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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소설][스승시리즈] 휴대전화

작성자빛빔|작성시간26.06.18|조회수36 목록 댓글 0

 

출처 : https://m.blog.naver.com/qordb6712/120174073128

대학교 2학년 여름이었다.

흉악한 햇빛이 내리쬐는 날에 나는 학식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아스팔트가 신발 밑창에 달라붙는 것 같다.

몇몇 그룹이 입구에 모여 있는 걸 보다가 문득 멈춰 섰다.
매미 소리가 시끄럽다.
밖은 이렇게도 더운데 어째서 그들은 안에 들어가지 않는 걸까.

학식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가 셀프 서비스로 적당히 싼 걸 고른 뒤 주변을 두리번거리니 아는 얼굴이 보였다.

"덥네요."

카레를 먹고 있는 그 사람 맞은편에 앉았다.

대학원생이며 내 오컬트 스승인 그 사람은 주로 이 창가에 앉아 있다.

지정석도 아닌데 다소 붐빌 때에도 이상하게 이 자리만은 비어 있는 경우가 많다.

마치 그가 자리에 앉는 걸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여기는 에어컨 바람이 잘 와."

무뚝뚝한 대답이 돌아온다.
그리고 또 묵묵히 먹는다.

"전화번호 좀 알려주세요."

"왜?"

PHS를 물에 빠뜨리고 말았기 때문이다.
주소록이 죽어 버렸다.
직접 적어둔 번호는 문제 없었지만 그렇지 않은 건 일일이 번호를 물으러 돌아다녀야 했다.

스승의 경우 집 번호는 메모해 두었지만 휴대전화 쪽은 PHS에밖에 입력되어 있지 않았다.

"세대 차이구만."

스승은 휴대전화를 조작해서 자기 번호를 표시해서 내게 보여준다.

"뭐가요?"

"휴대전화 세대만이 아는 비극이라고. 나처럼 구세대 사람은 반드시 메모해두고 자주 거는 번호라면 암기해."

그렇게 말하며 이름과 번호를 시험삼아 외운다.
됐으니까 흔들지 좀 마세요.
지금 입력하는데.

"원콜 해주면 바로 끝날 것을."

투덜거리면서 등록을 마치고 나는 점심을 먹었다.
해초 샐러드를 먹을 즈음에 그저께 체험했던 휴대전화 관련 사건이 떠올라서 스승의 의견을 듣고 싶어졌다.

"이건 괴담 같은 이야기인데요."

카레를 다 먹고 차를 한손에 들고 창밖을 보던 스승이 움찔 반응한다.

"들려줘."

그날도 더웠다.
오전 강의 후 나는 캠퍼스 북쪽에 있는 학부동으로 갔다.
연구실이 좌우로 늘어서 있고 낮에도 어두운 복도를 지났다.

평소에는 그다지 들르지 않는 내가 소속된 연구실 문을 열었다.

안애는 3학년생 선배 3명이 테이블을 둘러싸고 뒹굴대고 있었다.

다음 주에 기획된 연구실 술자리 모임을 어떻게 짤지 의논하기 위해 모인 듯하나 중심인물인 3학년 선배가 오지 않아서 시간을 때우고 있는 것 같았다.

"그냥 적당히 하면 되잖아."

"응. 잔디로 하자, 잔디로."

잔디라는 건 '잔디 파티' 라고 불리는 이 대학 전통 술자리 형식이다.

캠퍼스 안에 질릴 정도로 많은 잔디밭에서 그냥 먹고 마시는 모임이다.

결정된 듯 칠판에 '잔디 파티' 라고 적는다.
그 옆에 '늘 하던 곳에서' 라고 덧붙인다.

이제 용무는 사라졌지만 나는 자리에 앉아서 테이블 위에 놓인 부채를 들고서 멍하니 시간을 때웠다.

"야, 아까부터 마음에 걸렸는데 요시다, 너 안색 안 좋지 않냐?"

