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m.blog.naver.com/qordb6712/120160424793
도서관에서 돌아오는 길 나는 크레이프를 먹으면서 상점가 골목에 서 있었다.
저녁놀이 벽돌로 포장된 길에 스며들어서 다양한 그림자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통행인들의 옆얼굴은 왠지 초조해 보인다.
모두 마음속 깊숙한 곳에서 설명하기 어려운 불안감을 안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한 내 눈앞에서 여자애들의 웃음소리가 지나간다.
숨을 토하고 마지막 한 입을 먹었다.
사람들의 표정은 내 마음을 투영한 건지도 모른다.
로르샤흐 테스트*다.
웃는 얼굴 이외의 스쳐지나가는 사람의 마음을 이해할 기계 같은 건 일단 없으니까.
(* 스위스의 정신과 의사 헤르만 로르샤흐가 1921년에 개발한 성격검사 방법으로 좌우 대칭의 잉크 얼룩이 있는 열 장의 카드를 보여주면서 무엇처럼 보이는지, 무슨 생각이 나는지 등을 자유롭게 말하여 피험자의 성격을 테스트.)
결국 그 도서관에서 책이 떨어진 원인은 알 수 없었다.
이런 일이 어제 수요일부터 오늘까지 마을 곳곳에서 일어나는 것 같다.
나는 일어나는 사건보다 이 일련의 사건이 향하는 곳이 궁금했다.
대체 어떤 카타르시스를 맞이할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눈을 감으니 무슨 일이든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에키드나를 찾아."
그 말에 실마리가 보인 것 같다.
아까부터 그 말만 생각하고 있었다.
크레이프 포장지를 쓰레기통에 던져넣었다.
내게 이 힌트를 준 마자키 쿄코는 마을에 일어나는 괴이를 괴물에 비유했다.
그리고 그 괴물들을 낳은 건 뱀 여자, 에키드나이다.
이게 대체 무슨 은유인지 아직 모른다.
모르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적어도 마자키 쿄코는 언뜻 관련 없어 보이는 괴기 현상이 하나의 뿌리에서 출발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것도 무슨 현상이나 효과처럼 포괄적인 것이 아니라 믿을 수 없게도 그건 오직 하나의 '인격' 을 가진 존재로부터 나온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다.
하. 이런 걸 대체 누구에게 말할 수 있을까.
역시 혼자가 낫다.
우울한 마음이 돌아가는 길을 유달리 멀게 느껴지게 만들었다.
집에 도착해서 현관 앞에 섰을 때부터 깨달은 건데 역시 그날 밤 저녁 식사는 카레였다.
"그렇게 물만 먹으면 소화가 안 돼."
어머니의 잔소리를 들으면서 카레를 숟가락으로 급히 먹고 물을 마셔서 목구멍 너머로 흘려 보냈다.
"오늘 아침에 어디서 공사했어?"
슬쩍 물어봤지만 어머니는 고개를 갸웃거리기만 할뿐이었다.
"그러고 보니 어디서 했던 것 같네."
"나는 모른다."
아버지는 그렇게 말하면서 저녁 신문을 읽고 있다.
여동생은 몸을 돌리고 접시를 든 채 거실에 있는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아버지가 다 읽는 걸 기다린 뒤 저녁 신문을 훑어 보았지만 딱히 특이한 기사는 없었다.
그 후에는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조명과 라디오를 켜고 방 한가운데에 앉았다.
구석에 굴러다니는 쿠션을 끌어서 안았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솔직히 모르겠다.
일단 어제 패프러츠키스 항목만 읽고 던져 버린 '세계 괴기 현상 파일' 을 훑어 보기로 했다.
라디오가 시답잖은 화제와 품위없는 웃음소리만 들려주기에 스위치를 끄고 적당한 CD를 골라 틀었다.
그리고 잠자코 항목을 넘겨 보았다.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괴기 현상만 열거되어 있었으나 정보의 양과 질에는 상당히 편차가 많아서 패프러츠키스처럼 자세한 해설은 그다지 없었다.
CD 7번째 곡이 흐르는 도중이었을까.
나는 거의 주르륵 넘기던 문장 속에서 무언가를 발견하고 무심코 자세를 바로했다.
그건 '폴터가이스트 현상' 항목이었다.
"...폴터가이스트 현상의 예로는 실내에서 정체불명인 소리가 울리고, 만지지도 않았는데 가구가 움직이며 접시가 공중에 뜨거나 스위치를 켜지 않은 가전제품이 움직이는 등 보이지 않는 힘이 움직이는 것 같은 현상부터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돌이나 물이 떨어지거나 화기가 없는 곳에서 물건이 발화하는 괴기 현상 등을 들 수 있다..."
나는 긴장했다.
돌이 떨어지는 현상!
그러고 보니 폴터가이스트 현상을 소재로 한 드라마나 영화에서 실내에 돌이 떨어지는 장면을 본 적이 있었다.
맹점이었다.
마자키 쿄코는 이걸 말했던 거였다.
'패프러츠키스' 라는 말에 휘둘리지 말라고.
얼빠진 자신의 실수에 화가 난다.
돌비가 내리는 현상을 규명하기 위해서 다른 접근 방식이 있었던 것이다.
"젠장."
책을 던지고 일어났다.
폴터가이스트 현상 항목은 정말 대충 적혀 있어서 나라도 알고 있는 내용밖에 실려 있지 않았다.
가방에서 주소록을 꺼내서 번호를 찾았다.
동아리 활동을 같이 했었던 중학교 시절 선배다.
