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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소설][스승시리즈] 도플갱어

작성자빛빔|작성시간26.06.18|조회수40 목록 댓글 0

 

출처 : https://m.blog.naver.com/qordb6712/120160422208

대학교 1학년 가을.
인터넷에서 만난 오컬트 동료인 쿄스케 씨에게 빌렸던 마를 쫓는 탤리즈먼을 돌려주러 간 적이 있었다.

쿄스케 씨는 여성이면서 나보다 조금 연상인 프리터였다.
흑마술 같은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지만 음험한 구석은 조금도 없었다.

비록 무뚝뚝한 면이 있었지만 그 청량한 성격 때문에 같이 있으면 기분이 좋았다.

그 날은 막 산 애차를 가드레일에 박아버린 바보짓을 놀리고 있었는데 이제부터 목욕한 뒤 아르바이트 갈 거라면서 나를 내쫓았다.

이 무렵부터 쿄스케 씨는 오프라인 모임에서도 잘 만날 수 없어서 조금 섭섭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눈앞에서 문을 닫았을 때 몇 번이나 신세진 적 있는 방 안에서 어렴풋이 위화감을 느꼈던 건 역시 착각이 아니었던 것 같다.

무언가를 잊어버린 것 같은 그런 뿌연 불안감이 들었다.

그로부터 1주일 간은 아무 일도 없었다.
방종한 생활을 일삼으면서 완전히 시간 감각을 잃어버린 내가 드물게 아침 일찍부터 대학 강의를 들으러 가려고 집을 나왔을 때였다.

강의동 앞에 있는 늘어서 있을 자전거가 얼마 없을 때부터 예상은 했는데 게시판 앞에서 스나미(角南)라는 친구가 나를 놀리면서 쐐기를 박았다.

“오늘은 공휴일이라고.”

그럼 넌 왜 온 건데.
그렇게 내가 따지자 싱글벙글 웃다가 갑자기 내 귀에 얼굴을 가까이 대며 속삭였다.

“어제 같이 걷고 있던 거 누구야? 제법이잖아.”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다.

“어디서 봤는데?”

“어머, 얘 좀 봐.”

그녀는 팔꿈치로 날 쿡쿡 찌르더니 떠나갔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강의동을 나왔다.

어제는 분명히 역에 있는 지하 거리를 걷고 있었을 것이다.

스나미가 그 근처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으니까 거기서 봤을 게 틀림없다.

하지만 어제 나는 혼자였다.
누구랑 같이 걸은 적은 없다.
우연히 같은 방향을 걷던 사람을 동행이라고 생각한 걸까.

왠지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져서 돌아보았지만 한산한 캠퍼스가 펼쳐져 있을 뿐이었다.

나는 자전거를 타고 도망치듯이 아파트로 돌아왔다.
그 동안 뒤에서 누군가가 따라오는 것 같아서 가끔씩 뒤를 돌아보면서 페달을 밟았다.

이상하게도 자전거를 타고 가는 동안 누구와도 마주치지 않았다.

우리 아파트는 학교에서 가깝긴 하지만 도중에 지나가던 사람이 한 명도 없다니 왠지 꺼림칙했다.

주차장에 자전거를 세우고 계단을 올라가 문을 열었다.
학생용이라 그렇게 넓지 않은 방은 현관에서 거실 안쪽까지 전부 보였다.

보였을 것이다.
그런데.

부엌에 내가 있었다.

나는 무표정했고 이쪽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화장실 문을 열더니 안으로 슥 사라졌다.

탕하고 문이 닫힌다.
현실미가 없었다.

현관에서 나는 신발도 벗지 않은 채 멍하니 서 있었다.
그리고 지금 본 걸 곱씹었다.
거울을 본 건 물론 아니다.
살아 움직이는 내가 화장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단지 그것뿐이었다.
그걸 나 자신이 보고 있다는 이상한 상황이 아니라면 지극히 평범한 사실이었다.

무섭다.
이게 얼마나 무서운지 이해할 수 있나.

무심코 시계를 바라보았다.
아직 아침이었다.
커튼 너머로 비치는 햇빛이 눈부실 정도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도망칠 수 없는 압박감이 느껴지는 것이다.

밤에 느끼는 공포는 빛을 밝히는 것으로 혹은 날이 밝아지면서 극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침에 다가온 공포는 어떻게 처리해야한단 말인가.

