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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소설][스승시리즈] 이제 됐니?

작성자빛빔|작성시간26.06.19|조회수61 목록 댓글 0

 

출처 : https://m.blog.naver.com/qordb6712/120174088688

스승에게 들은 이야기다.

대학교 2학년 봄이었다.

휴일 낮에 나와 카나코 씨는 어느 집회소로 갔다.
집회소는 독립가옥에 그리 크지 않는 건물이었다.

조사 사무소 소장이 이야기를 들으러 가라고 하기에 아무런 준비 없이 받은 지도를 따라 찾아갔다.

맞이해준 건 50대 여성이었다.
카마타 씨라고 하는 그 여성은 지역 교류를 위해서 이용되는 집회소 열쇠를 관리하는 사람이다.

카마타 씨 남편이 지역장을 맡고 있고 그녀 자신도 지역 부인회 회장이었다.

카마타 씨가 홀쭉해진 얼굴로 곤혹스러워하며 꺼낸 건 그 집회소와 관련된 요괴 이야기였다.

"기분 나쁜 목소리인가요."

"네."

카나코 씨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녀는 기분 나쁜 듯이 방 안을 둘러본다.

저도 모르게 그 시선을 쫓았으나 딱히 변한 건 없어 보였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 상당히 오래 전부터 이 집회소 안에서 알 수 없는 목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옛날부터 은근히 퍼지던 소문이었는데 이 무렵 오컬트가 유행한 탓인지 지역 아이들 사이에서 그 소문이 본격적으로 나돌기 시작했다.

요괴 목소리가 말을 걸었는데 대답 안 하면 죽는다 반대로 대답을 해 버리면 마루 밑으로 끌려가 버린다.

그런 무시무시한 괴담으로 변해 애들 사이에서 겁주는 게 유행하게 되었고 급기야 심약한 아이가 기절해서 구급차를 부르는 소동까지 일어났다.

"절이나 신직에 액막이를 부탁하지 않은 건가요?"

카나코 씨가 그렇게 물으니 카마타 씨는 "아, 그게..." 하고 말끝을 흐린다.

그걸 본 나는 액막이를 부탁했는데 괴이가 그치지 않았다는 걸 알아차렸다.

아마 카나코 씨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런 자그만 흥신소에 의뢰가 들어올 리가 없다.

아무리 카나코 씨가 '요괴' 의뢰를 척척 해결해서 업계 내에서 유명해졌다고 할지라도.

"그 소문은 언제부터 나돌게 되었나요?"

"글쎄요... 20년, 아니 25년 정도 전이었나. 이 집회소는 새로 고친지라 그 이전부터도 있었다고 하네요."

그렇다면 확실히 시기를 알 수 없는 옛날부터 전해지는 소문인 셈이다.

"당신 자신은 그 목소리를 들은 적이 있나요?"

표정이 굳어져서 카마타 씨는 애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목소리뿐인가요. 모습을 본 사람은?"

"전... 본 적이 없지만."

또 말끝을 흐린다.
봤다는 소문도 일단은 들리고 있나 보다.
하지만 기분 나쁜 목소리가 들린다는 내용이 주된 것임이 틀림없어 보이므로 뭔가를 봤다는 소문은 신빙성이 낮았다.

"좀 볼게요."

카나코 씨는 일어나서 주변을 스윽 둘러보고 문을 나갔다.

진지한 얼굴로 집회소 안을 한바탕 둘러본다.
2층도 없어서 눈 깜짝 할 사이에 다 둘러보았다.
따라다니면서 나도 영감 안테나를 세웠지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카나코 씨는 나보다 훨씬 감지 능력이 뛰어나다.

경의를 담아서 스승이라고 부를 정도니까.

그 스승이 굳은 얼굴로 복도 쪽 천장을 노려본다.
따라 올려다보았으나 나무결이 물결치고 있을 뿐 이상한 구석은 없다.

"왜 그래요?" 라고 물으려고 할 때 스승이 손으로 제지한다.

"뭔가 들리는 것 같은데 잘 모르겠어."