그녀가 어렸을 적 그녀 주변에서 폴터가이스트 현상으로밖에 안 보이는 불가사의한 사건이 이어진 듯 이윽고 그게 멈춘 후에도 그녀는 그걸 화제로 꺼내곤 했다.
늘 같은 이야기를 들어서 내심 짜증났지만 2년 정도 지난 지금은 의외로 잊어버리고 있었다.
"밤늦게 죄송합니다. 게다가 갑자기 이렇게 연락해서. 조금 가르쳐주셨으면 하는 게 있는데요."
갑작스러운 전화를 걸었는데도 그녀는 여전히 내게 친절하게 대해 주었다.
"전화로 말하는 것보다 그냥 우리 집에 올래?"
"바로 갈게요."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은 뒤 복도에서 거실을 향해서 "잠깐 나갔다 올게." 라고 커다란 목소리로 말한 뒤 집을 뛰쳐나왔다.
미지근한 공기가 밤의 정적을 미지근하게 만들고 있다.
하룻동안 열 에너지를 흡수한 아스팔트가 아직 식지 않는 것이다.
자전거를 타고 주택가 골목길을 서둘러 지나갔다.
가로등이 덩그러니 있는 어두운 일각을 지났을 때 콘크리트 담 옆에 설치된 공중전화가 눈에 들어왔다.
왠지 옛날부터 저 전화는 꺼림칙했다.
어렸을 적에 '요괴 전화' 라는 괴담이 유행한 적이 있어서 어느 번호로 전화를 걸면 요괴 목소리가 수화기에서 들린다고 한다.
시답잖은 소문이었지만 나는 근처 남자애랑 같이 이 공중전화에서 시험해 본 적이 있었다.
기억은 조금 애매했지만 아마도 그때 그 남자애가 "들려." 라고 말하면서 울음을 터뜨렸다.
수화기를 빼앗은 내가 귀를 대니 뚜 뚜 소리만 났지만 그 애는 "점점 크게 들려." 라고 울먹이면서 공중전화 박스에서 뛰쳐나가고 말았다.
남겨진 나도 무서워져서 도망쳐 버렸다.
그 이후 이 길을 지날 때에는 무의식적으로 그 전화 박스에서 눈을 돌리게 된 것이다.
꺼림칙했지만 지금은 그냥 지나치고 길을 재촉했다.
선배 집에는 15분 정도 후에 도착했다.
현관 앞에서 기다리고 있어서 초인종을 눌릴 필요도 없었다.
시계를 보니 밤 9시가 지났기에 "밤늦게 죄송합니다." 라고 면목없다는 투로 말하니 그녀는 어머니가 현재 별거 중이고 아버지는 일 때문에 늦게 돌아오니까 괜찮다며 웃었다.
형제자매도 없었는지 늘 이 시간에는 집에 혼자라고 한다.
선배 방에 안내를 받아서 쿠션을 엉덩이 밑에다 깔고 어떻게 말을 꺼낼지 고민하고 있으니 그녀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내게 섭섭하다는 투로 말했다.
"같은 학교에 들어왔으면서 어떻게 인사 한 번 안 하러 오니."
조금 놀랐다.
중학교 시절 두 살 연상인 선배가 어느 고등학교에 진학을 했는지 모르고 있었다.
설마 같은 학교 3학년이었을 줄이야.
그쪽은 몇 번 학교 안에서 나로 보이는 학생을 봤는지 신입생이라는 걸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잠시 학교에 대해서 잡담을 나누었다.
솔직히 빨리 본론으로 들어가고 싶었지만 선배 이야기는 계속 딴 길로 새고 있었다.
다만 "교내에 한 곳만 좁은 곳에서 비가 내리는 곳이 있다." 라는 기묘한 소문만은 은근히 호기심을 자극했기에 다음에 확인해 보기로 몰래 마음먹었다.
"그래서 듣고 싶은 건 뭐니?"
선배가 보리차를 부엌에서 가져와서 각자 컵에 따랐다.
폴터가이스트 현상에 대해서 단도직입으로 말했다.
선배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휘파람을 불었다.
"어머? 네겐 별로 이야기하지 않았던가?"
아뇨, 질리도록 들었어요.
귀에 딱지가 앉을 만큼 들었어요.
선배가 초등학교 4학년 정도였을 때 집 안에서 이상한 일이 계속 일어났다.
물건이 떨어져서 깨지거나 창문 커튼이 바람도 불지 않는데 휘날리거나 방 여기저기서 무언가가 터지는 소리가 단층적으로 울리거나 어떤 때는 가족 눈앞에서 꽃병에 꽂아둔 꽃이 하늘하늘 공중으로 떠올라서 갑자기 엄청난 기세로 천장에 부딪치는 경우도 있었다.
그게 며칠 간격으로 몇 주 동안이나 계속되어서 어떤 때 갑자기 끊겼는가 싶더니 얼마 후 갑자기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당황한 부모는 유명한 기도사를 소개받아서 불제를 받았다.
그 후, 물건이 움직이는 일은 없어지고, 무언가가 터지는 소리나 지붕 밑을 누군가가 기어 다니는 소리는 때때로 들렸지만 이윽고 그것조차 일어나지 않게 되었다.
지금 내가 와 있는 이 집 이야기다.
무심코 방 천장을 올려다보았지만 딱히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묻고 싶은 건 돌이 내린 적이 있느냐는 거예요."
"돌? 집 안에?"
"집 밖에도 상관없어요."
선배는 기억을 더듬듯이 눈동자를 굴리더니 대답했다.
"없었을 거야."
"그럼 돌이 아니라도 좋은데 집 안에 없었던 게 어디선가 나타난 적은 없나요?"