방에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화장실에서도 아무런 기척도 느껴지지 않는다.
아마도 나는 10분 정도 그 상태로 움직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본 건 뭐지, 지금 본 건 뭐지.” 라며 주문처럼 머릿속에서 되풀이할 뿐이었다.

못 본 척하고 일단 편의점이라고 갈까하고 얼마나 생각했을까.

하지만 도망치지 않는 편이 낫다.
왠지 그렇게 판단했다.

아마도 환상이다.
아니, 환상이 아니면 안 된다.

나는 크게 고함을 지르고 성큼성큼 방 안으로 들어가서 망설임 없이 화장실 문을 열어젖혔다.

문을 여는 순간에 “오라!” 하고 영문을 알 수 없는 소리를 내질렀다.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안심했다.
“으싸!” 하고 생각했다.
만일을 위해서 화장실에 들어가려고 할 때 시야 끝에 무언가가 움직인 것 같았다.

닫아둔 현관문이 열리면서 그 틈새로 내 얼굴이 나를 엿보고 있었다.

다시 자전거를 타고 길을 재촉했다.
오늘은 아침 일찍부터 대학교 강의를 듣고 보람찬 기분을 맛보려고 했을 텐데 왜 이런 일을 당하게 된 걸까.

나는 아까까지 내 방 화장실에 틀어박혀 있었다.
안에서 문을 잠그고 손잡이를 부여잡고 있었다.
내가 현관으로 들어오면 어떡하지.
“오라!” 하는 소리가 밖에서 들리면 실신할지도 모른다.

얼마나 안에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나는 화장실에서 움찔거리며 나와서 전화를 걸었다.

이럴 때 의지가 되는 건 오컬트 스승이었다.
하지만 받지 않는다.
휴대전화도 안 받는다.
초조해진 나는 다음에 쿄스케 씨에게 전화를 했다.

[네.]

그 목소리를 들은 순간 진심으로 기뻤다.
그리고 1주일 전에도 지나간 길을 몇 배나 더 빨리 지나갔다.

쿄스케 씨는 살고 있는 맨션 근처에 있는 카페에 있다고 했다.

가게 유리창 너머로 창가에서 그 모습을 발견했을 때는 나는 막 태어난 작은 동물 같은 기분이었다.

딸랑딸랑 카페 문이 열리는 소리에 뒤돌아본 쿄스케 씨가 “여.” 하고 손을 드는 곳으로 달려가서 나는 오늘 있었던 일을 털어놓았다.

“도플갱어군.”

쿄스케 씨가 즉시 말했다.

“자신과 똑같은 인간을 보는 현상이야. 뭐 대부분 착각이지만 진짜랑 만나면 죽을 날이 가까워진다고 하지.”

도플갱어.
물론 들어본 적 있다.
그런가.
그러고 보니 도플갱어잖아.

이상하게도 정체불명이라도 이름을 알면 묘하게 안심하게 된다.

반대로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괴이에게 이름을 붙이는 게 아닐까.

“네 경우는 어떨까. 백일몽이라도 꾼 거 아닐까.”

그랬으면 좋겠다.
그런 게 눈앞에서 촐랑거리면 심장이 안 좋아진다.

“하지만 궁금한 건 그 여성친구가 봤다는 너야. 너와 도플갱어 둘을 본 것도 아니야. 말하는 걸 보아하니 너하고 같이 걷고 있었던 건 여자인 모양인데. 정말로 짚이는 구석 없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도플갱어가 여자와 걷고 있었다는 셈이군. 네가 모르는 곳에서 말이지.”

“나중에 스나미가 절 어디서 봤는지 물어볼게요.”

나는 주문한 오렌지 주스를 마시면서 그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쿄스케 씨 상태가 평소와 다른 걸 의아하게 여겼다.

초연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고 해야 하나 목소리가 날카로웠다.

“왜 그러세요?”

결국 참지 못 하고 물어보았다.

“응?”

쿄스케 씨는 조금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한숨을 쉬며 말하기 시작했다.

“나답지 않네.”

쿄스케 씨는 또 다른 자신이 있다는 걸 깨달은 건 초등학생 때였다.