스승이 신경을 집중하는 걸 알 수 있다.
무표정해지고 움직임을 멈춘다.
카마타 씨가 뒤에서 기분 나쁜 듯이 서 있다.
스승의 기척이 흔들린다.
흔들흔들 마치 거기서 사라져 버릴 것 같은 감각.
나는 무서워져서 그녀를 현실로 되돌리기 위해서 어깨를 칠까 망설였다.

"모르겠어."

갑자기 그녀가 돌아온다.
그 목소리에 나는 조금 안심했다.

결국 괴이에 조우했다는 체험담이 많은 밤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카마타 씨는 반신반의하는 얼굴 아니 왠지 난처한 얼굴로 우리에게 열쇠를 건네며 "잘 부탁드립니다." 라고 말하고 떠났다.

낮 3시 무렵이었다.

오늘은 이 집회소를 사용할 예정도 없는 듯 우리는 서늘한 실내에 앉았다.

탐색도 이미 했기에 할 일도 없고 오래된 텔레비전을 켜서 재밌지도 않은 방송을 보며 시간을 때웠다.

"기분 나쁜 목소리는 대체 뭘까요."

방석 몇 장 쌓아서 그 위에서 드러누워 있던 스승이 고개를 든다.

"요괴라면 좋겠다."

"요괴라면 좋겠네요."

동의하면서 우리 말고 아무런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데 의문이 들었다.

혹시 영적인 존재가 도사리고 있다고 해도 미약하고 희소한 놈이 틀림없다.

대답 안 하면 죽는다거나 대답하면 마루 밑에 끌려가 버리는 근사한 체험은 절대로 못 할 것이다.

한숨을 쉬고 나는 화장실로 갔다.
복도를 나올 때 끼익 마루가 울리고 쓸데없이 넓은 집회소 벽이나 천장에 울린다.

방음 구조인지 바깥 소리는 그다지 안까지 들리지 않는다.

이렇게 안쪽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면 조그만 소리에도 신경을 쓰게 되겠다.

화장실에서 돌아와서 또 텔레비전 앞에 드러누웠다.
시간만이 지나간다.
째깍째깍...
벽에 걸린 시계 소리가 텔레비전이 조용해지는 순간에 유난히 크게 들린다.

카마타 씨가 먹어도 좋다고 했기에 부엌에 있는 떡을 가져와서 내가 끓은 차랑 같이 먹었다.

"맛있네."

"맛있네요."

이윽고 저녁이 찾아오고 자그만 창문에서도 빛이 약해진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꾸벅거리고 있었다.
스승이 무슨 말을 한 것 같다.
다다미 흔적이 뺨에 달라붙어서 떼낼 때 얼얼했다.
반쯤 깬 머리로 말을 이해하려고 했다.
아, 그렇구나.

'이제 됐니?'

그런 말이 들렸다.
몸을 일으키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스승이 텔레비전 앞에서 엎어져서 죽은 듯이 자고 있다.
어라? 스승이 말한 게 아니었나?
그럼 대체 누가.
그렇게 생각한 순간 한 번 더 들렸다.
이번에는 또렷하게.

'이제 됐니?'

벌떡 일어섰다.
어디서 들렸지?
모르겠다.
다만 그 말의 여운이 실내에서 복도로 움직이고 장지문을 빠져나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 방에는 나와 스승밖에 없다.

이게 소문으로 듣던 그건가.

긴장해서 문을 밀어젖히고 목만 빼서 보았다.
복도는 이미 어둡고 조용했다.
어둠 너머로는 인기척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이 그 이질적인 분위기가 찌릿찌릿 전해진다.

나는 살짝 문을 닫고 아직 자고 있는 스승을 깨웠다.

"요괴 말고는 보고 싶지 않아."

귀찮다는 듯이 그렇게 중얼거린다.

"보이지 않으니까 문제라구요."

나는 엉덩이를 찰싹 때렸다.

"아프잖아!"

스승이 소리치며 일어난 그 순간이었다.

'이제 됐니?'

어디선가 그런 질문이 들려왔다.
저도 모르게 둘 다 몸이 굳었다.
눈만 돌려 방 안을 관찰했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소문에선 뭐라고 했지?
대답을 하는 게 정답일까 하지 않는 게 정답일가?

"스승."

