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m.blog.naver.com/qordb6712/120174071737
스승의 방을 나온 후 자전거를 타고 거리 안을 당분간 돌아다녔다.
생각이 정리되지 않는다.
정보가 너무 많다.
관보의 무미건조한 기사 속에서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죽음을 간접체험한 나는 인간의 죽음이란 무엇인가 인간이 존엄하다는 건 무엇인가 멋대로 떠오르는 그런 물음의 대답을 생각하고 있었다.
결국 쿠로야라고 하는 스승이 아는 사람한테서 구입한 그 비디오는 역무원들의 괴담 같은 소문 속에만 존재하고 있었을
기괴한 망자의 모습을 화면 구석에 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비디오는 공양을 위해서 절로 오게 되었다.
뭔가가 이상하다.
전 역무원 두 명한테 이야기를 듣고 관보까지 조사해 우리는 그 망자의 정체 아니 그 꼬리를 간신히 잡았다.
그러니까 그 비디오가 무서운 매개체라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비디오를 촬영한 인간은 어떤가.
그들에게 그 영상은 단순히 아마추어 영상극 촬영 중 우연히 찍힌 열차사고에 불과하다.
그야 기분은 썩 좋지 않겠지만 그렇게까지 무서워할 필요가 있을까.
우리는 사전에 이 비디오가 위험하다고 듣고 적극적으로 정보를 모았기 때문에 사토 이치로에 가까스로 도달했다.
하지만 그들이 단순한 열차사고 영상만 보고 우리랑 똑같이 정보를 더듬어갈 수 있는 걸까.
뭔가 우리가 모르는 다른 사실이 있을지도 모른다.
깨닫고 보니 역 앞까지 도착했다.
시계를 본다.
오후 4시 반이 지났다.
지갑을 본다.
만 엔 지폐가 살짝 보인다.
"가볼까."
그 비디오 무대인 마에바라역은 다소 멀지만 오늘 중으로 갔다올 수 있는 거리였다.
조금 전 스승의 말에 겁먹었는데 나도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
호기심이 벌써 공포심을 이기고 있다.
그렇다기보다 이건 스승의 말투가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 사람은 쓸데없이 나를 겁주려는 경향이 있으니까.
거기에 속아넘어가는 나도 나지만.
철도 매점에서 도시락을 사고 마침 대기하고 있던 쾌속 열차를 탔다.
귀가 러시가 일어나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이었기에 4인석 안쪽에 앉을 수 있었다.
묵묵히 도시락을 먹었다.
생각해보니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쓸데없이 요리도 안하니까 나는 정말로 끼니는 대충 때운다.
그 후로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나 교복 무리들이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는 웅성거림 속에서 생각에 잠기면서 기분 좋은 진동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한 번 환승을 하고 나서 결국 특급 요금을 지불하지 않고 목적지에 도착했다.
마에바라역이다.
정말로 시골 같아 보이는 주변 역보다는 다소 나았지만 그래도 자그만 역이라는 인상은 지울 수 없었다.
기지개를 펴고 나서 함께 내린 손님 몇 명과 같이 개찰구로 이어지는 육교 계단을 올랐다.
해가 기울어 역 구내는 어둑해졌다.
개찰구 앞에서 양손의 검지와 엄지로 프레임을 만들고 이동하는 것도 잠시...
본 기억이 있는 앵글을 발견한다.
여기다.
그 비디오는 여기를 촬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왠지 모르지만 몸이 떨렸다.
플랫폼 측이 조금 후미졌다.
이 각도에서는 선로가 안 보인다.
화면 구석에 나왔던 '타카토역' 화살표도 확인한다.
그 특급 열차가 향한 역이다.
그러고 보니 사토 이치로와 관련된 이 마에바라역 사건 바로 전에 일어난 사건은 타카토역에서 발생했었다.
특급 열차가 통과하는 역의 차례와 사건은 뭔가 관계가 있는 걸까.
머릿속에서 애매한 기억으로 지도를 재생하지만 사건 발생순서와 역은 관련성이 없는 것 같다.
