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m.blog.naver.com/qordb6712/120160424639
무서운 꿈을 꾼 것 같다.
아침햇살이 유달리 불안하게 느껴진다.
천장을 올려다보면서 양손을 머리 위로 올려서 기지개를 켠다.
식은땀을 흘리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불을 걷어차고 몸을 일으켰다.
꿈의 여운이 아직 머릿속에 남아 있다.
아직 눈은 감고 있는데 시각 정보로서 기억에 새겨진 꿈속 광경.
지금까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오늘은 그게 엄청 기묘하게 느껴졌다.
꿈속에서 나는 유난히 어두운 방에 혼자 있다.
쓰레기가 잔뜩 쌓인 벽 쪽에서 가만히 앉아서 무언가를 기다린다.
이윽고 밖에서 발소리가 들려서 나는 움직인다.
현관에 서서 문에 귀를 갖다대고 숨을 죽인다.
발소리가 밑에서 올라온다.
나는 그 발소리가 어머니라는 걸 알고 있다.
이윽고 그 소리가 문 앞에 멈춘다.
쿵쿵쿵 문을 두드리는 진동.
발돋음을 해서 체인을 푼다.
그리고 잠금 장치를 철컥 연다.
문이 열리고 나는 그 너머에 선 인간에게 말을 걸려고도 미소를 보이려고도 귀를 기울이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저 달만이 그 등 너머로 비치고 있다.
그리고 피가 튀면서 내 시야를 새빨갛게 물들인다.
세상이 오직 하나의 색으로 변한다.
어머니가 쓰러지고 숨을 쉬지 않는다.
"으악!"
침대 시트를 움켜쥐면서 무심코 그런 소리를 내었다.
나 자신도 깜짝 놀랐다.
그건 공포를 몸 안에서 쫓아내기 위한 자기 방어 본능이었을지도 모른다.
곧바로 냉정해진다.
생생한 꿈이다.
어머니하고는 최근 마찰이 많았지만 설마 죽이려는 꿈까지 꾸다니.
이게 내 잠재의식 밑바닥에 있는 소망이라고 생각하면 소름이 돋는다.
최근에 계속 꾸고 있던 무서운 꿈은 이 꿈이었나?
벽에 걸린 달력을 보았다.
목요일.
오늘도 수업이 있다.
우울하다.
그제야 비로소 창 밖에서 들리는 소리를 깨달았다.
멀리서 못을 치고 있는 것 같은 소리.
아니, 해머로 말뚝을 박고 있는 소리인가.
어느 쪽이든 귀에 거슬리는 소리다.
짜증이 난 채로 옷을 갈아입었다.
어머니가 깨우러 오기 전에.
오늘도 참새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대신에 아침 리듬이 이런 불쾌한 소리로 바뀌다니.
그것 때문에 그런 꿈을 꾼 걸까.
그거라면 차라리 낫다.
그날 아침 식사는 거북했다.
학교로 가는 도중 나는 어디서 공사를 하는가 싶어서 소리가 들리는 곳을 따라 두리번거렸지만 어디서 들리는지 알 수 없었다.
이윽고 그 귀에 거슬리는 소리도 그쳤다.
이런 평일 아침부터 소음이라니.
그때는 아직 그렇게밖에 생각하지 않았다.
지각 직전에 교실에 미끄러진 직후 열린 조례 시간 선생님이 뜻밖의 말을 했다.
"어제 이상한 하루였지. 신문 봤냐? 그거 근처에서 일어난 거란다."
돌비 이야기다.
그렇게 생각했지만 바로 직후 선생님이 툭 내뱉었다.
"나무가 말이지..."
나무?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얼른 이야기를 끝마친 선생님은 교실로 나가 버렸다.
1교시가 시작하기 전에 가능한 정보를 수집하려고 했다.
평소에는 반 애들이랑 잘 이야기하지 않는 나지만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었다.
바로 아까 선생님이 말한 게 어제 저녁 신문에 실린 게 아니라 오늘 아침 신문에 실린 사건이라는 걸 알았다.
아뿔싸.
읽지 않았다.
어머니에게 혼나더라도 밥을 먹으면서 읽을걸 그랬다.
이야기를 종합해 보니 아무래도 이런 일이 있었던 것 같다.
어제 저녁 9시 무렵, 시내 주택지 길목에 있던 가로수가 15미터에 걸쳐 파헤쳐진 뒤 뿌리 채로 뽑혀 나가 그 자리에 굴러다니고 있는 걸 주민들이 발견했다.
근처 주민이 하는 말을 들어보면 밤 9시 전에는 틀림없이 가로수가 늘어서 있었다고 한다.