"닥치고 있어."

긴장한 채로 조용히 있으니 또 정체를 알 수 없는 그 목소리의 여운이 공중에서 실을 잡아당긴 듯이 움직이고 이번에는 텔레비전이 있는 벽 너머로 사라졌다.

벽 너머는 밖이다.
스승은 주저하지 않고 달려나갔다.

복도를 나와서 불을 켜고 돌아본다.
화장실, 부엌, 창고와 또 다른 작은 방.
전부 다 둘러보았지만 다른 사람은 숨어 있지 않았다.

현관을 보니 우리가 문을 잠가둔 그 상태 그대로였다.
지금은 저녁 8시.
잠깐 꾸벅꾸벅 졸았더니 벌서 이렇게 시간이 흘렀다.

"아까 그건 뭘까요."

스승은 고개를 저었다.

"말은 했지만 인간적인 건 느껴지지 않았어. 보통 영이랑 달라. 그렇다고 해서 츠쿠모가미도..."

나는 아까 들은 말의 음색을 떠올리려고 했다.
남자냐 여자냐.
젊은 목소리냐 늙은 목소리냐.
하지만 실패했다.

공기를 진동시켜서 전달하는 소리라면 기억 속에 확실히 남아 있을 테지만 그 목소리는 직접 뇌에 울린다고 해야 하나 원리가 전혀 달랐다.

마치 환청을 떠올리려고 하듯이 전혀 파악이 안 되는 느낌이다.

쓸데없는 정보가 시시각각 발발해서 "이제 됐니?" 라는 말의 의미만이 순수하게 머릿속에 새겨진다.

마지막으로 벽 너머로 여운이 사라졌다는 걸 떠올리고 현관문을 바라보았다.

스승도 고개를 끄덕이고 신발을 신었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니 밤 공기가 질척질척 검은 막이 되어 달라붙는다.

오래된 집이 늘어선 폐쇄적인 주택가 일각에 있는 집회소 부지는 넓고 현관에서 대로까지 조금 거리가 있었다.

그 사이 자갈길을 걷고 있는 검은 실루엣을 발견했다.

"왜 그러시나요?"

부지 구석에 있는 제등 불빛에 의아한 표정이 떠오른다.
카마타 씨가 양손으로 쟁반을 안고 서 있었다.
안심하고 "그게 말이죠."라고 말을 걸려는 걸 스승이 말렸다.

"묻고 싶은 게 있는데요."

"어, 네."

카마타 씨는 현관문을 열고 쟁반을 두었다.
랩으로 싼 주먹밥 6개와 야채볶음으로 보이는 음식이 용기에 담겨 있었다.

야식을 가져온 모양이다.

"모습을 보았다는 사람은 없지요?"

"네? 아, 소문 말인가요. 그렇지요. 목소리가 들리면 모두..."

"당신은 들은 적이 있나요?"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이제 됐니?"

스승의 말에 카마타 씨는 움찔했다.
역시나.

"소문에서는 대답하니 대답 안 하니 했습니다만 실제로..."

거기까지 말했을 때 또 들렸다.

'이제 됐니?'

알 수 없는 곳에서 들려와서 알 수 없는 곳으로 사라진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기척이 강하게 느껴졌다.
그건 아주 희미한 위화감이었으나 내 목덜미는 서늘해졌고 스승은 순식간에 방은했다.

현관에서 뛰쳐나와서 달린다.
집회소 벽을 따라 왼쪽으로.
자전거가 몇 대 놓여 있는 곳을 지나 현관 정문에서 부지 오른편 안쪽으로 향했다.

부지 끝 담 주변은 자갈이 깔려 있었지만 집회소 쪽 땅에는 콘크리트로 포장되어 있다.

그 벽 쪽에 프로판 가스통이 2개 세워져 있었다.

자그만 창문은 본 적이 있다.
머릿속으로 집회소 구조를 떠올렸다.
부엌 뒤편이었다.

스승은 그 벽 쪽 땅에 양손을 짚고 엎드린다.
기어다니는 개미를 보는 것 같은 자세다.
하지만 그 눈의 초점은 아득한 땅 밑을 향하고 있었다.