선배 하나가 그렇게 말하길래 나도 요시다 선배 얼굴을 보았다.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
요시다 선배는 몸을 일으키며 한숨을 쉬더니 굳은 얼굴을 했다.

"나 말야."

거기서 말을 끊는다.
모두 주목했다.

"저번에 밤에 집에서 혼자 있을 때 이상한 전화를 받았어."

이상하다고 했지만 그건 잘 알고지내던 중학교 시절 친구 전화였다.

"야스모토라는 놈인데 지금도 고향으로 돌아가면 자주 놀아. 그 놈이 갑자기 전화를 걸더니 용건도 없는데 주절주절 이야기를 늘어놓는 거야."

처음에는 적당히 맞장구치던 요시다 선배도 점점 짜증이 나서 "용무가 없으면 끊는다." 라고 말했다.

그러자 상대는 갑자기 입을 다물더니 이윽고 떨리는 목소리로 더듬더듬 이야기했다.

그건 중학교 시절 유행했던 놀이 얘기였다.

[기억하지?]

쉰 목소리로 묻자 기분이 나빠진 요시다 선배는 "그래서 뭐?" 라고 말하더니 전화를 끊었다.

그로부터 사흘 후.
요시다 선배는 다른 친구한테서 야스모토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며칠 전부터 실종된 모양인데 바이크 사고를 당했대. 산속에서 가드레일 너머에 있는 골짜기에 추락한 게 발견된 모양이야. 나 장례식 가서 가족에게 들었는데 야스모토가 내게 전화 건 날은 사고 당한 다음 날이래."

오싹해졌다.
아까까지 실실거리며 대충 흘려듣던 선배 둘도 기분 나쁜 얼굴을 했다.

"골짜기에 떨어져서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에서 그런 전화를 걸었나 기분 나빠했었는데 야스모토, 즉사였대."

담배를 쥔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실온이 내려간 것 같은 불길한 느낌에 반응해서 다른 선배들이 일부러 무마하려는 듯이 흘려넘기려고 한다.

"에이, 설마~"

"괴담 치고는 흔해빠진 결말이라고."

요시다 선배는 울컥해서 언성을 높였다.

"진짜라고. 친구가 죽은 걸 농담으로 이야기하겠냐."

"진정해. 소문을 내면 정말로 나온다고 하잖아."

농담으로 끝내려는 둘과 요시다 선배의 대화가 맞물리지 않게 되고, 왠지 거북한 분위기가 되었다.

"화장실 갔다 올게."

요시다 선배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도 따라 연구실을 나갔다.
긴 복도를 지나서 수리 중 간판이 세워진 화장실 앞을 지나쳐 계단을 두 개 내려간 층에 있는 화장실로 들어갔다.

볼일을 보고 나니 요시다 씨가 툭 내뱉었다.

"보라색 거울 얘기 알지?"

느닷없이 말해서 놀랐다.
아마 20살이 되기 전에 기억하고 있다면 죽는다는 저주의 말이었을 것이다.

물론 그걸로 죽었다는 사람은 들은 적이 없다.

"야스모토가 기억하고 있냐고 물어본 게 그 보라색 거울과 비슷한 말이야. 중학교 시절 엄청 유행했었지. 21살 생일까지 기억하고 있으면 죽는다더라."

"엇. 선배는 아직 21살 안 됐지요?"

"얄미운 녀석이지? 일부러 떠올리게 하다니. 그야 믿는 건 아니지만 기분 나쁘잖아."

조명이 켜지지 않은 화장실 어두운 벽에 목소리가 울린다.

학부동 안에서도 연구실이 늘어선 층은 늘 한산해서 낮에도 음산했다.

"그 야스모토 씨 생일은 언제인가요?"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요시다 씨는 손을 씻은 후에 수도꼭지를 꼭 잠그고 자그만 목소리로 말했다.

"2개월 이상 전이야."

