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m.blog.naver.com/qordb6712/120174090859
스승한테 들은 이야기다.
한 번은 왜 거미를 싫어하냐고 물은 적이 있다.
카나코 씨는 꼭 듣고 싶냐며 감질을 내더니 후회할 거라고 말했지만 가부좌를 틀고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밤에 에어컨이 없는 방은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땀이 흘러서 괴담을 듣기에 딱 좋은 분위기였다.
물론 그 이야기가 괴담이라는 보장은 없지만...
"어렸을 적에 끔찍한 거미 사체를 봤거든. 그 이후 질색하게 되었어."
끔찍하다는 부분이 궁금했지만 의외로 평범한 이유였다.
쓸데없이 더워져서 부채를 부쳤다.
"근처에 쓰레기 집이라고 불리는 집이 있는데 거기에 유명한 괴짜 아저씨가 살고 있었거든. 늘 반바지를 입고 상반신에는 때가 낀 셔츠 한 장. 히죽거리면서 볼일도 없는데 그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는 거야. 일 같은 건 안 했지만 모친 연금으로 살고 있다고 들었어.
그치만 상당히 오래 전부터 이웃들도 그 모친을 보지 못해서 실은 옛적에 죽었는데 시체를 숨기고 있다는 소문도 들렸지. 물론 연금을 받기 위해서 말야.
아무튼 근처 사람들 사이에서도 위험인물 넘버 원. 어른들은 절대로 다가가면 안 된다고 엄하게 말했지."
"...따라갔군요?"
"응."
그럴 줄 알았다.
틀림없이 그 모친 시체를 찾기 위해서 따라갔으리라.
"초등학교 3학년 무렵이었나. 걷고 있던 아저씨를 미행하고 있을 때 아저씨가 갑자기 돌아보며 말하는 거야. '우리 집에 맛있는 게 있단다.'라고."
"...따라갔군요?"
"응."
그럴 줄 알았다.
나는 아저씨 뒤를 따라갔다.
어른이 근처에 있으면 주의를 줄지도 모르지만 평일 오후니까 아무도 없었다.
저벅저벅 걸어가는 아저씨 등을 보면서 잠시 나아가니 그 쓰레기 집에 도착했다.
대체 언제부터 방치해둔 건지 검은 쓰레기봉지에 든 것부터 들어가지 않은 더러운 것까지 마당에 넘쳐나와 있다.
주변에는 이상한 냄새가 풍겨서 시체가 있어도 분간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 쓰레기에 이끌려 길고양이들이 우글우글 몰려든다.
그 수많은 눈동자들이 일제히 이쪽을 노려보았다.
그냥 쓰레기를 뒤지러 온 건 아닌 모양이다.
크고 작은 접시에 캣 푸드 같은 게 어질러져 있었기 때문이다.
기르는 모양이다.
개중에는 무슨 고기인지 알 수 없는 걸 물고서 이쪽을 향해 으르렁거리는 놈도 있다.
"이쪽이야."
그렇게 말하며 아저씨가 쓰레기를 헤치고 집 안으로 들어가기에 고양이가 덤벼들지 않을지 긴장하면서 따라갔다.
현관에는 아무렇게나 벗어던진 신발들이 있고 절반은 쓰레기더미 밑에 깔려 있다.
아저씨가 신발을 벗었기에 생리적으로 벗고 싶지는 않았지만 나도 어쩔 수 없이 벗어서 신발을 조심스레 두었다.
"이쪽."
부엌으로 가는 줄 알았는데 복도 도중에 지하로 이어지는 계단이 있어서 그 앞에서 걸음을 멈춘다.
양말이 끈적끈적 마루바닥에 달라붙는 감촉이 기분 나쁘다.
그래도 아저씨가 계단을 내려가기에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내려갈 때 깨달았다.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린다.
집 밖에서 야옹야옹 시끄러웠으나 지하에서도 들려온다.
그것도 한두 마리가 아닌데다 괴로워 보여서 예삿 울음소리가 아닌 것 같았다.
계단을 내려가니 어두운 지하실에 선반이 잔뜩 늘어서 있다.
전부 다 천장에 닿을 정도로 키가 크다.
그 안에는 알 수 없는 것이 가득 차 있었다.
유모차, 깨진 삼면경.
낡은 통.
곡괭이.
석고 지장보살.
더러운 조화(造花).
암호 같은 걸 휘갈겨쓴 골판지.
그리고 검은 천을 씌운 새장 같은 것이 몇십 개.
고양이 울음소리는 그 천 안 속에서 들리고 있었다.
