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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소설][스승시리즈] 비디오 중편

작성자빛빔|작성시간26.06.18|조회수73 목록 댓글 0

 

출처 : https://m.blog.naver.com/qordb6712/120174071170

다음 날, 낮에 깨어난 나는 스승의 집에 전화를 했다.
10번 정도 대기음을 들은 후 수화기를 놓았다.

이어서 휴대전화에 걸었지만 전원이 끊겼거나 전파가 닿지 않는 곳에 있는지 받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어제 키타무라 씨에게 들었던 전 역원이라는 선배 집을 찾아가기로 했다.

강의에 나간다는 선택지는 옛적에 날아가 버렸다.

지갑 안을 확인하고 사가지고 갈 술을 정했다.
달갑지 않은 소비다.
이 돈으로 살 수 있는 비디오 개수를 생각해 보면 속이 쓰리다.

집을 나와서 자전거에 탔다.
햇빛이 눈부시다.
요 며칠간 시원했는데 오늘은 유난히 덥다.
올해도 또 여름이 온 모양이다.

길을 따라 페달을 밟아서 겨우 그 주소로 도착했다.
주택지 안에 흔히 보이는 민가다.
초인종을 누르고 용건을 고했다.

요시다 씨라는 60대 남성은 내가 술을 들어 보이며 키타무라 씨 소개로 왔다고 말한 순간 현관 안쪽으로 머리를 쑥 집어넣더니 소리쳤다.

"여보. 손님이야, 손님. 차 좀 내와."

그리고 집 안으로 들여보내준다.

키타무라 씨의 이름과 술.
어느 쪽이 통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사람은 틀림없어 보인다.

응접실 의자에 걸터앉았다.
전병을 권하기에 손으로 집어먹으면서 키타무라 씨와 동료였던 시절 이야기를 잠시 들었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 옆길이라고 생각하고 처음에는 적당히 맞장구를 쳤지만 워낙 입담이 좋아서 그런지 이게 또 재밌어서 어느샌가 빠져들고 말았다.

첫차 출발 직전 늦잠을 자서 시간과의 싸움 속에 그 위기를 극복하는 이야기를 들을 때는 저도 모르게 손에 땀이 나왔다.

이윽고 목이 마르다고 하는 요시다 씨는 테이블 위에 놓인 술을 빤히 바라본다.

어서 잡수라고 손을 펼쳐 권하니 "그럼 사양하지 않고." 라고 말하며 선반에서 들고 온 컵을 옆에 두고 뚜껑을 열려고 했다.

그게 서툴러서 좀처럼 열지 못하는 걸 보고 내가 대신 열어 드렸다.

"이렇게 더우면 술도 못 데우지."

그렇게 말하면서 요시다 씨는 컵을 기울인다.
나는 겨우 여기에 온 이유를 떠올리고 눈앞에 있는 머리가 벗겨진 얼굴이 불그스름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본론을 꺼냈다.

"사토 이치로?"

요시다 씨는 한순간 괴이쩍은 얼굴을 하다가 금방 입을 헤 벌렸다.

"그리운 이름이구만."

말과는 정반대로 표정에는 조금도 그리움이 나타나지 않는다.

공포를 집어삼킨 것 같은 굳은 얼굴이었다.
그리고 중얼중얼 과거를 파헤치듯이 이야기를 꺼낸다.

옛날에 요시다 씨가 역원이 된 지 10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아직 젊었을 무렵이었다.

현외 어느 역으로 전근와서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그 역 부역장과 차를 마시다가 기묘한 소문을 들었다.

"사토 이치로 시체를 치우면 저주받는다"

아하, 사토 이치로라는 건 열차사고로 죽은 신원불명자를 가리키는 은어로구나.

그는 지레짐작을 했다.

그런데 부역장은 고개를 저었다.

"보통 무주고혼 참치*가 아니야. 사토 이치로는 그런 이름을 가진 참치지."
* 참치 : 시체를 가리키는 은어.

요시다 씨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과거에 그런 이름을 가진 시체가 나왔다고 해도 그게 어쨌다는 걸까.

이집트 미라 저주처럼 그 시체를 처리한 인간에게 뭔가 이상한 일이 연달아 일어났던 걸까.

하지만 그 소문을 말하는 어투가 이상하다.
마치 그 시체를 지금부터 치울 것처럼 말하는 게 아닌가.

부역장은 씩 웃으면서 계속 말했다.

"사토 이치로는 몇 번이고 죽어. 치워도 치워도 똑같은 모습으로 역에 나타나서 또 뛰어내리는 거야.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오싹해져서 요시다 씨는 찻잔을 떨어뜨렸다.

거기까지 듣고 나는 저도 모르게 끼어들었다.

"잠깐만요. 사토 이치로는 그런 사고를 당해 죽은 사람을 가리키는 통칭이 아니었나요?"

