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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소설][스승시리즈] 흙 밑

작성자빛빔|작성시간26.06.19|조회수61 목록 댓글 0

 

출처 : https://m.blog.naver.com/qordb6712/120174089721

스승에게 들은 이야기다.

대학교 1학년 봄.
나는 생각지도 못한 활동적인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건 나를 데리고 다니는 사람이 집 안에서 가만히 못 앉아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특히 산에 자주 들어갔다.
질릴 만큼 많이.

내가 오컬트 스승이라고 존경하는 그 사람은 뭐가 그리 즐거운 건지 닥치는 대로 산을 찾아 들어가서 외롭게 썩어가고 있는 오래된 무덤을 찾아내고는 합장한다.

그녀는 '천불공양'이라고 말했다.
처음 들었을 때는 그 어감에 왠지 마음이 술렁거렸다.

실제로는 후줄근한 작업복을 입고 목에 두른 수건으로 땀을 닦으면서 담담히 무덤을 찾는 지루한 작업이었지만.

나는 선향이나 공양물을 가방에 넣고 짐꾼 역할을 해야 했다.

스승은 지도는 최소한밖에 안 가지고 있어서 정말로 직감만으로 길을 고르기에 몇 번이고 조난 당할 뻔했다.

3번째 천불공양 투어였을 것이다.
좀 멀리 떨어진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산에 들어갔을 때였다.

산줄기에 폐촌 흔적을 발견하고 스승은 틀림없이 무덤이 있을 테니 가보자고 막무가내로 말했다.

그 마을에 살던 주민들의 생활을 상상하면서 지형을 신중하게 확인한 뒤 "이쪽이 수상한데."라고 중얼거리며 산길을 들어가 어느 못 근처에서 드디어 비석을 찾아냈다.

아무런 인연도 없는 자가 잠들고 있는 무덤에 물을 끼얹고 선향을 지펴서 지참한 플라스틱 통에 붓순나무 가지를 꽂은 뒤 쌀과 공양떡을 바친다.

"텐호 3년인가. 에도시대 말기로군."

손을 모은 후에 스승은 비석에 새겨진 글자를 관찰했다.

이끼가 덮여 있어서 글자를 읽으려면 그걸 열심히 깎아내야 했다.

"끝부분을 봐봐. 이가 나간 곳."

확실히 비석 네 모퉁이는 각각 이가 빠져 있었다.

"지위나 돈을 가진 자의 비석 파편을 가지고 가면 도박할 때 행운을 준다고 해."

스승은 주머니에서 자그만 망치를 꺼내어 툭툭 깎여나간 부분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여기는 토대도 튼튼하고 돌도 좋은 것 같아. 분명히 토지에 사는 유력자의 무덤일 테지."

"그치만 괜찮나요?"

모르는 사람의 무덤을 멋대로 훼손하다니.

"유명세 같은 거야. 저승에는 6푼밖에 못 가지고 가니까 현세 것은 현세에 카이사르 것은 카이사르에게 돌려줘야지."

적당한 말을 둘러대면서 스승은 대담하게 망치를 휘둘렀다.

깨져서 떨어져나간 파편 중에서 큼지막한 걸 내게 건넨다.

기분 나쁘기는 했지만 그보다 호기심이 더 강해서 나는 그걸 지갑 안에 넣었다.

이윽고 여름이 될 무렵에는 그런 돌이 지갑 속에 가득 차게 될 줄은 이때는 아직 생각지도 못했다.

"좀 더 오래된 게 있을지도 몰라."

스승은 그 무덤을 관찰한 뒤 적어도 그 선대도 지지 않을 정도로 유력자이며 그 자가 잠든 무덤이 근처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했다.

하지만 해가 질 무렵 못 쪽으로 옛날에 땅밀림이 일어난 것 같은 흔적만 발견하고 끝났다.

거기에 무덤이 있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스승은 분한 듯이 땅밀림 흔적을 노려보았다.