산산히 흩어져 있었다.
산산히....
그 단어를 떠올린 순간 시야 구석 정면 홈에 회색 코트가 보인 것 같아 무심코 깜짝 놀랐다.
잘못 본 것 같다.
그런 것은 어디에도 없다.
애초에 지금은 여름이다.
정신이 똑바로 박힌 인간이라면 온몸을 가리는 코트 같은 걸 입고 있을 리 없다.
착잡한 기분으로 벤치에 앉았다.
나는 뭐가 일어나길 바라는 걸까.
대체 여기에 뭘 하러 왔는가.
고개를 숙이고 있으니 눈앞에 여러가지 신발이 지나간다.
집에 돌아가는 걸까.
모두가 빠른 걸음으로 지나간다.
문득, 예전에 스승과 한 게임이 떠올랐다.
혼잡한 거리 속에서 지나가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다리만을 보는 사람과 얼굴만을 보는 사람을 정해서 각각 따로따로 지나간 사람을 세었다.
그러자 통로처럼 좁은 장소에서 실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계산한 숫자가 다른 경우가 생겼다.
단순한 셈 실수인데 어쩐지 기분이 나빠지는 것이다.
그 후로 나는 벤치에서 엉덩이를 떼고 역 안을 걸어다니며 용기를 내어서 역무원에게 사토 이치로 소문을 물었다.
하지만 배속된 지 1년째인 젊은 역무원은 그 소문을 몰랐다.
그뿐만 아니라 5년 전 일어난 사고도 몰랐다.
지금 있는 선배도 최근 3,4년에 온 사람뿐이라고 한다.
당시 역무원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모르냐고 물어보았지만 '글쎄요' 라고 귀찮아하는 대답만 돌아왔다.
그 사고 때 시체를 치운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 뭔가 알아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그리 쉽지만은 않은 것 같았다.
'사토 이치로를 치우면 저주받는다'
요시다 씨는 그 시체를 치우고 며칠 후에 자동차 사고로 손가락을 3개를 잃는 큰 부상을 입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은 그나마 나은 거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함께 살점을 모은 선배 역무원은 그 1개월 후 자택에서 목을 매고 자살했기 때문이다.
전혀 그런 기색도 보이지 않았는데 왜 죽었을까
관계자들은 의아해했지만 요시다 씨만은 무심코 염불을 외웠다.
관계가 없을 리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치우면 저주받는다."
홈 구석의 벤치에 앉아 사이다 폴캡을 따면서 말해본다.
마음에 걸리는 의문 중 하나가 그거였다.
치우면 저주받는다.
그 비디오를 절에 맡기게 된 이유가 거기에 있는 걸까.
아니, 그건 아니다.
왜냐하면 비디오를 촬영하고 있던 두 명은 시체에 접근하지 않았으니까.
카메라를 가지고 선로로 다가가려던 시점에서 역무원이 말렸다.
그 제지를 뿌리치고 선로에 내려가 시체를 치울 수 있을 리도 없고 할 이유도 없다.
그럼 왜 비디오는 절에 갖고 온 걸까.
생각했다.
시체를 치우지 않았는데 저주를 받았다는 건가.
왜?
비디오로 촬영했기 때문인가?
겨우 그거 가지고?
아니, 잠깐만.
뭔가 잊고 있다.
비디오에서는 코트를 입은 인물이 선로에 떨어질 때까지 아무도 그쪽을 보지 않았다.
거기에 있어도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처럼.
그리고 특급 열차가 통과해 역사체가 나타나고 처음으로 소동이 일어났다.
그렇다.
요시다 씨도 말했다.
아무도 죽는 순간을 보지 않았다고.
그것이 처음부터 끝까지 사망자라고.
그러니까 나도 생각했던 것이다.
아무도 보지 않아야 할 망자가 서서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우리는 보았다.
그것은 매우 무서운 일이 아닐까.
똑같을지도 모른다.
