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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소설][스승시리즈] 3번째 어른

작성자빛빔|작성시간26.06.18|조회수26 목록 댓글 0

 

출처 : https://m.blog.naver.com/qordb6712/120160424416

초등학교 2학년 교실에서 공작 시간에 "자기 가족을 그려 보자." 라는 주제가 나왔다.

모두 떠들면서 색연필로 도화지에 잔뜩 그림을 그렸다.
뜰에서 아버지랑 어머니랑 여자애가 싱글벙글 웃으면서 늘어선 그림.

미끄럼틀 같은 곳을 타고 놀고 있는 아이 두 명을 아버지와 어머니가 보고 있는 그림.

아버지와 어머니뿐만 아니라 할아버지나 할머니도 같이 늘어선 그림.

기르고 있는 고양이나 개도 같이 그리는 애들도 많았다.
그 나이대 애들은 애완동물도 가족 중 하나라는 의식이 강했을 것이다.

수업이 끝나고 그린 작품 하나하나를 보고 있던 선생님은 문득 어떤 아이가 그린 그림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건 반에서도 유달리 얌전하고 눈에 띄지 않는 남자애가 그린 걸로 겉보기에는 여러 색연필을 적절히 사용해서 북적거리고 즐거운 그림을 그려놓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거기에 기묘한 위화감이 느껴졌다.
도화지에는 가족이 테이블 같은 곳을 둘러싸고 앉아 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식사할 때 풍경이었을까.

모두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데 그 구성이 이상했다.
왼쪽에는 아버지로 보이는 안경을 쓴 어른과 어머니로 보이는 파마를 한 어른, 그리고 남자애가 한 명.

그리고 오른쪽 끝에 또 다른 어른이 있었다.

모두 웃고 있고 입 안은 빨간색으로 호쾌하게 칠해져 있는데 오른쪽 끝에 있는 어른만은 입을 꾹 다문 채 무표정하게 앉아 있다.

눈은 실처럼 가늘다.
어른이라는 건 몸 크기로 알 수 있었다.
반 애들은 모두 아이인 자신과 어른은 확실히 크기로 구별하고 있었으니까.

그 오른쪽 끝에 앉은 무표정한 어른은 나이는 잘 알 수 없지만 주름을 표현하는 선은 전혀 없기에 적어도 노인은 아닌 것 같았다.

어른 세 명과 아이 한 명.
그건 왠지 사람을 불안하게 만드는 그림이었다.

선생님은 그 남자애 가족 구성을 떠올렸다.
단지 아파트 한 칸에 살고 있는 가족으로 아버지와 어머니와 그 외동아들 세 명 가족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세 번째 어른은 대체 누구인가.
최근에 친척이 놀러 오기라도 한 건가.
그렇게 생각하며 선생님은 들러붙는 것 같은 기분 나쁜 감각을 떨쳐냈다.

마음을 진정시키고 다음 그림을 넘긴다.
하지만 머리 한구석에서는 그 세 번째 어른이 어째서 웃고 있는 가족 사이에서 혼자만 무표정하게 그려져 있는 건지 생각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었다.

2주일이 지났다.
그날은 수업 참관일로 교실 뒤에서 한껏 차려입고 늘어선 어른들 때문에 아이들도 바짝 긴장했다.

언제나 실컷 장난을 치던 아이도 그때만큼은 뻣뻣하게 굳어서 얌전히 앉아 있다.

선생님은 수업이 끝났을 때 "저번에 공작 시간에 모두 가족 그림을 그렸지." 라고 말했다.

아이들이 환성을 터트린다. 그리고 선생님은 수업 참관을 하러 온 학부형 뒤를 가리키며 말했다.

"뒤쪽 벽에 붙어 있는 게 그 그림입니다."

학부형들이 일제히 돌아보고 자기 자식이 그린 그림을 보려고 그림 밑에 붙은 이름을 찾기 시작했다.

어머니들은 "어머, 어머." 호들갑을 떨며 부끄러워한다.
아버지들은 조용히 쓴웃음을 짓는다.
아이들은 왁자지껄 떠들기 시작했다.