"여기에 뭔가 묻혀 있구만."

콘크리트 포장된 땅을 잡아먹을 듯이 바라보며 스승이 중얼거렸다.

나는 조금 옆에 서서 군침을 삼키며 지켜보았다.

"왜 그러세요?"

겨우 카마타 씨가 쫓아와서 겁먹은 듯이 물었다.
스승은 그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듯 계속 땅을 핥듯이 바라보았지만 이윽고 몸을 일으켰다.

"여기에 뭔가 묻혀 있네요."

나는 이쪽 방면으로 기척만 느꼈을 뿐이지만 스승은 확실히 장소까지 밝혀낸 모양이다.

"뭐가 묻혀 있는데요?"

"제가 다 알고 싶네요. 이 밑은 뭐예요? 혹시 지하실이 있나요?"

"그런 건 없어요."

카마타 씨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그렇게 단언했다.
그것도 그렇다.
이런 집회소에 지하실이 있을 리도 없고 안에도 지하로 이어지는 입구는 없었다.

자그만 저장고도 없다는 말을 듣고 스승은 생각에 잠겼다.

"그럼 정화조는?"

한순간 무릎을 탁 칠 뻔했으나 아까 화장실을 갔을 때 수세식이었다는 걸 떠올렸다.

아니 수세식이라도 하수도를 쓰지 않고 정화조로 오물을 모아두는 곳도 있으려나?

"정화조는..."

카마타 씨가 대답하려고 할 때 손전등 빛이 흔들거리면서 다가오는 게 보였다.

"이게 무슨 소란입니까."

근처 주민일까.
야위어 보이는 50대 남성이 긴장한 얼굴로 왔다.
뒤에는 그 부인으로 보이는 여성이 있다.

"그게..."

카마타 씨가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으니 스승이 개의치 않고 그 남성에게 물었다.

"이 밑에 정화조 있나요?"

"없어."

남성은 괴이쩍은 얼굴을 하면서 그렇게 즉답했다.

"지금은 하수도가 있거든."

"그럼 하수도가 설치되기 전에는?"

"전이라고?"

잠시 생각하다가 남자가 집 앞쪽을 가리킨다.

"정화조가 현관 옆에 있었지."

그러고 보니 화장실은 현관에서 들어가서 바로 왼쪽에 있었다.

스승은 생각했다.
중얼중얼 뭐라 말한다.
어느샌가 남자의 부인으로 보이는 여성이 사라졌다.
카마타 씨에게 뭔가 손짓을 했기에 짐작은 했으나 잠시 후 사람들 발소리가 들린다.

"이 사람이 영능력자?"

통통한 아주머니가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다가온다.
아무래도 부인회장인 카마타 씨가 독단으로 몰래 조사 사무소에 의뢰한 건 아닌 모양이다.

스승이 노골적으로 불쾌한 얼굴을 했지만 그래도 늘어난 사람들에게 다시 물어보았다.

"이 집회소 새로 고쳐지은 건 언제인가요?"

카마타 씨에게도 물어본 질문이었다.
몇 명이 얼굴을 마주 보더니 올해 대학 졸업한 애가 태어난 무렵이라는 정보로 22년 전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새로 고치기 전에 기분 나쁜 목소리가 들린다는 소문 들은 적 있나요?"

웅성거린다.

"있었을 거야."

한 사람이 기분 나쁜 듯이 대꾸한다.
새로 고치기 전부터 있었다?
그럼 지금 집회소 구조에 집착해서는 안 되겠구나.

"그럼 새로 고치기 전에 정화조는 어디에 있었나요?"

이번에는 곧바로 대답이 들렸다.

"화장실 위치가 바뀌지 않았으니 똑같이 현관 옆이야."

"그럼 그보다 전이라도 좋으니 아무튼 이 지하에 뭔가 묻을 만한 사건 없었나요?"

웅성웅성 상담한다.
어느새 또 사람이 늘어났다.
아이가 보였으나 곧 어머니로 보이는 여성이 손을 잡아끌고 가버린다.

왠지 일이 좀 커졌다.
나는 스승 뒤에서 난처하기도 하고 흥분되기도 해서 복잡한 기분으로 사태를 지켜보았다.

