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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2학년 겨울.
오후에 자전거를 몰며 유치원 앞을 지나가려던 순간, 낯익은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하얀 페인트로 칠해진 낮은 담 옆에 서서 그 너머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
살고 있는 아파트 근처였기에 설마 했지만 역시 내 오컬트 스승이었다.
아이들이 정원에서 놀고 있는 모습을 열심히 바라보고 있는 20대 중반 남자의 모습을 대체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나를 깨닫지 못 한 것 같아서 귀퉁이 근처에서 자전거를 세워둔 채 상태를 보고 있으니 결국 유치원 선생님에게 걸린 듯 “아닙니다.” 라고 들리지도 않는 거리에서 변명을 하면서 이쪽으로 도망쳐 왔다.
눈이 마주친 순간 진심으로 난처한 얼굴을 하면서 “아니야.” 라고 말한다.
그리고 한 번 더 “아니야.” 라고 말하면서 귀퉁이에 있는 담 너머로 몸을 숨겼다.
나도 따라가서 그쪽에 숨었다.
“저 애를 보고 있었을 뿐이야.”
머나먼 정원을 가리켰지만 여기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저 푸른 타이어 근처에서 땅에 그림을 그리는 여자애.”
목을 길게 빼 봐도 각도 상 나무나 벽이 방해되어서 잘 알 수 없었다.
무엇보다 이래놓고 대체 뭐가 아니라는 건가.
“언제부터 본 거예요?”
“1개월 전부터.”
아무렇지도 않게 그렇게 대답하기에 나는 더더욱 뒷걸음질 쳤다.
“그렇게 귀엽나요?”
“귀엽다고 물으면 대답은 ‘그렇다.’ 지만 ‘그렇게’ 를 말 앞에 붙이다니 엄청 기분 나쁜데.”
말을 돌려서 질문할 생각이었지만 스승은 불쾌한 얼굴을 하며 대답했다.
“1개월 전 처음에 내 시선을 잡은 건 저 애가 아니라 저 애 옆에 있는 기묘한 물체였어.”
물체라는 표현이 왠지 기분 나쁘다.
“딱 보니 그것은 이 세상에 있는 것이 아니었는데 저 애는 그걸 인식하면서도 두려워하지 않았어. 다른 애나 선생님에겐 보이지도 않은 모양이야.”
그 애는 언제나 혼자서 놀고 있었다고 한다.
모래사장에서 놀 때 친구들이 같이 놀자고 권유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다른 애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는 것도 아니며 오로지 혼자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부모가 마중 나올 시각이 될 때까지 계속 그렇게 하고 있었다고 한다.
“다른 애가 돌아가도 좀처럼 저 애 부모는 오지 않았어. 해가 저물 무렵에서야 겨우 젊은 어머니가 찾아왔지만 내가 보기엔 제대로 된 부모는 아닌 것 같아. 저 애 얼굴을 보지도 않고 손을 잡아끄는 것도 마치 땅에 자란 잡초를 뽑는 것 같았어. 학대 아니냐고? 뭐, 살이 드러난 부분에는 상처는 없지만 과연 어떨까.”
기분 나쁜 이야기다.
다만 이 이상할 정도로 오컬트를 좋아하는 사람이 이렇게 집착하는 걸 보면 예삿일은 아닐 것이다.
“상상 친구(Imaginary companion)라는 말 들어 봤냐.”
들어본 적은 있었다.
“뭐 간단히 말하면 유아기에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환상이야. 머릿속에 상상 속 친구들을 만드는 현상이지. 다만 아이들에게는 환상을 환상이라고 인식하는 힘이 없어서 평범한 친구들을 대하듯이 그것을 친구로 대해서 주변에 있는 어른들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일이 있어. 인간관계를 만들기 위해서 어느 정도 사회성을 몸에 익히면 자연스럽게 사라지긴 하지만.”
그런 거라면 나도 경험한 적이 있다.
기억이 나지 않지만 부모님이 말하길 나는 가면라이더랑 말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건 그냥 약과다.
‘유 짱’ 같이 있을 법한 이름을 지어주고 아무도 없는데 “유 짱은 이제 돌아간대.” 라고 애가 말한다면 듣는 부모는 기분이 나쁠 것이다.
