지 섬뜩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는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간호사들이 말하는 걸 들어보면 이 병동은 말기 환자가 쓰던 침대가 많아 옛날부터 이상한 일이 자주 일어났다고 한다.

그러니까 간호사들도 밤에는 남고 싶어하지 않았다.
근무 경험이 있는 사람이 그렇게 두려워하면 정말로 그 소문이 그럴 듯해보인다.

'빨리 돌아가야겠어.'

그렇게 마음 먹었다.
하지만 생각이 물렀다.

원인은 매월 초에 있는 의료비 청구서였다.
일단 인계서가 있긴 있지만 의료 사무 자격도 없는 아마추어에게는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방문 간호를 받는 사람은 대부분 복잡한 제도에 해당되어서 도대체 몇 할을 어디에 청구해야 하고 나머지는 어디에 청구해야 하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머리를 쥐어짜면서 어떻게든 노력하고는 있지만 3일 정도 지나자 잔업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걸 깨닫고 마감 날인 10일까지 완성할 수 있도록 일하다보니 날마다 귀가 시간이 늦어져 갔다.

"힘들겠네."

이렇게 말하면서 일을 끝내며 간호사들에게 서글프게 미소를 지은 뒤 아무도 없는 사무소에 나 홀로 남았다.

벌써 날은 저물었고 창으로 서늘한 밤바람이 들어온다.
조용한 방에 계산기를 두드리는 소리만이 울렸다.

'아, 싫다. 싫어.'

옛날에는 한밤중 이 방에서 너스콜이 자주 울렸다고 한다.

곧바로 달려가보면 요전날 죽은 환자의 방에서 울렸다나 뭐래나...

그런 이야기를 낮에 들었다.
한때 사람이 없었던 4층에서 한밤중에 호출하는 소리가 울렸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너스콜은 벌써 떼어냈는데도 불구하고.
확실히 병원은 괴담의 보고이다.
그렇지만 그런 이야기를 굳이 병원에서 듣고 싶지 않았다.

나는 날림으로 어떻게든 그 날 할당량을 끝내고 사무소를 나오려고 했다.

조심스레 문을 열자 휑한 복도가 쭉 뻗어 있었다.

사무소 바로 앞에 있는 전등만으로는 너무 어둡다.
쪼잔하다.
이래서 병원은 싫다.
복도를 조금 지나 계단으로 내려간다.
1층까지 도달하자 조금 안심이 되었지만 뒷문으로 나오자 마지막 관문이 나타났다.

도중에 영안실 앞을 지나가야 하는 것이다.
지하실이나 복도 가장 안쪽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내겐 그것이 불만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영안실' 이라고 쓰여진 팻말이 걸린 문 앞을 통과할 때 어쩔 수 없이 유리 너머를 바라보게 된다.

안을 보고 싶은 건지 보고 싶지 않은 건지 확실히 하라고 스스로를 탓하고 싶어진다.

물론 안은 어두웠으므로 아무것도 안 보인다.
무언가가 숨어 있어도 밖에서는 절대로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런 내 발상이 무서워서 나는 종종걸음으로 영안실을 지나갔다.

그러던 어느날 의료비 청구서 문제도 막판으로 접어들었을 무렵에 저녁 방문을 끝낸 간호사 한 명이 사무소에 들어왔다.

문을 연 순간 나는 무심코 눈을 감았다.
왠지 모르지만 보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대로 고개를 숙이고 군침을 삼키는 내 앞을 간호사가 지나쳐서 소장에게 갔다.

그리고 착 가라앉은 소리로 말했다.

"xx씨가 돌아가셨습니다."

"그래."

소장은 그렇게 대답하며 담담한 목소리로 간호사를 위로했다.

그리고 그 사람의 마지막 모습을 묻고는 합장하면서 중얼거렸다.

"수고하셨습니다."

PT나 OT라고 하는 리허빌리 중심인 방문 업무와 달리 간호사는 말기 환자를 방문하는 일이 많다.

병원에서 죽기보다 자신의 집에서 가족이 죽는 걸 원하거나 혹은 자기 자신이 그렇게 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많으면 1년에 10건 이상 있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일을 눈앞에서 보니 새삼스레 병원은 사람의 죽음을 다루는 장소라는 걸 깨달았다.