그런 광경을 훈훈한 듯 보고 있던 선생님은 학부형들에게 말을 걸려고 교단을 내려와서 걷기 시작했다.

그 순간 귀청을 찢는 것 같은 비명이 들렸다.
비명은 교실 안에 울려 퍼져서 어른도 아이들도 숨을 삼키며 딱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 목소리 주인은 벽 구석에 있는 그림을 보고 있던 파마 머리 여성이었다.

선생님이 달려가는 동안 그 여성은 눈을 부릅 뜬 채 손가락을 갈고리처럼 구부리고 입가에 갖다 대면서 계속 소리치고 있었다.

그 시선 끝에는 그림 속 테이블 끝에 앉은 세 번째 어른의 무표정한 얼굴이 있었다.

"그런 괴담이 있어."

스승이 말했다.

대학교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은 봄이었다.
그는 대학교 동아리 선배였으나 동아리 활동은 거의 관계없는 중증 오컬트 마니아로 나는 그 뒤를 졸래졸래 따라다니는 제자 아니 아이 같은 존재였다.

"여기가 거긴가요?"

일단 물어보았지만 듣지 않아도 대답은 대강 알 것 같았다.

우리는 인기척 없는 단지 버려진 폐허 같은 아파트 한 칸에 몰래 들어와 있었다.

우리가 쭈그려 앉은 다다미에는 신발을 신고 들어온 자국이나 빈 캔 무언가가 탄 흔적이 있었다.

적어도 사람이 살지 않은 지 5년 이상은 되어 보였다.

스승이 말했다.

"그 세 번째 어른을 그린 아이가 가족과 살던 방이야."

실화였나요.
그렇게 물으니 스승은 고개를 끄덕였다.

"본디 괴담으로서 퍼진 이야기는 아니고 개인적인 사정으로 수집한 이야기야."

그렇게 말하면서 방을 비추고 있던 손전등을 껐다.

심야 1시가 지난 시각.
주변은 어둠으로 덮여 있다.
어째서 불을 껐는지 의아해하는 도중에 슬금슬금 공포심이 머리를 들어 올린다.

"괴담의 의미는 이해했지?"

스승 목소리로 보이는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들린다.
대강 이해했다.

어머니가 마지막에 비명을 지른 건 그 세 번째 어른이 원래 거기에 그려지면 안 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전혀 짐작이 안 가는 인물은 아니다.
그랬다면 "누구일까." 라고 말하며 고개를 갸웃거리지 그렇게 과민한 반응은 보이지 않을 것이다.

알고 있는데 거기에 있어서는 안 되는 인물.
죽어서 없어진 가족이라면 그걸 그림 속에 그린 남자애 감성에 눈물을 흘릴망정 너무 무서워서 비명을 지르지 않을 것이다.

알고는 있지만 가족이 아니고 테이블에 같이 앉아서도 안 되는 인물.

어두운 방에 희미한 달빛이 스며들듯이 기둥이나 벽이나 눈앞에 앉아 있을 스승의 윤곽을 어렴풋이 비추고 있다.

예전에 테이블이 놓여 있을 육 첩 다다미 거실에 나는 몸이 굳어서 앉아 있다.

어둠 속에서 창백하고 무표정한 얼굴이 떠오를 것 같아서 견딜 수 없는 한기에 덮쳐진다.

스승이 팽팽한 공기를 떨리게 하는 것처럼 속삭인다.

"깨닫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실은 이 이야기는 들은 인간에게도 자연스럽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어."

후, 하고 숨을 토해내는 소리.
나도 숨을 들이 마시고 내쉰다.

"이야기를 들은 것뿐인데 넌 왠지 벌서 그 이야기를 상상하고 있어."

심장이 두근거리고 귀를 막고 싶어지는 충동에 시달렸다.

"어른이라는 말만 들었는데 왠지 너는 그 얼굴을, 여자가 아니라 입을 다문 무표정한 남자 얼굴로 상상하는 거야."

나는 귀를 막았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머리가 멋대로 허공에 떠오르는 얼굴을 상상하고 있다.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린다.

그게 여기에 있어서는 안 되는 3번째 얼굴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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