한 번 더 몸을 내밀어서 유치원 정원을 바라보았다.
쓰고 있는 모자 색으로 나이를 구별하고 있는 것 같았다.
푸른 타이어 근처에는 붉은 모자가 보인다.
붉은 모자를 쓴 애들이 나이가 더 많은 애들인 듯하다.
눈을 돌리니 땋은 머리 같은 머리 모양만 알 수 있었다.
스승이 말하는 기묘한 물체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상당히 영감이 강한 남자에게 보인다는 건 단순한 상상 속 친구는 아니라는 뜻이 아닐까.
“아니, 영혼 같은 건 아닐 거야. 기분 나빠 보이지만 저 애 나름대로 만든 상상 친구겠지. 나에게도 보이게 된 이유는 잘 모르겠어. 어쩌면 저 애 감각기가 수용하는 걸 혼선된 것처럼 실시간으로 내 안테나가 받아들이고 있는 게 아닐까.”
저 애는 강력한 영매 체질로 자라날지도 몰라.
그렇게 말하며 스승은 딱한 눈으로 유치원생을 보는 것이다.
목이 저려올 정도로 뻗어 봐도 그 여자애 윤곽 이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술래잡기를 하는 애들이 타이어 앞을 지나치면서 그 애가 그려놓은 그림 근처를 밟았다.
여기서는 그 애의 표정을 알 수 없었지만 아무래도 담담히 고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 공상 속 친구는 어때요? 지금도 저 애 근처에 있나요?”
스승은 “으음.” 하고 신음하더니 “뭐라고 말하면 좋을까.”라고 말했다.
“2등신 정도 되는 괴물이야. 얼굴은 어른 여자. 모친은 아니야. 실존하는 인물인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아마도 저 애에게 집착하고 있는 것 같아. 몸은 지점토 같이 밋밋한 회색. 자그만 손발이 달렸지만 그다지 움직이지 않아. 싱글벙글 웃고 있어. 저 애 그림 위에 흔들흔들 몸을 흔들면서. 지금, 우리 쪽을 보고 있어.”
한 순간 소름이 돋았다.
분명히 누군가가 바라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보통은 다른 애들이 많이 모인 장소에서 상상 친구는 나타나지 않아. 본인이 고독하다고 느낄 때 나타나는 경우가 많지. 하지만 저 애의 경우는 유치원이라는 공간조차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이 되어버린 것 같아. 지금은 저 물체에게 완전히 잡힌 것처럼 보여.”
한 번 마중 나온 모친 뒤를 따라가 보았지만 조금 떨어진 곳에 비싸 보이는 차가 세워져 있어서 불가능했다고 스승이 말했다.
그때, 흰 벽 너머로 앞치마를 입은 젊은 선생님과 원장 선생님으로 보이는 나이 든 여성이 이쪽을 가리키며 무슨 말을 하는 게 눈에 띄었다.
당황한 나는 일단 자전거로 달려가서 도망쳤다.
나중에야 스승이 손을 흔들면서 달려오는 걸 깨달았지만 무시했다.
방 밖에 있어도 텔레비전이 켜져 있는 걸 알 수 있다.
소리인지 뭔지 잘 모르지만 어쨌든 알 수 있다.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 봐도 “아, 알아. 알아.” 라고 동의해주기에 아마도 나만 그렇게 느낀 건 아닐 것이다.
그러니까 그때도 그저 알 수 있으니까 알 수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유치원에서 도망쳤던 그 날 밤이었다.
그 무렵 완전히 불을 끄고 잠드는 버릇을 들여서 갑자기 눈을 떴을 때도 어둠 속이었다.
익숙한 내 방 천장이 희미하게 보였다.
침대 위에서 천장을 바라본 채 아직 잠에 덜 깨서 멍하니 있으니 텔레비전이 켜져 있다는 걸 깨달았다.
방에는 텔레비전이 없다.
얇은 문을 사이에 두고 건너편 부엌에서 텔레비전이 켜진 것 같았다.
그쪽으로 눈을 돌렸지만 문에 달려 있는 자그만 창문 윤곽이 희미하게 보일 뿐, 그 창문 너머로는 빛조차 보이지 않는다.
소리도 아니고 빛도 아니다.