따라가서는 안 되는 넘버 원은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게 실감이 들었다.
그리고 병.
매실주를 만들 때 쓰는 것 같은 병이 선반 밑칸에 주르륵 늘어서 있고 천장에 달린 노란 조명이 그것들을 어슴푸레 비추고 있다.
기분 나쁜 색을 한 내용물이 슬쩍 보였다.
아저씨가 내가 보던 것 하나를 집어들더니 히죽히죽 웃으며 물었다.
"먹을래?"
처음에는 갈색 만두가 꽉 차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한 입 크기라고 생각해도 좀 작다.
크기도 형태도 제각각.
아저씨가 뚜껑을 열고 아기처럼 통통한 손가락을 집어넣고는 하나를 꺼냈다.
뭔가 축축하면서도 시들시들한 동그란 갈색.
아저씨는 그걸 입에 넣고 와작와작 소리를 내었다.
또 병에 손을 집어넣고 하나 더 꺼내어 내 입가에 들이댄다.
갈색 만두 표면에 이상한 무늬랑 털 같은 걸 본 순간 깨달았다.
깨닫고 말았다.
아, 거미 배다.
그것도 커다란 거미. 그것이 한 아름이나 되는 병을 절반 이상 채우고 있었다.
손을 대지 못하는 나를 보고 히죽거리더니 아저씨가 그걸 또 자기 입에 넣었다.
와작와작.
와작와작...
"잠깐만요."
도중에 나는 손사레를 치며 말을 잘랐다.
공기.
공기를 들이마시고 싶다.
아니, 공기는 있다.
창밖 공기를 쐬고 싶다.
카나코 씨가 그런 나를 한심하다는 듯이 보고 있다.
내 생각이 짧았다.
이 사람에게 트라우마가 될 만한 사건이 평범할 리가 없는데.
"아직 더 있어. 아직 난 도망치지 않았다고."
아저씨는 어린 여자애 앞에서 자신을 폭로해서 흥분한 건지 눈을 반짝이며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그치만 이게 아니야. 이건 별로 맛있지 않거든."
그리고 병을 돌려놓더니 안쪽으로 걸어갔다.
검은 천을 씌운 새장 같은 것 앞을 지나갈 때 고양이 울음소리가 커졌다.
걸음을 멈춘 내게 아저씨는 왜 그러냐고 묻는다.
"고양이가."
그렇게 말하는 내게 기쁜 얼굴로 입을 연다.
치아에 아까 먹은 거미 배 일부가 달라붙은 게 보인다.
"고양이는 둔갑한다고 하던데 어떤 식으로 둔갑하는지 실험해 보았어. 다양한 걸 시도했지. 그리고 깨달았어. 죽기 전에 이상한 울음소리를 내는 고양이가 있는 거야. 50마리 중 1마리 꼴로. 어떤 고양이가 그렇게 되는지 아직 연구 중이지만 무척이나 좋은 소리를 내지. 자, 이런 식으로."
아저씨가 옆에 있는 검은 천을 벗겼다.
그 밑에 있는 건 대나무 뼈대로 만들어진 새장.
텅 빈 새장.
그런데 이상한 기척이 팽창한다.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나는 저도 모르게 그 오른쪽 옆, 그 왼쪽 옆, 그 위, 그 아래에 있는 검은 천을 숨을 죽이며 바라보았다.
아저씨는 기쁜 듯이 그 천을 벗겨나간다.
아무것도 없다.
전부 비어 있다.
그런데 전부 울음소리가 들린다.
신음하는 소리.
전율하는 소리.
귀를 틀어막고 싶어지는 소리가.
"자, 고양이는 이제 됐어. 맛있는 건 여기에 있단다."
굳어진 내게 아저씨는 그렇게 말하고 안으로 나아간다.
머리가 멍해져서 왠지 꿈속에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비틀거리며 따라갔다.
천장에는 같은 간격으로 노란 조명이 달려 있다.
이윽고 벽이 나오고 모퉁이로 꺾인다.
또 선반이 양 옆으로 늘어서 있다.
조금 좁아 보인다.
제일 안쪽에는 거대한 얼굴이 보인다.
벽에 그려진 그림이었다.
아저씨가 허리를 숙이더니 더러운 항아리를 안고 왔다.
아까 거미 배가 들어 있는 병과 크기가 비슷했다.
무척이나 오래되어 보였다.
동그랗게 오므라진 입구에 유약이 흘러내린 것 같은 자국이 남아 있다.