고작 몇십 분만에 6그루나 되는 성목을 뽑아내다니 기중기라도 가지고 오지 않는 이상 불가능할 것이다.
그런데도 근처 주민들은 아무도 그런 소동을 깨닫지 못했다.
"대체 누가?" 라는 의문보다는 "어떻게?" 라는 의문이 더 크다.
그리고 "어째서?"
하지만 내가 더 놀란 건 다음 쉬는 시간이었다.
종이 울린 후 교실 안에서 교환되는 정보를 귀를 세우고 듣고 있던 나는 이 마을에서 어제 일어난 사건이 돌비나 나무뿐만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시민 도서관 책장에서 꽂혀 있던 책들이 갑자기 전부 튀어나와서 바닥에 떨어진 사건.
천장에 매달려 있던 가솔린 탱크 급유 호스가 바람도 불지 않았는데 크게 흔들려서 1시간 가까이 급유할 수 없었던 사건.
상점가 내 커다란 시계의 짧은 바늘과 긴 바늘이 아무것도 안 했는데 빙글빙글 고속으로 돌아간 사건.
역 앞 빌딩이 원인을 알 수 없는 정전에 당해서 그 후 플로어 전체에 조명이 제멋대로 깜빡거린 사건.
모두 다 이상한 사건뿐이었다.
하나하나 들어보면 "이상하네." 라는 말로 끝났을 한 달만 지나면 잊어버릴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전부 어제 단 하루만에 일어난 걸 생각하면 슬며시 한기가 서리기 시작한다.
3교시 쉬는 시간에 나도 슬며시 반 애들 이야기에 끼어들었다.
그 그룹은 정보통 부모님에게서 입수한 소문을 흥분해서 떠드는 애를 중심으로 결성되어 있었다.
"그 편의점이 굉장했대.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는데 아이스박스 커버가 열리거나 전기가 갑자기 나가거나 멋대로 스케줄이 변경되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선반에 꽂힌 잡지가 펄럭펄럭 넘어갔다는 거야."
스케줄은 관계없잖아.
그렇게 생각하면서 들었으나 왠지 점점 내용이 선정적으로 변하는 것 같다.
어디까지가 진짜인지 알 수 없다.
점심 시간에는 평소보다 천천히 도시락을 먹으면서 그룹들이 하는 이야기를 엿들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뭔가 이상한 소리가 났었지."
그런 말을 듣고 움찔 반응했다.
말을 꺼낸 그 애한테 다른 애가 말했다.
"아, 우리 집 근처에도. 어디선가 아침부터 공사를 하는 거야. 소음 공해라니까, 정말."
내 안에 영감이 스쳐지나가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교내 하나밖에 없는 공중전화로 얼른 향했다.
전화 주변에는 아무도 없다.
왠지 알 수 없지만 그다지 눈에 띄고 싶지 않았기에 마침 잘됐다.
옆에 있는 전화번호부로 시청 번호를 찾는다.
어디가 담당인지 몰랐기에 대표 번호로 걸어서 내용을 고했다.
내선으로 연결한다는 말이 들린 뒤 대기음을 한참 듣고 난 뒤에 겨우 전화 상대가 받았다.
묻고 싶은 걸 단도직입으로 말했다.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돌아왔다.
"저기 말이죠. 지금 시내에서 그런 공공 공사는 안 해요. 그럼 민간 기업의 소음 공해가 아니냐고 따져도 어디서 공사하는지 모른다면 주의를 주려고 해도 못하잖아요? 아침부터 대체 뭐예요, 정말."
묻지도 않은 말까지 돌아왔다.
그리고 전화가 끊어졌다.
무심코 시계를 보니 12시였다.
즉 "아침부터" 라고 말한 건 다른 사람에게 똑같은 내용의 항의 전화를 받았다는 뜻이다.
그것도 한두 건이 아닌 모양이다.
알아낸 건 시내에서 아마도 다수의 장소에서 공사를 하는 소리가 들렸다는 것.
그것도 어디서 하는지 아무도 모르는 공사가.
대체 이건 뭔가?
무언가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데도 그게 무엇인지 아직도 모른다.
다만 모든 것이 보이지 않는 선으로 이어져 있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울지 않는 참새.
떠오르지 않는 악몽.
떨어지는 돌.
뽑힌 가로수.
소리만 들리는 공사.
밤중에 일어난 기묘한 사건.
표면적인 것에 속아서는 안 된다.
본질에서 눈을 돌려서는 안 된다.
공중전화 앞에서 내 마음은 차분해졌다.
