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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소설][스승시리즈] 거울

작성자빛빔|작성시간26.06.18|조회수34 목록 댓글 0

 

출처 : https://m.blog.naver.com/qordb6712/120160422261

대학교 1학년 겨울.
대학교에 들어가서부터 자주 들르게 되었던 지방 오컬트 포럼 오프라인 모임에 나갔을 때 있었던 일이다.

오프라인 모임이라고 해도 거창한 건 아니고 모여서 술집에서 술을 마시는 게 대부분이었고 가끔 가다 주요 인원들끼리 모여서 비밀 모임을 가지는 경우도 있었다.

그 날도 10명 정도 술집에 모여서 오컬트 이야기를 안주 삼아 술을 마신 후에 주요 인원들만 리더격인 여성 방에 모여서 밤을 새기로 했다.

그 리더격인 여성은 Colo 씨라는 사람으로(왠지 빈번하게 닉네임을 바꾸기 때문에 그때 정말로 Colo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내 오컬트 스승의 애인이기도 했다.

묘하게 날 귀여워 해주어서 신입인 나를 주요 인원들이 모이는 자리에 자주 끼워주었다.

비밀 모임에서는 교령 실험 같은 걸 할 때도 있었지만 그 날은 1차 때처럼 Colo 씨 방에서 술을 마셨다.

야마시타(山下) 씨라는 남자 선배가 “지쳤을 때 사람 얼굴이 4가지로밖에 안 보인다.“ 라는 신기한 현상에 관련된 무서운 이야기를 했을 때까지는 기억난다.

누군가가 흔들어서 눈을 떴을 때는 방에는 3명밖에 없었다.

Colo 씨, 미캇치 씨라는 여성에다가 나.

“거울점 보러 가자.”

아직도 덜 깬 머리에 실로 간단한 문장이 들어왔다.

시내에 새로운 점집이 생겼다는데 그게 독특하게도 ‘거울을 사용한 점’ 을 치는 모양이다.

손목시계를 보니 짧은 바늘이 12시를 가리키고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아직도 하고 있으니 괜찮다고 했다.

세면대를 빌려서 얼굴만 씻고 있으니 Colo 씨가 곁에 와서 이렇게 말했다.

“곤란한 일이 있지? 그 가게 거울 속에는 고민의 정체가 보인대.”

곤란한 일.
분명히 있다.
Colo 씨나 오프라인 모임 인원들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그 무렵 나는 어느 여성에게 얽혀서 곤란했다.

영감이 강한 사람을 연이어 만난 탓인지 심령현상과는 자주 조우하게 되었지만 정신 나간 사람이 더 싫었다.

그 여성은 믿기 힘들지만 시내 고등학교에서 ‘같은 반 학생의 피를 마신‘ 사건을 일으키고 정학당한 적이 있다.

흥미가 생겨서 그녀에 뒤를 캐고 다닌 것이 화근이었던지 얼마 지나지 않아 주변에 불가사의한 사건이 잇따라 일어난 것이다.

물론 그녀랑 관계가 있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최악인 상황을 상정해서 생활하는 것이 겁쟁이로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나는 아는 사람에게 받은 퇴마용 탤리즈먼까지 몸에 떼지 않고 지니고 다녔다.

Colo 씨는 뭘 생각하는지 알 수 없는 독특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마도 진짜니까.”

Colo 씨는 감이 날카롭다.
대학 동아리 선배이기도 한 내 오컬트 스승에겐 내가 고민하는 일에 관해서 말했지만 연인을 끌어들이고 싶지 않은 건지 스승은 Colo 시에게는 가르쳐주지 않았을 것이다.

그랬을 텐데 왠지 뭔가를 알아차리는 것 같은 눈치였다.

3명이서 같이 맨션을 나오니 밖은 상당히 추웠다.
나는 그냥 돌아가지 않겠냐고 몇 번이고 말했지만 여성 2명은 점 보러 갈 마음이 가득했기 때문에 내 의견은 가볍게 무시당하고 번화가로 성큼성큼 나아갔다.

그런데 그 도중 미캇치 씨 PHS가 울렸다.
미캇치 씨는 전화를 하면서 큰 소리로 떠들더니 어디론가 달려가 버렸다.

나는 멍하니 그걸 바라보다가 안심해서 말을 꺼냈다.

“2명밖에 없으니까 그냥 돌아가죠.”