"접시나 과일이 튀어오르거나 떨어졌지만 전부 집에 있었던 거였어. 없는 게 나오다니 왠지 대단하네. 사이 바바 같아."
선배는 재미 있어 하면서 최근 텔레비전에서 보았다는 사티야 사이 바바의 어포트(물체 이동)에 대해서 말을 한다.
"이렇게 손바닥을 빙글빙글 돌리니까 나오는 거야."
테이블 위에 있던 가위를 집어 들고 그 흉내를 낸다.
나는 조금 실망했다.
"그렇게 폴터가이스트에 관심이 있었어? 나도 최근에는 관심 끊었지만 옛날에 궁금해서 이것저것 조사했으니 그런 책 있어. 읽고 싶다면 빌려 줄 수 있는데."
꼭 빌리고 싶다고 말하자 선배는 잠깐 기다리라고 말하면서 방에 있는 책장을 뒤지더니 책을 몇 권 꺼냈다.
전부 다 오컬트 잡지다.
각자 폴터가이스트 현상에 관한 항목에 책갈피가 꽂혀 있다.
감사를 표하고 받으려고 할 때 선배가 내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너 조금 변했구나."
"선배야말로 검도부에서 후배를 심하게 훈련시킨 것치고는 상당히 살이 쪘잖아요."
은근히 그런 말을 돌려 말했지만 선배는 자기 일은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는 듯 중얼중얼 입 속으로 중얼거렸다.
"변했다기보다는 변하고 있는 도중인 것 같아."
그 순간, 뒤에서 누군가가 바라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무심코 돌아볼 뻔했다.
"아, 미안해. 신경 쓰고 있었니? 뭐, 다음에 천천히 말하자."
뭘까, 지금 그 느낌.
그 혐오감을 나는 알고 있다.
그런 기분이 들었다.
현관을 나와서 집 앞까지 나온 선배에게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물어보았다.
"최근에 무서운 꿈을 꾸지 않았나요?"
선배는 얼굴을 찡그리는가 싶더니 온화한 미소로 그걸 금새 가렸다.
"그러고 보니 오늘 아침이었나. 이상한 꿈을 꾸었어. 말도 안 되는 꿈."
"잘 자."
손을 흔들며 선배는 집 안으로 사라졌다.
아무도 없는 오직 혼자만 있는 집으로.
나는 자전거를 타고 전속력으로 몰았다.
집에 돌아가는 게 늦어질수록 어머니의 잔소리가 비례해서 늘어나는 법이다.
별을 하늘을 보면서 밤길을 재촉했다.
"폴터가이스트 현상의 사례로서 유명한 것은 1848년, 뉴욕 주 하이즈빌 폭스 가를 습격한 괴기 현상이 그 필두로서 거론된다. 또한 근년에는 1967년 독일 로젠하임에 있는 아담 변호사 사무소에서 일어난 사건이나 1977년 이후 런던 북부 엔필드 하퍼 가에서 일어난 괴이도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 설명을 읽으면서 문득 학교 교과서를 이렇게 열심히 본다면 성적도 올라갈 거라고, 자조적인 웃음이 피어오른다.
이미 시계는 밤 12시를 지나고 있었다.
선배에게 빌린 책을 얼른 읽어 보았는데 제법 분량이 많다.
내일도 학교에 가야 하고 적당한 곳에서 끊고 빨리 자는 편이 낫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왠지 손이 멈추지 않는다.
하이즈빌 사건에서는 폭스 가 차녀 마가렛(15)과 삼녀 케이트(12) 주변에 벽이나 천장을 치는 기묘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그 소리와 어느 신호를 사용하여 교신을 시도하면서 영과 커뮤니케이션을 취하는 데 성공했다고 적혀 있다.
로젠하임 사건에서는 전화기에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해서 형광등 낙하나 전구 파열, 금고나 오크 나무로 만든 캐비닛이 혼자서 움직이는 괴기 현상이 일어났다.
엔필드 사건에서는 딸인 자넷(11)이 방에서 들은 '무언가를 끄는 소리' 를 시작해서 구슬이나 쌓기 나무가 공중으로 떠오르거나 옷장이 홀로 몇십 센티미터나 움직이거나 자넷이 자려고 할 때 침대에서 트램펄린처럼 공중으로 튀어오르는 이상한 사건이 1년 가까이나 지속되어 그 동안 근처 주민이나 매스컴, 소셜 워커, 영국 심령 현상 연구 협회 멤버 등 30명 족히 되는 인간이 이걸 목격했다고 한다.
그밖에 다양한 사례 소개를 보고 있으니 책 결론을 볼 필요도 없이 그 현상이 10대 젊은이 그것도 여성에 집중되어 있다는 걸 깨달았다.
로젠하임 사건에서는 변호사 사무소 비서인 안네마리 슈나이더가 현상의 중심이었다.
그녀는 당시 아직 18살로 초심리학 연구소 한스 벤더 교수는 괴기 현상이 그녀가 출근한 때만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그 후 안네마리는 해고당했고 괴기 현상은 뚝 그쳤다.
폴터가이스트 현상이라는 건 그 이름대로 폴터(시끄러운) 가이스트(영)가 일으키는 현상으로 간주되는 적이 많지만 근년에는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저주파나 물이 치는 소리 등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것이나 입소문을 위해서 조작하는 설 또한 초심리학자 등은 이걸 초상현상의 일종으로 보고 있다.
그 초상현상설에서는 현상이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걸 주목해서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사춘기 전후에 있는 그들이 억압된 욕구 불만의 배출구로서 사이코키네시스 현상을 발동하는 게 아닐까 추측하고 있다.