그때였다.
나와 스승이 서 있는 곳에서 딱 중간 지점에 있던 낙엽이 둔탁한 소리랑 같이 공중에 떠올랐다.

"아얏."

스승이 오른쪽 관자놀이 근처를 손으로 누른다.

돌이다.
돌이 어디선가 날아왔다.
바로 주변을 둘러보니 범인이 금방 보였다.

못 건너편 사면에 원숭이 한 마리가 앉아 있다.
우리가 바라보는 걸 깨닫고 이를 드러내며 끽끽거린다.
화를 내는 게 아니라 비웃는 것 같다.

그리고 땅에서 주먹만 한 돌이나 나무 파편을 움켜쥐더니 힘껏 이쪽을 향해 던진다.

장난 치고는 위력이 강하다.
자그만 일본원숭이라도 양손만으로도 나무와 나무 사이를 오갈 수 있는 완력은 있다.

나는 위험하다고 느끼고 도망치려고 했다.

"아프다고."

하지만 스승은 못을 향해서 달려나갔다.

"넌 뭐냐, 짜샤."

그렇게 소리치면서 사면을 미끄러져 내려가서 바지가 젖는 것도 개의치 않은 채 첨벙첨벙 물을 튀기면서 못을 건넌다.

말릴 틈도 없었다.

원숭이 장난에 뿔이 난 스승이 상대를 습격하러 가는 엄청난 상황이었다.

원숭이도 못 건너편 안전지대에서 일방적으로 인간을 공격할 생각이었는지 신변의 위기를 느끼자 쥐고 있던 돌을 내던지고 괴성을 지르면서 사면을 올라 나무들 사이로 도망쳤다.

스승도 질 수 없다는 듯이 괴성을 지르면서 못을 건너더니 사면을 달려올라가서 나무 속으로 뛰어들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그 사면 위를 올려다보았지만 울창하게 자란 나무들이 계속 이어져 있다.

원숭이를 쫓아서 길도 제대로 안 난 산속으로 들어가다니 미친 게 틀림없다.

막았어야 했다고 후회했지만 이미 늦었다.
스승을 부르면서 돌아오는 걸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원숭이라고, 원숭이.

멍한 머리로 그 사실을 새삼 확인했다.
맨손인 인간이 산에서 원숭이를 쫓아가다니 미친 짓이다.
저렇게 깊은 산속을 질주하다니.
벼랑에서 떨어지거나 날카로운 대나무를 잘못 밟을지도 모르는데.

못을 건너긴 했지만 어찌 할 바를 모르고 주변 일대를 서성거린 지 약 1시간.

겨우 부스럭부스럭 사면 너머 수풀이 움직이고 스승이 나타났다. 온몸에 나뭇가지나 잎이 묻어 있다.

균형을 잡으면서 사면을 미끄러져내려오는 스승을 본 순간 나는 "괜찮나요?"라고 말하면서 다가갔다.

"도망쳤어."

스승은 얼굴을 찡그렸다.
몇 번 넘어졌는지 옷은 더러워졌고 얼굴에도 찰과상이 보인다.

"그러니까 내가 뭐랬어요!"

스승의 오른팔을 보았을 때 나는 저도 모르게 말하지도 않은 걸로 비난하면서 달려갔다.

스승의 오른팔 팔꿈치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새 수건을 가방에서 꺼내어 바로 피를 닦아내었다.
스승은 그 피를 눈치채지 못한 듯 느닷없이 팔을 잡은 나를 뿌리쳤다.

"뭐야, 난 괜찮아."

"괜찮을 리가 없잖아요."

나는 상처를 확인하려고 한 번 더 억지로 팔을 잡았다.

어라? 상처가 없다.
상처라고 해봐야 얼굴에 난 찰과상뿐이다.

그럼 그 피는 뭐지?
닦아낸 수건에는 피가 흠뻑 묻어 있다.
잘못 본 게 아니다.