몇 번 대화를 나눈 결과 몇십 년 전 이 집회소가 생기기 전에는 이 부지에 근처 공무소 자재창고로 쓰였다는 걸 알았다.

그 무렵 공무소를 도와주던 초로의 남성이 우연히 그들 중에 있어서 증언해주었다.

"지하에는 뭘 묻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아."

그렇게 단언해 버리니 사건이 완전히 막힌 것 같았지만 다음으로 스승이 묻자 분위기가 확 변했다.

"그 자재창고가 들어선 무렵에 기분 나쁜 목소리 소문은 있었나요?"

초로의 남성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 그제야 중요한 사실을 깨달은 듯이 경악한다.

"...있었어."

뭐? 주변 사람들도 놀란다.

"듣고 보니 확실히 있었어. 그래. 요시미츠 씨도 들었다며 무서워했지."

본인도 지금 소문과 젊은 날 체험담을 처음으로 이으면서 뺨을 붉혔다.

"어떤 소리인데요?"

스승이 묻는다.

"아니, 내가 들은 건 아니지만..."

초로의 남성은 우물거리며 대답한 후 밤에 애들이 노는 것 같은 소리가 들린다는 소문이 종업원들 사이에서 퍼졌다고 말해주었다.

이미 집회소 개축 문제가 아니다.
대체 어디까지 거슬러올라가는 걸까?

"자재창고 전에는 여기에 뭐가 있었죠?"

그 질문에는 즉답할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다.

"마츠바라 씨 땅이었을 거예요."

이윽고 60대 여성이 조심스레 손을 들며 대답한다.
그 말에 "그러고 보니."라는 목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직접 당시 상황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상당히 오래 전 일로 보인다.

"이거 우리 어르신 모셔와야겠구만."

묘하게 기쁜 듯이 이 자리를 뜨는 사람이 나왔다.
스승이 한 번 더 땅에 엎드려서 콘크리트를 콩콩 두드리거나 쓰다듬는다.

그리고 뭔가를 느끼려는 듯이 눈을 감았다 뜨는 걸 반복한다.

잠시 후 80살이 넘어보이는 여성을 아들이 데리고 나타났다.

밤 9시에 갑자기 끌려왔는데도 그 여성은 매우 침착해 보인다.

스승이 몸을 일으키고 그 할머니에게 여쭈었다.

"여기에 마츠바라 씨라는 분 댁이 있었습니까?"

"네, 네, 있었지요. 나중에 집을 팔고 옆마을로 이사갔지만요."

"그 댁에 방문한 적은 있었는지요?"

"있었지요. 저랑 한 살 차이가 나는 야요이라는 언니가 있었는데 자주 같이 놀았지요."

"이 집 근처에 지하실은 없었나요?"

여성은 고개를 저었다.

"그럼..."

스승은 한순간 혀로 입술을 적신 것 같았다.

"이 근처에 정화조, 아니 변조는 없었나요?"

할머니가 아하 하는 얼굴을 했다.

"아마 현관에서 이쪽으로 향하는 곳에 있었던 것 같네요."

"지금부터가 중요합니다만 그 집에서 누가 사라진 사람은 없었나요?"

사라졌다?
처음에는 죽은 사람을 묻는 줄 알았다.
하지만 스승은 사라진 사람이라고 말했다.
실종된 사람을 가리키는 걸까.

할머니는 기억을 더듬듯이 살짝 고개를 숙이고 생각하다가 마침내 입을 열고 "물론이지요." 라고 대답했다.

"야요이 언니에겐 두세 살 어린 여동생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뭐라고 말하더라, 그... 지적장애인 아이였지요. 늘 야요이 언니 뒤를 따라다니면서 '언니, 언니'하며 굉장히 잘 따랐습니다. 야요이 언니는 지적장애인 여동생을 걱정해서 이것저것 챙겨주었지요."

"사라진 건 언제지요?"

"글쎄 그게..."

할머니는 곤란한 듯이 열심히 떠올리려고 애썼지만 아무래도 잘 모르는 것 같았다.

알아낸 건 그 마츠바라 치에라는 여자애가 아마도 10살을 넘길 무렵에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는 것뿐이었다.