요시다 씨는 말을 잘라먹은 것에 콧김을 흥 하고 뿜으며 아니라고 말했다.

"똑같은 인간이야. 사토 이치로라는 이름을 가진. 그 녀석이 몇 번이고 죽는다고. 열차에 뛰어들어서. 우리 역원이 치우고 경찰이 와서 신원불명이라고 말하고 회수하러 가. 그리고 몇 년 후에 또 다른 역에서 나타나는 거야. 아니, 아무도 살아서 움직이는 걸 본 적 없어. 그저 열차에 치인 걸 발견할 뿐이지."

키타무라 씨 이야기랑 다르다.
똑같은 인간이라고?
그럴 리가 없다.

"그럼 시체를 누가 던지는 건가요?"

"아니야. 생체반응이라는 게 있잖나. 사고인지 자살인지도 불명이고 목격자도 없는 변사체니까 해부도 될 거야. 시체 훼손 사건이라니 들어본 적 없어. 적어도 내가 있을 때는..."

거기서 요시다 씨가 말을 끊었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방해하지 않겠다는 제스처를 취한 뒤 이야기를 재촉했다.

그 소문을 듣고 5년 정도 지났을 무렵 요시다 씨는 다른 역으로 전속되었다.

눈이 내리는 추운 날에 숙직실 청소를 하고 있으니 플랫폼에서 갑자기 비명이 들렸다.

황급히 달려가 보니 선배 역원이 선로로 내려와서 노성을 지르고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선로 주변에 얕게 쌓인 허연 눈 위에 붉은 게 흩어져 있다.

참치라는 걸 금방 알았다.
그것도 산산조각 난.
그러고 보니 직전에 특급이 통과했었다.

구급대원이 도착했으나 그 자리에 서 있을 뿐 아무것도 해 주지 않는다.

경찰도 선발대가 2명이 먼저 달려왔지만 현장검증도 하는둥 마는둥 "시체를 전부 모아라." 라고 명령조로 말한다.

어쩔 수 없이 자신들이 흩어진 살점을 모았다.

피 냄새가 코를 찌르는 게 참을 수 없어서 손수건을 마스크로 만들어 그 불쾌한 작업을 계속했다.

내장도 기분 나쁘지만 어중간하게 뭉개진 인체 부품이 눈 위에 떨어져 있는 게 구역질이 날 정도로 무시무시했다.

입술 조각이나 손가락 관절.
실이 달린 안구는 피가 빠져나와 쭈글쭈글하다.

중견 역원으로서 몇 번 사고를 보아왔지만 이런 끔찍한 시체를 다루는 건 처음이었다.

겨우 한바탕 작업을 끝내고 얼어붙은 손을 난로에 쬐고 있으니 옆에서 유류품을 확인하던 경찰관이 지갑을 손에 든 채 중얼중얼 읽는 걸 들었다.

"...사토 이치로."

그때 5년 전 들었던 소문이 떠올랐다.

[사토 이치로 시체를 치우면 저주받는다]

지금 참치 지갑에 그 이름이 적혀 있었다.

사토 이치로 시체를 치우고 말았다.

식은땀이 줄줄 흘러서 난로불에도 마르지 않고 땅에 떨어졌다.

그로부터 며칠 후 경찰한테서 보고를 받은 역장이 사건 전말을 들려주었다.

시체 신원은 불명.
사고 순간을 목격한 자는 없었기에 확실하지는 않지만 사건성은 없다고 보았다.

선로상 흩어진 소지품 중에 지갑이 있었고 사토 이치로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으니까 이름만은 알 수 있었다.

사토 이치로다.
몇 번이고 나타나서 몇 번이고 죽는.
아무도 정체를 모르는 자.

꿀꺽 침을 삼키는 소리가 났다.
그게 자기가 낸 소리인지 새파랗게 질려서 옆에 서 있는 선배가 낸 소리인지는 알 수 없었다.

"우연이겠죠."

나는 애써 태연한 척을 했다.
요시다 씨는 컵을 크게 기울이고 한숨 돌린 다음 입을 열었다.

"아니야. 그건 망령이나 요괴야. 분명히 다리도 있고 손도 있었어. 눈앞에서 싹 사라지는 것도 아니야. 그래도 그게 제대로 된 인간이라고 아무도 말 안 해. 그 팔다리가 붙은 상태에서 살아 움직이는 걸 아무도 보지 못했으니까.
나는 선배들에게 잔뜩 소문을 들었어. 똑같아. 사토 이치로는 여러 역에서 죽고 있어. 늘 산산조각이 나서. 그리고 매번 신원 불명이지. 알 수 있는 건 이름뿐이야.
그리고 아무도 죽는 순간을 보지 못했어. 그건 처음부터 끝까지 시체라고."

철컥 문이 열리며 부인이 물을 가지고 온다.

"오, 안 그래도 과하게 마신 참이었어."