처음에는 잠깐 시야 끝에 들어오는 사람의 얼굴을 보고 귀신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시야의 가장 한 구석.
의식해서 보려고 해도 보이지 않는다.
뭔가가 있다고 생각한 건 그보다 오래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야 끝에 비치는 것이 사람의 얼굴이라는 걸 알고 귀신이라고 생각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건 자기 얼굴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건 무표정했다.
입체감도 없었다.
거기에 있다는 존재감도 없었다.
얼굴을 그쪽으로 돌리면 자연스럽게 그것도 이동했다.
마치 자신을 피해 도망치는 것처럼.

항상 있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지쳤을 때나 불안에 휩싸일 때는 자주 보였다.

무섭지는 않았다.
중학생 때 도플갱어라는 말을 알았다.
그 책에는 도플갱어를 본 사람은 죽는다고 적혀 있었다.
그런 건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다.

그 무렵에는 얼굴 말고도 다른 게 보이기 시작했다.
토르소처럼 상반신까지 보이는 것이다.
다만 그 날 입고 있던 자기 옷과 똑같은 옷은 아니었다.
어째서 그런 것이 보이는 걸까.
이상하게 여겼지만 누군가에게 말할 생각은 없었다.
자신과 자신만의 비밀이었다.

고등학생 때 자기상 환시(自己像幻視)라는 병을 알게 되었다.

정신병 중 하나인 것 같았다.
거짓말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도플갱어든 자기상 환시든 결국 자신밖에 보이지 않는다면 똑같다.

그런 병이라도 자신에겐 마찬가지였다.

그 무렵에는 온몸이 다 보였다.
시야 한 구석에 가만히 서 있는 자신.
표정은 없고 굳어 있는 것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이 있는 곳을 다른 사람이 지나가면 마치 홀로그램처럼 투과해버리고 흔들리지도 않고 그대로 거기에 서 있는 것이다.

온몸이 보인 후에는 딱히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지쳤을 때나 정신적으로 궁지에 몰렸을 때 자주 보였다.

하지만 아무렇지도 않다.
그저 그런 거라고 생각할 뿐이었다.

그것이.
최근에 변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을 기점으로 그것이 ‘거기에 있는 느낌’ 이 강해졌다.

마치 흑백사진으로 보였던 그것이 갑자기 선명한 색을 띠게 된 것 같았다.

그리고 입체감도 짙어졌다.
누군가가 그곳을 지나가면 “아, 부딪친다.” 라고 무심코 생각할 정도였다.

다만 역시 다른 사람은 만질 수도 없고 볼 수도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방에서 청바지를 입으려고 할 때 그것이 움직였다.

청바지를 입으려는 시늉이 아니라 정체를 알 수 없는 움직임이지만 확실히 그것은 손을 움직였다.

그로부터 그것은 가끔씩 움직이게 되었다.

결코 자기 자신과 똑같은 동작은 아니었지만 또 다른 자신으로서 완전해지려고 하는 의도가 느껴져서 기분이 나빠졌다.

여전히 무표정하고, 자기밖에 인식할 수 없고, 자신이긴 했지만 조금 젊게 보이는 그것이 처음으로 무서워졌다고 한다.

쿄스케 씨 고백을 다 듣고 나는 형언할 수 없는 탁 막힌 기분이 들었다.

도망친 곳이 막다른 곳이었을 때 느끼는 그런 기분이었다.

“어느 날을 기점이라니, 그 날이 언제인데요?”

아무 생각 없이 물어본 말이었다.

“그 날이야.”

“그 날이 언제인데요?”

쿄스케 씨가 주먹으로 내 머리를 쥐어박았다.

“또 그런 걸 내 입으로 말하게 할래?”

나는 그걸로 전부 이해하고 미안하다고 말한 뒤 부들부들 떨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상관없는지는 않군.”

네 상황도 포함해서.

쿄스케 씨는 마지막 토스트 조각을 입 안에 던져넣은 뒤 커피를 마셨다.

나는 그 때 쿄스케 씨에게 탤리즈먼을 돌려주러 갔을 때 느꼈던 위화감이 무엇인지 깨닫고 말았다.

“방 모퉁이마다 있었던 건 어떻게 되었나요?”

그 날 결계라고 말했던 쇠로 만든 물건 4개.

그게 1주일 전에는 방에 없었던 것이다.

“부서졌어.”

그 한 마디에 내 심장이 어떻게 될 것 같았다.

“그거 설마”

흐느끼듯이 내가 말하려던 그 말을 쿄스케 씨가 손으로 억지로 막았다.