비디오를 촬영한 두 명도 그 순간에는 눈치채지 못했다.
하지만 다음에 눈치챘을 것이다.
집에 돌아가서 테이프를 재생했을 때.
회색 코트를 입은 인물이 플랫폼 구석에서 홱 선로로 떨어지는 순간을.
단지 그것만으로.
보았다는 단지 그 사실만으로.
그들의 신변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거라면.
본인은 아니고 가족이 연령상 모친이라고 생각되는 여성이 절에 공양을 부탁하러 왔던 거라고 하면.
마치 꺼림칙한 유품을 처리하는 것 같지 않은가.
보았다는 단지 그 사실만으로.
그런 걸 생각하고 있으니 벤치에 닿은 엉덩이 주변이 땀으로 축축해졌다.
나는 보았다.
바람이 그쳤다.
어디선가 저녁매미 우는 소리가 들린다.
완전히 어두워져 사람 그림자도 드문드문한 역 구내에 그 소리만이 들린다.
그리고 나는 유난히 지친 다리를 질질 끌면서 집으로 돌아가는 전철을 탔다.
현지에 왔지만 거의 수확이라고 할 만한 것은 없었다.
움직이기 시작한 전철 속에서 덜컹덜컹 흔들리는 창을 보며 나는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겼다.
몇 시에 도착할까.
늦어질 것 같다.
내일이 토요일이면 좋겠다.
뭐, 나는 평일이라도 알바나 놀이 때문에 상습적으로 수업을 빼먹는 학생이긴 하지만.
상당히 피곤했는지 어느덧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차내는 한산해서 손님의 모습도 거의 안 보인다.
고개를 저었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 어디쯤에 왔을까 창밖으로 눈을 돌린 순간이다.
머릿속에서 작은 충격이 일어났다.
그 영향이 천천히 심장으로 내려온다.
두근두근 맥박치기 시작한다.
야경이다.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어둠 속.
시야 좌우로 퍼지는 빛의 입자.
창밖에 흐르는 그 광경에 정신을 빼앗기고 있었다.
그건 키타무라 씨와 이야기한 날.
자기 전에 불을 껐을 때 본 환상.
눈꺼풀 뒤에 비친 보일 리 없는 야경.
완전히 같은 구조다.
아니 애매모호한 기억이 지금 이 순간 수정되어 가는 건가?
모르겠다.
저도 모르게 일어설 것 같다.
기시감인 것일까.
아니다.
키타무라 씨와 이야기한 날, 아르바이트가 있었으니 그건 수요일이었다.
그때 야경을 본 것은 확실하다.
기억이 혼탁된 건 아니다.
대체 뭐야.
나는 혼란스러웠다.
수요일이라면 그저께다.
지금 보고 있는 광경을 이틀 전에 예지했다는 건가.
그날 밤 내 눈꺼풀 뒤에는 마치 혼선된 것처럼 이틀 후의 나의 시야가 비췄던 걸까?
혼란스러운 머리를 움켜쥔 채 전철은 나아갔다.
이윽고 야경도 안보이게 되었다.
이름도 모르는 거리의 빛이.
막연한 불안감과 함께 홈 타운 역에 도착했을 때는 10시 무렵이었다.
역에서 나와서 주륜장에서 자전거를 꺼내어 느릿느릿 걸터앉았다.
다리에 힘을 주자 밤거리의 경치가 천천히 흘러간다.
아직 전철 안에 흔들리는 것 같은 둥실둥실한 느낌이 든다.
자전거를 탄 채 반쯤 비몽사몽이었던 기분을 깬 것은 심야까지 영업하고 있는 슈퍼 앞을 통과한 후였다.
눈깜빡임에 맞추듯이 눈앞에 빛의 궤적이 나타났다.
어두운 보도를 자전거로 지나고 있을 때였다.
아무것도 없을 눈앞에 아까 막 지난 슈퍼의 화려한 빛이 그 빛의 자취가 떠올랐다.
또다.
눈꺼풀 뒤에 떠오르는 빛의 환상.