요시다 씨가 그렇게 말하며 물을 받는다.
부인은 아직 술이 남아 있는 술병을 들고 가 버렸다.

동일인물인 걸까 그게 아니면 우연히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이 사고를 당하는 걸까.

아니, 동일인물일 리가 없다.
시체가 되살아나서 다른 역에 나타나 또 시체가 되다니.

애초에 이건 소문이다.
좁은 업계 안에 나도는 오컬트 같은 소문.

청자인 내가 어느 정도 믿을 수 있는 건 요시다 씨 자신이 체험한 사고 이야기뿐이다.

요시다 씨가 언급한 선배들 이야기는 그야말로 '내 친구의 친구한테서 들은 건데' 경우에 불과하다.

아무리 조사해 봐도 발생지를 알 수 없는 '소문' 이 만드는 기묘한 환상일 뿐이다.

일단 나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요시다 씨는 물이 든 컵을 든 채로 한쪽 손으로 머리를 누르고 있었다.

그걸 보고 슬슬 물러가야겠다 싶어 일어섰을 때였다.

나는 문득 생각난 걸 아무 생각 없이 물어보았다.

"사토 이치로를 치운 저주는 뭔가요?"

움찔하면서 요시다 씨는 불그스름한 얼굴로 뭐라 중얼거린다.

그리고 머리를 누르던 손을 내 쪽으로 향하며 흔든다.
그 손에는 소지와 약지, 그리고 중지 제1관절이 없었다.

"아까부터 보고 있었잖나."

비웃는 것도 아니고, 한탄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싸늘하고 힘이 없는 목소리였다.

돌아가는 길.
자전거에서 내려서 손으로 밀면서 요시다 씨한테 들은 이야기를 생각했다.

이건 이상하다는 감상으로는 끝낼 수 없는 저주와 관련된 이야기다.

요시다 씨 후배인 키타무라 씨에겐 제대로 전해지지 않았던 게 분명하다.

키타무라 씨는 사토 이치로를 신원불명인 참치 열차에 치인 시체를 통틀어 가리키는 은어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건 어쩔 수 없다.
똑같은 인물이 몇 번이고 죽는다니 상상도 하지 못할 테니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한순간 눈앞에서 뭔가 커다란 그림자가 지나간 것 같았다.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좌우에는 알록달록한 벽이 쭉 늘어서 있고 평일 오후에 그 길을 지나는 건 나밖에 없었다.

대체 뭘까.

눈을 깜빡이는 순간 또 위화감이 느껴졌다.

눈앞에 하얀 세단이 세워져 있다.
갓길에 세워두었지만 통행에 방해되는 건 틀림없다.
햇빛을 반사해서 차체가 눈부시게 빛나고 있다.

이번에는 눈을 꾹 감아 보았다.
그 세단이 눈꺼풀 뒤에 선명하게 떠올랐다.
빛을 반사하는 하얀 부분과 흡수하는 검은 부분의 대조가 강조되는 형태로.

그 조금 왼쪽.
도로 한가운데 아무것도 없을 곳에 다른 차 한 대의 음영이 보인다.

꾹 눈에 힘을 주니 눈꺼풀 뒤에 비친 것들이 한순간 진해지고 이윽고 흐려진다.

눈을 뜨니 차는 한 대밖에 없다.
갓길에 세워둔 하얀 세단이다.

그치만 아까 눈꺼풀 뒤에는 분명히 또 다른 차가 한 대 그것도 경차 실루엣이 떠올랐다.

그 자리에서 멈춰서서 깜빡깜빡 눈을 깜빡여 보았지만 이제 하얀 세단밖에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어제와 그저께 밤에 보았던 환상과 똑같은 것 같았다.

바로 전화를 꺼내어 스승 집에 전화를 거니 본인이 받았다.

"지금부터 거기 갈 건데 괜찮나요?"

그렇게 물어보면서 자전거에 탔다.
의외로 냉정하다.
역시 무서운 건 낮에 일어나야 제 맛이지.
그렇게 허세를 부려도 페달을 밟는 발이 빨라지는 건 막을 수 없었다.

스승 아파트 앞에 자전거를 세우고 방으로 들어갔다.
이 방에서 비디오를 본 뒤 체험한 일을 재빨리 설명했다.

가만히 듣고 있던 스승은 이쪽 설명이 일단락되는 걸 기다렸다가 느닷없이 얼굴을 쓰윽 들이민다.

그리고 내 머리를 붙잡더니 내 왼쪽 눈을 손가락으로 열면서 들여다본다.

이어서 오른쪽 눈.