복도를 향해서 걸었다.
그 녀석은 있을까.
만나야 한다.
그리고 들어야 한다.
스쳐지나가는 여학생들과 나는 똑같은 옷을 입고 있다.
그녀들은 교재를 안고 있다.
기대어서 웃는다.
빵과 우유를 가지고 걷고 있다.
나는 교실로 서둘러 걸어갔다.
하지만 거기에는 명백한 단절이 있다.
그건 나 자신이 일방적으로 만들어 버린 단절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 단절을 편안하게 여긴다.
똑같은 소문을 들었는데 나만이 일상에서 발을 돌렸다.
찾으려고 하는 것이다.
다음에 일어날 일을.
그리고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를.
자조어린 미소를 짓는 순간을 복도 너머로부터 온 여자애에게 들켜 이상한 얼굴이 된다.
본 적이 있는 애다.
같은 1학년일까.
또 날 무서워하겠군.
의외로 사소한 걸 신경 쓰는 자신을 깨닫고 가볍게 뺨을 잡아당겼다.
그 교실에 도착했을 때 복도 쪽 창가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몇몇 여자애가 있었다.
그 중 한 명에게 멀리서부터 말을 걸었다.
"이시카와, 그 녀석 오늘 왔어?"
그 애는 이쪽을 흘끗 보더니 검지로 교실을 가리켰다.
나는 고맙다고 말한 뒤 교실 문에 손을 대었다.
자기 반도 아닌데 요즘 여기에 오는 일이 늘어난 것 같았다.
교실 안에서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느껴졌지만 명백히 이질적인 분위기가 구석에서 풍겨오고 있다.
설명하긴 어렵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투명한 거품이 그 주변을 덮고 있는 것 같다.
이 반에 있는 애들은 모두 그걸 깨닫고 있는 걸까.
그 거품 중심에서 얼음으로 만든 것 같은 미소를 얼굴에 달아놓은 머리카락이 짧은 여자가 앉아 있다.
마자키 쿄코라는 녀석이다.
교실에 들어온 나를 깨달은 건지 주변에 있던 몇몇 애들에게 무슨 말을 한 뒤 자리에서 일어섰다.
추종자가 따라다닌다는 말은 사실인 모양이다.
이 방심할 수 없는 여자가 어디가 그렇게 매력적인지 모르겠다.
"묻고 싶은 게 있어. 좀 밖으로 나와라."
뭔가 짓궂은 농담이라도 던질 것 같았지만 의외로 그녀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문밖으로 나가기 위해 발길을 돌리려는 내 얼굴 가까이서 이렇게 말했다.
"겨우 데이트 신청해 줬구나."
역시 던졌잖아.
울컥해서 그걸 무시하고 얼른 교실을 나갔다.
우리는 비상구 밖에 있는 계단까지 걸어갔다.
바람이 목덜미를 훑고 하늘에서 여름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다.
다른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마자키 쿄코는 난간에 몸을 기대고 땅을 내려다본 후 얼굴을 이쪽으로 돌렸다.
"알고 있는 걸 전부 말해."
"...갑작스럽구나."
그다지 놀라지도 않은 것처럼 쿄코는 싱긋 웃는다.
나는 이 여자와 귀찮게 신경전을 벌이는 걸 포기하고 내가 알고 있는 걸 전부 말했다.
책을 사서 조사한 '패프러츠키스' 까지.
그녀는 그걸 흥미진진하게 들으면서 일부러 그러는 건지 턱을 오른손 엄지와 검지로 끼우는 동작을 취한다.
"이상하네."
"그게 다야?"
이 모든 걸 다 꿰뚫어 볼 것 같은 여자가 마을에 일어나는 이변을 눈치채지 못했을 리 없다.
"너는 이상하다는 말 한 마디 가지고 만족하는 사람들과 다르구나."
마치 100점을 받은 아이를 칭찬하는 것 같은 어투였다.
그리고 쿄코는 시선을 돌려서 멀리 있는 마을 풍경을 본다.
나도 따라서 초여름 햇살을 받는 건물 지붕을 보려고 눈을 가늘게 뜬다.
"중요한 건 아니지만 '패프러츠키스' 라는 말은 찰스 포트가 만든 말이 아니야. 이반 T. 샌더슨(Ivan T. Sanderson)가 명명한 거지."
쿄코는 마을을 내려다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
"찰스 포트야말로 '패프러츠키스' 라는 말에 휘둘린 인간일지도 몰라. 하늘에서 떨어진 것을 전부 한 개념으로 정리하려고 하는 게 얼마나 무모한 일인지 대강 알겠지?"