이번에는 불과 몇 분 전에 지난 슈퍼가.
이건 뭐지.
그렇게 내가 지친 건가.
곤혹해하면서 자전거를 몰고 있을 때 또 다른 빛이 보였다.
어둠 속에 희미하게 떠오르는 네모난 빛.
약국이다.
슈퍼보다 조금 앞에 있던 약국의 간판.
물론, 나는 벌써 지나쳤다.
머리가 어질거린다.
이건 뭐야.
마치 쫓기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쫓긴다고?
그 말이 푹하고 몸에 박히는 것 같았다.
누구한테서?
나를 뒤쫓는 이유가 있는 것한테서.
뇌가 마음대로 그 모습을 상상하려고 하고 있다.
회색 코트.
모자.
마스크.
장갑.
나는 조금 전 전철 안에서 야경을 보았을 때 '혼선' 이라고 하는 말을 떠올렸다.
현재의 시야가 과거의 시야과 혼선되었던 거라고.
하지만 그 '혼선' 은 과거의 자신의 것이라고는 단정할 수 없지 않을까.
언젠가 들었던 스승의 말이 머릿속에서 떠오른다.
'어둠을 보는 사람은 동시에 어둠이 자신을 보는 것을 두려워해야 한다.'
쇼와 시대부터 몇 번이고 되살아나는 시체의 짜부라진 안구가 공허한 어둠 속에서 이쪽을 보고있는 이미지.
처음은 밤의 빌딩이었다.
비디오를 본 다음 날, 그건 화요일일 터.
그 빌딩을 본 기억이 없다.
다음에 본 것은 수요일 밤, 야경이다.
그것은 마에바라역에서 이쪽으로 향하는 도중에 있었다.
그 다음은 목요일 낮에 본 경차.
자동차가 달리는 것은 도로다.
철도가 아니다.
이동하고 있다.
만약 그 환시가 다른 누군가의 시야와 혼선된 거라고 한다면 그 누군가는 틀림없이 이동하고 있다.
수요일, 전철을 타서 야경을 보면서 이동하고 있던 그것은 어디서 내렸지?
그리고 어느 거리를 방황하고 있지?
두근두근 심장이 두근거린다.
몸에 안 좋은 소리다.
무심코 자전거를 탄 채로 뒤돌아본다.
뒤쫓아오는 그림자는 안 보인다.
자연스레 페달을 밟는 다리에 힘이 들어간다.
헉헉 하고 내 숨소리가 다른 사람 것처럼 들린다.
목요일 밤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금요일 즉 오늘 낮에도.
하지만 바로 조금 전 나는 봐버렸다.
자신이 지나친 지 얼마 안 되는 슈퍼의 빛을.
약국의 간판을.
그것이 누군가의 시야라고 한다면...
'따라오고 있다.'
그렇게 생각해버린 나는 비명을 지르고 싶은 충동을 누르면서 전력질주했다.
이런 영문도 모를 일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은 분명히 그 비디오를 보고나서다.
봐서는 안 되는 것이 찍혀버린 그 비디오를.
아파트가 보여도 스피드를 늦추지 않았다.
주륜장으로 돌진해서 계단을 뛰어올랐다.
자신의 방앞에 서서 주머니 속 열쇠를 다급하게 꺼내어 문을 연 다음 방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안에서 문을 잠그고 스르륵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눈을 깜빡이는 것이 무섭다.
뭔가 거기에 있지 말아야할 것을 그 빛의 자취를 봐버리는 것이 참을 수 없이 무섭다.
오늘까지 있었던 일이 플래시백한다.
심호흡했다.
비틀거리며 싱크대로 간 뒤 수도꼭지에 입을 대고 흐르는 물을 마셨다.
마음 속으로 피로가 밀어닥치는 느낌이다.
방안에 들어와 불을 켠다.
아무것도 바뀐 건 없다.
어지러진 실내.
읽다 만 만화와 소설 더미.
게임기.
벗어둔 양말.
먹다남은 컵라면.
