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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방

[스크랩] [소설][스승시리즈] 괴물 「기」

작성자빛빔|작성시간26.06.18|조회수46 목록 댓글 0

 

출처 : https://m.blog.naver.com/qordb6712/120160424546

쿄스케 씨에게 들은 이야기다.

무서운 꿈을 꾼 것 같다.

슬며시 눈을 떴다가 눈부시게 하얀 시트 때문에 다시 눈을 감았다.

새가 우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숨을 토하면서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조용한 아침이다.
어떤 꿈을 꾸었는지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그러자 "참새는 영혼을 볼 수 있다." 라는 이야기가 머릿속에서 떠오른다.

어떤 나라에서 내려오는 전승으로 참새는 인간이 태어나기 전에 그 인간의 영혼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아침에 참새가 지저귀는 건 그 태어나는 영혼에 반응하는 것이다.

그 혼이 찾아오는 곳이 텅 비어 있으면 혼이 없는 아이가 태어난다.

그런 아이가 태어나는 아침에는 참새는 울지 않는다.
그러니 참새가 우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아침은 불길한 징조다.

커튼을 여니 2층 창문으로 보이는 집들은 평소와 다를 바 없었고 바쁜 일상의 시작을 알리는 숨결이 그 주변에 가득 차 있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무슨 요일이더라.
눈을 감고 오늘이 흔해빠진 토요일 아침이기를 바랐다.

그날, 요컨대 우울한 월요일.
학교로 가는 도중 길을 가는 사람들 속에서 문득 발걸음을 멈추었다.

시각도 청각도 후각도 아닌 아직 어느 것으로도 나누어지지 않는 감각이 마을에 떠도는 희미한 위화감을 잡아낸 것 같았다.

나와 부딪칠 뻔한 샐러리맨이 혀를 차면서 소매를 턴다.
형형색색 다양한 신발이 각자 보폭에 맞추어 나를 지나쳐간다.

그 길거리 속에서 나는 끼기긱 낡은 가구가 삐걱대는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북적대는 인간들 속에서 몸이 굳어진다.

여름이 한순간에 끝난 것 같은 쌀쌀함이 느껴진 것 같았다.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내리지도 않은 비 냄새를 맡은 것 같았다.

하지만 동시에 그게 전부 환상이라고 느꼈다.
본질적인 것이 베일 뒤에 도사리고 있는 것 같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불쾌함이 몸에 달라붙는다.

길가에 쌓인 쓰레기에 모여든 까마귀가 울었다.
한 마리가 우니 다른 까마귀도 전파된 듯이 울음소리가 파도처럼 퍼진다.

길을 걷는 몇몇 인간들이 그걸 본다.
그 목소리는 구애도 영역 주장도 아니라 단지 무언가를 경계하자는 긴박한 울림인 것 같았다.

하지만 아무도 거기에 필요 이상으로 관심을 가지지 않고 발걸음을 멈추는 사람은 없었다.

나는 아직 형태가 갖추어지지 않은 머나먼 곳에 있는 것 같은 불안감을 가슴에 품으면서 그걸 떨치려 애쓰며 학교에 가려고 재촉했다.

무언가가 이 마을에서 일어나고 있다.
확실히 그렇게 느낀 건 다음 날 화요일 학교 점심시간 때였다.

"나 어제 무서운 꿈 꾸었어."

점심 도시락을 얼른 먹고 어딘가 시원한 곳에서 낮잠이라도 자려고 일어났을 때 그런 말이 귀에 들어왔다.

교실 한가운데 책상을 네 개 모아서 점심을 먹고 있는 애들이었다.

그 말에 반응한 이유는 딱히 없다.
이른바 감이다.
하지만 그 애 다음 말을 들은 순간 내 안에서 무언가가 철컥 소리를 내었다.

"하지만 무슨 꿈이었는지 잊어버렸어."