여러 차례 방문을 하며 어렴풋이 깨달은 거지만 바로 조금 전까지 그 사람의 의료비 청구서를 마무리하던 나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그리고 지금 눈을 뜰 수 없는 건 그곳에 그 사람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 무렵은 이상하게 영감이 강해지던 시기여서 바라지도 않았는데도 죽은 사람이 자주 보였다.

고등학교 시절까지는 그 정도는 아니었는데 대학에 들어가고 나서 영감이 강한 사람에게 너무 가까이 간 탓일까.

"그럼 이걸로 실례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간호사가 돌아갈 준비를 하는 것을 소리로만 듣고 있었다. 그리고 파리가 윙윙거리는 것 같은 귀울림이 사라지기를 조용히 기다렸다.

2명의 기척이 문을 빠져나와 복도로 사라져 갔다.
나는 간신히 깊은 숨을 내쉬며 땀을 닦았다.

아마 조금 전은 빙의해 있었던 것은 아닐 것이다.
그냥 '남아 있었던 것이다.'
내일부터는 데려 오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것이 여기에 '남지 않았다' 는 사실에 진심으로 안도하고 있었다.

그날도 밤늦게까지 잔업해야 했으니까.

그 다음 날.
이제 아르바이트가 슬슬 끝날 무렵 죽은 사람들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는 건 무례하다고 생각해서 차마 질문하지 못 하고 있었을 때 소장이 먼저 말을 건네 왔다.

"자기는 보이는 거지?"

깜짝 놀랐다.
사무소에는 나와 소장밖에 없었다.

"나는 보이는 건 아니지만 거기에 있는 걸 느낄 수 있어."

소장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고보니 이 사람은 그 스승과 아는 사람이다.

"그럼, 어제 합장하고 있던 것은."

"맞아. 하지만 그건 버릇 같은 거야."

그렇게 말하며 슬쩍 합장하는 시늉을 했다.
나는 이런 말을 꺼내도 될지 걱정하면서도 꼭 묻고 싶었던 것을 물어 보았다.

"저, 한밤중에 사람이 없는 침대에서 너스콜이 울린다는 거 정말로 있었던 일인가요?"

소장은 한숨을 내쉰 뒤 대답해 주었다.

"있었어. 동료에게 들은 적도 있고 직접 겪은 적도 몇 번 있었어. 그렇지만 전부 다 이상한 건 아니야. 기기 접촉 불량으로 울리는 일도 있었으니까. 그렇다고 전부 다 고장 때문에 일어난 일도 아니지만."

"그럼, 그럼 이건 어때요?"

소장이 대화를 끝내버리기 전에 나는 지금까지 들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소장은 쓴웃음을 지으면서도 하나 하나 "그건 아니야.", "그건 그럴 수 있겠네." 라고 친절히 대답해 주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소장이 이런 흥미 위주인데다 쓸데없는 이야기를 잘도 받아준 것 같았다.

아마 스승이 나를 소개할 때 나에 대해 이것저것 미리 말해둔 게 아니었을까.

그러다가 어떤 질문을 했을 때 소장의 음색이 바뀌었다.

"그건 누구한테 들었어?"

"예? 죄, 죄송합니다.

나는 놀라서 무심코 사과해버렸다.

"사과할 것까지는 없지만 누가 그런 말을 했어?"

소장이 강한 어조로 물었지만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어떤 질문이었는지 잘 떠오르지 않지만 이 병동에 관한 괴기스러운 이야기였던 것은 확실하다.

이상하게도 그 방문 간호 스테이션에서 하던 아르바이트를 그만두자마자 이 소문에 대한 기억이 모호해졌다.

하지만 그때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을 것이다.
바로 조금 전에 자기가 직접 물어본 질문이니까 당연하다.

하지만 누구에게 그 소문을 들었는지는 그때도 생각해낼 수 없었다.

간호사 중 한 명이었던가.
그렇지 않으면 PT던가.
OT인가.
병원의 직원인가...

"잊으렴."

소장은 온화하지만 강한 어조로 그렇게 말하더니 돌아갈 준비를 했다.

나는 혼자 남겨진 사무소에서 드디어 마감이 코앞인 의료비 청구서를 마무리하기 위해 머리를 쥐어짰다.

울 것 같은 심정으로 줄어들지 않는 서류 뭉치 위에서 손만 움직였다.

밤에 울던 매미도 울음을 그친 그런 고요한 곳에 혼자 남아서.