나는 그 말을 곱씹어보고 그 의미를 생각했다.

"대체 왜일까."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화장실을 나오는 선배를 따라 나도 걸었다.

생각해 봐도 알 수 없었다.

연구실로 돌아가니 선배 2명이 테이블에 축 늘어져 있었다.

"잔디 파티 언제 할래?"

한쪽 선배가 엎드린 채로 묻는다.

"7시에 하면 되지 않아?"

또 다른 한 명이 대답했을 때였다.

실내에 전자음이 들렸다.

"아, 휴대전화. 누구 거야?"

반사적으로 내가 주머니에 손을 대었을 때 요시다 씨가 자기 거 같다며 벽 쪽에 놓아둔 가방을 열었다.

소리가 커진다.
금방 전화를 받을 기세였는데 화면을 본 순간 요시다 씨는 굳었다.

"어?"

잠시 침묵하더니 "야스모토다..." 라고 억양 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면서 휴대전화를 귀에 갖다댄다.

"여보세요."

평범하게 응답한 후. 잠시 침묵한 뒤.

"넌 누구야?"

요시다 선배는 거칠게 말했다.
그리고 반응을 기다렸지만 저쪽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모양이다.

"입 다물고 있지 말고 뭐라도 말해 봐. 장난 치는 거냐고. 야."

요시다 선배는 울 것 같은 목소리로 그 말을 반복했다.
그 목소리만이 연구실 벽과 천장에 울린다.
나는 옆에서 군침을 삼키며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어디서 거는 거야?"

그렇게 말한 후 요시다 선배는 "쉿." 하고 검지에 입을 댄 뒤 이쪽을 흘끗 보았다.

자연스레 모두 소리를 내지 않도록 입을 다물고 움직이지 않았다.

귀에 휴대전화를 대고 눈을 내리깐 채 천천히 움직인다.

"...나무 밑에 있는 거야?"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한 후 요시다 선배는 휴대전화를 향해 "여보세요, 여보세요." 라고 말한다.

끊긴 모양이다.
갑자기 조용해진다.

멍하니 서 있는 요시다 선배에게 다른 선배가 조심스레 말을 건다.

"누구였어?"

"...모르겠어. 아무 말도 안 했어."

그렇게 말한 후 핏기 없는 얼굴로 가방을 짊어지더니 "돌아갈래." 한 마디 던지고 연구실을 나가 버렸다.

그 등을 바라보면서 선배 하나가 중얼거렸다.

"저 녀석 괜찮으려나."

내 이야기를 듣고 있던 스승이 눈으로 "그래서?" 라고 묻는다.

나는 쟁반 위에 놓인 접시를 깔끔히 비운 뒤 미지근한 차를 마셨다.

"끝이에요. 그 후로 요시다 선배랑 만난 적 없어요."

스승은 두세 번 고개를 좌우로 젓더니 이상야릇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어떻게 생각해?"

"어떻게 생각하냐니... 몰라요."

요시다 선배에게 전화를 건 것은 정말로 야스모토라는 죽은 친구였을까.

사고사를 알기 전에 받은 전화와 연구실에서 받은 전화.

전부 다 혹은 그 중 하나가.

아무튼 간에 괴담 같은 이야기라 밤에 들으면 좀 더 분위기가 살았을지도 모른다.

21살까지 잊지 않으면 죽는다는 그 저주의 말이 대체 뭔지 결국 요시다 선배는 말하지 않았다.

그 사실 자체가 요시다 선배가 안고 있는 공포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아직 그 무렵 20살이었으니까.

"나라면 중학교 시절 친구 모두에게 전화할 거야. 야스모토한테서 걸려오는 전화는 받지 말라고."

스승이 웃으면서 그렇게 말한다.
그리고 갑자기 싹 정색하더니 목소리를 낮춘다.

"알고 싶냐.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나는 몸을 내밀었다.

"아시나요?"

"연구실 쪽은 말이지."