"어딘가로 양자로 들어간 거라고 생각했지요."

애들이 보기에도 별 거 아닌 사건이었을까.
그게 아니면 야요이 언니랑 친하게 지낸 아이 입장에서는 그 언니에게 찰싹 달라붙어 있던 여동생이 눈엣가시인지라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도 걱정하지 않았던 걸까.

"마츠바라 치에."

스승이 천천히 중얼거리며 다시 땅에 엎드렸다.
콘크리트에 뺨을 붙이고 눈을 감았다.

"치에."

한 번 더 그렇게 중얼거린다.
그 순간 나도 알 수 있었다.
아까 현관에서 목소리가 들렸을 때 이쪽 방향에서 느꼈던 기척이 발밑에서 슬금슬금 솟아오르는 것을.

발끝이 무거워진다.
콘크리트 속으로 신발이 파묻히는 착각이 든다.

"채널이 맞았어."

스승이 그렇게 말한다.
그리고 너는 어떠냐는 듯이 나를 본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스승이 말하는 건 내가 지금 느끼는 수준보다 훨씬 더 강할 테니까.

땅에 붙은 채로 스승이 왼손을 내밀었다.
나는 그걸 주저하면서 잡았다.
그 순간 내 시야에 겹치듯이 다른 시야가 열렸다.

노이즈가 지나고 선명하지 않지만 웃고 있는 여자애가 보인다.

10대 전반일까.
그 애가 나무 줄기에 얼굴을 댄다.
뭐라 말을 하고 있다.
숫자다.
숫자를 세고 있다.

시야가 움직였다.
나무와 여자애를 등지고 달려간다.
도중에 덤불을 헤치다가 포기하고 또 달린다.

부르는 소리.
대답을 한다.
집이 나온다.
오래된 목조가옥.
그 툇마루를 돌아간다.
옆집 울타리.
그 옆 우물.
자그만 별채가 보이고 나무로 된 문이 바람에 흔들린다.

또 부르는 소리.
대답을 한다.
시야가 내려간다.
문 옆에 튼튼해 보이는 판이 땅을 덮고 있다.
그걸 끙끙대며 벗겼다.
안을 들여다본다.
어둡다.
시야가 돌아본다.
집과 울타리 사이에 그 너머에 아직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땅에 뚫린 구멍에 시야가 미끄러떨어진다.
악취.
오물 같은 것에 허리까지 잠긴다.
어둡다.
위를 보니 동그란 구멍에서 하늘이 보인다.

부르는 소리.
이번에는 작게 대답한다.
들키지 않도록.

시간이 지난다.
찾는 소리.
이윽고 멀어진다.

또 시간이 지난다.
왠지 즐겁다.

위에서 목소리.

뭐야 열려 있네.
위험하잖아.

둥근 구멍에서 내려다보는 남자 얼굴.
놀란다.
미간에 주름.

시야가 반달이 된다.
웃고 있는 것이다.

더더욱 험악해지는 남자 얼굴.
씰룩거리는 뺨.
짧은 시간 사이에 복잡한 변화를 보이고 구멍에서 떨어진다.

다음으로 둥근 구멍에서 남자가 보였을 때 그 손에는 커다란 돌이 들려 있었다.

휘두르는 손.
충격.
붉게 물드는 시야.
암전...

"보였냐?"

스승은 왼손을 빼면서 물었다.

이런 일이 가능하다는 걸 최근에야 알았다.
스승은 나보다도 영감이 강해서 스승에겐 보이고 내겐 보이지 않는 것이 많았다.

그럴 때 스승의 신체와 접촉하고 있으면 대체 무슨 원리인지 거의 똑같은 수준으로 보이게 된다.

교령술을 할 때 참가자끼리 손을 잡는 거랑 비슷한 걸까.

주변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우리를 수상쩍은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스승이 돌아섰다.

"이 밑에 마에바라 치에 씨가 묻혀 있습니다."

그 말에 경악하는 목소리도 들리는가 하면 "역시나."하고 한탄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그리고 절반 이상은 의심하고 있었다.

언니랑 숨바꼭질을 하며 노는 도중에 변조에 떨어진 치에 씨와 우연히 그걸 발견한 부친.