초심리학자들은 이 현상을 RSPK(반복성·우발성 염력)이라고 부른다.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PK이므로 그 당사자도 기본적으로 자신들이 피해자라고 인식하고 있다.
엔필드 사건의 중심이 된 자넷 자신도 침대에서 튕겨져서 잘 수 없는 피해를 받았다.
그 순간을 찍었다는 사진이 책에 실려 있었지만 괴기 현상이라고 판단하기 어려운 사진이었다.
공중에 떠 있지만 자신이 직접 튀어오르는 것처럼도 보였기 때문이다.
"RSPK인가."
살짝 입에 담아 보니 왠지 부끄럽다.
그런 이상한 말로 설명하기보다 좀 더 단순한 해석이 있을 게 틀림없다.
사춘기 애들이 있는 집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라면 제일 먼저 장난을 의심해 봐야 한다.
실제로 하이즈빌 사건은 폭스 자매가 나중에 그건 관절을 울리는 식으로 만들어낸 자신들의 트릭이라고 고백했다고 한다.
한 가지 사건이 트릭이라고 해서 모든 사건이 트릭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의심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다만 로젠하임 사건에서는 사무소 물품이 파손되거나 건 적 없는 전화로 막대한 전화비를 요구받는 피해가 있었다.
때문에 전기 계통 기술자나 물리학자, 경찰 등이 조사하러 나섰지만 전부 다 합리적인 설명은 할 수 없었다고 한다.
노이로제 기미가 있었던 비서 안네마리가 일으킨 장난으로 보기엔 수많은 사람들 눈앞에서 움직인 180킬로그램이나 되는 캐비닛은 너무 무거웠다.
그렇기 때문에 로젠하임 사건은 상당히 신뢰성이 높은 폴터가이스트 현상의 사례로 간주되고 있는 모양이다.
믿을 것이냐 말 것이냐 그게 문제다.
책을 덮고 어제 하룻동안 이 마을에서 일어난 사건을 하나하나 생각해 보았다.
소리만 나는 공사.
책장에서 튀어나온 도서관 책.
편의점 안에서 일어난 괴기 현상.
역앞 빌딩에서 일어난 기묘한 정전.
뽑힌 가로수.
주유소에서 흔들리는 급유 호스.
시곗바늘이 제멋대로 움직이는 상점가 커다란 시계.
그리고 돌비.
전부 다 폴터가이스트 현상 사례로 포함시켜도 이상할 것 없는 내용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폴터 가이스트 현상이 그만큼 폭이 넓어서 아무데나 갖다붙일 수 있다는 뜻일 것이다.
선배가 체험하지 않은 돌이 내리는 현상도 과거 사례를 보면 제법 보인다.
돌이 내리는 현상은 굳이 따지자면 심령 현상이라기보다는 PSPK설을 보강하는 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어제 마을에서 일어나는 사건 중에서 폴터가이스트 현상이라고 부르기에 조금 이상한 부분이 있다.
그건 공사 소리와, 가로수, 커다란 시계, 그리고 돌비 이렇게 네 개다.
이것들은 전부 다 집 안에서 일어난 게 아니다.
폴터가이스트 현상은 보통 집 안에서 일어날 텐데.
혹은 주유소에서 일어난 사건도 집 밖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포함해도 좋을지 모른다.
장난이든 PSPK든 집밖에서 영향을 준 장본인은 대체 누군인가.
시계는 무슨 장치를 만들 수 있다고 해도 단시간에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가로수를 뽑거나 100 미터나 떨어진 골목길에 돌비를 내리게 하다니 대체 누가 그런 짓을 할 수 있다는 말일까.
그리고 무엇보다 이것들은 어제 고작 하루만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 머릿속에서 어떤 기분 나쁜 가정이 태어나고 있었다.
그 가정은 내 망상의 깊은 안개 속에서 기괴한 오브제로서 나타났다.
아직 그게 전부 보이는 건 아니다.
하지만 희미하게 드러난 그것은 무척이나 불길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어제 하루만에 일어난 괴기 현상이 각자 우발적인 폴터가이스트 현상이라고 한다면...
나는 일어나서 창문 커튼 틈새를 손가락으로 벌렸다.
그 너머 어둠 속에서는 아직 깨어 있는 집들의 불빛이 듬성듬성 보인다.
그건 밤바다에 떠오르는 초라한 돛단배 불빛처럼 보여서 나를 초조하게 한다.
눈을 감고 마음을 진정시키고 밤에 촉촉하고 달콤한 냄새를 코로 빨아들였다.
마자키 쿄코는 "에키드나를 찾아." 라고 말했다.
나는 찾아야 하는 건가.
괴물들의 마리아를.
무서운 꿈을 꾼 기분이다.
다음 날, 금요일 아침.
나는 무거운 눈꺼풀을 문지르면서 알람시계를 껐다.
어제는 몇 시에 잤더라.
온몸이 나른하다.
그리고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침대 위에서 양반다리를 하고 머리카락 사이를 손가락으로 헤집었다.
드문드문 기억이 되살아난다.
나는 새벽에 꿈속에서 어머니를 죽였다.
어제 꾼 꿈과 마찬가지다.
꿈속에서 나는 발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현관으로 향해서 발돋움하고 체인을 푼다.
얼굴을 내민 어머니의 목덜미에 날붙이를 휘두른다.
가슴에는 증오와 슬픔과 비슷한 감정이 섞여서 소용돌이친다.
피를 간헐천처럼 뿜으면서 쓰러지는 어머니를 보면서 나는 내 자신이 토하는 숨을 어디선가 멀리서 부는 틈새 바람처럼 무관심하게 듣고 있다.
"아뿔싸."