테이블 위에 쌓여 있는 렌탈 비디오.
희미하게 부풀어 오른 비디오 가게의 비닐봉투.
거기에 시선이 박혔다.
테이블 위에 올려진 비디오 가게 이름이 인쇄되어 있는 그 푸른 봉투.
그 부풀어진 곳에서 비디오 테이프가 한 개만 들어있는 것이었다.
이상하다.
화요일에 2개 보았다.
시시한 SF와 공포물.
그리고 수요일에는 3개 보았다.
액션물만.
5천 엔으로 일주일 간 빌린 비디오.
그럼, 그 봉투에 남아있는 것은 뭐지?
숨이 거칠어진다.
시야가 어지러워진다.
손을 뻗었다.
자신의 손이 아닌 것 같다.
알고 싶지 않다.
알고 싶지 않다.
그런 말이 머릿속에 울린다.
하지만 손이 멈추지 않는다.
물컹하고 점도가 높은 유체에 손을 뻗는 것 같다.
손가락 끝까지 의사가 전해질 때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생리적인 혐오감이 피부 위로 전해진다.
봉투가 까칠한 감촉.
손가락끝이 그 안에 들어간다.
플라스틱에 닿는다.
잡아서 꺼냈다.
그 표면에 쓰여진 글자를 본 순간 멈춰진 것 같은 시간이 움직였다.
무심코 뿜어버렸다.
여기서는 밝힐 수 없는 제목이다.
빌린 것을 완전히 잊고 있었다.
언제나 구작 5개만 빌리지만 충동적으로 그런 비디오를 신작 요금을 내고 따로 빌리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있었던 공포심도 모두 사라져 바보같이 웃어버렸다.
자신이 너무 바보 같아서.
그러니까 벨이 울렸을 때도 마치 평소처럼 스스럼없이 '네' 라고 대답하면서 문으로 갔다.
실실 웃으면서.
하지만 부엌 앞을 지나 문앞에 서려는 순간에 그 기묘한 것이 눈앞에 보여 발을 멈추었다.
눈을 깜빡할 때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문 앞에 도플갱어가 서있던 것은 아니다.
그 또 하나의 자신이 보이는 배경에는 부엌과 그 건너편 방이 있다.
시점이 반전되고 있다.
큰 거울 앞에 선 것 같다.
하지만 그 거울은 둥글게 일그러져 있다.
자신의 모습도 부엌도 가장자리가 비뚤어져 뭉개진 것처럼 보인다.
둥근 시야.
이번에는 빛의 자취가 아니고 시야 그 자체다.
눈을 뜨니 그 반전된 시야는 사라진다.
그리고 눈앞에 있는 문에 시선이 박힌다.
정확히는 거기에 열린 작은 현관문 구멍, 문 스코프에.
뭔가가 움직인 기색.
한순간 스코프 주위변 쇠장식이 번쩍 빛난다.
바깥 통로에 있는 형광등에 반사된 건가.
그리고 곧바로 구멍은 어두워진다.
누가 있다.
그 둥근 구멍으로 이쪽을 보고 있다.
눈을 깜빡인다.
또 자신이 보였다.
혼선된 시야가 저쪽이 보고 있는 것을 나에게 보여주는 것처럼 내가 보고 있는 것도 저쪽에게 보여주고 있는 건가.
그리고 여기까지 도달했다?
매미가 울고 있다.
귀 바로 옆에서 날카롭게.
다리에 납이 들어간 것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문 저편 기색이 강해진다.
똑똑 하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두 번.
하지만 그것은 이상하게 뭉개진 것 같은 소리였다.
똑똑 이라기 보다는 철퍽철퍽.
얼굴이 굳어진다.
윗입술이 떨린다.
상상해버린다.
코트 밑은 처음부터 산산조각 났을지 모른다.
살점에서 살점으로.
시체에서 시체로.
처음부터 끝까지 망자인 채로.
움직일 수 없다.
가위에 눌린 것처럼.
도망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알고 있는데.