하지만 Colo 씨는 고개를 저었다.

“따라오렴.”

그녀는 용서 없이 나를 재촉했다.
심야 1시 무렵, 아직 불빛이 사라지지 않은 북적대는 거리에서 조금 벗어나서 어두운 뒷거리를 걸어가더니 ‘학생 대상’ 이라고 적힌 간판이 있는 자그만 빌딩 앞에 멈춰 섰다.

점집 같은 간판도 없었지만 Colo 씨는 여기라고 한다.
그리고 지하로 이어진 계단을 성큼성큼 내려갔다.

지하에는 ‘점’ 이라고만 적힌 수상한 문이 있었고 Colo 씨는 망설이지 않고 문을 열더니 나를 손짓했다.

어두운 가게 안에는 사람이 없었고 두껍고 검은 휘장이 쳐진 카운터에서 사람 손이 보인 순간 무심코 움찔했다.

Colo 씨가 천 너머로 말을 걸자 하얀 손은 가게 안을 가리키더니 슥 사라지듯이 천 안으로 들어갔다.

좁은 가게 안은 검은색으로 통일되어 있고 천장 조명도 검은 천으로 덮여 있었기에 눈이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누가 코를 베어가도 모를 것 같았다.

“여기.”

Colo 씨가 내 손을 잡고 가게 안으로 향했다.
안에는 검은 천으로 가려놓은 문이 있었다.
두꺼운 천을 양쪽으로 젖히고 그 안을 들여다보는 건가 싶었는데 Colo 씨는 “여기” 라며 나를 재촉했다.

얼떨결에 여기까지 오긴 했지만 왠지 전부 기분 나빴다.

‘고민의 정체를 비추는 거울’

그런 게 정말로 있는 걸까.
그런 걸 봐도 되는 걸까.

나는 Colo 씨에게 떠밀리듯이 문 안으로 들어갔다.
안은 아까보다 더 어둡다.
등뒤에는 젖혀진 천이 입구를 덮듯이 부스럭거리며 원래대로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어두워도 방이 좁다는 건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가장 안쪽에 인영(人影)이 보였다.

움찔거리며 다가가보면 역시 그건 나였다.
거울 면이라는 걸 확인하려고 손을 뻗었지만 한 순간 머리가 어질어질해서 만지는 걸 주저했다.

뭔가 설명하기 힘든 위화감이 느껴졌다.

‘고민의 정체’

그건 나 자신이다.
그걸 알려주기 위해 있는 가게라고 생각했다.
온몸이 비치는 커다란 거울 속에 보이는 손목시계를 바라보니 짧은 바늘은 1시 근처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 순간이었다.
머릿속을 헤집는 것 같은 귀울림이 희미하게 울려 퍼졌다.

위험하다.

그 소리가 심장을 쿵쾅거리게 한다.

무언가가 일어난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여기서 나오려고 했다.
뒤를 돌아보았을 때 거울 속에 비친 창백한 내 얼굴 끝에 검은 것이 보인 것 같았다.

두근거리면서 돌아보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어두운 방이 펼쳐져 있을 뿐이었다.
다시 거울을 돌아보았다.

이번에는 얼굴이 있는 위치가 이동해서 얼굴 뒤에 숨겨진 검은 것이 더 크게 드러났다.

그게 움직인 순간 비명을 지를 뻔 했다.

분명하다.
그건 인영이었다.

거울 속에 있는 인영 2개.

하나는 거울 앞에 선 나.

또 다른 하나는 그 내 뒤에 선 머리가 긴 가진 사람.

아까 돌아보았을 때는 없었다.
그리고 어떤 예감이 든다.

한 번 더 돌아봐도 아무도 없는 게 아닐까.
고민의 정체 따윈 봐서 좋을 게 없었다.
후회가 물 밀 듯이 밀려온다.

거울 속에 비친 입구에서 머리가 긴 인영이 이쪽으로 느릿하게 다가온다.

어두워서 얼굴까지는 알 수 없다.
나는 부르르 떨면서 끼고 있던 안경을 벗었다.
거울 너머로 보이는 내 모습이나 등 뒤에 있는 벽과 함께 그 인영도 윤곽이 흐릿해졌다.

환상이 아니다.

뇌가 보여주는 환상이라면 안경을 벗어도 흐려지지 않는다.