침대 위에서 쥐어짜내듯이 말했다.
보통 꿈이 아닌 건 명백했다.
완전히 똑같은 꿈.
이 자체가 괴기 현상의 일부인 것이다.
혹은 그 본체에 가까운 존재.
애당초 내가 이 마을에 일어나는 이변을 뚜렷히 깨달은 것은 이 꿈 때문이었다.
무서운 꿈을 꾸었다는 기억만은 있는데 그 내용은 떠올릴 수 없다.
그런 인간이 아마도 이 마을에 있을 것이다.
나도 그 중 한 명이었다.
그 꿈이 아침햇살 속에서 남는 것 같았다.
그 의미를 좀 더 진지하게 생각했어야 했다.
반에서 떠도는 기묘한 소문에 정신이 팔려서 누구에게도 꿈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그야말로 그 꿈을 잊지 못했던 아침부터 마치 손바닥을 뒤집듯이 괴이가 마을에 출몰하기 시작했는데.
가장 빨리 이 괴기 현상의 정체에 도달하는 방법을 나는 놓치고 말았다.
이 손실이 치명적이지 않기를 빌 수밖에 없다.
"제기랄."
어제부터 헤아려서 몇 번인지도 모르는 악담을 베개에 던졌다.
치명적?
그 무의식적으로 떠오른 말에 나는 무심코 오싹해졌다.
직감인지 이 마을에 무언가 무시무시한 일이 일어날 것을 고하고 있는 건가.
짝, 양손으로 뺨을 쳤다.
잠옷을 벗고 서둘러 옷을 갈아입었다.
흐물흐물 피부 위에 천이 스치는 감각.
머리는 오늘 해야 할 일을 냉정하게 생각하고 있다.
교복으로 다 갈아 입은 뒤 문을 열어서 일단 여동생 방으로 들어갔다.
"들어간다."
여동생은 침대에 걸터앉은 채 꾸물꾸물 잠옷을 벗으려는 도중이었다.
"뭐, 뭐야."
경계하는 것도 무시하고 앞에 서서 내려다보았다.
"꿈 꾸었어?"
"뭐? 꿈? 안 꿨어."
아마도. 그렇게 덧붙이는 여동생은 괴이쩍은 듯이 내 눈을 본다.
최근에 어머니가 유달리 열받지 않느냐고 물어보았지만 "딱히." 라고 대답한다.
오케이.
거짓말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얼른 방을 나왔다.
즉 받아들이는 쪽에도 강약이 있는 것이다.
수신 안테나 성능이라고 해야 하나.
파장이 맞은 인간만이 강제적으로 어느 감정을 품게 된다.
계단을 내려가서 거실로 향했다.
부엌에는 어머니가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고 있다.
"안녕."
"안녕."
자연스럽게 인사가 오간다.
괜찮다.
어머니를 증오하는 감정은 가라앉았다.
적어도 죽이려고 하는 쪽으로 벡터가 진행되지는 않는다.
무사히 빵과 우유를 먹고 서둘러 집을 나왔다.
어제 들리던 공사 소리는 오늘 아침은 들리지 않는다.
오늘도 더워질 것처럼 햇빛이 강하게 내리쬔다.
걸으면서 아침 신문에 실린 기사를 생각했다.
[UFO인가? 시내에서 목격자가 이어진다.]
그런 기사와 함께 흐릿한 사진이 찍혀 있다.
어제 오후 6시 무렵, 북쪽 하늘에서 수수께끼 발광 현상이 일어난 것을 수많은 사람들이 관측했다는 내용이다.
내가 도서관에 있었던 시간대인가.
보고 싶었는데.
하지만 이런 사건에는 그다지 가치가 없다.
흩어진 조각에 얼굴을 들이대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나는 어제 깨달은 강렬한 가설을 바탕으로 해서 이 괴기 현상의 전체상을 잡으려 하고 있으니까.
학교에 도착했다.
교문 안쪽에서 사람들이 모여 있다.
가까이 가 보니 교내 땅 20센티미터 정도 깊이로 파인 흔적이 있었다.
그 주변 1미터 사방에 마치 거대한 해머로 세게 찍은 듯이 금이 가 있었다.
어제까지는 없었다.
밤 사이에 이렇게 된 모양이다.
선생님들에게 쫓겨나서 모두 수군거리면서 승강구로 갔다.
이상하지만 이것도 단순한 노이즈 같다.
실체가 아니다.
홀려서는 안 된다.
교실에 들어가니 평소보다 더 술렁거리는 분위기가 주변을 감돌고 있었다.
조례 때 담임 선생님이 학생들을 향해서 "최근 주변이 흉흉한 것 같으니까 모두 정신 바착 차리도록." 이라고 말하고 전혀 구체적이지 않는 설교를 자신없이 입에 담는다.
선생님 자신도 뭘 어떻게 주의를 주면 되는지 모를 것이다.
1교시 수업은 생물이었다.
내용이 전혀 머릿속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오늘은 금요일인가.'
휴일보다도 평일이 더 정보 수집하기에 알맞다.
오늘 하루 얼마나 정보를 모을 수 있는지가 승부의 관건이다.
1교시가 끝나고 쉬는 시간이 찾아왔다.
얼른 오늘 아침 교문 근처에 패인 땅에 대해 소문이 퍼지는 가운데 억지로 끼어들면서 나는 차례대로 질문을 했다.
"무서운 꿈을 꾸지 않았느냐." 라고.
누구나 당혹해하면서 얼굴을 찡그리더니 대답했다.
대다수는 "꾸지 않았어." 라고 대답했지만 드문드문 "꿨어." 라는 대답도 섞여 있었다.