그 소리는 열쇠 구멍에 열쇠가 들어가는 소리일까 그게 아니면 시곗바늘이 정시를 가리키는 소리일까.

나는 두근두근 빨라지는 고동을 가만히 듣고 있었다.

"왜 잊었는데 무서운 꿈이라는 걸 아는 거야."

"그러고 보니 그러네."

잡담이 이어지고 그들의 화제는 자연스럽게 다음으로 넘어갔다.

어제 무서운 꿈을 꾸었어 어떤 꿈인지 잊었 지만

그 말을 나는 오늘 아침도 들었다.
분명히 들었다.
기시감이 아니다.
그건 등교하던 도중 출근 러시에 북적이는 사람들 속에서였다.

누가 이야기한 건지 얼굴도 보지 못했다.
다만 그때 나는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나도 그러네.'

지금 마치 똑같은 말을 듣고 내 안에 있는 동물적인 본능이 불길함을 예고했다.

일어서서 교실을 나갔다.
밖에 있는 공기를 마시고 싶다.
복도에서 실내화가 바닥을 치는 소리가 이중으로 들렸다.
누군가가 따라오는 것 같은 그리운 소리.
하지만 내가 가는 곳에 늘 따라오는 애는 지금 학교를 쉬고 있다.

조만간 전학을 갈 거라고 소문으로 들었다.
자그만 바늘이 가슴 안을 찌르는 기분.

"야마나카."

뒤를 돌아보니 인상이 옅은 얼굴에 왜소한 애가 서 있었다.

타카노 시호라는 반 친구다.
최근에 벌어진 사건으로 만난 이후로 묘하게 친하게 굴었다.

별로 기분이 좋지 않다.
나는 되도록이면 혼자 있고 싶다.

"저기, 나도 꾸었어. 어제 무서운 꿈. 야마나카 점 잘 치지? 점 좀 봐주지 않을래?"

나는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급한 일이 있어. 나중에 해 줄게."

"아, 응. 미안해."

발길을 돌려서 그 자리를 떠난다.
아아, 싫어라.
가벼운 자기 혐오에 시달리면서 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어디로?
어딘가 사람이 없는 곳으로.

그날 밤, 나는 심심풀이로 여동생 방에 있던 로컬 정보지를 빌려서 내 방에서 드러누워서 읽고 있었다.

테이블 위에 있는 라디오에서 모르는 외국 노래가 흘러나온다.

그 잡지를 적당히 넘기면서 읽고 있다가 별점 코너에서 손이 멈추었다.

지방에서는 유명한 점술사가 맡고 있는 코너다.
가 본 적은 없지만 마을 안에서 가게도 내고 있는 것 같다.

그 정보지는 월간지로 한 달 분의 운세가 별자리랑 같이 있었다.

별자리 따위로 한 달치 운세라니 혈액형 점처럼 수상쩍다.

일단 자기 별자리를 확인해서 한 번 더 별자리 운세를 읽었다.

이런 곳에서 드러나는 여고생 티를 숨길 수 없는 것 같아서 스스로도 싫어진다.

그 후, 적당히 앞뒤에 있는 별자리 운세도 읽어 보다가 전부 다 그다지 좋은 내용은 적혀 있지 않은 걸 깨달았다.

"가만히 있는 게 좋음.", "외출은 삼가길.", "중요한 걸 잃을 암시?", "한 번 더 생각해."...

별자리 이름 바로 옆에는 별 다섯 개가 있고 그 중 검은 별 수가 많을수록 운세가 좋은 모양인데 내 별자리는 별 하나.

다른 별자리도 하나 아니면 둘로 세 개가 최고로 많았다.

어떻게 된 걸까.
천장을 바라보면서 잠시 생각했다.

갑자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서 깜짝 놀랐다.
건성으로 대답을 하니 여동생이 복도에서 쏙 얼굴을 내밀어서 갑자기 이쪽을 가리킨다.

