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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 밑에서 물이 튄다.
그게 한순간 반짝거려서 눈을 가늘게 떴다.
하늘에는 구름이 하나만 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대기층 너머로 상쾌한 푸른색이 뻗어 있고 풀사이드 벤치에 드러누워 있는 내게도 찌르는 것 같은 햇빛과 함께 미지근한 바람이 뺨을 쓰다듬는다.
"사람이 없네요."
"...무슨 말 했어?"
물소리를 시원스레 울리면서 스승이 팔을 멈추었다.
대학교 1학년 여름이었다.
오전 중 스승의 방에서 뒹굴대다가 너무나도 더워서 낮에 둘이서 시내 수영장으로 온 것이다.
그런데 붐빌 거라고 생각했던 그 수영장이 텅텅 비어 있었다.
접수대에 있던 아주머니가 부채로 얼굴을 부치면서 "오늘은 비어 있어." 라고 나른한 듯이 말했을 때는 "에이, 설마." 하고 농담으로 여겼다.
하지만 탈의실을 나와서 계단을 올라 풀사이드에 섰을 때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콘크리트 너머로 햇빛을 반사하는 물 속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렇게 수영하기 좋은 날인데 부지 안에는 우리 말고 움직이는 사람이 없는 기묘한 공간이었다.
스승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준비운동도 대충 하고 헤엄치기 시작했고 나는 풀사이드에 있는 벤치에 누워서 피부를 태우기 시작했다.
헤엄을 못 치기도 했고, 스승이 연신 "피부 엄청 하얗네." 라고 놀려댔기 때문이다.
"오늘 토요일이지요? 왜 이런 날에 대낮부터 텅 비어 있는 걸까요."
"모두 너무 더워서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은 거 아냐?"
그럴 리가.
더운 날에 붐비는 게 수영장일 텐데.
"마을에서 뭔가 대형 이벤트라도 열리던가요?"
"아니, 딱히."
"그럼 콘서트나 축구 시합은?"
"글쎄다.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스승은 그렇게 말한 후 물 속으로 들어가 턴했다.
"몇만 명이나 되는 주민들에게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텐데."
그 말대로였다.
수영장과 경쟁한다고 치더라도 분모가 너무나 큰 제로섬 게임이다.
뭐, 국가대표가 나서는 축구 시합이나 코시엔 팀이 나오는 시합이라면 텔레비전 앞에 시민들을 상당히 많이 앉혀둘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봤자 마을 전체 인구 수의 절반도 못 잡아둔다.
나머지 절반은 자유롭게 맹더위를 보낼 방법을 고를 수 있을 텐데...
애초에 오늘 신문에 그런 큰 시합이 열린다는 기사는 실려 있지 않았다.
석연치 않은 기분으로 눈에 들어가려고 하는 땀을 수건으로 닦았다.
30분 이상 지났지만 아무도 입구에서 안 나타난다.
나와 스승만 있는 세계다.
"이 수영장에서 전염병이 발생했다는 소문이라도 있었나요?"
내가 말하자 스승이 헤엄치면서 대답한다.
"없어. 그랬다면 옛적에 문 닫았겠지. 한두 명만 소문을 내는 거라면 몰라도 마을 전체에 부글부글... 싹 퍼졌다면 사실 여부는 차치하고 일단 폐쇄하는 게 정답이지."
그렇다.
그리고 그런 소문은 전혀 들어보지 못했다.
달리 뭔가 사람들을 수영장에서 쫓아낼 원인이 없을까 머리를 굴렷다.
수영장으로 들어간다는 목적을 방해하는 요인 중 분모인 불특정다수인 주민들 중 소수 분자인 입장객에게 영향을 주는 건 무엇인가.
생각해 봐도 알 수 없다.
조금 발상의 전환를 하려고 생각나는 걸 입에 담아 보았다.
"근처 도로 정비 때문에 진행을 막았다거나?"
"여기 오면서 그런 거 있었어?"
확실히 거리는 평소랑 똑같았다.
"요금 상승."
