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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2학년 초가을.
동아리 선배랑 둘이서 편의점에 식료품을 산 후 돌아오는 길이었다.
주택가 대로에서 옆으로 빠지는 좁은 길이 있는데 그 앞을 지나갈 때 가벼운 귀울림이 발생했다.
그 직후 눈앞에 있는 길 위에 희미한 그림자가 보인 것 같았다.
멈춰 서서 안경을 닦았지만 역시 인간 정도 되는 그림자가 흔들흔들 흔들리고 있다.
왠지 현실감이 없다.
4, 5개 정도 되는 그림자가 흔들거리면서 좁은 길 쪽으로 돌아갔다.
그 너머에는 어디서나 흔히 볼 법한 주택가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선배가 그 사거리를 지나면서 그림자가 들어선 길 쪽을 바라보았다.
“저건가.”
나도 스승을 따라 들여다보려고 멈춰 섰다.
주택이 늘어선 길 너머에 장례식 때 쓰이는 장막의 희고 검은 무늬가 보였다.
그리고 그림자들이 금방이라도 퇴색해버릴 것 같이 허약하게 길 위에 서 있었다.
왠지 기분 나쁘다.
고양이 사체를 본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장례식장이 있었지요.”
“응.”
공허한 대답이 들려온다.
이 세상에 있는 것이 아닌 걸 지극히 평범하게 볼 수 있는 사람에게 있어서 이 광경은 그다지 흥미를 끄는 광경은 아닌 모양이다.
“이제야 저걸 볼 수 있게 되다니.”
작년 이맘때쯤은 알아차리지도 못 했는데 말이지.
스승은 가벼운 모멸감을 담아서 그렇게 말했다.
반은 존경으로 반은 장난으로 스승이라고 부르고 있는 그 사람은 내가 안 보이는 것은 굳이 가르쳐주지 않았다.
성격 참 못됐다.
“대체 뭐예요.”
“저건 유령 중 하나야. 빛에 이끌리는 벌레라고 하면 감이 잡힐 거야.”
벌레라니 너무했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멀리서 보이는 그림자가 하나 앞뒤도 분간되지 않는데 이쪽으로 돌아선 것 같았다.
“장례식은 죽음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그런 이미지가 사람들 관념 속에 존재하는 이상 장례식장은 매년마다 태어나는 죽은 자에 있어서도 특별한 곳이겠지.”
하지만 그냥 벌레야.
스승은 장막이 보이는 곳으로 걷기 시작했다.
나도 따라서 좁은 길로 들어갔다.
좁은 걷기 힘들다.
그런 기분이 들었다.
희미한 그림자가 밟고 있는 곳이 끈적거리는 것 같았다.
상복을 입은 사람들이 수없이 드나드는 건물에 도착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멈춰 섰다.
고별식이 시작되는 걸까.
입구에서 손짓하는 사람에게 재촉 받아서 몇몇 아주머니가 종종걸음으로 우리 앞을 지나친다.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 사이에 섞여서 윤곽이 뚜렷하지 않은 그림자들도 장례식장으로 들어간다.
이물.
그런 말이 떠올라서 기분이 몹시 나빠졌다.
스승은 따분한 얼굴로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문득 어렸을 적에 체험한 이상한 사건을 떠올렸다.
“장례식장에 가는 거야.”
어머니에게 이끌려서 사람이 잔뜩 있는 곳에 간 기억.
상당히 빨리 도착한 모양으로 자갈이 깔린 부지 안에서 처음 보는 아저씨나 아주머니랑 인사를 나누는 어머니를 따라 돌아다녔지만 그것도 점점 지루해져서 “화장실.”이라고 말하고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혼자서 걷고 있으니 늘어선 커다란 꽃 뒤에서 손짓하는 여자애가 있었다.
놀자.
그렇게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둘이서 이곳저곳 탐색하러 돌아다녔다.
어른들에게 들키지 않을 즐거운 장소를 찾아서.
이윽고 어머니에게 들켜서 선향을 피울 거라며 끌려갔다.
그 애는 어디 갔을까 돌아보아도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톱밥 같은 걸 탁탁 태우는 재 안에 떨어뜨리고 고개를 드니 향이 강한 꽃에 둘러싸인 사진 속에 아까까지 놀던 여자애가 있었다.
죽는다는 게 뭔지 잘 몰랐던 그 무렵, 잘 모르지만 왠지 조금 슬퍼졌다.
그런 추억에 잠겨 있을 때, 장례식장이 떠들썩해진다.
고별식이 끝난 것이다.
아직 1시간도 지나지 않았다.
예전에는 스님의 불경이 계속 이어져서 상당히 길었던 것 같은데 시대가 지나면서 그것도 바뀐 걸까.
나와 스승이 보는 앞에서 출관을 위해서 영구차가 움직인다.
언제 봐도 농담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형태였다.
이윽고 많은 사람들이 배웅하는 가운데 시라키(白木)*로 만든 관이 차에 실린다.
사람들 속에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는 아주머니가 눈에 들어왔지만 옆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니 연기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한숨이 나올 것 같았지만 그 순간 손수건을 쥔 그 손에 희미하게 윤곽이 불분명한 그림자가 달라붙어 있는 게 보였다.
* 껍질을 벗기거나 깎기만 하고 칠하지 않은 나무.
자세히 보니 상복을 입은 사람들의 손 근처에 수많은 그림자가 달라붙어 있었다.
구역질이 나서 입을 틀어막았다.
그림자는 흐물흐물 움직이면서 손 중에서도 손가락, 그것도 엄지를 만지거나 잡거나 틀어쥐었다.
사람들은 눈치 채지 못 한다.
막 출발하려는 영구차를 슬픔에 잠겨 지켜볼 뿐이다.
나는 스승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시시해.”
그는 그렇게 한 다미 내뱉고 어깨를 으쓱했다.
영구차를 보면 엄지를 숨겨라.
확실히 그런 미신이 있었다.
나도 어렸을 때 저도 모르는 사이에 주입받았던 관습이다.
미신인줄만 알았다.
눈앞에서 일어나는 광경을 보고 다리가 떨린다.
“미신이든지 뭐든지.”
스승이 말을 꺼냈다.
“사람들의 일반 상식이 되어버린 건 죽은 자에게도 적용돼.”
겨우 인간 형태를 유지하는 그림자들이 대낮 도로에서 꿈틀거리고 있다.
그리고 늘어선 사람들의 엄지를 열심히 만지작거리고 있다.
마치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듯이.
왠지 무척이나 슬퍼졌다.
“오야마다 토모키오(小山田与清)라는 에도 시대 수필가가 ‘마츠야 필기(松屋筆記)’를 쓸 때 이런 글을 썼어. 엄지손톱 사이에서는 혼백이 드나드니까 경외할 때는 손으로 쥐어 숨기라고. 예전부터 있었던 미신인데 왜 숨기는지는 잊어버리고 안 적은 모양이야. 알려주면 분명히 기뻐할 거야.”
기뻐서 엄지손톱 사이로 들어가려고 할 거야.
기분 나쁘다.
꿈틀거리는 그림자.
날카로운 경적.
거짓된 눈물.
흑과 백의 장막.
나는 억누르기 어려운 구역질과 계속 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