스승이 설명했다.

"힌트는 화장실에 가서 돌아온 직후에 전화가 걸려왔다는 점이야."

"그게 왜요?"

"당사자인 요시다 선배와 화자인 네가 모두 연구실에서 나갔어. 그리고 그 층 화장실을 못 쓰니까 두 층 더 내려갔지. 그렇다는 건 연구실 가방에 들어간 휴대전화로 장난 치기엔 충분한 시간 아냐?"

장난?
대체 무슨 소리지?

"아마 그 요시다라는 사람은 평소부터 자주 가방에 휴대전화를 넣어두었겠지. 그걸 안 다른 두 선배가 너희 둘이 연구실을 나간 후에 바로 그 휴대전화를 꺼낸 거야. 야스모토라는 죽었을 친구한테서 전화가 걸려오게끔 조작한 거지."

"어떻게요?"

"이렇게."

스승은 내 PHS를 빼앗더니 멋대로 조작했다.
그리고 책상 위에 두더니 이번에는 자기 휴대전화에 손을 댄다.

내 PHS가 울린다.
화면에는 '야스모토 어쩌고' 라는 글자가 끈다.
나는 어안이벙벙했다.

"뭐, 달걀을 세운 걸 본 뒤에는 따라하기 쉬운 법이지."

스승이 휴대전화를 넣었다.

"먼저 요시다 선배 휴대전화 주소에서 야스모토의 풀네임을 확인하는 거야. 그리고 그 주소에 적힌 다른 사람 이름을 야스모토로 바꾸고 가방 안에 돌려놓는 거지. 가능하면 그 자는 요시다 선배에게 언제 전화를 걸어도 이상하지 않는 친구가 좋아. 이른바 '시한폭탄식 사망자한테서 걸려온 전화'인 거지.
다만 타이밍 좋게 화장실 갔다온 직후에 걸린 점과 무언전화였다는 걸 생각하면 야스모토로 변경하기로 계획한 그 친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서 장난에 참가해 달라고 부탁했겠지. 그렇다면 그 상대는 똑같은 연구실에 소속된 공통 친구였을 가능성이 높아."

스승이 시시하다는 듯이 말한다.

"결국 화면에 표시된 이름만 가지고 지레짐작하니까 그런 장난에 걸리는 거야. 보통 번호도 같이 나올 텐데 그게 달라진 걸 눈치채지 못하다니 구세대 사람인 나는 이해할 수가 없네."

아무래도 그게 일의 전말인 것 같았다.

그토록 기분 나빴던 사건이 무척이나 우스꽝스럽게 느껴진다.

요시다 선배가 그때 이미 죽어 있을 야스모토랑 통화했다는 그 사건도 그냥 날짜를 착각한 게 아닐까.

에어컨이 있는 학식에서 땀 좀 식히고 가려고, 영수증에 표시되어 있는 총 칼로리 양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니 창밖을 보던 스승이 거칠게 컵을 테이블 위에 올려둔다.

점점 얼굴이 험악해져간다.

"그럴 수가..."

안구가 뭔가를 생각하듯이 뒤룩뒤룩 움직인다.
나는 왜 그러는지 몰라서 가만히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상해."

"뭐가요?"

"아까 그 얘기."

아직 뭔가 남은 걸까.
이미 끝났을 텐데.

"내가 착각을 한 건지도 몰라."

스승이 탁탁 검지로 테이블을 두드리면서 미간을 찌푸렸다.

"그 요시다가 연구실에 있을 때 걸려온 야스모토의 무언전화에 어디서 거는 거냐고 물은 뒤에 뭐라고 말했어?"

"네?.... 나무 밑에 있는 거냐고 말했죠."

"그건 대체 무슨 말이야?"

"글쎄요? 본인은 그 뒤에 바로 돌아갔으니까 몰라요."

스승은 눈을 감고 천천히 숨을 토해내었다.