둔한 소리가 나서 문 발밑에 눈이 향한다.
가벼운 진동.
문 밑 희미한 틈새로 꾸역꾸역 무언가를 밀어넣으려고 하는 소리.
손가락을 상상했다.
그리고 이윽고 그것이 고기가 눌러 찌부러지는 소리로 바뀐다.
빠득빠득하는 생리적 혐오감을 부추기는 소리로.
이윽고 문 밑 틈새에서 뭔가 검붉은 것이 보인다.
손톱도 가죽도 벗겨진 10개의 얇아진 막대 같은 것이.
문 스코프는 여전히 어둡다.
누군가의 눈이 거기에 그대로 고정되어 있으면서 문 밑으로는 손의 잔해를 밀어넣으려고 하고 있었다.
동시에 철컥 하고 문 한가운데 설치된 우편함이 움직였다.
매미가 울고있다.
머릿속에 기억이 떠오른다.
언젠가 강령실험을 했던 기억이.
나는 이걸 본거야.
이 후 우체통이 열려 그 틈새로 뭔가가 나오려고....
그리고 어떻게 되었지?
빨리 생각해내야 한다.
틈새에서 나오기 전에.
뇌가 잘 움직이지 않는다.
그렇다.
누가 도와 주었다.
그건 누구인가?
매미가 울고있다.
떠올랐다.
그 사람은 이제 없다.
나는 살아남을 수 없다.
그렇게 생각하니 힘이 빠진다.
영혼이 빠져나온 듯 무릎이 꺾였다.
그런데도 몸을 돌려서 기었다.
기려고 했다.
꿈속에 있는 듯 전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뒤에서 고기 소리가 난다.
조금이라도 떨어지려고 기었다.
부엌을 빠져나와 열린 방문 문턱을 넘어 방 안까지 도망쳤다.
뒤는 돌아볼 수 없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른다.
10분 정도 지난 것 같기도 하고 1시간 이상 지난 것 같기도 하다.
차가운 땀이 얼굴을 가리고 마루를 흠뻑 적시었다.
그리고 어떤 순간 촛불이 꺼졌다.
현실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 아닌 어딘가 잘 모르는 곳에 있는 초가 사라졌다.
순간 몸이 움직였고 나는 유리창으로 기어갔다.
창문을 붙잡고 연 다음 베란다로 나왔다.
그리고 난간을 뛰어넘어 물받이에 매달린 채로 밑으로 내려갔다.
식은땀이 흘러내린 몸에 바람이 차갑다.
팔에 찰과상을 입었지만 신경쓸 시간이 없다.
1층의 각 방의 커튼 너머로 새어나오는 빛을 의지하여 아파트 밖을 달려나간 뒤 가까스로 주륜장에 도착했다.
아무것도 없다.
넘어져 있는 자전거를 일으켜 세우고 탄 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갔다.
정신없이 페달을 밟으면서 어디로 가야 할지 생각했다.
한 곳밖에 없다.
이윽고 스승의 집에 도착했다.
문을 두드린다.
"열려 있어."
"알고 있어요."
어질러진 아파트 방에 구르듯이 들어갔다.
숨을 고르니 겨우 진정이 된다.
"야, 저질러버렸어."
스승이 낙담한 얼굴로 당황하는 내게 우울한 시선을 보낸다.
그 손가락 끝은 비디오덱을 가리키고 있다.
"오늘 금요일 로드쇼 그거 방영해서 말야. 비디오에 녹화하려다가 실수해 버렸어."
나는 바로 조금 전까지 공포심을 억누르기 위해 애를 쓴 것도 잊은 채 '뭘 말이에요?' 라고 물었다.
"그러니까 비디오에 녹화하려다가 덧씌워버렸다고."
"네?"
무심코 소리가 나왔다.
"아아, 내 5만 엔이."
어안이벙벙해졌다.
"아니, 오늘 하는지 몰라서 당황해서 광고 나오는 중에 손에 잡힌 비디오를 그대로 찔러넣어 녹화했는데....
저질러 버렸어."