평소에 반 애들과 거리를 두고 있는 내가 성큼성큼 사생활에 발을 디디는 것이 불쾌해 보이는 애들에게 간신히 중요한 부분을 들었다.
"꿨어. 엄마 죽이는 꿈."
그렇게 대답을 한 애가 몇 명 있었다.
역시 그랬다.
모두 같은 꿈을 꾸고 있었다.
세부적인 내용까지 똑같았다.
문 체인을 벗기고 들어온 어머니에게 날붙이를 찌르는 꿈이다.
나는 어제와 오늘 반복된 꿈속에서 현실과 다른 장면이 두 번이나 이어진 게 마음에 걸렸다.
우리 집 현관 문은 체인이 없는데 체인을 풀었다는 점.
그리고 발돋움해서 그 체인을 향해 손을 뻗었다는 점.
후자는 명백히 이상하다.
170센티미터를 넘는 내가 발돋움해서 체인을 풀 곳은 없을 것이다.
어렸을 때 심어진 기억도 아니다.
계속 그 집에서 살고 있었으니까.
그러니까 그 발돋움을 해서 체인을 푸는 감각은 내 안에서가 아니라 외부에서 온 것이다.
그래.
예를 들어 어머니를 증오하고 죽이고 싶어 하는 아이의 의식이 혹은 그걸 위해서 꾸고 있는 어머니를 살해하는 꿈이 그 애의 자그만 두개골에서 흘러나와서 밤의 어둠을 방황하고, 침식하고, 융해하고, 우리 꿈속으로 혼선하듯이 들어온 것이다.
그것은 매일 밤 우리 심층의식으로 구역질이 날 것 같은 시꺼먼 감정을 조금씩 조금씩 박아넣고 있었다.
나는 교실 한가운데에서 팔꿈치를 안으면서 움직이지 않았다.
무섭다.
누가 이 떨리는 몸을 멈춰 줘.
반 애들 시선이 용서없이 찔러온다.
이상한 녀석이겠지.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잠시 굳은 채로 숨을 골랐다.
공포심이 안개처럼 흩어지기를 기다린다.
좋아.
아직 더 할 수 있어.
그리고 걸어간다.
그날 점심시간.
나는 내 자리에서 공책을 펼치고 지금까지 모은 정보를 정리했다.
일단 묻고다녔던 '무서운 꿈'.
알아낸 건 모두 상당히 이전부터 무서운 꿈을 꾸었다는 막연한 기억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제 즉 목요일 아침 나처럼 처음 그 꿈 내용을 기억하고 있는 애가 몇 명 있다.
그 꿈은 어머니를 죽이는 꿈.
얼마나 선명하게 기억하는지는 다소 차가 있더라도 거의 똑같은 꿈이었다는 건 틀림없다.
즉, 실제로 현관 문에 체인이 있는 애든 없는 애든 꿈속에서는 현관에 체인이 있고 그걸 푸고 어머니를 맞이한다.
어머니 얼굴은 각자 어머니의 얼굴이었다.
하지만 틀림없이 자기 어머니 얼굴이었냐고 물어보아도 모두 입을 우물거린다.
그건 '어머니' 라는 이미지 그 자체를 자각해서 아침에 일어나 그걸 떠올리려고 할 때 자기 안에 있는 어머니의 시각 정보와 맞춘 뒤 기억 속에서 재구축된 건지도 모른다.
나도 꿈속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어머니 얼굴에 아니 그 표정에 위화감을 느끼고 있다.
진짜와 똑같지만 윤곽이 흐릿한 가면을 쓰고 있는 것 같은 위화감.
'위화감' 이라고 공책에 적으려다가 한자를 몰라서 고치는 도중에 새카맣게 칠한 뒤 거기에 눈알을 달아서 그냥 송충이를 만들어 버렸다.
모두 어머니를 죽인 꿈을 꾸었다는 걸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지 않는다.
확실히 다른 사람에게 얘기할 만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그래서 서로 똑같은 꿈을 꾸었다는 걸 아직 모른다.
어떡하지?
주의를 환기시켜야 하나.
그건 금방 각하했다.
소용이 없다.
적어도 이제부터 무슨 일이 일어날지 혹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지 알았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이 있다.
'무서운 꿈' 을 꾸었다는 막연한 기억이 있는 애도 있는가 하면 그런 인식이 없는 애도 있다.
그리고 인식이 있는 애 중에서도 어제 목요일부터 꿈을 꾸는 애도 있는가 하면 오늘 아침 처음으로 꿈을 꾼 애도 있고 아직 무서운 꿈을 꾸었지만 금방 잊어버린 애도 있는 것이다.
이 개인차가 혹시 영감의 차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왠지 단순히 그렇게 생각할 수 없었다.
그 '영감' 이 영향을 주는 건 틀림없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무언가 다른 요소가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가방에서 접어서 찔러둔 시내 지도를 꺼냈다.
그리고 그저께부터 일어난 다양한 괴기 현상 출현 포인트를 지도상에 주황색 마커로 점을 찍었다.
어제도 이것저것 다양한 일이 일어난 것 같다.
쉬는 시간에 닥치는 대로 끌어모은 정보만으로도 상당히 많은 이변이 일어난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바람도 없는 녹도 공원 상공을 커다란 모포가 두둥실 천천히 날아가나 싶더니 갑자기 낙하해서 강에 떨어진 사건.
자격증 시험을 목표로 하는 예비 학교에서 강사 마이크가 원인을 알 수 없는 신음을 질러서 수업을 할 수 없었던 사건.
주택지 전봇대가 누구도 깨닫지 못한 사이에 뽑혀서 그 자리에서 콘크리트 담 쪽으로 쓰러져 있던 사건.