그리고 대체 무슨 심보였는지 충동적으로 딸을 돌로 내리쳐 죽이고 말았다.

그 후로는 아마 변조를 콘크리트로 메우고 치에 씨는 사라진 걸로 처리했을 것이다.

스승이 설명하자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여전히 수상쩍은 얼굴로 바라보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당시 마에바라 치에를 아는 할머니는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그럼 집회소에서 들렸던 기분 나쁜 목소리는 그 치에 씨가?"

스승이 고개를 저었다.

"제가 들은 건 '이제 됐니?'라는 말이었어요. 치에 씨는 숨는 쪽이었죠. 그러니 치에 씨라면 '아직이야', 혹은 '이제 됐어.'라고 대답했을 겁니다."

그렇다. '이제 됐니?'는 숨바꼭질에서 찾는 쪽이 하는 말이다.

찾고 있는 건 누구지?

"야요이 언니가..."

할머니가 울먹이며 말한다.
손수건으로 충혈된 눈을 닦는다.

마츠바라 야요이가 어느 날 숨바꼭질 도중에 갑자기 사라진 여동생을 찾아서 지금도 떠돌고 있다는 건가.

그 영혼이나 사념이.

수상쩍어하던 사람들도 기분 나쁜 괴담에서 인간미가 느껴지는 이야기로 바뀐 덕분인지 납득하는 분위기가 생겼다.

확실히 현재 그런 기분 나쁜 목소리 소문이 퍼진 이상 이렇게 결말을 내는 게 사람들을 납득시키기 쉬울 것이다.

하지만 나는 처음에 스승이 한 말이 마음에 걸렸다.

'말은 하지만 인간적인 건 느껴지지 않았어.'

그렇다면 단순한 영은 아닐 것이다.

사람들이 저마다 떠드는 사이에 스승은 아직도 눈물을 훔치고 있는 할머니에게 말을 걸었다.

"죄송합니다. 옆마을로 이사간 후 야요이 씨는 어떻게 되었나요?"

"...결혼해서 어디론가 가버렸을 텐데 20년 정도 전에 남편과 사별해서 옆마을로 돌아왔지요. 그 후에는 저와도 왕래를 하게 되어서 친하게 지냈지만 아마 5,6년 전 병이 들어서 병원에 입원했다가 돌아가셨어요."

"5,6년 전."

스승은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오컴의 면도날이야."

그녀는 내게 귓속말을 했다.

"알겠냐. 목소리가 들린다는 소문은 야요이 씨가 살아 있을 때부터 있었어. 그럼 생령일까? 생령이 되어 옛날에 사라진 여동생을 찾고 있다고 한다면 미담일 테지만 본인은 옆마을에 살고 있어. 직접 오면 될 것을 일부러 생령이 될 필요도 없지.
그럼 옛날에 여동생이 사라진 걸 평소에는 잊고 있거나 거의 의식하지 않다가 밤에 잠이 들면 그게 떠올라서 혼이 빠져나와 옆마을까지 찾으러 오는 걸까? 그리고 5,6년 전에 야요이 씨가 죽은 후에도 이번에는 사령이 되어서 변함없이 여동생을 계속 찾고 있다?"

스승의 말을 듣고 있으니 왠지 복잡해진다.

"생령에서 사령으로 그대로 이어지는 괴이는 들은 적이 없어. 그것 말고도 귀찮은 전제가 너무 많아. 오컴의 면도날이라는 건 철학이나 논리학에서 나오는 말인데 어떤 현상을 똑같은 정도로 잘 설명할 수 있는 가설이 있다면 보다 단순한 쪽이 좋은 가설이라는 금언이야. 나라면 이런 가설을 세우겠어. '이제 됐니?"라고 물으며 찾으러 오는 건 마츠바라 야요이가 아니야."

그건 단순한 반론이고 가설이 아니잖아요.
그렇게 대꾸하려다가 오싹한 한기에 입을 다물었다.
그럼 대체 무엇이 마츠바라 치에를 찾으며 이 집회소를 떠돌고 있는 걸까.