그렇게 말하며 힘없이 웃는 스승을 앞에 두고 나는 공포심도 날아가버렸다.
시계를 보니 11시를 지나고 있다.
스승이 덱에 손을 뻗어 조금 되감은 뒤 재생 버튼을 누르니 제니가타 경부가 "루팡 녀석. 잘도 훔쳐가다니." 라고 듣고 있는 내가 부끄러워지는 대사를 클라리스 공주에게 하는 중이었다.
그대로 엔딩이 나오고 향수가 느껴지는 곡이 흐르며 막이 내린다.
그리고 지지직거리는 화면.
그 지지직거리는 화면도 바로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끝났다.
"3배 모드로 하는 것도 잊고 있었어."
울 것 같은 음색으로 스승은 "5만 엔이..." 라고 중얼거렸다.
나는 초가 사라진 것처럼 느낀 그 순간의 정체를 알고 힘이 빠졌다.
이번에는 기분 좋은 탈진이었다.
이걸로 된 거야.
무의식적으로 웃음이 흘러나온다.
나는 단서를 찾아서 현지 역까지 갔는데.
스승이 원망스러운 눈으로 나를 보고 있다.
바보 같아도 어쩜 이렇게 바보 같을 수 있을까.
"너무 어질러놓으니까 그런 거에요." 라고 잘난듯이 주의를 준다.
"게다가 이제와서 칼리 성이에요? 예전에 봤잖아요. 대사까지 기억할 정도로."
말하면서 깜짝 놀랐다.
그렇다.
스승은 왠지 '칼리오스트로의 성' 을 좋아해서 장면장면 세부적인 것까지 기억하고 있었다.
혼자서 초반 지페 샤워가 나오는 차 뒷좌석에 고에몽이 타고 있는 걸 눈치챘을 정도니 엄청 굉장하다.
그 스승이 이제 와서 녹화를?
나는 한 번 더 스승의 얼굴을 보았다.
냉정하게 관찰해보니 낙담했다기보다는 초췌해 보인다.
힘없이 웃는 그 얼굴이 매우 아득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내 방에 일어난 사건을 설명하니 스승은 흥분해서 차에 뛰어 올라탔다.
나도 억지로 따라가 아파트로 돌아오니 문밖도 방안도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평범하다.
혹시나 싶어서 문 밑을 보지만 뭔가가 스친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촉매였던 거야. 비디오가."
그렇게 말하며 스승은 팔짱을 꼈다.
딱 잘라 환각이라고 치부하지 않았던 게 묘하게 기뻤다.
결국 비디오와 관련된 사건은 그걸로 끝났다.
왠지 허무했지만 역에 근무하는 많은 사람들의 입을 타고 내리면서 몇십 년이나 계속되는 기괴한 사건이 그리 쉽게 전모를 드러내면 안 될 것이다.
무엇보다 나는 더 이상 깊이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
왜냐하면 비디오에 남겨진 정보가 사라져 버렸기에 연선에서 멀리 떨어진 이 마을에 그 무시무시한 존재가 영향을 끼칠 이유가 없어진 것뿐이고 실제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으니까.
그것은 앞으로도 일어날 것이다.
내가 모르는 거리, 모르는 역에서, 내일도...
다음 아르바이트 날 키타무라 씨에게 "사토 이치로는 어땠니?" 라는 말을 들었지만 얼버무렸다.
"요시다 씨는 정정했지만 한가한 것 같았어요."
"그래? 나도 다음에 만나러갈까."
키타무라 씨는 그리운 듯 안경을 치켜올렸다.
그 며칠 후 스승과 만났을 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건 어디까지나 가정이야. 진상은 알 수 없으니까. 그걸 염두하고 들어줘..... 사토 이치로가 출몰한 것은 특급 열차가 통과했을 때뿐이었지?"
특급 열차가 지날 때 투신 자살이 일어나면 먼저 청소를 하고 차체가 파손되었는지 확인한다.