그 입구를 막고 있는 천과 끈을 아저씨가 신중하게 벗겨나간다.
"북쪽, 차로 1시간 정도 가면 나오는 마을에 텐구 전설이 있어."
갑자기 그런 말을 꺼낸다.
"높은 산이 있는데 그 산이 아니라 조금 떨어진 늪지랑 관련된 이야기야."
뭐가 웃긴지 어깨를 작게 떨면서 속삭이듯이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낸다.
텐구?
머릿속에 불그스름한 얼굴에 코가 길고 수행자 차림을 한 모습이 떠오른다.
손에는 나뭇잎으로 된 부채.
아저씨가 말했다.
"산이 아니라 늪지에서 텐구 이야기가 나오다니 이상하지? 오래된 신사가 있는데 거기서 옛날에 하늘에서 떨어졌다는 텐구를 모시고 있어. 얼빠진 얘기지? 참 덤벙대는 텐구였나 봐."
등에 달린 자그만 날개를 퍼덕이며 기분 좋게 하늘을 날던 텐구가 나뭇잎 부채를 떨어뜨리고 말아 그걸 쫓아가던 중에 땅으로 떨어지는 모습이 떠올랐다.
"그런데..."
아저씨 음색이 바뀌었다.
속닥속닥 중요한 비밀을 고하듯이 목소리를 낮춘다.
"그 신사 구전에 텐구를 섬기게 된 유래가 있는데 조금 기묘해. 이렇게 말하더군. '그 상처입은 모습, 어떠한 짐승과도 닮지 않고, 살결은 검푸르며, 야위다, 울음소리는 꿩과 같도다'."
씩 웃으며 아저씨는 내 반응을 살폈다.
"아가씨가 아는 텐구랑 다르지? 얼굴은 붉지 않고 게다도 수행자 복장도 그리고 무엇보다 기다란 코 얘기도 안 나와. 그런데도 '텐구'라고 섬기는 거야."
확실히 이상했다.
"그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서는 잠시 텐구라는 존재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설명해야 해. 텐구가 지금 모습이 된 건 카마쿠라 시대 이후라고 하더군.
수행자 차림이라는 말로 알 수 있듯이 그들은 수험도 행자를 대표하는 산간 민족의 상징이야.
그리고 밀교가 쇠퇴해진 11세기 이후 불교 적대자로서 성질을 띠게 되지.
국가랑 그걸 수호하는 불도를 거스르는 고고한 존재.
그리고 자기 힘을 과시하고 오만의 화신으로서 불교에 도전해 패배한 존재.
그러한 불교 신화 안티 히어로가 그들이야.
그건 불교 자신이 자기 힘을 과시하고 진호불교로서 확고한 지위를 차기 위해서 요괴라는 당하는 역할을 맡게 된, 일본 고대 신들 중 하나인 거지."
아저씨 뒤에 있는 선반 내용물을 노란 조명이 어슴푸레 비추는 게 보였다.
민화나 요괴 관련 책이 잔뜩 꽂혀 있는 것 같았다.
항아리를 가슴 앞에 안은 채 아저씨가 계속 말했다.
"아가씨는 몇 살? ...그래, 귀엽구나. '텐구(天狗)'라는 글자는 적을 수 있니? 텐(天)은 하늘 천. 구(狗)는 짐승 변에 구두점할 때 구(句)를 쓴단다. 콧쿠리(狐狗狸) 씨라는 놀이를 해본 적 있니? 한자로 적으면 여우(狐)랑 너구리(狸) 사이에 이 구(狗)가 끼여 있지. 이 구는 개라는 뜻이야. 야산이나 마을에서 사람을 현혹시키는 짐승들.
그런데 아까 텐구를 섬기는 신사라고 했는데 실은 무척이나 오래된 신사야. 카마구라 막부가 생겼을 때보다 200년 이상 전에 세워졌지. 헤이안 시대야. 즉 텐구가 지금 모습이 되기 전이지. 그럼 오만하고 코가 길어지기 전 텐구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그냥 수행자? 아니, 텐구는 수험도가 생겼을 때보다 더 오래된 존재야.
일본 신화를 다룬 일본서기라는 걸 들어본 적 있니? 헤이안 시대보다 옛날, 나라 시대에 쓰인 책이지. 그 안에는 텐구를 언급한 구절이 있어. 어느 날 동쪽 하늘에서 커다란 소리가 들리며 별이 떨어졌다. 사람들이 놀라서 별똥별이다, 별똥별이다 야단을 피웠다. 하지만 어느 법사가 이렇게 말했다. '별똥별이 아니라 이건 텐구이니라.'."