굳어진 내 등 뒤로 흐려진 인영이 흔들리며 다가온다.
귀울림이 강해진다.

그리고 이 방에 들어와 거울을 본 순간에 느꼈던 위화감이 한 번 더 강해진 것 같았다.

돌아볼까.
돌아보면 아마도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입구로 달려가서 밖을 나가는 것이다.
그렇게 할까.
심장이 벌렁거리면서 그런 생각을 했지만 결코 거울 속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때 거울 속에 비친 손목시계가 시야에 들어왔다.
짧은 바늘은 조용히 1시 근처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 순간 위화감이 뭔지 깨달았다.

거울 속에서 손목시계를 찬 손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오른쪽에 손목시계를 차고 있다.
거울 속에 있는 내가 오른쪽에 손목시계를 차고 있는 것이다.

나는 굳어져서 움직일 수 없게 된다.
나는 평소에 당연하지만 왼손에 손목시계를 차고 있다.
거울에 비칠 때는 왼쪽 손에 차야 되지 않는가.
그리고 그 거울 속 짧은 바늘은 11시 근처를 비추고 있어야 한다.

이게 뭐야 이게 뭐야.

그런 말이 머릿속에 빙글빙글 돌았다.
거울에 비친 내 몸에서 좌우대칭이 아닌 것들이 전부 어떤 결론을 보여주고 있었다.

심장이 가슴 오른쪽에서 쿵쾅쿵쾅 맥동하는 것 같았다.

‘여기가 거울 속이다.’

그럴 리가 없었다.
하지만 거울 너머에 있는 나야말로 분명히 바른 쪽 손에 바른 시간을 가리키는 손목시계를 차고 있었다.

그리고 거울 너머로 비친 내 등 뒤에 머리가 길고 키가 큰 인영이 다가오고 있다.

여기가 거울 속이라는 말도 안 되는 사태에 나는 당황할 여유도 없이 여기가 거울 속이라는 걸 전제로 지금 뭘 해야하는지 생각했다.

혼란스러운 머릿속에 파리가 날아다니는 듯 귀울림을 내서 뭘 해야하는지 알 수 없다.

움직일 수 없다.
돌아볼 수 없다.

거울 너머 내 등 뒤에 길게 찢어진 눈이 보인 순간 무심코 소리쳤다.

“어떻게 하면 되나요?”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 수 없다.
밖에 있을 Colo 씨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말 치고는 기묘했다.

마치 전부 알고 있는 사람에게 묻는 것 같았다.
그러자 곧장 대답이 들려왔다.

“와서 좋았지?”

거울 너머로 입구에 있는 검은 천이 부스럭거리며 묘하게 현실감 없는 Colo 씨 목소리가 들렸다.

“어떻게 하면 되나요?”

한 번 더 소리쳤다.
바로 뒤에까지 왔다.
길게 찢어진 검은 눈이 한 순간 팽창했다.

“간단해. 지금 당장 이 예지몽에서 깨어나서 거울점을 보러 가자는 권유를 거절해. 그것뿐이야.”

그런 말이 직접 머릿속에 울렸다.

누군가가 나를 흔들어서 잠에서 깼다.
Colo 씨 맨션이었다.
미캇치 씨가 눈앞에서 책상에 엎드려 있는 Colo 씨를 깨우려고 한다.

나는 잠이 덜 깬 머리로 상황을 파악했다.
깊이 생각할 것도 없이 꿈을 꾼 모양이다.
무심코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약 12시.
물론 왼손에 차고 있다.
지독한 꿈이었다.
모든 게 Colo 씨의 꿈이었다는 설정 같다.
확실히 Colo 씨는 상당히 감이 좋은데 그것은 에드거 케이시 같은 예지몽 때문이라고 스승에게 들은 적이 있다.

그 이야기 때문에 이런 이상한 꿈을 꾼 건가.
믿을 수 없다.
왜냐하면 지금 건 Colo 씨가 꾼 꿈이 아니라 내가 꾼 꿈이었으니까.

“으음.”

그런 소리를 내면서 Colo 씨가 머리를 감싼다.
미캇치 씨가 억지로 그 머리를 흔들면서 말했다.

“일어나. 거울점 보러 간다고 했잖아.”

그 말을 듣고 놀라서 나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아니, 잠깐만.
내가 자고 있을 때 분명 그런 이야기를 했을 것이다.
그게 얕은 잠을 자던 내 꿈 속 표층에 나타난 것에 불과하다.