"역시 여기다. 돌려줘. 아직 읽지 않았단 말이야."

잡지를 빼앗으려는 걸 힘으로 밀어내며 물었다.

"이 점술 코너는 늘 이렇게 평가가 짠 거야?"

여동생은 가만히 그 페이지를 바라보다가 대답했다.

"평소에는 그렇게 낮지 않은데."

보통 별 세 개나 네 개 정도 달린다고 한다.

"어, 이게 뭐야. 불길하네. 이 점술 아줌마 무슨 나쁜 일이라도 있었나?"

여동생은 그런 말을 하면서 힘이 느슨해진 내 손에서 빼앗은 잡지를 뚫어지게 쳐다보기 시작했다.

"네 방에서 읽어."

내가 쫓아내니 여동생은 뭔가 불평을 했지만 무시하고 침대에 다시 드러누웠다.

나쁜 일이 있어서 약이 올라 독자의 운세를 나쁘게 적었다.

역시 그건 좀 아닌 것 같다.
왜냐하면 나쁜 일을 겪지 않도록 애써서 경고를 적은 티가 나기 때문이다.

로컬 잡지인가.
중얼거리면서 그대로 눈을 감았다.
어느새 깜빡 졸았는지 라디오 소리에 눈을 떴다.

"어? 어떤 꿈이었을까. 잊었는데. 무서운 꿈이라는 것만은 기억나지만. 뭐, 상관없나. 하하하. 그럼 나도 똑같은 체험을 한 동료라고 생각해줘. 다음 엽서 읽을게. 어, 우리 엄마 최악이에요. 야한 책을 나 몰래 버렸어요. 어이, 대뜸 무슨 말을 적는 거야."

라디오에 달려들어서 볼륨을 높였다.
하지만 야한 책 이야기 다음에 여름에 콘서트를 하러 오는 거물 외국인 이야기로 넘어가고 그 후로 두 번 다시 꿈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이윽고 광고가 흐르기 시작하고 마을 캐주얼 숍 이름이 연달아 나오는 걸 들으면서 나는 이 마을에서 무언가가 일어난다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예감에 발 밑을 누군가가 흔들고 있는 것 같은 공포를 느꼈다.

무서운 꿈을 꾼 것 같다.

알림 시계를 끄고 하품을 하면서 침대 위에서 몸을 일으켰다.

늘 시동이 늦게 걸리는 내 머리가 지금은 급속도로 회전한다.

떠올려라.
어떤 꿈이지?
어두운 이미지.
불쾌한 불쾌한 이미지.
무서운 이미지.

테이블에 놓인 공책을 펼치고 펜을 잡았다.
툭 툭 툭 치다가 결국엔 그 위에 털썩 엎어졌다.
틀렸다.
잊어버렸다.

유달리 조용한 아침이었다.
짜증이 치민다.
리듬이 없다.
리듬만 있다면 떠올릴 수 있는데.
참새다.
참새는 왜 울지 않는 건가.

갑자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가슴이 철렁했다.
가슴이 철렁하기 전에 가슴속에서 검붉은 장막이 쳐진 것 같다.

"시끄러워, 지금 일어났어!"

저도 모르게 큰 소리가 나왔다.
그 너머에서 희미하게 열린 문에서 어머니가 놀란 얼굴로 들여다본다.

그날 아침식사 때 어머니가 내 언행이 무례하다고 설교했고, 그 탓에 한층 더 기분이 나빠진 나는 학교에서도 아침부터 열이 받아서 기분이 최악이었다.

내게 말을 걸 것 같은 타카노 시호의 배려심 가득한 시선이 더더욱 짜증났다.

수요일 2 교시는 미술이었다.
냉큼 수업을 빼먹은 나는 사람이 오지 않는 교사 뒤로 곧장 갔다.

담배라도 피우지 않으면 못 해먹겠다.

깊게 숨을 토하고 하얀 연기가 푸른 하늘에 녹아드는 걸 보고 있으니 드디어 기분이 가라앉는다.