"괜찮다고 했잖아."

스승은 거칠게 팔을 뿌리치더니 걷어부친 소매를 내리고 못을 건너기 시작했다.

나는 잠시 수건에 묻은 피와 스승의 등을 번걸아보다가 이윽고 못 본 걸로 치자고 결심하고 수건을 내던졌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무서우니까.

스승은 아직도 의욕이 가득 해서 해가 완전히 질 때까지 무덤 두 곳을 더 발견했다.

산을 잘 타는 사람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나는 지쳐서 이제 그만 돌아가자고 몇 번이고 징징거렸다.

하지만 스승은 그걸 무시하고 길 없는 길을 척척 나아가니까 울며 겨자 먹기로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산길 옆에서 발견한 마지막 무덤은 무덤명도 없고 자그만 돌 두 개를 그냥 쌓아올린 것뿐이었다.

스승은 손을 마주 모은 채로 중얼거렸다.

"이렇게 작고 초라한 무덤을 보면 왠지 기뻐져."

"왜요?"

좀 의외였다.

"돈이 없었던 건지 인맥이 없었던 건지 혹은 이름도 받지 못한 채로 죽어버린 아이였을지도 몰라."

"제대로 된 무덤을 받지도 못한 사람을 보며 왜 기뻐하는 건데요?"

스승은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

"그래도 그 사람이 있다는 증거로 이렇게 자그만 무덤을 남기고 있어."

이끼가 낀 석판에 선향이 두 개.
연기가 천천히 피어오른다.
스승은 팔을 뻗어서 선향에 물을 뿌렸다.

"이렇게 합장해 주는 사람도 이따금 찾아오지."

자, 돌아가자.
스승은 일어섰다.
나도 황급히 가방에서 꺼낸 걸 치웠다.

돌아가는 길은 어두워서 들고 온 손전등을 각자 꺼냈다.
왔을 때랑은 다른 길이다.
스승은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발밑을 조심하면서 스승의 등을 잃지 않도록 전망이 나쁜 내리막길을 신중하게 걸어갔지만 머릿속은 아까 본 자그만 무덤으로 가득했다.

그 사람이 있었다는 증거인가...

죽음은 죽음을 죽게 한다.
그런 말이 떠올랐다.
누가 지은 시였을까.

사람이 죽는다는 건 그 사람 마음속에 남아 있는 죽은 자의 기억이 한 번 더 그리고 영원히 휘발되어 버린다는 말일 것이다.

아까 그 무덤 주인도 분명 이제 아무런 기억도 그리고 다른 사람의 기억도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돌은 남는다.

그 의미를 생각했다.

멍하게 있으니 스승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렸다.

"야."

정신이 들어 보니 스승이 길 도중에 멈춰서 수풀이 끊긴 옆길에 손전등을 비추고 있다.

"왜 그러세요?"

옆얼굴이 왠지 긴장한 것처럼 보인다.

"자살이야."

"엇."

놀라서 달려갔다.

풀이 무성하고 언뜻 봐서는 길로 안 보이는 곳에 누가 지난 것 같은 흔적이 분명히 남아 있었다.

밟혀서 쓰러진 풀 너머로 손전등을 비추었다.

스승과 내가 비춘 빛이 교차한 곳에서 그림자가 공중에 떠오른다.

목 매단 시체다.

나는 저도 모르게 군침을 삼켰다.
이런 오지에 있는 나무 밑에서 사람이 매달려 있다.

부스럭거리며 스승이 그쪽으로 움직인다.
말릴 틈도 없었다.

나는 한순간 겁을 먹었다.
인적이 없는 밤, 산속에서 인간 형태를 한 것이 인공적인 빛에 비쳐 공중에 있다는 사실이 이토록 무서울 줄이야.

차라리 흐릿한 영체를 보는 게 더 나았다.

그래도 스승의 뒤를 따라서 나도 발을 내밀었다.
길은 완만한 내리막길이다.