잠시 뚫어지게 내 눈을 보더니 겨우 뒤로 물러나 "아무렇지도 않은데." 라고 말하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게다가 그런 소문을 들은 적이 없어. 사토 이치로 시체를 치우면 저주받는다니. 이나가와 준지 18번에 홋카이도의 신부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것도 똑같은 시체가 몇 번이고 나타나는 이야기야.
그치만 결정적으로 다른 부분이 있어. 신부 시체가 되살아나는 정체는 뭐, 이른바 인간 심리의 어둠에 있는 셈이지만 그 죽음 자체와는 아무런 관련도 없어.
하지만 소문이 진짜라면 사토 이치로는 아무도 살아서 움직이는 걸 보지 못했으니 요시다 씨가 말한 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죽은 자야. 과연 그 녀석은 살아 있는 자가 죽은 후에 남은 망해일까 그게 아니면 처음부터 시체로서 이 세상에 나타난 걸까..."

스승은 팔짱을 끼고 중얼거린다.
왠지 핀트가 어긋난 것 같다.

"비디오를 보고 난 뒤부터 이상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어요. 사토 이치로 저주 소문은 비디오에 나온 역 주변에 퍼져 있었죠. 게다가 그 비디오는 절에서 얻은 저주받은 비디오라고요."

"아저씨는 저주받은 비디오라고 말 안 했어."

침을 튀기며 말하는 내게 스승이 냉정하게 지적한다.

"아무튼 우리는 보았어요. 아무도 깨닫지 못한 뛰어드는 순간을. 혹시 그것이..."

사토 이치로라면.
그 말은 간신히 집어삼켰다.

"그렇구나. 우리는 본 셈이 되네. 아무도 못 본 살아 있는 망자를."

스승은 흥미롭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곧 한숨을 쉬었다.

"그치만 비디오에 나온 인물과 사토 이치로 소문을 이어붙이는 건 비약적이야. 그건 그냥 자살 순간을 찍은 비디오일지도 몰라."

"그럼 왜 20만이나 주고 공양하러 온 건데요."

"몰라. 그건 아직 몰라."

저도 실제로 무서운 꼴을 당했다고요.
그렇게 소리치는 나를 스승이 제지한다.

"그거야. 네가 체험한 빛의 환상은 지금은 그저 환상일 뿐이지. 환영. 환각. 그렇게 겁먹을 거 없잖아."

겁쟁이 취급 받는 건 내키지 않는다.
하지만 사실이었다.
나는 볼이 부루퉁해져서 입을 다물었다.
스승은 고개를 저으면서 그렇게 삐치지 말라고 말한다.

"궁금하다면 조사하면 돼. 열차에 뛰어들어 죽은 신원불명자는 행려사망인으로 취급하거든."

"어? 뭐라고요?"

"행, 려, 사, 망, 인."

스승이 종이 뒤에 한자를 적어준다.
행려사망인.
들어본 적 없는 말이다.

"요컨대 객사하거나 낯선 땅에서 자살한 인간을 가리키는 신원불명자야. 뭐, 대체로 노숙자들이지. 행려사망인은 그 시체를 발견한 곳 자치체 관활이 되고 화장한 후에는 근처 절에 유골을 보관하고 유류품은 자치체에서 보관하지. 그때 시청 게시판에 공시하는데 발견 시 세부사항은 관보에도 실려 있어. 인수자를 찾기 위해서 말이지."

어디서 얻은 정보인지는 모르지만 스승은 인간의 죽음에 관련된 건 유난히 자세히 알고 있다.

"도서관에는 오래된 관보도 놓여 있겠지."

나는 스승에게 감사를 표하며 집을 나왔다.
물론 도서관으로 가기 위해서였다.

대학 도서관에 가보았지만 너무 오래된 관보는 없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자전거를 몰아 공립 도서관까지 갔다.

사서에게 물어보니 빠진 건 몇 개 있지만 다이쇼 시대부터 이쪽 지역 관보를 보관하고 있다고 한다.

기뻐서 보여 달라고 부탁했지만 안내받은 서고에 보관된 막대한 관보 수를 보고 식겁했다.

일단 최근 관보부터 차례대로 펼쳐 보았다.

'호외'의 '공고', '제사 항목', '지방공동단체', '행려사망인 관련'.

처음에는 어디에 실려 있는지 알 수 없어서 헤맸지만 익숙해지니 매 호마다 대충 어느 페이지에 실려 있는지 감이 잡혔다.

펄럭펄럭 넘겨보았다.

'본적 주소 성명 불명. 연령 약 25~40살 여성. 신장 155cm. 체격 중간. 갈색머리. 소지품 목걸이 1개.
상기한 자는 헤이세이 ○년 ○월 ○일 ○시 ○분 ○하천 부지에서 발견되었다.
사인은 익사. 신원불명이므로 시체는 검시한 후 화장을 실행하여 유골은 보관하고 있습니다.
짐작가는 분은 해당 시 복지 사무소까지 와주세요.
헤이세이 ○년 ○월 ○일 ○○현 ○○시장'

이런 것들이 줄줄이 적혀 있었다.
당연하지만 전국 자치체에서 정보가 올라오고 있다.
비디오로 본 마에바라역은 마에바라정이니까

어마어마한 행려사망인 정보들 중에서 마에바라 정장명 걸 찾아야 한다.