뒤에서 들리는 고양이 울음소리가 커졌다.
깜짝 놀라 나는 목을 움츠렸다.
텐구라는 웃기는 울림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로 바뀌어갔다.
"하늘에 기다란 꼬리를 그으며 떨어지는 불공(火の球). 그냥 별똥별이 아니라 인간에겐 뭔가 중대한 의미를 가지는 징조. 하늘을 비상하는 키츠네(狗). 아마키츠네(天狗)란다."
아저씨는 그렇게 말하면서 항아리 표면을 쓰다듬었다.
"쿠(狗)라는 글자는 말이지, 키츠네(여우)라고도 읽어. 무척이나 오래된 읽는 법이야. 그치만 이 텐구는 일본에서 탄생한 게 아니야. 중국 오래된 서적에도 그 모습을 볼 수 있지. 기원 전에 생긴 산해경이라는 책에는 텐구 전체는 불공이라고 나와. 사기에서는 별똥별 같지만 지상에 내려온 狗(키츠네)랑 닮아서 몸에서 불을 일으킨다고 적혀 있지.
어떠니? 코가 길고 얼굴이 붉은 수행자랑 전혀 다르지? 일본에서는 텐구 신사가 잔뜩 있지만 거기서 섬기는 텐구는 사루타히코라는 신의 분령(分霊)이야. 코가 긴 신이지. 그 기다란 코가 카마쿠라 시기 이후 텐구랑 비슷해서 동일시되었지. 너무하지. 오만하고 코가 긴 불교 적대자가 신도의 신이 되어 버렸어. 원래라면 여우가 둔갑한 건데 말야.
그치만 실은 여우도 아니야. 여우랑 비슷한 별똥별 같은 불공이니까. 핼리 혜성을 알고 있니? 조금만 더 있으면 지구로 오는 혜성이야. 텐구별이라고도 하지. 혜성이나 별똥별 전반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해. 여기서 옛날 잔재가 있는 거지. 그리고 '오잡조'라는 오래된 중국 책이 있어. 거기서는 텐구별이 떨어진 후에 발견되는 짐승을 '텐구'라고 칭하고 있지."
아저씨는 눈을 반짝이며 또 한 걸음 다가왔다.
꿀꺽 침을 삼키면서 나는 또 한 걸음 물러섰다.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이해했니? 늪에 떨어졌다는 텐구를 섬기는 신사 구전은 '그 모습 어떠한 짐승과도 닮지 않고'라고 했어. 즉 무엇인지 모른다는 거야. 그래서 이건 점점 변해가는, 그런 '텐구'라는 말의 이미지로 덧칠되어가는 우화적 존재가 아니라 참된 모습을 묘사한 게 아닐까.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해."
상상해 보렴.
아저씨는 나직하게 말했다.
"천 년 이상 전에 있던 소박한 농촌 외곽. 늪이 있는 토지에 어느 날 정적을 찢고 하늘을 가르며 빛이 내려왔다."
어두운 지하실 천장에 빛이 지나간 것 같았다.
"굉음과 함께 거대한 불공이 내려왔다. 무시무시한 천재지변에 성긴 섬베옷을 입은 마을사람들이 도망친다. 이윽고 불공은 지상에 격돌하고 땅을 가르고 늪은 순식간에 증발해 여우불처럼 불길이 땅을 기어다녔다. 그리고 어느덧 불이 사라지고 사람들이 조심스레 다가가 보니 지형이 바뀔 정도로 커다란 충격이라는 걸 암시하는 흔적 속에 불공 잔해가 흩어져 있다.
그 중에서 사람들은 다친 짐승을 본다. 살결은 검푸르고 야위었으며 울음소리는 꿩 같았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짐승을 붙잡은 사람들은 마을 유권자인 신사 궁사에게 물었다. 이것은 대체 무엇인가. 궁사는 신화를 접하고 말한다. '별똥별이 아니라 이건 아마키츠네(天狗)이니라.'."
그리고...
아저씨는 항아리를 바라본다.
거칠거칠한 표면을 쓰다듬는다.
"하늘에서 불을 뿜는 공을 타고 떨어진 생물을 마을사람들이 소금에 절였어. 왜 보존하려고 한 건지 그건 몰라. 절여진 생물의 몸은 그 신사에서 섬겨져 대대로 궁사들이 물려받았지.