푸른 셔츠에 청바지가 정면에서 나타난다.
뒷모습이라서 조금 안도했다.
더 밑으로 내려가 보니 상당히 높은 위치에 발이 있었다.
발돋움을 해도 신발에 손이 닿지 않는다.

시체 벨트 위치에 뻗은 가지가 하나.
분명히 거기까지 나무를 올라 가지에 발을 댄 상태로 떨어졌을 것이다.

두려워하던 냄새는 나지 않는다.
봄이라고는 하지만 기온이 높으니까 2,3일 지나면 부패가 진행되었을 것이다.

목을 매고 난 후 얼마 지나지 않은 건지도 모른다.

스승은 앞으로 돌아가서 목 매단 시체 얼굴 근처를 비춘다.

그리고 "오."하고 짧게 소리를 낸 뒤 기분 나쁜 듯이 뒷걸음질을 친다.

나는 도저히 같은 짓을 할 엄두가 안 나서 그저 보고만 있었다.

이윽고 한바탕 시체를 관찰하고 만족한 건지 스승은 묘하게 들뜬 발걸음으로 그 주변을 어슬렁거리기 시작했다.

"내리는 편이 낫지 않나요."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저 높이에서 내리는 걸 상당히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했다.

가지치는 가위 같은 걸로 로프를 자를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자자, 기다려 보라고."

스승은 뭔가 좋지 않은 일을 꾸미는 것 같은 어조로 허리에 차고 있던 손가방 속을 뒤지기 시작했다.

아까 자그만 무덤에 합장한 사람과 동일인물 같지 않는 태도다.

이 양면성이 그녀답다면 그녀답지만.

"오, 나이스. 가지고 왔구나."

장난감 같은 자그만 삽을 꺼낸다.
스승은 그걸 들고 목 매단 시체 바로 밑에 쭈그려앉았다.
그리고 목만 돌려 이쪽을 보았다.

"재밌는 걸 알려주지."

스승은 푹 삽으로 흙을 찔렀다.
부엽토채로 땅을 파내기 시작한다.

"혼백이라는 말 아냐?"

손을 움직이면서 스승이 묻는다.

혼백? 영혼 말인가?
아마 혼 쪽이 마음이나 정신 쪽 영혼이고 백 쪽은 육체에 깃드는 영혼이었을 것이다.

"중국 도교 사상에서는 혼백의 혼은 음양 중 양의 기운으로 하늘에서 받은 거야. 그리고 백은 음의 기운으로 땅에서 받은 거지. 둘 다 사람이 죽은 후에는 육체에서 떨어져. 하지만 가는 곳이 다르지."

말하면서도 열심히 흙을 파낸다.
나는 그 모습을 좀 떨어진 곳에서 손전등으로 비추며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스승의 머리 위에는 산속 깊은 어둠이 있고 그 어둠 밑바닥에서 사람 다리가 뻗어 있다.

"하늘에서 받은 혼은 하늘로 돌아가. 그리고 땅에서 받은 백은 땅으로 돌아가지. 현대인들은 모두 사람이 죽은 후에 영혼이 빠져나가고 하늘로 간다는 틀에 박힌 생각을 가지고 있더군. 실로 빈곤한 발상이야."

스승은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걸까.

"딱히 사후에 인간이 어떻게 되는지 논하고 싶은 건 아니야. 다만 경험상 몇 번 이런 목 매단 시체를 본 적이 있어서 말이지. 그럴 때 늘 어떤 현상이 일어나. 그게 대체 뭘까 싶어서 말야."

삽을 휘두르는 팔에 더 힘을 준다.

"똑같이 목을 맸는데도 실내나 아스팔트나 콘크리트 위에서는 안 일어났어. 하지만 이렇게... 흙 위라면 웬만하면 나와. 시체 바로 밑에서."