처음 보는 관보에 때때로 탈선하면서도 넘겨보기를 몇 시간.

결국 사토 이치로는 고사하고 마에바라정 것조차 하나도 못 찾았다.

평화로워서 참 좋다.

찾는 방법을 바꾸는 편이 좋을 것 같았으나 못내 아쉬웠던 나는 관보를 더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폐점 시간이 다 되어가서야 겨우 마에바라정 글자를 발견했다.

'본적 주소 성명 불명. 연령 약 20~40살 남성. 신장 약 160~170센티미터. 체격 중간. 두발 3센티 정도 흑발. 회색 코트. 밤색 중절모. 위생용 마스크. 흰색 장갑. 회색 바지. 흰색 속옷. 소지품은 간이라이터. 손목시계. '사토 이치로'라고 하얀 잉크로 적힌 흑색 가죽지갑(현금 450엔).
상기한 자는 헤이세이 ○년 ○일 오후 ○시 ○분 무렵 마에바라역 구내에서 특급열차 통과 중에 플랫폼에서 투신해서 역사(轢死)했다.
시체는 신원불명이었기에 화장을 해서 유골을 보관하고 있습니다.
짐작가는 분은 당 정 관청 복지과로 와주세요.
헤이세이 ○년 ○월 ○일 ○○현 마에바라 정장'

있다.
사토 이치로다.

나는 흥분해서 부들부들 떨면서 메모를 적었다.
정말로 찾을 줄은 몰랐다.

마에바라정.
날짜는 5년 전이다.
신원불명.
플랫폼에서 투신.
역사.

비디오에 찍혀 있던 사건이다.

그리고 '사토 이치로' 글자가 적힌 지갑.
이어진다.
이어졌다.

나는 저도 모르게 엉덩이를 빼서 의자가 바닥을 긁는 소리가 들린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다.
유난히 조용하다.
폐관 시간이 된 평일 도서관.
어두운 창밖에는 비쩍 마른 나무가 팔처럼 가지를 뻗고 있다.

쫓기듯이 짐을 싸서 밖을 나갔다.
왠지 발밑이 두둥실해서 현실감이 없었다.

다음 날은 마지막 평일 금요일이었지만 나는 대학 강의를 아침부터 빼먹고 도서관으로 갔다.

어젯밤에는 스승에게 사토 이치로 기사가 있었다는 보고만 하고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

1건만으로는 부족하다.
우연의 영역에 지나지 않는다.
몇 번이고 죽었기 때문에 괴기현상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지갑에 사토 이치로 이름이 적혀 있다는 부분이 요시다 씨 회상과 일치하는 것이 오히려 너무 잘 맞아떨어지는 것 같아서 마음이 걸렸다.

몇 번이고 죽는 남자라는 소문이 옛날부터 있었다고 해도 그것이 5년 전 마에바라역 사건 고유명사로서 정착되었을지도 모른다.

인간의 기억은 애매하다.

밖은 햇빛이 강하고 가로수 밑을 상쾌하게 자전거로 지나가면 몸도 유쾌해진다.

'그러고 보니 어젯밤에는 이상한 환상을 보지 않았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아침 도서관 문을 지난다.

어제 사서가 있었기에 인사를 하니 "대학 보고서 쓰려고?" 라고 말을 걸어온다.

적당히 맞장구를 치면서 관람실로 갔다.
아침부터 도서관에 틀어박혀 있어서 성실한 학생으로 보인 건지도 모른다.

아니, 어떻게 보면 충분히 성실하지만.

관보를 책상에 대량으로 쌓아두고 계속해서 읽어본다.

스미노에구.
시즈오카시.
후쿠오카시.
하카타구.
센다이시 아오바구.
카츠시카구.
코토구.
코베시 키타구...
여전히 도심부가 눈에 띈다.
당연하지만 인구가 많으면 그에 비례해서 신원불명 시체도 많아질 것이다.

아니, 노숙자 발생률을 생각하면 단순한 인구 비례 이상으로 많아질 게 틀림없다.

그 중에서 도심부에서 떨어져 있는 마에바라역 연선 자치체명을 찾아내는 건 의외로 어려운 작업이었다.

만일을 위해서 그 주변 지도를 옆에 놓아두었지만 그걸 확인할 기회조차 좀처럼 찾아오지 않았다.

30분 정도 지나서 겨우 타카토정 이름을 찾았다.
마에바라역 서쪽 옆, 타카토역이 있는 정이다.
하지만 행려사망인은 여성으로 시체도 교사였다.
실망해서 조금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도 둔해졌다.

'그건 그렇고 잘도 이렇게 매일 신원불명인 시체가 나오고 있네.'