어제부터 오늘 아침에 걸쳐서 일어난 일들을 하나하나 순서대로 생각해 보았다.

아니, 시작은 어제가 아니다.

무서운 꿈을 꾸었다는 막연한 기억은 상당히 전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이 여름이 시작될 무렵 아니 어쩌면 좀 더 전부터 조용히 그것은 내 일상을 침식하고 이 마을 안으로 스며든 건지도 모른다.

누구도 그 의미를 깨닫지 못한 채...

세 번째 담배를 갑에서 꺼냈을 때였다.
갑자기 킹 하고 귀울림이 일어났다.
마치 주변 고도가 극적으로 변한 것 같았다.

'위험해, 무언가가 일어나.'

그렇게 직감하고 반사적으로 무게중심을 낮게 잡았다.
온몸을 공포가 꿰뚫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조심스레 몸을 일으키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땅도 교사 벽도 이상 없다.
하늘을 보아도 아까랑 변함없다.
적란운이 높게 뻗어 있을 뿐이었다.
가슴은 아직도 벌렁거린다.

그러고 보니 귀울림이 난 그 순간 어디선가 멀리서 벼락 같은 소리가 들린 것 같다.

눈을 감고 귀를 기울여 보았지만 지금은 들리지 않는다.
귀울림도 어느새 멎었다.

"대체 뭐야."

자문하면서 꺼낸 담배를 갑에 도로 넣었다.
수업으로 돌아갈까 생각하다가 역시 관두기로 했다.
아까 귀울림이 다시 반복될 것만 같아서 도망칠 곳이 없는 교실에는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다음으로 학교를 빠져나갈까 생각했다.
그 생각이 무척 근사하게 느껴져서 나는 참지 못하고 학교 부지에서 나가기 위해서 담을 기어오르는 것조차 주저하지 않았다.

아무한테도 들키지 않고 빠져나온 나는 강 쪽으로 갈까 그게 아니면 도서관으로 갈까 고민했다.

벌건 대낮에 교복 차림이라면 눈에 띄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걷고 있으니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구급차 소리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나는 그쪽으로 달려갔다.
구급차는 아까 귀울림이 난 순간에 벼락 같은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까는 어디서 들렸는지 몰랐는데도.

구급차 사이렌에 두리번거리는 통행인들을 제치고 대로를 통과해서 뒷골목으로 들어갔다.

10분 정도 달렸을까.
웅성거리는 인기척이 강해지고 모퉁이를 돈 순간 그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상가에서 주택지로 조금 들어간 곳에 을씨년스러운 2층짜리 건물이 늘어선 일각에 구급차의 붉은 불빛이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었다.

주변에는 깨진 유리가 흩어져 있고, 몇몇 사람들이 머리나 팔을 누르고 도로에 앉아 있다.

구경꾼들이 그 주변에 몰려든다.
땅에는 핏자국이 뚝뚝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그것 이상으로 내 눈길을 사로잡는 것이 땅에 떨어져 있었다.

돌이다.

파친코 구슬만한 것부터 아이 주먹만한 돌까지 다양한 돌들이 주변에 흩어져 있었다.

"떨어졌대."

"우박이?"

"돌이라고, 돌."

"우박 아니야?"

"하늘에서 떨어졌대."

그런 말이 주변에서 들리고 있었다.
우박이라는 단어를 듣고 무심코 손을 집어 보았지만 역시 그건 돌이었다.

흔해빠진 돌멩이다.
공원이 교정에 굴러다닐 법한 그런 돌.
하늘을 올려다보았지만 전선이 하나 끊어졌을 뿐 비행기구름 하나 없었다.

그 길목 100미터 정도 앞에서 돌이 난잡하게 흩어져 있었다.

유리 조각도 건물 유리창이 돌에 맞고 깨져서 흩어진 것 같다.