이런 기묘한 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이다.
개중에는 단순한 착각이나 누군가의 장난이 섞여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나하나 취재해서 확인해 볼 여유는 없다.
나는 일단 그런 정보가 있던 정보를 지도에 표시했다.
"다 됐다."
얼굴을 공책에서 떼고 내려다보았다.
점이 찍힌 주황색.
언뜻 보기엔 아무런 법칙도 없어 보이는 그걸 신중하게 손가락으로 짚어나갔다.
가장 오른쪽, 즉 동쪽 끝에 있는 점에 샤프의 심을 대고 그 왼쪽 대각선 위에 있는 점까지 선을 그었다.
그대로 부드럽게 늘이니 다음 점이 보인다.
종이를 미끄러지는 샤프 소리.
그렇게 지도 위, 가장 외곽에 있는 주황색을 연결하니 거기에는 조금 일그러진 '원' 이 나타났다.
다른 주황색은 전부 그 안에 있다.
상상이 현실이 되어가면서 소름이 돋는다.
다음에 나는 집에서 들고 온 반 애들 주소록을 가방에서 꺼냈다.
설마 하면서도 어제 세운 가설에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고 준비했지만 설마 이렇게 빨리 쓰게 될 줄은 몰랐다.
처음 펼친 주소록을 한손에 들고, 오늘 들은 '무서운 꿈' 을 꾸었다는 애 집 주위를 하나하나 형광펜으로 칠해간다.
목요일에 꾼 애.
금요일에 꾼 애.
그리고 아직 내용을 떠올리지 못하는 애.
각자 빨강, 파랑, 녹색 세 가지 색을 써서 칠했다.
각각의 색깔과 주황색의 관련성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접근한 색도 있는가 하면 완전히 떨어져 있는 색도 있다.
주황색 원 외곽에 있는 것조차 있다.
하지만 빨강, 파랑, 녹색에는 명백히 상관성이 있었다.
빨강이 가장 원 중심과 가깝다.
파랑, 녹색 순서로 중심에서 멀어진다.
이른 시기에 꿈을 떠올린 사람일수록 원 중심에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 것이다.
후, 숨을 돌리고 펜을 내려놓았다.
어제 폴터가이스트 현상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나는 생각했다.
만약에 마을에서 일어나는 괴기 현상이 각자 개별적인 현상이 아니라고 한다면.
만약에 이 괴기 현상의 초점이 되는 것이 오직 한 사람이라면.
만약에 보통 폐쇄적인 집 안에서만 영향을 미치는 폴터가이스트 현상이 벽을 넘어서 집 밖까지 그 힘을 미치고 있다면.
그리고 만약에 폴터가이스트 현상의 정체가 RSPK 반복성·우발성 염력에 의한 무의식적인 자기 암시성과 폭력성의 발로라고 한다면...
터무니없는 힘이다.
무시무시한 힘이다.
시내 전역 거의 절반을 그 영향 아래에 두고 있다니.
한기가 정수리까지 기어 오르고 있다.
"에키드나를 찾아."
마자키 쿄코의 목소리가 뇌리에 스친다.
괴기 현상을 괴물에 빗댄 그 여자는 비상계단에서 이야기를 한 어제 그 시점에서 지금 나랑 똑같은 추론에 도달한 건가.
'설마 그 녀석이.'
그렇게 생각했지만 주소록에 실린 마자키 쿄코의 주소는 시내 외곽에 있고 주황색 원 밖에 위치하고 있다.
아니야.
그 녀석은 아니야.
무엇보다 '무서운 꿈' 과의 정합성이 없다.
아마도 현상에 현상을 아니 망상을 겹치고 있는 것이 '무서운 꿈' 을 꾸고 있는 주체야말로 에키드나일 것이다.
그녀가 보고 있는 꿈이 보이지 않는 안개처럼 밤거리에 흘러나와서 그걸 자고 있는 우리 뇌가 포착한다.
그리고 마치 자신이 꾸는 악몽처럼 재생된다.
그 흘러넘치는 꿈이 갑자기 강해져서 영향을 주는 반경을 넓히고 있다.
그 때는 괴기 현상이 마을에 분출하기 시작한 때와 거의 똑같다.
나는 지도에 눈을 돌려서 빨강, 파랑, 녹색 순서로 밖으로 퍼져가는 점을 바라보았다.
밤바다에 축적되어 가는 전혀 관계 없는 어머니에 대한 증오.
그리고 그 악의가 살의로 변했을 때 대체 뭐가 일어날까.
어머니의 목에서 뿜어나오는 선혈의 기억.
위험하다.
예전부터 막연하게 느껴왔던 불안 따위보다 훨씬 위험하다.
그리고 아마도 에키드나는 어린 아이일 것이다.
문 체인을 풀기 위해서 발돋움을 했으니까.
그녀는 어떠한 이유로 어머니를 미워하고 그 상황을 타파하지 못하고 있다.
그 스트레스가 폴터가이스트 현상의 원인이 되었다.
그녀?
거기까지 생각하고 문득 마음에 걸리는 걸 느꼈다.
막연하게 떠오른 삼인칭이었는데 이건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괴물 에키드나가 여자여서 그런 걸까.
아니, 나는 '되었기' 때문에 알 수 있는 것이다.
꿈속에서 어두운 방에서 혼자서 어머니를 기다리는 아이는 여자애다.
그 애는 지금도 거기에 있을지도 모른다.
'찾고 싶어.'
그렇게 생각했다.
찾는다 한들 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도 일개 고등학교 1학년생에 불과하니까.