너무 뒤늦게 발견되어 뼈가 된 것들은 사인도 불명이었지만 대부분 목 매단 시체가 많다.

그 다음은 익사. 강가에 떠다니는 것들이겠지.
그리고 겨울에는 동사가 눈에 띈다.

열차에 치인 시체, 그것도 플랫폼에 있는 걸로 한정지으면 사례가 적어진다.

우연히 있어도 완전히 떨어진 곳에 있고 대부분 유류품이 확실해서 완전히 다른 사건이라는 걸 금방 알 수 있다.

짜증이 났지만 묵묵히 얇은 종이를 넘겼다.

오늘은 딴길로 새지도 않고 봐야 할 곳이 어딘지 요령이 잡히니 생각보다 빨리 소화할 수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그걸 발견했다.

타카토정 거다.

'본적 주소 성명 불명 남성. 연령 20~40살 정도. 신장 165~170cm 정도. 중간 체격. 검은 머리 단발. 회색 코트. 중절모. 하얀 마스크. 하얀 장갑. 회색 바지. 하얀 속옷. 소지품 라이터, 손목시계, 검은 가죽지갑(현금 450엔).
상기한 자는 쇼와 ○월 ○일 오후 ○시 ○분 타카토역 구내에서 특급열차가 통과중인 플랫폼에서 뛰어내려 치여 죽음. 시체는 화장해서 유골을 보관하고 있습니다. 짐작가시는 분은 당 정 관청 복지과로 와주세요.'

복장은 거의 일치했다.
코트에 모자에 마스크에 장갑.
하지만 정작 중요한 사토 이치로 이름이 없다.
지갑 속에 든 450엔도 그렇고 틀림없는 것 같았지만 석연치 않다.

짜증이 났다.
그렇게 사소한 숫자도 적어넣을 거라면 사토 이치로 이름도 적으라고.

그게 아니면 지갑에 그런 이름은 적혀 있지 않았던 걸까.

답답한 마음으로 그걸 노트에 베껴쓴 뒤 관보를 다시 넘겼다.

이윽고 배도 고파오고 점심을 먹을까 하던 무렵.
어느 페이지에 손이 멈추었다.

'본적 주소 성명 불명(지갑에 사토 이치로라는 이름 있음) 중략 히가시타카오 촌장'

있다.
똑같다.
사토 이치로.

또 죽었다.
상황도 역사.
마스크에 모자, 장갑, 코트.
똑같은 연선.
틀림없다.

저도 모르게 일어섰다.

몇 번이고 죽는다.
사토 이치로는 몇 번이고 죽는다.

쇼와부터 이어지는 부활하는 정체불명의 망자가 눈앞에 펼쳐진 오래된 종이 속에 분명히 있었다.

눈에 띄지 않는 자그만 활자로서.

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감정에 몸을 떨었다.
있구나.
이런 게 정말로.

두려움 반 달성감 반으로 흥분상태에 빠진 나는 정신없이 관보를 넘겼고, 오후 3시 무렵에는 사토 이치로라는 이름을 4개나 발견했다.

어제 것과 합쳐서 5개.
애매한 것도 포함시키면 좀 더 늘어날 것이고 놓친 것도 있을지도 모른다.

쇼와 30년대 전반까지 거슬러올라가니 전혀 보이지 않아서 작업을 마치기로 했다.

제일 오래된 사토 이치로는 쇼와 37년 12월.

코시야마역이라고, 마에바라역에서 서쪽으로 6 정거장 떨어진 역이다.

지도를 보니 상당히 시골로 보인다.
저녁 8시 특급열차에 치였다고 적혀 있다.

코트 차림에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에는 장갑을 끼고 있다.

그리고 소지품 안에는 사토 이치로라는 이름이 적힌 지갑이 있었다.

마치 비디오로 되감아서 재생을 하듯이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정말로 똑같은 인물인지도 모른다.
그런 꺼림칙한 상상이 끓어오르는 걸 막을 수 없었다.

나는 도서관을 나와서 스승 집으로 갔다.
배가 고프다는 걸 완전히 잊고서.

도착해서 문을 두드리니 "열려 있어." 라는 대답이 들려온다.

"알고 있어요." 라고 말하며 들어갔다.

스승은 문을 잠그지 않는 걸 알고 있기에 이런 형식적인 인사에 무슨 소용이 있나 싶었지만 저번에 문을 두드리지 않고 열었다가 안에서 엄청난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던 적이 있었기에 일단 의례상으로나마 말을 걸고 있었다.

물론 목격당한 본인은 지극히 태연했었지만.

"그래서 어땠어?"

나는 오늘 전과를 보여주었다.
관보를 베껴쓴 공책이다.
스승은 잠자코 그걸 읽었다.

"흥. 그렇군. 똑같구나."

"왜 그렇게 침착한 건데요. 이건 엄청난 일이라고요."