자세히 보니 집 기와 지붕이 깨진 게 보였다.

정말로 돌이 이 맑은 하늘에서 내려온 건가?
소나기처럼?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정말로 벌어진 건가?
운석이라는 말이 머릿속에서 떠올랐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엄청난 건 아니다.

"비켜요, 비켜."

도로에 우두커니 서 있으니 소방대원이 거칠게 밀쳤다.
구급차가 나오는 모양이다.
나는 잠시 생각한 뒤 그 돌을 하나 주머니 속에 넣었다.
그리고 건너편에서 경찰차가 오는 걸 깨닫고 황급히 그 자리를 떠났다.
경찰은 위험하다.
평일 대낮에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채로 돌아다니고 있었으니까.

그들은 예외 없이 모두 참견쟁이로 중고생들이 벌이는 비행들은 학교를 빼먹는 것부터 시작된다고 굳게 믿고 있다.

꽁무니 빠지게 도망친 나는 학교로 돌아갈까 생각하다가 5초만에 고개를 저었다.

잠시 골목을 정처 없이 어슬렁거리다가 가위를 살 생각이라는 걸 떠올리고 근처 문방구점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러고 보니 이 주변은 최근 오지 않았다고 생각하면서 초라한 상점가를 걸었다.

그동안에도 머리로는 아까 돌비를 생각하고 있었다.
목격자도 많이 있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 그 깨진 유리나 기와 그리고 부상을 입은 사람이 그 증거다.

돌이 내려왔다.
그건 틀림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디서 내린 걸까.
그게 문제였다.
근처에 고층 빌딩이라도 있다면 그 위층이나 옥상에서 뿌렸을 가능성도 있지만 구획 상 규제라도 있는지 그렇게 높은 건물은 보이지 않았다.

비행기?
하지만 그곳은 항로가 아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비행기에 그런 돌을 싣는 걸까.
하물며 그걸 떨어뜨리다니.
비행기구름도 없었고.

"..."

너무 집중해서 지나쳐버렸기에 다시 돌아갔다.
그 눈에 띄지 않는 문방구점에는 왠지 가위가 없었다.
가게 아주머니에게 물어보니 다 팔렸다고 한다.

"눈썹 다듬는 가위라면 있어."

그렇게 말하는 걸 정중하게 거절하고 가게를 나왔다.
근처에 있는 다른 자그만 문방구점에도 가위가 없었다.
그것보다 다른 손님도 없거니와 점원도 없었다.
뭔가 훔칠까 생각하다가 역시 관두기로 했다.
그렇게 돌아다니면서 살 생각은 없었지만 가위 따위를 얻지 못한 게 왠지 열이 받는다.

좀 멀리 떨어진 백화점까지 가기로 했다.
다행히도 슬슬 학교도 점심시간이다.
참견 많은 사람에게 들켜도 둘러댈 수 있다.

대로를 빠져나와서 백화점에 도착한 뒤 얼른 잡화 코너로 향한다.

생각보다 수가 적어서 그다지 고를 수 없었지만 커다랗고 쓰기 쉬운 걸 샀다.

뭔가 먹고 갈까 생각하면서 플로어 안에 있는 책방을 들렀다.

딱히 찾고 있는 책은 없었지만 적당히 어슬렁거리다가 그 책을 본 순간 저도 모르게 책장에서 빼서 집어 들었다.

'세계 괴기 현상 파일'

맑은 날 하늘에서 이상한 게 내려오는 현상은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펄럭펄럭 페이지를 넘기니 이런 제목이 있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낙하물'

그 화제를 담은 장은 생각보다 두툼했다.
책을 뒤집어서 가격을 확인한 후 계산대로 향했다.
점심밥은 거르기로 했다.

그날 밤, 저녁식사를 하면서 신문을 읽고 있으니 어머니가 잔소리를 했다.

"마치 아빠같구나."

대부분의 말들은 그냥 흘려들었지만 이것만큼은 참을 수 없었다.