"그 요시다 선배는 상대는 아무 말도 안 했다고 말했지? 그렇다는 건 언어 말고 다른 정보를 가지고 그렇게 판단한 셈이야."

눈을 뜨고 살짝 고개를 숙인다.

"야스모토의 사인은 바이크 사고. 가드레일을 넘어서 골짜기로 추락했다고 했지? 보통 그것만 가지고 영혼이 나무 밑에 있다는 발상이 튀어나올까? 아니, 아무래도 석연치 않아. 그렇다면 역시 그 통화 중에 정보를 얻었을 게 분명해. 언어가 아니라면 소리겠지."

소리?
스승이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몰라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래, 소리야. 배경 소리. 예를 들어 덤프카가 후진할 때 나는 경고음, 파친코 가게에서 들리는 소음, 맑은 스테레오 소리... 어디서 전화를 거는지는 그런 배경음으로 대충 파악할 수 있겠지."

"그야 뭐 그렇지요."

"그럼 나무 밑에서 들리는 소리는 뭘까?"

상상해 보았다.
나무 밑에서 들리는 소리?
뭘까.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
그것만으로도 알 수 있을까?

스승이 웃더니 귓가에 검지를 대고 입을 다문다.
조용히 하고 귀를 기울여 보라는 뜻이다.

나는 주변 소리에 신경을 집중했다.
웅성거리는 학식 안 소리가 크게 들린다.
그래도 계속 귀를 기울이니 그 소음에서 점점 멀어져서 반대로 저 멀리 있는 자그만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맴맴맴맴...

테이블 너머에 있는 스승이 멀어지는 착각이 들었다.

"매미로군요."

스승이 눈을 뜨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 소리만은 바로 알 수 있어. 이렇게 창문을 닫은 건물 2층에서도 들리지만 직접 나무 밑으로 가보면 엄청나게 크게 들리지. 나무 밑이 아니라 나무 옆이라고 해야 될지도 모르지만 그건 단순히 표현 차이겠지. 아무튼 요시다는 그 매미 소리를 듣고 상대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연상한 거야. 하지만 말이지."

스승은 갑자기 일어섰다.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봐."

"네?"

손바닥을 밑으로 향해서 앉아 있으라는 제스처를 한 뒤 스승은 발길을 돌려 학식 입구로 걸어갔다.

남겨진 나는 그 등을 바라보면서 멍하니 있었다.

그냥 기다리고 있으라고 했지만 이유를 알 수 없어서 기분이 나쁘다.

차를 마시는 것도 안 되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몇 번이고 입구를 돌아볼 때 느닷없이 내 PHS에 전화가 걸려왔다.

깜짝이야...

스승이었다.
과민하게 놀란 것이 부끄러워서 혀를 찬 뒤 통화 버튼을 눌렀다.

"네."

[......]

상대는 말이 없었다.
어? 스승이지?
번호는 확인하지 않았는데.

설마?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진다.

"...여보세요?"

[...어. 들리냐?]

"아, 뭐야.... 놀래지 말아주세요."

[내 목소리가 들리는구나.]

유난히 자그만 목소리로 말하고 있다.

"네. 들려요."

[지금 어디에 있는 알아?]

"글쎄요? 학식 근처 아닌가요?"

자리를 떠난 시간을 생각해 봐도 그렇게 멀리 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럼 내 자리로 이동해서 창밖을 봐.]

일어나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PHS를 귀에 갖다댄 채로 유리 너머로 창 밑을 바라보았다.

금방 찾았다.
스승이 건물에서 좀 떨어진 나무 밑에 서서 손을 흔들고 있다.

반사적으로 나도 손을 흔들었다.

[한 번 더 물을게. 나는 지금 어디에 있지?]

뭐지?
선문답이라도 하는 걸까?

"그러니까 거기 나무 밑이잖아요."

대답하면서 이유도 없이 불길한 예감이 목을 훑고 지나간다.

스승은 손을 내리고 생각하는 시늉을 한다.