몸을 내미는 나를 제지하듯이 손을 내민 스승은 공책을 들고 머리를 긁적였다.

"여기... 쇼와 45년 거. 이거 사토 이치로라는 기록은 없는데 일부러 메모한 이유는 뭐야?"

"요시다 씨가 조우한 사건이라서 그래요. 연대도 역명도 일치하니 틀림없겠죠. 왜 이름이 나오지 않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밖에도 이름은 안 나왔지만 그럴 듯한 게 몇 개 있어요."

"뭐, 그건 제쳐두고. 여기. '열차에 치여서' 라고밖에 안 적혀 있는데 요시다 씨 기억에 따르면 이거 특급열차였을 텐데."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간다.
흠흠 스승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면서 공책을 들고 일어난 뒤 방 안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왜 아무도 깨닫지 못한 걸까."

생각하면서 나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똑같은 인물이 몇 번이고 죽는다니 불가사의한 사건이다.
경찰도 조사하고 있었을 텐데.

"실은 어제 제1보고를 듣고 마음이 걸려 조사해 보았는데 마에바라역과 그 양옆에 있는 역은 경찰 관할이 달라.
에, 어디더라... 이건가. 우리가 비디오로 보았던 마에바라역 사건 하나 전, 타카토역 사건. 이 둘은 거리상 가깝지만 연대도 상당히 차이가 나고 관활이 달라. 관련성을 깨닫기 어렵겠지.
타카토역은 사토 이치로 글자가 안 나왔어. 실제로는 지갑에 적혀 있을지도 모르지만 신원을 알아내는 데 중요시하지 않았던 건 틀림없어. 경찰도 두 사건을 연관지어 동일인물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건 멍청하다고 생각했을 거야."

"그치만 이 관보 기사를 적은 건 경찰이 아니잖아요."

"어이쿠. 그런가. 자지체였구나. 미안."

스승은 멈춰 서서 자기 머리를 때렸다.
그때 나는 중요한 걸 떠올렸다.

"잠깐만요. 유골은 자치체에서 보관한다고 하던데 유품은 어디서 보관하나요? 코트, 마스크, 모자, 이름이 적힌 지갑은?"

"음. 안 적혀 있나. 없구만. 그치만 아마도 유품도 자치체가 보관한다는 걸 들은 적 있어. 처음에 그렇게 말했잖아. 어쩌면 화장할 때 같이 태우는 건지 모르지만. 아니, 그치만 본인 확인을 위한 증거품이니까. 관보를 보고 찾아왔을 때 없으면 안 되겠지."

"그럼 그 이름 적힌 지갑은 자치체 금고에 있겠네요."

"그렇겠네."

혹시 사토 이치로가 동일인물이고 죽은 후 다시 현세로 돌아온다면 소지품은 어떻게 되지?

금고 바닥에 잠들어 있는 걸 한 번 더 가지고 가는 걸까.

나와 스승은 분담해서 공책에 나와 있는 시정촌 관청에 전화를 했다.

"저기 오래된 관보를 보았는데 그쪽에서 유골로 보관된 분이 제 친척일지도 몰라서..."

그런 거짓말로 정보를 끌어내어 이쪽 연락처를 물어보면 느닷없이 전화를 끊는 실로 짜증나는 전법으로 우리는 조사했다.

약 1시간 후 알아낸 것.

1. 관청은 인수인계를 더럽게 못한다.

2. 공무원은 게으른 놈뿐이다.

이 두 가지였다.

아무튼 전 담당한테서 행려사망인 일을 제대로 인계받지 못했다.

3, 4대 전까지 거슬러올라가면 뭐가 어디에 있는지 전혀 알 수 없게 된다.

[유품말인가요. 오래된 창고 어딘가에 있을 겁니다만 상당히 오래 전이라...]

그런 말은 질렸으니까 작작하고 좀 찾아.

[조사한 후 연락을 드릴 테니 그쪽 연락처를...]

뚝. 연락처를 들키는 건 위험하다.
친척이라는 건 뻥이니까.

확인해 보았더니 착각했다고 말하면 문제 없을 테지만 나는 이런 거짓말로 넘기는 건 잘 못했다.

그에 비해 스승은 뻔뻔한 건지 생이별한 조카가 되어서 유품이 어디 있는지 찾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창고에 있었습니다. 그치만 이상하네. 넣어두었을 봉투가 텅 비어 있었어요. 다른 곳에 옮겼으려나. 그치만 유품 목록은 적혀 있으니 확인할 수 있어요. 여보세요. 들리나요. 어라? 여보세요....]

철컥 수화기를 놓은 스승이 미소를 지었다.

"텅 비었대."

결국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던 건 이 한 건뿐이었지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기엔 충분했다.

