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m.blog.naver.com/qordb6712/120160425258
지쳐서 마지막 기력을 쥐어짜내어 자전거 페달을 밟던 나는 집 근처까지 왔다.
모든 것이 끝났다는 안심감과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무력감으로 힘이 빠질 것 같은 다리에 박차를 가해서 간신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곳은 양쪽에 집이 서 있는 주택지였는데 가로등 수가 부족했기에 늘 밤에 지나면 불안해지는 거리였다.
그 어두운 밤길 너머에 은색 빛이 보인다.
공중전화박스이다.
어렸을 적 경험 때문에 요괴 전화라고 부르고 있는 그 전화박스.
지금 그 전화박스에서 사람을 불안하게 만드는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DiLiLiLiLiLiLi...DiLiLiLiLiLiLi... 하고 숨을 쉬듯이.
그걸 깨닫고 한순간 움찔했으나 바로 그 정체를 떠올렸다.
또 그 여자다.
내가 돌아가는 시간을 노려서 계속 걸고 있었던 걸까.
그게 아니면 지금도 내가 가는 곳을 어디선가 엿보고 있는 걸까.
어느 쪽이든 무척이나 피해가 되는 행동이다.
이런 밤중에.
무시하고 싶었지만 한숨을 쉬며 자전거에서 내렸다.
안쪽으로 들어가는 문을 지나서 박스 안으로 들어갔다.
벨 소리가 커진다.
둔중해 보이는 은색 덩어리를 흘끗 본 뒤에 수화기를 들어 귀에 대었다.
"여보세요."
내가 응답하자 수화기 너머로 누군가의 숨소리가 희미하게 들린다.
"여보세요?"
한 번 더 물어보았다.
귀를 기울이며 잠시 기다리자 겨우 수화기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너는 누구니?]
마자키 쿄코가 아니다.
단숨에 긴장했다.
발톱 끝부터 머리까지 전류가 흐른다.
[너는 누구니? 젊은 애구나. 나이는 같으려나.]
들어본 적 없는 목소리다.
하지만 상대가 젊은 여성이라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뭐, 됐어. 해야 할 말을 할게.... 너는 지금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하고 있구나. 하지만 아냐. 끝나지 않았어.]
담담히 말하는 이 자는 정말로 산 사람인 걸까.
내 뇌가 만들어낸 환각이 아니라는 보장이 있는 건가.
이름이 뭐더라.
그 근처에 살던 남자애.
요괴 전화에서 목소리가 들린다고 말하고 겁을 먹고 도망친 애.
내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누가 지금 당장 여기로 와서 나 대신 전화를 받아주면 안 될까.
[넌 시체의 얼굴을 보았구나. 완전히 피가 빠진 것처럼 흙빛이었어. 대체 얼마나 오래 전에 죽은 걸까. 6시간? 반나절? 하루? 분명 네가 달려오기 전에 벌써 죽어 있었을 거야. 그래, 악취도 맡았을 거고.]
뭐야.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너와 너희가 마지막에 꾼 꿈은 대체 누가 본 광경일까.]
전류가 통과한 곳에 이번에는 차가운 금속이 흘러들어오는 것 같은 오한이 느껴진다.
[끝나지 않았어. 끊겼을 의식 그 다음이 있어. 그 불쌍한 아이의 혼은 육체의 우리에서 해방되어서 지금은 밤을 헤매고 있지. 그리고 조금씩, 무척이나 무시무시한 것으로 다시 태어나려고 하고 있어. 그건 우리 안에 있으면서도 마을 전체에 손이 닿을 만한 힘을 가지고 있지. 이름은 아직 없어. 괴물에게 이름을 붙여서는 안 돼. 틀림없이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말 테니까.]
얘, 듣고 있니?
수화기 너머에서 누군가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너는 한 번 더 그걸 만나게 될 거야. 그리고 질병과도 같은 각인이 새겨져서 풀솜으로 조르는 것 같은 괴로움에 처하게 돼. 잊지 마렴. 오늘 밤 만난 사람들이 틀림없이 도와줄 거야. 얼굴을 잘 기억해 두렴. 아, 그치만 안 돼. 한 명은 사라질 거야. '대가 바뀔 테니까'.]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나도 몰라. 다만 이런 전화를 걸었다는 기억이 있을 뿐이야. 꿈속에서 내가 말하고 있어. 그걸 재현하는 거야. 운명을 바꿀 수 있을지는 몰라. 그치만 각오를 해두는 게 중요하기도 하잖아.]
쿠라노키.
그녀는 이름을 대었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의 꿈을 꾸다니 드문 일이네. 분명히 언젠가 너와 나는 친구가 될지도 몰라. 그 무렵 나는 오늘 밤에 전화를 건 기억은 잊어버릴 테지만.]
그럼 잘 자렴.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혼란스러운 머리를 안고서 나는 전화박스를 나왔다.
꿈.
마치 꿈속이다.
뭐가 현실인 걸까.
폴터 가이스트 현상의 초점이었던 소녀가 에키드나가 괴물들의 마리아가 최후에 무시무시한 괴물을 낳는다는 걸까.
그게 이윽고 내게 고통을 준다고?
대체 뭐야.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현실이야?
눈을 감고 1초 생각하자.
눈을 뜨면 평범한 토요일 아침이 되도록.
그때였다.
눈을 감은 내 안에서 설명할 수 없는 기묘한 감각이 발생했다.
그건 말하자면 모르는 곳에서 뭔지 모르는 것이 갑자기 커지는 것 같은 감각.
내 오감과는 전혀 상관없이 그걸 알 수 있었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떨어진 곳에 있었을 가로등이 이미 사라져서 보이지 않는다.
커진다.
아직 커지고 있다.
열이 날 때 이불 속에서 느꼈던 적이 있던 감각이다.
코끼리?
고래?
아니. 좀 더 크다.
빌딩?
피라미드?
더, 더, 크다.
나는 영문도 모른 채 눈물이 나올 것 같은 감정이 들었다.
그건 공포인가 슬픔인가.
길 한가운데에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달이 보이지 않는다.
크다.
어마어마하게 크다.
산보다도 천체보다도 어떤 것보다도 크다.
밤에 비늘이 돋아난 것 같다.
멍하니 서 있는 나의 위 아득한 상공을 쥐색 물고기 비늘 같은 게 반짝이고 소리도 없이 어둠 저편으로 사라졌다.
희미하게 눈을 뜨고 하얀 시트에 또 눈을 감는다.
토요일 아침.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부드러운 빛.
창밖에서 참새 울음소리가 들린다.
대체 참새는 뭐 때문에 울고 있는 걸까.
침대 위에서 몸을 일으켰다.
이 나는 어제까지의 나인 걸까.
기지개를 편다.
머리카락 속에 손가락을 넣었다.
기분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아침이 왔으니까.
"운명을 바꿀 수 있을지는 모른다." 라는 말이 어제 기억 속에서 되살아나서 날개가 돋은 것처럼 주위를 날아다닌다.
한 번 더 누워서 시트에 손가락으로 글자를 적었다.
fate
적은 그걸 바라본 후에 그 앞에 한 번 더 적었다.
no
그리고 나는 오랜만에 웃었다.
무서운 꿈은 꾸지 않았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