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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소설][스승시리즈] 자동문

작성자빛빔|작성시간26.06.18|조회수27 목록 댓글 0

 

출처 : https://m.blog.naver.com/qordb6712/120160423049

전날, 어느 가게에 들어가려고 했을 때 자동문이 열리지 않은 적이 있었다.

아까 막 나온 문인데 돌아가려고 하니 반응이 없다.
쓴웃음을 지으며 다른 문으로 우회해서 들어갔다.
이런 때만 다른 목격자가 없다.
개인적인 경험이라고 자조 어리게 생각한다.
그 때, 문득 대학 시절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학생 시절에는 자동문이 열리지 않은 일이 일상 다반사였다.

자취하는 대학생으로서 매일 3번 이상은 편의점에 간다.

나도 캠퍼스 근처 대학로에 살고 있었기에 주위에는 온통 편의점 천지였다.

뭐가 그리 즐거운지 아침부터 저녁까지 매번 시간을 때우러 들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대학교 1학년 여름 무렵이었을까.
자동문이 열리지 않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어제와 똑같은 편의점에 어제와 똑같은 옷을 입고 들어가는데 왠지 안 열린다.

무심코 문 위에 부착된 센서를 올려다보면서 얼굴을 움직여 보았다.

움직이지 않는다.
몸을 앞뒤좌우로 움직여 보았다.
움직이지 않는다.
한 번 물러섰다가 마치 다른 사람이 지나가듯이 다시 다가와 본다.

겨우 움직였다.
그런 일이 제법 일어났던 것이다.

이것 또한 대학생이 겪어야 할 일로서 사회 속에서 자신이 아주 조그만 인간으로 느껴져서 자기 존재 의의 같은 것에 고민하고 우울해졌을 때 이런 일이 일어나면 왠지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는 것 같아서 조금 풀이 죽게 된다.

문 앞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우두커니 서 있는 내 옆을 지나치며 여자애가 PHS로 시끄럽게 떠들면서 너무나 간단하게 문 안으로 사라지는 걸 보면 패배자가 된 것 같은 형언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넌 인권 5급이니까 자동문을 사용할 권리가 없습니다.”

그런 말을 들은 기분이다.

“또 문이 안 열렸어.”

그런 자조 기미로 한 말은 한때 내 인사 같은 게 되어버렸다.

그런 나날도 당시 병적으로 오컬트 삼매경에 빠진 생활과 관계가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무렵 나는 나에게 오컬트 기초를 때려 박아준 대학 동아리 선배이기도 한 스승을 금붕어에 달린 똥처럼 졸래졸래 따라다녔다.

패밀리 레스토랑에 들어가려고 둘이서 나란히 자동문 앞에 서도 마치 그냥 유리처럼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이윽고 스승이 조금 움직여 보라고 하기에 반응하는 곳을 찾으려고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 보았다.

움직이지 않는다.
그렇게 둘이서 움직이거나 멀어지거나 다시 돌아오거나 얼빠진 동작을 반복한 끝에 아무런 전조도 없이 문이 슥 열렸나 싶더니 비닐 봉투에 100엔짜리 보리차 팩을 집어넣은 불건전해 보이는 남자가 나타나서 비키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런 일이 생활 영역인 편의점에서 몇 번 일어났다.

어느 날 스승이 말했다.

“편의점 괴담 중에서 심야 아무도 없는데 문이 열리는 이야기가 있잖아. 그거랑 반대네.”

그러고 보니 나도 격은 적 있었다.

그 찌는 듯이 더운 밤에 근처 편의점에서 열을 식히려고 서서 읽고 있을 때였다.

“어서 오세요.” 라는 점원 목소리에 아무 생각 없이 책에서 시선을 떼니 자동문이 슥 열렸지만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다.

입구를 그냥 지나친 건가 싶어서 다시 책에 시선을 떨어뜨렸다.

잠시 후에 이번에는 “감사합니다.” 라는 점원 목소리가 들렸다.

입구를 보니 또 문만 슥 움직였지만 사람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가게 안을 둘러보니 서서 읽는 손님이 나를 포함해서 두 명밖에 없었다.

점원이었던 젊은 형씨는 뭔가를 열심히 적고 있었다.
얼굴도 들지 않고 문을 여는 소리에 반응하는 것 같다.
왠지 등골에 기분 나쁜 감각이 느껴졌다.

한 번 더 가게 안을 둘러보았다.
심야 특유의 느긋한 공기로 가득 차 있었다.
점원도 우리가 있는 탓에 안에 틀어박히지 못 하고 빨리 돌아가지 않을까 안달이 나 있을 게 틀림없다.

밖은 어둡다.
대학로라면 어두운 심야라도 사람들은 많이 지나간다.
누군지도 모를 그림자가 어두운 거리를 왔다 갔다 하는 광경은 이렇게 밝은 가게 안에서 유리창 너머로 보고 있으면 이상했다.

점원이 하품을 하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는 여전히 숙이고 있었다.
이 가게가 일인근무체제라는 건 잘 알고 있었다.
물건을 훔쳐도 눈치 못 채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을 때 어떤 사실을 눈치 채고 오싹해졌다.

처음 문이 열렸을 때 점원은 보지도 않고 “어서 오세요.”라고 말했다.

그 다음에 문이 열렸을 때 “감사합니다.” 라고 말했다.