유골이 있는 절까지 똑같이 조사하는 건 불가능했지만 현지에 숨어들어 납골당을 파헤치면 납골 항아리도 마찬가지로 비어 있을지도 모른다.

싸늘해진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점점 현실적으로 나타난다.

"뭐, 여기까지 알아냈는데 어쩔래."

스승이 물었다.
어떡하지.

괴담 수집이라면 여기서 끝내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비디오를 보고 말았다.
5년 전 마에바라역 사건을.

그리고 그 비디오 테이프 주인이 절에 공양을 부탁하러 왔다.

심령사진 공양으로 은근히 유명한 절에 말이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비디오에 나온 하얀 가면을 쓴 사람과 카메라맨에게 대체 무슨 일이.

스승도 똑같은 생각을 했는지 무작위로 굴러다니는 그 테이프를 덱에 넣으려고 했다.

"잠깐만요. 됐어요. 이제 됐다고요."

그날 밤 몇 번이고 반복해서 본 그 영상을 지금 다시 볼 용기가 없었다.

"배고프니까 돌아갈게요."

"그러냐."

스승은 공책을 내게 돌려주려고 했다.

"가지고 있으세요. 줄 테니까. 뭔가 마음에 걸리는 게 생기면 알려주시기만..."

내가 손을 저었을 때였다.
스승은 씩 웃으며 말했다.

"그럼 바로 그 마음에 걸리는 점을 말할게. 비디오 속 사고는 플랫폼에서 치였어. 공책을 보니 특급열차 통과 중에. 다음 타카토역도 특급열차 통과 중에 일어난 사고야. 아까 확인했지만 요시다 씨 때도 특급이 지나간 후에 발견되었어."

그러고 보니 스승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었다.

"그밖에도 특급열차에 치인 경우가 대부분이야. 확인한 것 중에서 제일 오래된 에치야마역 것도 포함해서 통과하는 열차가 명확히 기록되어 있지 않은 경우도 많지만 전부 자그만 정에 있는 자그만 역이지. 마치 그런 곳만 노린 것처럼. 요컨대 특급이 멈추지 않는 역뿐인 거야. 다시 말하자면 거의 모든 사례에서 통과하는 열차에 치인 게 되지."

스승이 무슨 말을 할지 조용히 듣고 있으니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스승이 관심을 가지는 부분, 그건 대부분 기분 나쁘고 끔찍한 게 숨어 있으니까.

"키타무라 씨가 말했잖아. '정차역에서는 감속하니까 지나갈 때 팍 치고 가지 않는다고."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지?
모르겠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왜 지나가는 열차에 치였는데 산산조각난 건데."

움찔했다.
그렇구나.
요시다 씨 이야기를 듣고 희미하게 들었던 위화감은 그거다.

사토 이치로 시체는 늘 토막나 있다.
그런데 요시다 씨 때도 그렇지만 통과열차에 치여서 그렇게 되는 건 조금 이상하지 않을까.

정차 직전 열차에 휘말렸다면 이해가 간다.
하지만 통과열차에 치이면 그대로 튕겨나간다.
설령 바퀴에 잘린다고 해도 키타무라 씨가 말한 것처럼 잘리지는 않는다.

적어도 산산조각이라고 표현할 만큼 살점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황급히 공책을 다시 펼쳤다.

관보에는 역사라고 적혀 있을 뿐 산산조각난 시체인지는 확실히 알 수 없다.

하지만 신상 표기에 못이 박힌다.

마에바라역 사고에서는 '연령 20살부터 40살의 남성. 신장 160~170센티 정도'. 타카토역 거는 '연령 약 20~40살. 신장 약 165~170cm'.

다른 걸 봐도 연령이나 신장 추정치 폭이 상당히 넓다.
최대는 연령 20~50살, 신장은 160~175센티 정도 된다.

사후 몇 년이나 지난 것도 아닌데.

바로 검시했으니 연령은 제쳐두더라도 신장은 정확한 수치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설령 몸통이 두동강나더라도.

그게 정확한 수치를 측정할 수 없는 시체 상태를 암시하는 거라면...

산산조각.

모두 산산조각 난 것이다.
수많은 살점이 되어서 선로에 흩어진 것이다.

그렇게 될 리가 없는 통과열차에 치였는데도!

꿀꺽 침을 삼켰다.
눈앞에서 스승의 눈동자가 요상하게 빛나고 있다.

"그 코트 밑은 처음부터..."

스승의 입술이 천천히 움직였다.

머릿속에서 비디오에서 본 코트를 입은 남자 모습이 재생된다.

열차가 플랫폼에 뛰어들기 직전 한순간의 영상.

안 좋은 화질 속에서 코트 안이 꼼지락꼼지락 움직였다.

모자와 마스크로 가린 그 얼굴 안에는.

그만해.
듣고 싶지 않아.

귀를 막았다.

"돌아갈게요."

그렇게 말하고 스승의 방을 뛰쳐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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