후, 숨이 흘러나온다.
잠시 후에야 자기 입에서 나온 소리라는 걸 깨달았다.

"오, 나왔다. 와서 봐봐."

스승이 삽을 내던지고 땅에 얼굴을 들이대었다.

내가 움직이지 않자 스승은 흙 밑에서 뭔가를 퍼올리더니 이쪽을 돌아보자마자 코앞에 들이댔다.

질척거리는 갈색 물질.
손가락 틈새에서 그게 실을 늘어뜨리며 떨어진다.

"뭔지 알겠어?"

나는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나도 몰라. 하지만 목 매단 시체 밑에 있는 땅에는 대부분 이게 있어. 이게 장소나 민족, 인종을 넘어서 보편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라면 관측되는 이것에 뭔가 의미가 있다고 이유가 붙었겠지. 예를 들어 백은 땅으로 돌아간다거나."

질척거리는 그것이 손가락 사이로 떨어진다.
마치 의지를 가지고 손바닥에서 도망치듯이.

"안사이 수필이었나, 갑자야화였나... 거기서도 목 매단 시체 밑을 파보니 이런 정체를 알 수 없는 물질이 나온다고 적혀 있었지."

스승이 왼쪽 눈 밑을 긁는다.
기뻐 보인다.
눈빛이 심상치 않다.

나 또한 기묘한 체험을 몇 번 해본 적 있고 괴담도 제법 많이 수집하고 있지만 그런 이야기는 들어본 적도 없다.

"아, 벌써 사라지네."

손바닥에 남아 있던 갈색 물질은 전부 도망치듯이 흘러떨어지고 말았다.

땅을 바라보아도 흔적은 남아 있지 않았다.
어디로 사라진 걸까.

"땅에서 파내면 순식간에 없어져. 흙 밑에 있는 것도 전부 사라진 것 같아."

스승은 한 번 더 삽을 쥐고 구멍을 두세 번 찌르다가 이윽고 고개를 저었다.

"재밌지?"

그렇게 말하며 스승이 고개를 든 순간이었다.

세찬 바람이 불어서 주변 나무들을 흔들었다.
반사적으로 목을 움츠리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심장에 못을 박는 것 같은 충격이 느껴졌다.

땅을 향하고 있는 손전등 빛에 어슴푸레 비쳐서 공중에 떠 있는 목 매단 시체 발끝이 보인다.

더러운 청바지와 그 밑에 가려진 낡은 신발 끝이 이쪽을 향하고 있다.

아까까지 시체는 등을 돌리고 있었을 텐데.

손전등을 슬며시 위로 올리니 이상하게 꺾인 목과 고개를 숙이듯이 늘어진 머리가 이쪽을 향하고 있다.

아무렇게나 자란 머리카락 때문에 바로 밑에서 들여다보지 않으면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바람인가.
바람 때문에 돌아간 건가.

목이 묶인 몸은 그 사지가 이상하게 뻣뻣한 상태로 머리 말고 모든 부분이 굳어져 있었다.

바람으로 로프가 뒤틀렸다면 이번에는 다시 반대 방향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그렇게 움직일 기색이 없는 것이 너무나도 무서웠다.

스승은 이쪽을 향한 채로 기쁜 듯이 말한다.

"어느 쪽일까."

나는 허공을 올려다보는 얼굴을 천천히 스승 쪽으로 돌렸다.

"누가 목을 매고 죽었기에 그 이상한 게 흙 밑에서 나타났을까. 그게 아니면..."

스승이 자기 바로 위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머리 위에 있는 시체 얼굴을 똑바로 쳐다본다.
마치 시선을 마주치려는 것처럼.

"그게 흙 밑에 있었으니까 사람이 여기서 목을 맨 걸까."

야, 어느 쪽이야?
그렇게 시체에게 묻는다.

만약 어깨가 손이 닿는 위치에 있다면 친근하게 어깨에 팔을 두르며 말을 걸 것 같은 어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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