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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방 문을 열자마자 나는 말했다.
"있, 있었어요. 있었어요. 있었다고요."
스승은 자다 일어난 얼굴로 바닥에 펼쳐놓은 신문을 읽고 있다가 귀찮은 듯이 고개를 들었다.
"진정해봐. 뭐가 있었는데.... 그 전에 문 닫아. 추워."
급하게 오느라 몸이 달아오는 나는 못 느꼈지만 오늘은 상당히 추운 모양이다.
"있었어요."
신발을 벗고 문을 닫은 나는 스승 앞에 미끄러지듯이 앉았다.
"뭐가?"
"무뚝뚝한 웨이트리스가."
"호오, 그래?"
스승은 또 고개를 숙이고 신문지 한 장을 넘긴다.
나는 눈앞에 있는 이 인간이 왜 이토록 침착한 건지 알 수 없었다.
짜증이 발끝에서 머리까지 솟는 걸 참을 수 없었다.
"냉정한 척 해도 소용없다고요."
나중에 생각해 보니 상당히 황당무계한 말을 한 것 같다.
당시 전하고 싶은 정보와 상대에게 전해진 정보의 차이를 생각할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쿄스케 씨 알바하는 곳 찾았다고요."
"뭐라고?"
스승이 고개를 든다.
그리고 신문을 접으며 묻는다.
"어딘데?"
"그러니까 찻집이에요. 웨이트리스..."
도중에 스승이 벌떡 일어서서 그 자리를 빙글빙글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찻집이라고 했지? 어디야? 들어갔어?"
나는 아까 일어났던 일을 설명했다.
맛있다고 소문이 난 라면 가게를 찾으러 거리를 걷다 보니 지나치던 찻집 앞에 쿄스케 씨로 보이는 사람을 발견했던 것이다.
저도 모르게 몸을 숨겨서 살펴보니 가게 입구 근처에 놓인 관엽식물에 물을 주고 있었다.
그것도 평소에 본 적도 없는 치마를 입고 하얀 앞치마를 걸치고 있다.
프리터인 쿄스케 씨가 알바하는 곳은 두 곳 있다고 했는데 둘 다 알려주지 않았다.
알고 있다고 해서 딱히 놀리러 가는 것도 아닌데 왜 안 알려주나 계속 궁금했었다.
그 현장을 드디어 밝혀낸 것이다.
나는 두근거리면서 전봇대 뒤에서 살펴보고 있으니 입구 문이 열리고 안에서 손님으로 보이는 중년 남성이 나왔다.
남성은 물뿌리개를 들고 있는 쿄스케씨에게 한손을 들어서 말을 걸었다.
쿄스케 씨는 아주 살짝 고개를 숙인다.
남성은 쓴웃음을 지으면서 떠나갔다.
쿄스케 씨가 가게 안으로 들어가고 나서 나는 터무니없는 비밀을 찾아낸 것 같아서 흥분되는 마음을 억누르지 못하고 스승의 집까지 달려왔다.
그걸 손짓발짓 섞어서 설명하니 스승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나는 어렸을 적부터 이런 말을 듣고 자라왔어. '어떤 일이든 열심히 하세요. 남들이 싫어하는 걸 자진해서 하세요.'라고."
그러면서 망설임이 없는 상쾌한 미소를 지었다.
"가자. 놀리러."
이건가. 나는 그 순간 전부 깨닫고 말았다.
스승은 갑자기 흥분해서 방 안을 뒤지기 시작한다.
뭘 하고 있나 지켜보니 방석을 들추거나 방구석에 있는 오래된 신문 다발을 치우면서 부산스레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부엌에 놓아둔 종이로 만든 집을 들여다올리고 들여다보다가 내뱉듯이 이렇게 말했다.
"이럴 때에만 없다니!"
나는 그걸 듣고 이 방에 있기가 싫어졌다.
바닥을 치면서 분해하던 스승은 밖에서 들려오는 빗소리를 듣고 짓궂은 얼굴을 하더니 벽장에 머리를 처박았다.
"에엥, 우산 안 가져왔는데."
나는 창가에 서서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치만 모처럼 물을 준 쿄스케 씨도 타이밍 참 안 좋다고 생각하니 조금 웃음이 나왔다.
"어때? 아직도 내릴 것 같아?"
스승이 벽장에서 뭔가 이상한 걸 꺼내며 그렇게 말한다.
"글쎄요. 아마도."
흐음 하고 끄덕이더니 그걸 걸친다.
짚으로 만든 옷.
도롱이다.
거기에다가 삿갓.
언제적 시대냐고 따지고 싶은 기괴한 차림이었다.
"잘 들어. 난 그 가게에 들어가서 이걸 벗을 거야. 그리고 푹 젖은 이걸 걸칠 곳을 찾는 시늉을 하겠어. 그럼 그 녀석이 '손님, 이러시면 곤란해요.'라고 말하며 올 테니까 그때 네가 '이 가게는 비옷 걸칠 곳도 없는 거냐!'라고 화내라."
"싫어요."
"그래? 그럼 나 혼자서 할게."
도롱이와 삿갓을 착용한 스승은 흥겨운 발걸음으로 문을 나간다.
"아, 내 우산 써도 돼."
나는 이 사람을 말려야 하나 같이 즐겨야 하나 망설이면서 방을 나왔다.
그 가게는 번화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었다.
더러운 복합빌딩이 서 있는 일각으로 비가 내리니 그 주변이 전부 회색 단색으로 덮인 것 같았다.
하늘은 한층 어두워지고 비는 아직 내릴 것 같다.
나는 우산을 들지 않은 손으로 그 3층 건물 빌딩을 가리켰다.
뒤에 서 있는 인물이 고개를 끄덕인다.
삿갓과 도롱이를 두른 괴기한 모습에 지나가던 사람들이 걱정스러운 시선을 보낸다.
실컷 보세요.
그리고 확실히 말해 주세요.
이상하다고.
빗줄기가 세진다.
바지 자락이 젖어와서 기분 나쁜 감촉이 퍼지기 시작한다.
이제 됐으니까 어서 들어가자고 발길을 재촉할 때 옆에 있던 스승이 퍼뜩 놀란 듯이 뚝 멈춰 선다.
찻집은 바로 코앞이었다.
뭔가 싶어 스승을 바라보니 그 안색이 싹 바뀌어 있었다.
달아오르던 열기가 싹 식어버린 것 같았다.
"왜 그래요?"
그렇게 물어보는 것도 조심스러워지는 분위기였다.
스승은 찻집을 바라보고 빌딩 전체를 바라본다.
나도 따라서 우산을 올렸다.
별로 특이할 것도 없는 복합빌딩이다.
찻집은 '보스턴'이라고 하는 듯 입구에 간판이 있었다.
불투명 유리가 붙어 있는 문으로는 안을 엿볼 수 없었다.
자그만 창문은 있었지만 안쪽에 돛단배 모형이 걸려 있어서 역시 안을 볼 수 없다.
빌딩 2층 창문에는 소비자 금융 이름이 적혀 있다.
그리고 3층에는 어쩌고 조사 사무소라는 자그만 간판이 걸려 있다.
"여기구나."
스승이 중얼거리며 말했다.
원추형 삿갓 끝에서 비가 흘러 떨어진다.
그 흐름 너머로 깊이 가라앉은 눈동자가 있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둘이서 나란히 빗속에서 계속 서 있었다.
아직 물어볼 수 없는 무거운 과거로 이어지는 문이 그 너머에 있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