하지만 텔레비전이 켜져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물론 부엌에는 텔레비전 따위는 없다.
나는 잠이 덜 깬 채로 그저 기묘한 기분으로 침대에서 일어나서 비틀비틀 손을 더듬어 문으로 향했다.
불을 켠다는 발상은 없었다.
불을 켜면 눈부실 거라고 멍한 머리로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천천히 문손잡이에 손을 대고 건너편으로 밀었다.
옅게 깔린 어둠 속에서 공중에 여자 머리가 둥둥 떠다니는 게 보였다.
아니, 머리뿐만이 아니었다.
농담처럼 자그만 몸과 손발이 지점토처럼 붙어 있었다.
그것이 둥둥 부엌에 떠있는 것이다.
그 때 내가 무섭다고 느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정신이 들고 보니 나는 내 침대로 돌아와서 늘 그렇듯이 천장을 바라본 채로 아침을 맞이하고 있었다.
밤에 일어났던 사건을 반추하면서 소름이 쭉 돋았다.
‘데려와 버린 게 아닐까’ 생각하면서 몸서리를 쳤다.
아침부터 스승 방에 쳐들어가서 그 이야기를 하니 웃을 뿐이었다.
“그럴 리가 없어.”
"유령이 아니니까. 그 여자애가 보는 환상을 그 애가 없는 곳에서 어떻게 다른 사람이 체험할 수 있다는 거냐. 꿈이라도 꾼 거겠지."
스승은 그런 말을 늘어놓았고 나도 점점 스승 말한 대로라고 생각했다.
무심코 그 여자 얼굴이 어떤 연예인을 닮았다고 말하기 전까지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스승은 낯빛이 확 바뀌어서 그 이름을 한 번 더 물어보았다.
아무래도 스승이 봤던 얼굴에 대한 감상과 내가 봤던 얼굴에 대한 감상이 똑같은 것이 납득이 가지 않는 모양이다.
“그렇구나. 알았어.”
스승은 씩 웃으며 설명했다.
그 유치원 여자애도 그 연예인 얼굴과 약간 닮았다고 한다.
그렇다는 말은 즉 자신의 상상 친구랑 닮았다는 뜻이다.
여자애는 상상 속 친구로서 자신을 투영한 이상적인 어른을 만들어내고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모친 대신에 언제나 곁에 있는 존재로 삼은 것이다.
엄마처럼 되지 않겠다는 반발심으로부터 엄마하고 다른 어른으로 성장한 자신을 상상하면서.
그리고 ‘친구’ 로서 알맞은 등신으로 만들면서.
그런 가설을 술술 말하는 스승에게 내가 말했다.
“저, 그 애 얼굴 같은 건 안 봤어요. 그 거리에서는 도저히 볼 수 없지요. 저 눈 나쁜 거 알잖아요.”
내가 여자애 얼굴을 보고 그 예능인을 연상시킨 거라고 말하고 싶었던 스승은 침묵했다.
그로부터 잠시 후, 천천히 고개를 들면서 진지한 눈으로 말하는 것이다.
“그게 상상 친구 같은 게 아니라 영적인 거라고 한다면 네 방에 나타났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아냐?”
그 말을 들은 순간 온몸에 오한이 서렸다.
부들부들 떨기 시작하는 나를 보고 스승이 무릎을 치며 말했다.
“좋아. 뭔지 모르는 것은 일단 쳐 죽이자.”
쓸데없이 믿음직스러운 말에 무심코 고개를 끄덕일 뻔했으나 살살 부탁한다는 제스처를 보냈다.
“농담이야.”
웃고는 있지만 어디까지가 진심인지 알 수 없었다.
뭐 내버려두자.
어차피 씌인 건 그 애다.
뭣하면 여기에 2, 3일 정도 묵으면 돼.
웬만한 놈들은 도망칠 거니까.
그런 허세 같은 말을 한다.
마치 이 싸구려 아파트가 영장(霊場)이라고 주장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조금 마음이 편해졌다.
결국 그 2등신 여자 괴물은 두 번 다시 내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스승도 그 정체를 알아내기 전에 경찰에게 불려서 두 번 다시 그 유치원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은 귀신 따위보다 훨씬 무서워.
나중에 그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