[눈으로 직접 보기 전까지 왜 몰랐어?]

귓가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유리창 너머로 스승이 기대고 있는 커다란 나무.
이 학식에서도 들리는 매미 소리는 분명히 거기서도 들릴 것이다.

가까이 다가가면 귀를 막고 싶어질 만큼 커다란 소리로.

겨우 나는 깨달았다.
PHS에서 매미 소리가 안 들리는 것이다.

[전에 책에서 본 적 있는데 아무래도 휴대전화에는 매미 소리가 안 잡힌다는 게 진짜인 것 같네.]

확실히 들리지 않는다.
다만 형언할 수 없는 술렁임이 스승의 목소리 뒤에 도사리고 있었다.

[요시다가 들릴 리 없는 매미 소리를 들었다면 그 야스모토 이름으로 걸어온 전화는 이상해.]

낮인데도 오싹오싹 몸에 한기가 퍼져간다.

[다른 두 선배가 정말로 장난을 친 건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어. 혹시 장난이 아니라 정말로 야스모토 번호로 걸어온 거라면, 기억하면 죽는다는 그 말을 요시다한테서 절대로 듣지 마.]

나는 알겠다고 대답했다.
창 너머로 스승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쪽을 가리키면서 "정리해둬." 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어디론가 가버렸다.

학식 안에서 나란히 늘어선 쟁반 두 개 앞에 돌아온 나는 팔에 돋아난 소름을 무의식적으로 쓰다듬고 있었다.

다음 날 만난 두 선배는 그런 장난은 친 적 없다고 말했다.

거짓말을 하는 걸로 보이지 않았다.

요시다 선배에게도 물어보았지만 정말로 죽은 야스모토의 번호라고 한다.

하지만 그 후로는 한 번도 그 번호로 걸려오지 않은 모양이다.

있을 리가 없다.
그 휴대전화는 바이크 사고 때 본인 머리와 같이 산산조각났으니까.

잔디 파티에는 안 왔지만 요시다 선배도 시간이 지날수록 기운을 되찾아서 이윽고 무사히 21살 생일을 맞이했다.

그 중학교 시절 유행했던 저주의 말이 역시 단순한 소문에 불과했던 걸까.

그게 아니면 21번째 생일을 맞은 날에 우연히 그걸 잊어버린 걸까.

확인은 하지 않았다.

스승이 했던 말에 관심이 생겨서 매미 소리를 조사해 보았는데 휴대전화 종류에 따라 주파수가 제각각이라서 휴대전화로 매미 소리가 잡히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어느 날 밤 연구실에서 요시다 선배랑 만났을 때 물어보았다.

"그때 정말로 매미 소리 들었나요?"

"어떻게 안 거야?"

요시다 선배는 놀란 얼굴로 계속 말했다.

"그치만 들릴 리가 없는데 말이지."

"그렇지요. 주파수에 따라서 휴대전화에 매미 소리가 안 잡히니까요."

아, 의외로 유명한 이야기인가 싶어서 그렇게 맞장구를 쳤더니 요시다 선배는 처음 듣는 얘기라며 감탄했다.

"그건 몰랐어."

"그럼 왜 들릴 리가 없다고 생각했나요?"

"그야..."

요시다 선배는 말을 끊고 뭔가 떠올리려는 듯이 손가락을 빙글빙글 돌렸다.

그리고 귀에 손바닥을 갖다대는 시늉을 하면서 "이거야, 이거." 라고 말했다.

나도 따라서 귀를 기울였다.

연구실 창문에서 밤의 농밀한 공기가 흘러들어오고 있었다.

그 속에 첫가을 구슬픈 매미 소리가 실려온다.
우는 것처럼.
웃는 것처럼.

"저게 낮에 들릴 리가 없잖아."

요시다 씨는 보이지 않는 뭔가를 두려워하더니 그렇게 중얼거렸다.

저녁매미 소리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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