세월이 흐르고 이윽고 인어 고기 전설처럼 그 고기를 먹으면 몸 안에 영력이 깃든다는 소문이 탄생했단다. 그걸 들은 토지 영주에게 일부를 헌상한 모양이야. 카마쿠라, 무로마치, 에도, 메이지. 시대가 흐르고 아마키츠네는 텐구가 되어 이윽고 이 고기는 궁사 일족과 일부 씨족 자손만이 아는 비밀의 신체로서 구전으로 계승되게 되었지. 내가 어떻게 그걸 얻었는지는 비밀이야."
끊을 풀고 항아리 입구를 덮은 천을 벗겨간다.
나는 그 항아리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신화나 민화에서는 요괴나 귀신 등 무시무시한 힘을 가진 존재를 먹는 걸로 그 힘을 얻는 이야기가 있지. 그것 자체는 별로 드물지도 않아.
그치만 이 텐구 고기를 먹어 몸 안에 깃든다는 영력은 인어 고기처럼 불로장생 힘이래. 이게 또 재밌지. 고금 통틀어 텐구 고기를 먹고 불로장생을 얻었다는 전설은 거의 없어. 애초에 텐구는 인어보다 훨씬 더 무시무시한 힘을 가진 존재야. 인지를 초월한 괴이를 상징하는 텐구를 쓰러드리고 먹는다는 발상은 애초에 없었겠지. 천적인 밀교 스님은 계율로 육식을 못하고.
그런데 이 신사에서 섬기는 텐구는 그런 후세 텐구가 아니라 실은 아마키츠네야. 어떠한 짐승과도 닮지 않고 꿩 같은 울음소리를 내는 생물. 텐구니까 이런 모습으로 나타나는 게 아니라 이런 식으로 나타나서 아마키츠네라고 불린 거지. 이건 연역법이 아니라 귀납법이야."
뭐가 뭔지 알 수 없어서 두근대는 나를 보며 아저씨는 웃었다.
"자, 약속했던 맛있는 거란다."
그렇게 말하며 천을 벗겨내고 항아리 안에 손을 집어넣는다.
고기가 뚝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항아리에서 꺼낸 그 손가락은 시꺼먼 뭔가를 집고 있었다.
들이댄 그걸 똑바로 보지 못하고 저도 모르게 얼굴을 돌렸다.
"괜찮아. 제대로 젓갈이 되었으니까 아직 먹을 수 있어. 짜지만."
그렇게 말하며 아저씨는 자기 입 안에 손가락을 집어넣고 고기 조각을 씹었다.
쩝쩝 내게도 들리듯이.
그 순간 부들부들 아저씨 얼굴 전체가 미세하게 떨렸다.
불과 몇 초였지만 그 동안 아저씨 눈알도 작게 떨리는 게 보였다.
"이렇게, 맛있는데."
얼굴 경련이 멈춰도 눈알은 이리저리 뒤룩거린다.
나는 너무나도 무서워서 뒷걸음질 쳤다.
"이야기하던 도중이었구나. 귀납법. 귀납법이야. 텐구 고기니까 불로장생이 아니야. 궁사들이 관찰한 결과 이 고기를 먹으면 불로장생을 얻을 수 있다고 그렇게 여겨졌던 거야."
눈알은 떨고 있지만 아저씨 목소리는 또렷했다.
그저 끝없는 광기를 품고서.
뒷걸음질 칠수록 다가온다.
항아리를 든 채로.
"프레이저가 말했던 유감(類感) 주술이야. 유사한 것에는 유사한 힘이 깃든다. 관찰이야. 관찰당한 거야. 귀납법이야. 유사한 건 서로에게 영향을 끼쳐. 부부 금슬이 좋으려면 원앙을 먹으면 돼. 자식을 얻고 싶으면 자식 복을 타고 난 여성을 먹으면 돼. 먹는다는 건 가장 원초적이며 순수한 주술이란다."
슬금슬금 다가온다.
항아리에 한 번 더 손을 집어넣는다.
뚝.
고기를 뜯는 불쾌한 소리.
머리가 멋대로 그 소리를 몇 번이고 재생한다.
검은 것.
싫은 것.
무시무시한 것이 그 손가락에 들려 있다.
들이댄 그걸 피하려고 뒷걸음질을 치지만 딱딱한 것이 등에 닿는다.
책장에 ㄷ자로 들어간 곳에 나는 있었다.
안쪽 책장에 등을 대고 더 이상 물러날 수 없는 나는 어쩌지 어쩌지 그 생각만 머릿속으로 반복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듣고 말았다.
아저씨가 안고 있는 항아리 안에서.
Ku...
자그만 신음 소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