무서운 환상이 다가오려는 걸 필사적으로 뿌리치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내일이 10일로 마감 날이다.
아무리 늦어도 오늘 이걸 끝내야 한다.

틱. 틱. 틱.

시계 소리만이 방안에 가득 찼다.
나는 짧은 시계바늘의 위치를 확인하기가 두려웠다.

'아마 날이 바뀌었겠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점점 뇌 기능이 둔해져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언제부터 꾸벅거리고 있었는지 나는 책상에 머리를 박을 뻔하다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의식이 맑아지고 난 뒤 주위를 둘러보니 방 안에는 긴장된 분위기가 감돌았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나는 무심코 창문을 바라보았다.

그 너머에는 어둠과 멀리서 보이는 민가 불빛이 듬성듬성 보일 뿐이었다.

나는 문 쪽으로 눈을 돌렸다.
무언가가 떠나는 기척을 느꼈던 것 같다.
그리고 내 머릿속에는 오늘 소장에게 물어보지 않았던 기괴한 소문이 들어왔다.

멀리서 파리가 웅웅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누구에게 들었니."

그 질문은 그런 의미였던가.

'아무도 말할 리 없는 이야기.' 혹은 '소장 이외, 아무도 알 리 없는 이야기.'

예를 들어, 소장이 마지막으로 간호한 사람 이야기....

그런 이야기를 내가 했다면 오늘처럼 반응했을까.
그런 소문을 나에게 들려준 건 누굴까.
지금 어둠 속으로 사라진 것 같은 기척은 대체 누구 것인가.

좀 전까지 알지 못했던 괴기하고 생생한 소문이 머릿속에 맴돌고 있었다.

나는 여기서 떠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지금 저 문을 열고, 어두운 복도를 나가서 사람이 없는 병실을 지나 좁은 계단을 내려가 영안실 앞에 갈 수 없었다.

나는 부들부들 떨면서 이 아르바이트를 한 걸 후회했다.
복도에 깔린 어둠 속에서 속삭이는 기척의 잔재가 감돌고 있는 것 같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갑자기 정적을 찢듯이 전화가 울렸다.
심장이 덜컹했다.
하지만 분명히 살아 있는 사람이 내는 소리라고 저도 모르게 확신하며 수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다행이다. 아직 있었구나. 저기, 거기에 OO 씨 진료기록카드 없어?]

귀에 익은 목소리다.
스테이션 소속 간호사 중 한 명이었다.

"정말 미안하지만 지금 OO 씨 집에서 연락이 왔어. 위독한 것 같으니까 진짜 미안한데 진료기록카드 가지고 OO 씨 집에 가주지 않겠어? 나도 곧 갈 거지만 그쪽에 들렀다 가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아서."

나는 알겠다고 대답하고 바로 진료기록카드를 가지고 달려나갔다.

문을 열고 복도를 나가서 계단을 내려가 영안실 앞을 지나고 미지근한 밤바람이 부는 하늘 아래로 뛰쳐나갔다.

내가 맡은 건 임시 사무직이라는 보잘 것 없는 직책이지만 그 날만은 사람 목숨이 달린 일을 했다고 확실히 느꼈다.

우울하게 밑만 바라보며 끝나지 않아서 다행이다.
사람의 죽음을 호기심을 위해서 떠벌리기만 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이런 야간 긴급 방문은 자주 있는 일이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그러니 진료기록카드를 갖다주고 다시 사무소에 돌아온 뒤에 의료비 청구서를 다 끝내는데 온힘을 쏟을 수 있었던 것이다.

다음 날 그다지 자지 못해 졸린 눈을 비비며 출근하니 소장이 말을 걸었다.

"수고 많았어. 어제는 많이 힘들었지."

"아뇨, 이 정도야 뭘."

나는 그렇게 대답했지만 소장은 고개를 저었다.

"역시 자기에겐 맞지 않는 직장인가 봐."

소장은 그렇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그 후 2주일 정도 지난 뒤 아르바이트를 그만두었다.
좋은 경험이었다.
하지만 사람의 죽음을 그렇게 많이 받아들여야 하는 직장은 역시 나에게 맞지 않을 것이다.

내가 그 날 밤 진료기록카드를 갖다준 그 사람은 그 날 아침에 죽었다.

그리고 그 죽음을 지켜본 간호사는 곧바로 다음 방문처로 향했다.

또 그 어깨에 죽은 자의 일부를 실은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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