"요금 똑같았어."
"오늘부터 근처 최신 수영장이 오픈."
"그건 가능성이 있겠네. 그치만 우리 둘 다 오늘까지 그런 말은 못 들었잖아. 똑같이 그걸 모르는 사람이 보글보글 없는 것도 보글보글보글... 콜록콜록... 이상하지."
확실히 둘 다 신문을 보고 있고 지역 정보 방송도 보고 있다.
광고지에도 그런 정보는 없었기에 최신 수영장 신규 오픈은 그다지 현실적이지 않은 것 같았다.
무엇보다 요금소에 있던 아주머니가 의아해했지 않은가.
"헤엄치면서 말하니까 그렇잖아요."
내가 목소리를 높이니 스승이 가볍게 기침을 하더니 크롤을 하면서 돌아온다.
올려다보니 아득한 상공에 새가 떠 있다.
그 하늘 아래에 스승이 내는 물소리만이 울린다.
아무도 없는 수영장은 왠지 현실감이 희박했고 지글지글 살을 태우는 햇빛도 몸 표면을 핥을 뿐 영혼 안쪽까지 닿지 않는 것 같다.
슬슬 헤엄치려고 몸을 일으켰을 때였다.
시야 끝에서 풀사이드로 올라오는 사람 그림자가 눈에 들어왔다.
뭐야, 한 명 있었잖아.
유난히 새하얀 등을 바라보며 그렇게 생각한 순간이었다.
그럴 리가 없다고 곧바로 깨달았다.
나는 부지 전체가 훤히 보이는 곳에서 아무도 없는 걸 계속 보고 있었다.
우리가 풀사이드에 들어왔을 때부터 계속 물 속에서 숨어 있지 않는 한.
오싹오싹 몸이 갑자기 차가워진다.
그럴 리가 없다.
맨몸으로 30분 이상 잠수할 수 있는 인간은 없다.
학교 지정 수영 팬티를 입고 머리에는 푸른 수모.
뒷모습으로 보건대 왜소한 남자애 같다.
그 등은 돌아보지도 않은 채 입구 쪽으로 멀어진다.
흔들흔들 흔들리면서.
나는 몸을 일으키려던 그 자세 그대로 굳어서 목만 움찔움찔 움직이고 있었다.
"...저 저거."
겨우 말을 꺼내니 첨벙거리던 스승이 딱 멈추더니 내 시선이 향하는 곳을 바라보았다.
흔들리는 등이 계단 쪽으로 막 사라지던 참이었다.
스윽 스승이 내 쪽으로 돌아선다.
"겨우 포기했군."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아까부터 계속 물 속에서 발을 잡아당기더라고."
풀사이드에 팔꿈치를 괴며 스승이 그렇게 말했다.
그 남자애는 이제 보이지 않는다.
"좀 물을 삼켰지만 무시로 일관했더니 드디어 포기했나 봐."
히죽히죽 짓궂은 얼굴을 한다.
이 사람은 계속 저 아이가 있는 걸 알고 있었으면서도 수영장에 왜 사람이 없는지 나랑 쓸데없는 의논을 벌인 건가.
황당해서 말이 안 나온다.
"여기서 죽은 아이 귀신이겠지. 그리고 오늘은 그 애 기일이 아닐까. 상당히 위험한 놈인가 보네. 근처 주민들의 잠재의식 속에 오늘은 수영장에 가고 싶지 않다는 심리를 새겨넣을 정도로."
그렇다면 오늘 온 우리는 뭐야.
남자애가 떠난 방향에 물이 떨어진 자국이 이어져 있다.
거기서 아지랑이가 꿈틀거리며 올라오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 것도 몰라?"
스승이 웃으면서 말했다.
그때 왠지 이 여름은 내가 알고 있는 여름이 아니라는 확신과도 같은 예감이 들었다.
"완전히 발을 디디고 만 거야."
스승은 그렇게 말하더니 뒤로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첨벙 하는 소리가 귀를 때리고 이어서 "즐겁다고." 라는 목소리가 하늘에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