“여기서 그 이름을 말하지 마라.”

나는 떨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도플갱어는 크게 2종류가 있어. 자기밖에 보이지 않는 것, 남에게도 보이는 것. 전자는 정신질환 때문에 일어나는 게 대부분이야. 아니면 일시적인 환시(幻視)지. 그리고 후자는 그저 닮은 사람이거나, 생령 같은 초상현상이야. 어느 쪽이든 이상한 현상으로서 합리적인 돌파구가 있어. 내가 전자이고 네가 후자인데 그게 똑같은 사건을 경험한 둘에게 나타났다는 건 우연 치고는 너무 이상해.”

즉, 그 사람 때문이네요.

나는 머릿속에서라도 그 이름을 연상하지 않도록 애를 썼다.

“가볍게 보고 있었던 건 아니지만 이건 위험하군.”

쿄스케 씨는 미간을 찌푸리며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렸다.

나는 죽을 것 같은 심정으로 툭 내뱉었다.

“이럴 줄 알았다면 탤리즈먼을 돌려주는 게 아니었는데.”

그 순간 쿄스케 씨가 내 멱살을 붙잡았다.

“지금 뭐라고 했냐.”

“그, 그러니까 그 마를 쫓는 탤리즈먼을 돌려준 건 실패라고요. 또 빌려주면 안 되나요?”

왠지 쿄스케 씨가 드물게도 험악한 표정으로 말했다.

“무슨 말이야. 넌 탤리즈먼을 돌려주지 않았어.”

나는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어서 허둥대며 대답했다.

“저번 주에 돌려드렸잖아요. 그, 목욕탕 들어갈 거니까 돌아가라고 했던 날에요.”

“아직 가지고 있으라고 했잖아! 그거 어떻게 했어?”

“그러니까 돌려드렸잖아요. 그러니까 지금은 없어요.”

쿄스케 씨는 내 가슴께를 더듬어서 확인했다.

“어디서 잃어버린 거야.”

“돌려드렸다고요. 받았잖아요.”

“무슨 말이야. 넌 돌려주지 않았어.”

말이 통하지 않았다.
나는 돌려주었다고 말하고 쿄스케 씨는 돌려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거짓말 따윈 안 했다.
내 기억으로는 틀림없이 쿄스케 씨에게 탤리즈먼을 돌려주었다.

그리고 적어도 지금 내가 퇴마할 물건을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은 건 확실했다.

쿄스케 씨는 갑자기 자기 셔츠에 손을 집어넣더니 삼각형이 겹쳐진 펜던트를 꺼냈다.

“이걸 가지고 있어.”

그건 분명 쿄스케 씨 말고 다른 사람이 만지면 효력을 잃는 물건이 아니었던가.

“잘 봐. 그건 육망성이고 이건 오망성이야.”

듣고 보니 그랬다.

“일단 이걸로 또 다른 너에게 해코지 당할 일은 없겠지. 하지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당분간은 신중하게 행동해. 무슨 일이 있다면 내가・・・・・・.”

거기서 쿄스케 씨는 말을 끊었다가 진지한 얼굴로 다시 말을 이었다.

“그 변태에게 연락해.”

그 변태라는 건 내 오컬트 스승이었다.
쿄스케 씨와 스승은 사사건건 반목하고 있을 텐데.

“정말이지.”

쿄스케 씨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카페 의자에 깊숙이 몸을 넣었다.

그리고 “도플갱어는.” 라고 말을 이었다.

“죽을 시기가 가까워진 사람 앞에 나타난다는 건 거짓말이라고 생각했어. 오래 전부터 보였는데 지금까지 잘만 살아 있잖아. 하지만 잘못 생각했나봐. 단순한 환상이 지금 도플갱어로 변하려는 건지도 몰라.”

나는 죽고 싶지 않다.
아직 애인도 없다.
동정인 채로 죽다니 생물로서 실격인 것 같았다.

“저기, 또 다른 쿄스케 씨는 지금도 있나요.”

고개를 숙이면서 그렇게 물으니 쿄스케 씨는 고개를 끄덕이고 긴 손가락으로 슥 한 곳을 가리켰다.

거기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쿄스케 씨는 가게 안에 한 자리를 가리키고 있었는데 거기에는 아무도 없었다.

가게 안은 점심시간이라서 북적거려서 대부분 좌석이 차 있는데도 거기만은 아무도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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