우리를 무시한 채로 떠들고 있는 사람들 속에서 스승은 천천히 생각을 가다듬듯이 중얼거린다.

"아이를 생각해 봐. 숨바꼭질을 하는 아이. 찾으러올 술래. 찾아주지 않아. 나는 여기에 있는데. 여기에. 이 땅 밑에. 그래, 놀이 상대야. 놀이 상대가 없는 아이는 어떻게 하지? 고독 속에서 가공의 놀이 상대를 만들어. 공상 친구지."

유아기 특유의 공상 속 친구.
하지만 본래 그건 본인에게밖에 보이지 않고 감지할 수 없을 텐데.

"아니, 촉매가 있다면 혼선되듯이 다른 사람이 감지하는 경우도 있어."

경험이 있는 건지 스승이 그렇게 단언한다.

"촉매라뇨?"

스승이 땅을 가리킨다.

"본인이지."

마츠바라 치에의 영혼 혹은 잔류사념을 통해서 우리도 그녀가 만든 가공의 놀이 상대 목소리가 들리는 걸까.

이 세상에는 없는 가공의 숨바꼭질 술래 목소리가.
대체 그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상상해 보았다.

스승의 표정이 변한다.
"아뿔사."하고 중얼거린다.

'이제 됐니?'

들렸다.
확실히 들렸다.
또 그 목소리가.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반응하는 건 나와 스승뿐이었다.
모두 떠드느라 정신이 없다.

하지만 이상한 건 아무것도 안 보인다.
밤하늘, 집회소 벽, 부엌 창문, 프로판 가스통, 그리고 땅을 차례로 둘러보았지만 아무것도 안 보인다.

그러나 오싹오싹 소름이 돋는다.
이질적인 기척.
어디선가 이질적인 기척이 느껴진다.
'아직이야'라고 말하고 싶은 걸 간신히 참았다.
스승이 비지땀을 흘리면서 눈을 뒤집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다.

숨이 거칠다.

"지금 날 건드리지 마."

겨우 그렇게 내뱉는다.
스승은 소리 없이 중얼거린다.
나는 그걸 읽어냈다.

'채널이 맞아 버렸다'

그렇게 말하고 있다.

스승에겐 보인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상상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뭘 상상하고 싶지 않은 걸까.
물론 있을 리 없는 술래.

10살 된 지적장애를 가진 소녀가 부친에게 돌을 맞아 죽은 소녀가 그대로 땅밑에 묻힌 소녀가 계속 누가 찾아주길 바란 그 소녀가 공상으로 만들어낸 술래(오니).

밤이면 밤마다 집회소를 떠도는 존재.

아, 상상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상상해 버린다.
사고가 멈추지 않는다.

이윽고 몇 분이 몇 시간으로 느껴지는 시간이 지나고 경직된 어깨를 스승이 쳤다.

"이제 사라졌어."

술래를 보내기 위해서는 숨을 죽이고 견딜 수밖에 없다는 걸 이제야 떠올렸다.

스승의 안색이 창백하다.
대체 얼마나 무시무시한 걸 본 걸까.

"오늘은 이만 해산해 주세요."

고개를 든 스승은 사람들에게 말했다.

"그리고 내일 이후 가급적 이 밑을 파내어 시체를 찾아내고 정중히 제사를 지내 주세요."

모인 사람들이 와글거리며 전부 돌아갔을 무렵에는 밤 10시였다.

마지막에 남은 카마타 씨에게 스승은 말했다.

"혹시 이 밑에서 시체가 나와도 경찰에겐 제 얘긴 하지 말아 주세요. 지역에서 우물을 파려고 했다는 둥 적당히 둘러대 주세요."

"아, 네."

반응이 미적지근한 카마타 씨에게 몇 번이나 다짐을 받았다.

이건 중요했다.
경찰에게 눈에 띄면 활동하기 불편해진다.
이번에는 오래되었기에 그나마 낫지만 그들은 범인밖에 모르는 걸 알고 있는 자를 일단 범인으로 간주하고 대응하니까.

"그리고..."

스승은 조금 말끝을 흐리다가 말했다.

"가능하다면 찾았다고 말해 주세요."

열쇠를 돌려주며 스승은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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