평소에는 먹으면서 신문을 읽지 않았지만 오늘은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읽는 것이다.

그런데 대체 내가 왜 이런 말을 들어야 하는가.

"나중에 아빠가 먹으면서 신문 읽으면 마치 치히로 같다고 말하지 그래?"

나는 즉시 반격했지만 3배 정도 심한 잔소리를 듣고 입을 다물었다.

'대낮의 춘사? 돌비'
(춘사 : 뜻밖에 생기는 불행한 일.)

다른 기사에 파묻혀 있던 그 자그만 제목을 간신히 찾았다.

오전 중에 벌어진 일이다 보니 역시 저녁 신문에 실린 것 같았다.

그건 짧은 기사였지만 그 길에서 떨어진 돌비에 관해 설명하고 있었다.

경상자 4명, 피해를 입은 건물은 13개, 구급차에 실려간 사람도 큰 부상은 입지 않았다고 한다.

목격자 담화가 실려 있었다.

[커다란 소리가 들린 뒤에 갑자기 하늘에서 돌이 우르르 내려왔다. 처음에는 우박인 줄 알았다.]

소리.
내가 들은 건 혹시 그 소리였을까.

[주민도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그런 말로 기사를 매듭짓고 결국 돌비의 정체는 알아내지 못한 것 같다.

"잘 먹었습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밥을 남겨서 어머니에게 잔소리를 들을 게 뻔했기 때문에 얼른 부엌을 나왔다.

나오자마자 등 뒤를 쫓아오는 잔소리를 무시하고 2층에 있는 내 방으로 도망쳤다.

문을 닫고 테이블 위에 놓인 비닐봉지를 집어 들었다.
'세계 괴기 현상 파일' 을 꺼내어 융단 위에 누웠다.
미리 접어 두어서 찾고자 하는 항목을 바로 찾을 수 있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낙하물' 장에는 이런 글이 있다.

선뜻 믿지 못할 이야기지만 이 세상에는 하늘에서 비 말고 기묘한 것이 내려오는 현상이 있다.

그건 어패류나 개구리, 얼음이나 돌, 그리고 고기나 피나 금속이나 조가비, 그리고 지폐 등 실로 각양각색이다.

그것들은 기원전부터 세상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목격해 왔고 이 현상에 흥미를 가진 초상현상 연구가 찰스 포트(Charles Hoy Fort)에 의해 패프러츠키스(FAllS FROM THE SKIES)라고 명명되었다...

그런 설명에 이어서 구체적인 사례가 제시되어 있다.
개구리나 물고기가 내려온다는 경우가 많은 모양이다.
1954년 영국, 버밍엄 서턴 공원(Sutton Park)에서는 해군 세레머니 도중 비와 함께 몇백, 몇천 마리나 되는 개구리가 하늘에서 내려와서 구경꾼들 우산에 부딪쳐 바닥에 떨어진 후 폴짝폴짝 뛰어다녔다고 한다.

1922 년 프랑스, 샬롱쉬르손(Chalon-sur-Saône)에서는 이틀 간 개구리 비가 내렸다고 당시 신문에 나와 있다.

최근 사례로는 1989 년 오스트레일리아 퀸즈랜드 주에서 뜰에 1000마리의 정어리가 내렸다는 기록이 있다.

나는 그 성대한 사례 중에서 돌이 내렸다는 기록을 찾았다.

1968 년 미야자키 현 하사마 정에서 어느 약국에 작은 돌비가 내려서 그게 누군가의 장난이라고도 판명되지 않은 채로 반 년 간 계속되었다는 사례.

그리고 1820년 영국 사우스 우드포드에서는 어느 집에 돌비가 내려서 신고를 받고 경찰이 배치되는 상황이 되었으나 결국 그 돌이 어디서 왔는지는 알 수 없었다는 사례.