“아, 그랬던가.”

졸린 듯이 머리를 드는 Colo 씨를 보고 나는 무심코 말했다.

“아뇨, 저 이제 돌아가고 싶은데요.”

“그게 뭐야.”

미캇치 씨가 불만을 토로했지만 가볍게 무시했다.
Colo 씨는 눈꺼풀을 문지르면서 나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왜 그러세요?”

두근거리면서 물어보았다.

“뭐였더라.”

고개를 갸웃거린다.

“아, 그렇지.”

그렇게 말하며 Colo 씨는 미캇치 씨에게 귀엣말을 했다.

그러자 미캇치 씨는 코웃음을 치며 PHS를 꺼내더니 베란다로 나가서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1, 2분 후에 미캇치 씨는 아우성을 치면서 돌아오더니 부산스레 Colo 씨 방을 뛰쳐나갔다.

아연해하는 내 앞에서 Colo 씨가 무표정인 채로 하품을 했다.

결국 그 날은 바로 집에 돌아가서 아무 일도 없이 하루가 끝났다.

얼마 후 Colo 씨의 남자친구인 오컬트 스승에게 그 이야기를 하러 갔다.

궁금해서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시종일관 이야기를 다 듣고 난 후 스승은 신음하면서 말했다.

“휘말렸군.”

예전에 스승이 Colo 씨의 체질을 말해준 적이 있는데 그때 이런 말을 했다.

“자는 걸 보여주고 싶네. 무서워.”

그야말로 그 ‘무서운’ 현상에 휘말린 것이다.
스승이 말하길 Colo 씨는 얕은 잠에 빠질 때는 예지몽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꿈을 꾼다.

그 꿈은 잠에서 깨어났을 때는 기억하지 못 한다.
다만, 가끔씩 일상생활 속에서 그걸 ‘떠올리는’ 것이다.
그것도 아직 일어나지 않는 미래를 떠올리는 거다.
억지로 떠올리려고 해도 떠오르지 않는다.
어떠한 기준으로 떠올리는지 알 수 없다.
게다가 노이즈라고 할 수 있는 오차가 존재한다.
그 원인도 알 수 없다.

스승으 Colo 씨와 함께 잘 때 그 Colo 씨가 꾸는 예지몽을 동시에 체험한 적이 있다고 한다.

자신이 예지몽 속 등장인물이 되어 생각하고, 행동하고, 그 체험이 잠을 깬 후에도 의식 속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 내용을 Colo 씨는 기억하지 못 한다.

내가 겪은 체험과 똑같았다.
‘휘말렸다’ 는 건 그런 것이다.
스승은 자신이 꾼 꿈을 자세히 알려주지 않았지만 입에 담고 싶지 않을 만큼 무서웠다고 한다.

“나 이외에 휘말린 사람은 네가 처음일지도 몰라.”

스승은 이상한 부분에서 감탄했다.

“그건 그렇고 재밌네. ‘고민의 정체가 비치는 거울’ 을 보러 갔는데 어느새 자기 자신이 거울 속에 있었다는 건가.”

그건 이상한 기분이었다.
예지몽인지 뭔지 모르지만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
어쩌면 가끔씩 어긋나는 ‘노이즈’ 에 해당하는 부분일지도 모른다.

“첫째, 거울 너머에 있는 나에게 위험한 인영이 다가온다. 둘째, 이쪽에는 그 인영이 존재하지 않는다. 셋째, 지금 생각하고 있는 나는 거울 속 인물이다. 넷째, 거울 너머가 진짜 세계다.”

스승은 그렇게 중얼거렸다.

“즉 ‘없어야 할 인영이 거울 속에서만 비치고 있다.’ 라는 맨 처음 느낀 공포는 아까 거론한 너의 4가지 인식으로 ‘있어야 할 인영이 거울 속에 비치지 않는다.’라고 변한 거야. 꿈 속에서 자신이 거울 속에 있다는 자각이 대체 뭘 상징하는가. 프로이트 선생이라면 뭔가 재밌는 해석을 해줄지도 모르겠군. 그건 그렇고 적어도 여기에는 상당히 흥미로운 의미가 담겨 있어.”

스승이 히죽거리면서 “이런 말 들어본 적 있냐.” 라고 말을 이었다.

흡혈귀는 거울에 비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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