전부터 생각한 거지만 이 녀석은 왜 이렇게 잘난 듯이 말하는 걸까.
"너도 한 번 그 '패프러츠키스' 라는 말을 버리고 생각해 보면 어떠니."
그 말은 단순한 충고인지 그게 아니면 이 이변의 정체를 알고 나서 내게 주는 힌트일까.
나는 쿄코의 옆얼굴을 노려보았다.
"곧 있으면 종이 울릴 거야."
쿄코는 난간에서 손을 떼고 나를 향해 돌아섰다.
"퀴즈."
"뭐?"
"퀴즈를 낼 테니까 잘 생각해 봐."
여전히 갑작스럽다.
사고를 읽을 수 없다.
"아침에 네 발, 낮에는 두 발, 밤에는 세 발. 이건 뭐지?"
"...인간."
"그럼 길을 지나는 사람에게 그 수수께끼를 내고 대답하지 못한 사람을 잡아먹는 괴물은?"
"스핑크스."
"제법이네. 그럼 그 스핑크스와 키마이라의 공통점은?"
키마이라는 그거다.
사자 머리와 산양의 몸을 가진 괴물일 것이다.
한 쪽은 사자의 몸통 한 쪽은 사자의 머리를 가지고 있다.
그게 공통점인 걸까.
"그럼 그것들이랑 스킬라의 공통점은?"
스킬라?
순간적으로 모습은 생각이 안 났지만 어떻게든 기억을 더듬어 보니 아무래도 상반신이 여자고 하반신이 개인 괴물이었던 것 같다.
스핑크스, 키마이라, 스킬라의 공통점.
뭘까.
잠시 생각했다.
"...몸이 두 종류 이상인 생물로 구성된 괴물."
"그렇지. 그럼 거기에 케르베로스를 추가하면?"
케르베로스는 목이 3개 있는 지옥의 번견이다.
2종류 이상인 생물이 붙어 있는 건 아니었던 모양이다.
"모르겠니? 그럼 히드라도 추가해 봐."
히드라는 야마타노오로치 같은 놈이었을 것이다.
케르베로스처럼 목이 두 개 이상이다.
하지만 스핑크스나 키마이라는 그렇지 않다.
스킬라는 하반신에 있는 개가 몇 마리로 나뉜 것 같지만.
"모르겠다는 얼굴이구나. 그럼 이게 마지막. 오르트로스를 추가해서 모든 공통점을 찾아 보렴."
종이 울렸다.
그 소리와 함께 쿄코는 치마를 정리하며 손을 흔들면서 떠나려고 했다.
"잠깐. 뭘 알고 있지?"
붙잡으려는 손을 쿄코는 피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 손은 허공을 갈랐다.
또다.
왠지 알 수 없지만 이 여자에겐 폭력적인 힘은 통하지 않는다.
내 의식 밑에서 그런 짓을 저지르면 지는 거라는 강박관념이 작동하고 있는 걸까.
"제기랄."
화를 내는 나를 냉담한 눈으로 보면서 쿄코는 가볍게 목례를 하더니 비상구로 나갔다.
괴물들의 공통점이라고?
연이어 과제가 늘어난다.
쾅.
문을 걷어차는 소리가 생각보다 크게 울려 퍼졌다.
그날 방과 후.
나는 시내 도서관으로 갔다.
처음에는 어딘가 이상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지 마을 주변을 산책했지만 무언가가 일어날 기척은 없었고, 애당초 정처 없이 돌아다니는 건 쓸데없는 노력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대신 마자키 쿄코가 낸 수수께끼의 답을 찾고 싶었다.
답을 찾았다고 해도 아무 소용도 없을지도 모르지만 요컨대 쉽게 백기를 드는 것도 내 조그만 자존심이 용서하지 않은 것이다.
도서관에 도착한 뒤 나는 필요한 자료를 끝에서부터 책장에서 뽑아 테이블에 진을 치고 앉았다.
일단 나는 오르트로스라는 괴물을 조사했다.
이 녀석만 생소한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자료를 읽어 보니 오르트로스는 케르베로스의 동생으로 머리가 두 개 있는 개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한다.
형은 머리가 세 개, 동생은 두 개인가.
그 밑에 동생이 더 있으면 머리가 하나가 되는 건가.
목이 하나 있는 개라면 그건 그냥 평범한 개잖아.
쓴웃음을 지으면서 도감을 덮었다.
개인가.
스킬라의 하반신도 개였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다른 책을 펼쳤다.
스킬라는 상반신이 여성이고 하반신에 여섯 마리의 개가 달려 있는 삽화와 함께 설명이 적혀 있었다.