어째서 2번째도 “어서 오세요.” 아니었을까.
점원은 거기를 보지도 않았다.
그리고 실제로 아무도 드나들지 않았으니까 왜 말을 골라 썼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들어와서 나간 것 같지 않은가.

여기에 있고 싶지 않다는 협박 비슷한 느낌이 들어서 나는 잡지를 책장에 도로 꽂아놓고 종종걸음으로 가게를 나갔다.

문이 열리고 닫힐 때 점원의 얼빠진 목소리가 등 뒤에서 울려퍼졌다.

“어서 오, 감사합니다.”

그리고 문이 열리지 않은 날 중에서도 가장 오싹한 경험이 있었다.

1학년 때 어느 한여름 오후에 녹아버리는 게 아닌지 걱정하면서 편의점에 도착했다.

그 날이 그 여름 최고 기온인 듯 아스팔트가 신발 밑창에 달라붙는 게 아닐까 착각마저 느껴졌다.

자동문 앞에 서서 완전히 열리는 걸 기다리지 못 하고 안으로 미끄러지듯 들어갔다.

딱히 살 생각도 없는데 디저트 코너로 향해서 시원하게 뿜어져 나오는 냉기를 쐬었다.

그러고 보니 드물게도 쉽게 자동문을 통과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고개를 드니 눈앞에는 이상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상품이 진열된 가게 안, 평소와 마찬가지로 반년도 더 된 콘서트 포스터.

평소와 마찬가지로 밝은 조명.

하지만 사람이 안 보였다.

이런 대낮에 손님이 한 명도 없다니 말도 안 된다.
대낮에는 대학생으로 북적이는 가게다.
무엇보다 이상한 건 점원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두 개 있는 카운터는 전부 비었고 물건을 진열하거나 재고 정리 같은 것도 하지 않는다.

왠지 기분이 나빠져서 “죄송합니다. 화장실 좀 빌릴게요.” 라고 카운터 안쪽에 대고 말했다.

10초 정도 기다렸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가게 안을 한 번 더 돌아보았다.
평소라면 항상 서서 읽는 손님이 읽는 잡지 코너에도 아무도 없었고 한 권, 한 권 흩어지지 않고 깔끔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그게 더더욱 이 상황을 이상하게 만들고 있었다.

체면을 유지할 여유도 없어져서 크게 두리번거리면서 “저기요. 아무도 없나요?” 라고 말을 걸었다.

그 목소리가 축 가라앉은 가게 안 차가운 공기에 빨려들어갈 때 무심코 출구를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자동문 앞에 섰다.

열리지 않는다.
이봐, 농담이지.
그런 말을 입 밖으로 내뱉으며 유리창을 쾅쾅 두드렸지만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가게 안을 둘러보았지만 아까 전이랑 변한 게 없다.
인기척도 전혀 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것 치고는 목덜미에 난 털이 곤두설 정도로 조용한 압박감이 차오르는 것 같았다.

‘휘말리고 말았어.’

그런 말이 머릿속에 떠올라 이건 실수라고 빨리 여기서 나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혔다.

문 앞에 선 위치를 바꾸어 보고, 체중을 싣는 타이밍을 바꾸어 보고, 무릎에 반동을 주어 신장을 바꾸어 보고, 센서 밑을 지나가는 속도를 바꾸어 보는 등 온갖 방법으로 자동문을 지나가려고 발버둥 쳤다.

내일은 30분 간 서 있어도 좋으니까 오늘만은 딱 한 번 열려다오!

그렇게 빌고 싶은 심정이었다.
문 밖에는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것 같은 열기 속에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아무도 이쪽을 바라보는 사람이 없다.

몇 번이고 뒤를 돌아보았지만 가게 안에는 아무런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고 그저 조용히 뭔가 잘 알 수 없는 부분이 미쳐가는 것 같았다.

이상한 압박감을 아무도 없는 광경에서 느끼고 나는 식은땀을 흘리면서 문 앞에서 필사적으로 버둥거렸다.

문득 유리창에 희미하게 비치는 뒤집힌 가게 안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얼굴도 잘 알 수 없지만 가게 안에 있는 손님들이 분명히 비치고 있었다.

아무도 없을 텐데.

공포에 질렸을 때 갑자기 아무런 전조도 없이 문이 열려서 나는 밖으로 뛰쳐나갔다.

확하고 극도로 덥혀진 공기에 둘러싸였으나 오히려 난 안심하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그곳에서 도망쳤다.

떠날 때 시야 끝에서 평소하고 다를 바 없는 사람이 있는 편의점 안이 비친 것 같았으나 일단 도망쳤다.

“너무 더워서 유체이탈이라도 한 거 아냐?”

훗날 스승에게 이 이야기를 하니 웃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그거 편의점 괴담을 반대로 겪은 것 같은 체험이잖아.”

“의식만이 편의점 안에 들어갔다고 해도 가게 안에 사람이 없는 건 어찌된 거예요.”

문이 열리지 않았다는 것만 왈가왈부하는 것 같아서 그렇게 반박하니 스승은 바로 이렇게 말했다.

“인간에게 영이 보이지 않듯이, 영에게도 인간이 보이지 않는 일이 있는 거야.”

그러면서 두 검지를 교차시켜 ‘교차하지 않는 세계’ 라고 중얼거린 뒤 뭐가 그리 즐거운지 휘파람을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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