'하지만 찾고 싶어.'
장난이든 RSPK든 폴터가이스트 현상의 초점이 된 십대들의 마음속 외침은 아마도 하나밖에 없다.
'나를 봐 줘.'
'나를 알아 줘.'
그런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목소리가 세상에는 가득 차 있다.
갑자기 슬픈 마음이 가슴에 흘러넘쳐서 무심코 자리에서 일어섰다.
교실에서는 점심 도시락을 다 먹은 반 애들이 각각 무리를 지어서 떠들고 있다.
아무도 나를 보고 있지 않아.
무리를 피하듯이 혼자서 화장실로 향했다.
알고 있다.
반 애들과 벽을 세운 건 나 자신이다.
하지만 누구도 그 안으로 들이고 싶지 않아.
혼자서 있는 한 누구에게도 배신당하지 않아.
복도를 걷는 실내화 소리.
뒤를 따라오는 또 하나의 소리에 돌아보았다.
"타카노."
타카노 시호는 그 부름에 딱 멈추어 선다.
똑같은 광경을 최근에 본 것 같다.
가벼운 기시감이 든다.
"무슨 용무라도 있어?"
퉁명스러운 어조로 물어보니 그녀는 "아니, 아, 딱히." 라고 우물거린다.
그래도 고개를 들더니 이렇게 말했다.
"최근에 좀 이상하네."
이상하고 말고.
반 애들처럼 같이 떠들고 싶으면 다른 사람을 찾아 줘.
그런 의미를 가진 말을 입에 담으니 그녀는 손바닥을 이쪽으로 향해서 흔들면서 말한다.
"아, 그게 아니라. 야마나카가 말이야. 뭐라고 해야 할까, 평소에는 좀 더 주변에 관심이 없는 것 같은데. 어제도 그렇지만 오늘도 다른 애랑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울컥했다.
그게 이 자식이랑 대체 무슨 상관인가.
내 표정에서 짜증을 읽었는지 타카노 시호는 "미안해." 라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그래도 무언가 결심한 얼굴로 계속 말한다.
"야마나카가 왠지 혼자서만 짊어지려고 하는 것 같아서. 혹시 도와줄 게 있다면 도와줄게."
그렇게 말한 후 그녀는 한 번 더 "미안해." 라고 말하고 고개를 숙인 뒤 돌아서려고 했다.
그 순간, 기시감의 정체를 갑자기 깨달았다.
그때도 타카노 시호는 복도에서 내게 말을 걸었다.
그리고 "나도 꾸었어. 무서운 꿈.... 야마나카. 점 좀 봐주지 않을래?" 라고 말했다.
그건 언제지?
반 애들이 '떠올리지 못하는 무서운 꿈' 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 걸 처음 들었던 때였다.
수요일?
아니, 목요일은 수업을 빠지고 돌비가 내린 현장을 목격한 날이다.
그렇다면 그 전날.
화요일이다.
내 안에서 희미하게 느껴지던 위화감이 갑자기 팽창했다.
타카노 시호는 점을 봐달라고 내게 부탁했다.
무엇에 대해서?
당연히 꿈이다.
그리고 그 시점에서 그녀는 내가 플레잉 카드나 타로 카드 등으로 점을 칠 수 있는 '재료' 를 가지고 있는 셈이 된다.
"타카노. 어머니를 죽인 꿈을 꾸었어?"
타카노 시호는 깜짝 놀라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화요일 아침이 처음이야?"
그녀는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생각하는 시늉을 했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월요일."
그걸 들은 순간 나는 침을 삼켰다.
다른 애들보다 그리고 나보다 3일이나 빠르다.
내가 처음 꿈을 기억한 건 목요일 아침이었으니까.
"잠깐 와 줘."
그렇게 말하고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교실로 끌고 갔다.
그녀는 "어? 어?" 하고 당혹스러워하면서도 따라왔다.
교실 안에 들어간 뒤 내 책상 안에서 시내 지도를 꺼내어 펼쳤다.
"네 집은 어느 쪽이야?"
유달리 형형색색인 지도를 앞에 두고 타카노 시호는 잠시 망설이다가 내 얼굴을 보면서 검지를 슬쩍 내렸다.
주황색 점으로 만든 일그러진 원 거의 중심지를 가리키고 있다.
원은 괴기 현상 목격 포인트로 구성되어 있지만 샘플이 너무 적기 때문에 정확한 원을 만들지 못했다.
기껏해야 반 애들이 떠든 이야기로 모은 정보인 것이다.
우연히 알아내지 못한 괴기 현상이 혹시 원주밖에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원의 형태가 바뀌고 그 중심이 어긋나고 만다.
중심이야말로 에키드나가 있을 곳인데.
하지만 이걸로 그 중심 위치가 거의 판명되었다.
타카노 시호이 꿈을 꾼 날인 월요일은 너무나도 이르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중심에서 지극히 가까운 지역에 살고 있다.
틀림없다.
대충 원을 그린 원주의 선을 봐도 거의 모순이 없다.
거기에 있는 건 급격히 '무서운 꿈' 과 괴기 현상이 영향을 확대하기 전에 있던 자그만 원이다.
살짝 그녀 손가락 밑에 볼펜으로 동그라미를 쳤다.
에키드나는 거기에 있다.
괴물들의 작은 마리아가.
지금도 어두운 방에 틀어박혀서.
나는 미소를 지으려다가 실패하고, 그래도 어떻게든 웃으려고 애쓰며 말을 했다.
"도움이 되었어... 고마워."
타카노 시호는 알 수 없는 감사를 받고 이상하다는 얼굴을 하면서 기쁜 듯이 "응" 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