1922년 캘리포니아 주 치코 마을 한구석에 내린 돌비는 그 현상이 몇 개월 동안이나 계속되었으나 대학 조사 팀도 그 정체를 밝혀낼 수 없었다.

아직 더 있지만 전부 다 공통된 점은 돌비가 광범위로 내리는 게 아니라 극단적으로 좁은 범위에 집중적으로 내린다는 점이었다.

1820년 코이시카와에 있는 타카사카 카고로(高坂鍋五郎)의 저택이라거나 1600년대 뉴햄프셔에 있는 조지 월튼의 저택에 관한 기록을 보면 개인에게 돌비라는 공격을 퍼부은 것 같은 감상이 들었다.

마치 그 집 주인에게 원한을 가진 인간의 소행 같았다.
돌이 어디서 왔는지 모른다고 하지만 누군가가 감시할 때에는 그런 장난을 하지 않으면 당연히 모를 것이다.

그리고 감시가 없는 틈을 타서 몰래 투석하는 것이다.

그 자리에 없는 인간이 생각하면 단순한 구조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어떨까.

'세계 괴기 현상 파일' 에는 이 패프러츠키스 현상에 대해 몇 가지 가설을 소개해 놓았다.

찰스 포트는 지상에서 텔레포테이션으로 이동한 물고기나 개구리 등이 대기권에 있는 어느 공간에 모여 있다가 그게 어느 순간 기괴한 비가 되어서 지상에 퍼붓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밖에도 플라즈마나 공중 휴거 같은 황당무계한 설도 있었으나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비행기 낙하설과 회오리설이 가장 그럴듯했다.

비행기설은 대부분의 낙하물을 설명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지만 개개의 사례를 보면 그 비행기 목격을 부정하는 사례가 많고, 어패류 낙하 등 시대적으로 비행기 등장 전후에도 그 출현 패턴이 변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사례는 해석하기 힘들다.

또한 똑같은 장소에서 오랫동안 그 현상이 계속되는 사례는 설명할 수 없다.

회오리설은 지상의 물체를 공중에 끌어올려 이동시키고 다른 곳에 낙하시킨다는 현실적으로 추측할 수 있는 흔한 자연 현상이기에 더욱 유력한 설로 보인다.

하지만 개구리만 떨어진다거나 청어만 떨어진다거나 옥수수만 떨어진다거나 한 종류의 동식물만 떨어지는 건 설명하기 어렵다.

회오리가 그런 것만 골라 끌어올린다면 몰라도 지상에서 발생했다면 다른 동식물이나 돌이나 모래를 동시에 끌어올릴 테고, 바다나 강에 발생했다면 물과 같이 물속에 있는 생물을 종을 가리지 않고 빨아들일 테니까.

공중에 올라간 뒤에 그 공기 저항으로 인한 낙하 타이밍이 각자 똑같은 종별로 자연스럽게 나눈 게 아닌가 하는 해석도 있지만 역시 똑같은 곳에서 계속 내리는 경우는 설명할 수 없고 주변 몇백 킬로미터 이내에 그 동식물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경우도 많은 것이다.

그런 해석을 주욱 읽어 보고 생각했다.
각자 경우를 똑같은 현상으로 설명하려고 하니까 어려워진 게 아닐까.

이건 회오리 이건 비행기 이건 장난 그리고 이건 거짓말.
그런 식으로 나누어서 설명하면 의외로 간단하지 않을까.

일어서서 벽에 걸어 둔 치마 주머니를 뒤졌다.
그리고 낮에 그 길목에서 주운 돌을 꺼내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이건 대체 뭘까."

그렇게 중얼거리며 손가락으로 찌르니 그건 소리를 내며 기울어진다.

'세계 괴기 현상 파일' 을 책장에 꽂고 책을 읽느라 지친 눈과 머리를 손바닥으로 누르면서 침대에 누웠다.

그날 밤, 나는 어머니를 죽이는 꿈을 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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