근처에 있던 히드라도 확인한 후에 케르베로스 항목으로 넘어갔다.
케르베로스는 머리 3개를 가진 마견이라고 소개되어 있지만 용의 꼬리를 가지고 있다고도 적혀 있었다.
뭐야, 케르베로스도 2종류 이상인 생물로 구성된 합성수에 해당하잖아.
아니, 하지만 히드라에는 그런 언급이 없다.
다른 책을 몇 권 더 읽었지만 역시 히드라는 많은 머리를 가진 뱀이라는 것 이외에 다른 생물 요소는 없는 것 같다.
모르겠다.
공통점은 뭐지?
짜증이 나서 책상을 톡톡 손가락 끝으로 두드렸다.
맞은편에서 참고서를 펼치고 있는 학생이 노려본다.
반사적으로 이쪽도 노려봐 주니 학생은 놀란 듯이 곧바로 시선을 돌렸다.
이겼군.
조금 기분이 나아져서 스핑크스 항목을 펼쳤다.
피라미드 옆에 엎드려 있는 왕 얼굴에 사자 몸을 가진 익숙한 모습이 아니라 여성 얼굴과 가슴 그리고 사자 몸통에 매의 날개가 달린 괴물 삽화가 눈에 들어왔다.
'어라?'
의아해서 자세히 설명을 읽어 보니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스핑크스는 이런 녀석인 모양이다.
그 네 개, 두 개, 세 개로 바뀌는 다리의 수수께끼는 이 스핑크스가 오이디푸스에게 냈다는 에피소드에서 따온 것 같다.
어렸을 적에는 사막을 여행하는 사람에게 그 돌로 만든 스핑크스가 수수께끼를 내는 거라고 알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아닌 모양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아주 조금이지만 공통점이 보인 것 같다.
스핑크스, 키마이라, 스킬라, 히드라, 케르베로스, 오르트로스.
전부 그리스 신화에서 등장한다.
하지만 그런 조잡한 공통점을 알았다고 해도 초점이 너무 흐려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한 번 더 각각 설명을 읽어 보았다.
몇 가지 고유명사가 나오고 있다.
같은 영웅에게 쓰러진 게 아닌가 싶었지만 헤라클레스가 3마리 정도 해치웠고 남은 괴물들은 다른 영웅들이 쓰러뜨렸다.
하지만 금방 다른 고유명사가 중복해서 나온다는 걸 깨달았다.
"케르베로스는 티폰과 에키드나의 자식이다."
"키마이라는 티폰과 에키드나의 딸로 페가수스를 몬 벨레로폰에게 퇴치당했다."
...etc.
전부 다 거인 티폰과 하반신이 뱀인 여자 괴물인 에키드나가 만들어낸 자식들뿐이었다.
스킬라를 그 양쪽 자식으로 보는 건 이설 같았지만 분명히 그런 해설을 적어 놓은 책도 있었다.
하지만 스핑크스 해설에서 손이 멈추었다.
스핑크스는 티폰과 에키드나의 딸이라는 설도 있지만 에키드나가 자기 자식인 오르트로스 사이에서 만든 딸이라는 설 쪽이 일반적인 모양이다.
나는 책을 덮고 등을 젖혀서 도서관의 높은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거기서 도출해낸 공통점은 이거다.
"괴물 6마리는 전부 에키드나가 낳았다."
이게 정답이지, 마자키 쿄코?
종이를 넘기는 건조한 소리가 주변에서 울린다.
자욱한 안개가 끼었던 머리가 아주 조금 맑아진 것 같았다.
"공통점을 찾아 보렴."
그때 그 녀석은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그 수수께끼 같은 질문에서 그 여자가 보내는 메시지가 떠오른다.
얼음을 세공한 것 같은 얼굴의 입 부분이 상상 속에서 움직이고, 나는 그걸 읽어낸다.
"에키드나를 찾아."
한숨을 쉬었다.
뭐 이리 에둘러 말하는 거야.
다음에 그 여자를 만났을 때는 어떻게든 때려 주자고 생각했다.
그때 조용하던 도서관 안에서 소동이 일어났다.
일어나서 달려가 보니 내가 아까 책을 물색하던 책장에서 수많은 책들이 떨어져서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근처에 있던 파마 머리 아주머니가 낭패한 얼굴로 자기가 한 게 아니라고 호소하고 있었다.
관계자가 달려와서 책을 줍기 시작했다.
"적당히 해 주세요."
누구에게 던져야 할지 알 수 없는 것 같은 그 사람의 짜증스러운 목소리를 나는 똑똑히 귀로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