그리고 운행이 재개되기까지 시간이 길어졌을 때 피해를 받은 승객에게 특급 요금을 환불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 환불 액수는 남겨진 유족이 손해배상으로 도저히 지불할 수 없을 만큼 막대한 액수까지 올라가기도 한다더라.
실제로 철도 회사가 유족들에게 그런 터무니 없는 금액을 다 내라고 요구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게 문제였다.
그 편견은 관보에 실린 행려사망인의 인수자를 찾는 것도 어렵게 만든다.
설령 유족이 가족 중에 사망자가 나온 걸 알아차리더라도 그러한 편견이 박혀있는 한 쉽사리 유족이라고 말할 수 없게 된다.
유족이라고 말했다간 그 피해 금액을 전부 자기가 지불해야 할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사망자들은 그렇게 쓸쓸하게 잊히고 사라진다.
그렇게 잊혀 떠나가는 사람이 남긴 한이 기괴한 사고를 반복하는 것이 아닐까.
"이번에야말로 가족들이 자신을 찾아올 거라고 생각한 거겠지."
스승의 말에 나는 석연치 않았다.
"그럼 왜 저주를 거는 건가요."
"몰라."
스승이 시원스럽게 대답하자 맥이 빠져 한숨이 나온다.
"죽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도 있는 법이야."
다행이잖아.
똑같이 '봐 버린' 비디오 속 그들은 상상하는 것만으로 무시무시한 결말을 맞았을지도 모르는데 우리는 무사했으니.
"이것도 평소 행실이 좋아서 그래."
스승이 농담조로 말했다.
"만약에 시체를 직접 만졌으면 이 정도로는 안 끝났을 걸?"
평소 행실이 어땠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주의 화살은 내게만 날아왔다.
함께 비디오를 본 스승에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건 대체 뭐 때문일까.
그리고 비디오가 위험하다고 경고해 주었다는 건 쿠로야라는 사람도 똑같이 봤다는 건데 그 역시 멀쩡했다. 납득이 가지 않는다.
내가 투덜거리자 스승은 코웃음 치며 말했다.
"나와 그 아저씨는 벅찬 상대니까."
"어느 쪽이 더 벅찬데요."
그렇게 물어보니 태연하게 자신을 가리킨다.
그러나 적어도 마음가짐의 차이는 있는 것 같다.
후일 스승의 방에서 빈둥거리고 있을 때 그걸 깨달았다.
스승이 근처 편의점에서 뭘 사러 내려간 동안 멍하니 선반 위를 바라보다가 편지지 한 장을 찾아낸 것이다.
그것은 볼펜으로 쓰여져 있었는데 몇 번이나 고친 흔적이 있는 걸로 보아 초안 같았다.
그 비디오를 한쪽은 공양도 하지 않고 팔아 치우는 배짱이 있었다.
그리고 다른 한쪽은 이것저것 시도해보는 호기심이 있었다.
편지지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전략(이라고 하는 문자를 지운 흔적이 있다.)
갑작스럽게 편지를 보내어 죄송합니다.
저는 5년 전에 그쪽에서 장례를 치뤄준 행려사망인의 가족입니다.
제 이름과 거처는 부디 묻지 말아주십시오.
저는 최근에야 그 사실을 알고 전철을 갈아타자마자 그쪽으로 방문하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5년이나 지난 일인데다 고인이 화장함에 들어가 지금은 편하게 주무시고 있을 걸 생각하면 그 고인을 깨워서까지 방문하는 게 좋은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고민한 끝에 글만 올리겠습니다.
염치없는 부탁으로 마음이 괴롭습니다만 고인은 제발 그대로 재워 주십시오.
유품도 되도록이면 유골과 함께 추모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만나러 갈 수 없습니다만 멀리서 진심으로 명복을 빌고 있습니다.
본래라면 찾아 뵙고서 인사를 드려야 하는데 결례로 글로서만 답례와 사죄를 전합니다.
이만 줄입니다. (지운 자취)
모 년 모 월 모 일
무언가를 지운 흔적
마에바라 정장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