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hygall.com/504001201
이상하게도, 한밤중에 딸아이에 관한 꿈을 꾸다 퍼뜩 눈을 떠 보니, 딸이 내 침실 탁자 옆에서 날 올려다 보고 있었다. 침실은 너무 어두워 이제 6살이 된 아이의 희미한 윤곽만이 비칠 뿐이었다. 아이는 양 손을 허리에 올리고, 어딘가의 감독관 처럼 권위에 찬 눈길로 보조개를 만들면서 통통한 볼살을 부풀리고 있었다. 아이는 내 옆에서 코를 골며 자고 있는 엄마와 똑 닮은 황금빛 곱슬머리를 가지고 있었다. 난 너무나 피곤한데다 창문으로 새어 들어오는 햇빛도 볼 수 없어 아직 한밤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루시?"
"아빠, 아기 방에 남자가 있어요"
그 달콤한 목소리로 말하는 끔찍한 문장이라니.
퍼뜩, 난 이불을 걷은 뒤, 아내를 깨웠다. 그리고 사진들이 걸려있는 복도를 달려가 끝에 있는 침실로 들어갔다. 스위치를 올리자 마자, 난 이제 두달 된 아들의 방을 확인할 수 있었다. 민트색으로 칠해진 벽들과, 베이비 샤워에서 선물받은 기저귀들, 동물 인형들, 고무 젖꼭지와 행주들. 그리고 요람에서 자고있는 내 아들, 노아의 모습은 뭔가 섬뜩한 기분이 들게 했다.
침입자가 창문으로 기어 들어오고 있었다.
침입자는 불이 켜지는 순간 창문 안으로 목을 길게 내밀고 있었고, 내 존재를 알아차렸다. 그 때, 난 그놈의 손에 들린 칼을 알아차렸다. 남자는 거대했고, 기름낀 긴 머리카락과 정돈하지 않은 턱수염을 기르고 있었다. 그놈의 몸에선 시큼하고 썩은듯한 약 냄새가 진동했다. 난 그놈이 발을 제대로 딛으려 하거나, 칼을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들어올리기 전에 달려들었다. 난 여전히 아들이 잠들어 있는 요람 가장자리를 잡아 당긴 후, 책장에서 묵직한 책받침를 빼들었다. 받침을 잃은 아기 책들이 굴러떨어질 때, 난 그걸 몽둥이처럼 휘둘러 여전히 창문에 걸쳐져 있는 침입자의 팔을 후려쳤다. 그놈이 몇 차례 허공에 칼질을 해댔을 때, 난 놈의 머리를 향해 휘두를 수 있었다. 몽둥이가 머리를 몇 대 후려친 후에야, 침입자는 뒤뜰로 도망쳤다. 비참하게 절뚝거리며 우리 화단을 밟은 뒤, 담장을 넘어 어두운 골목으로 사라져 버렸다.
난 노아를 들어올려, 고맙게도 아직 잠에 빠져있는 아이를 품에 안았다.
"무슨 일이야?! 왜 창문이 열려 있어?" 난 아내가 내 뒤에서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
"지금 당장 경찰에 연락해. 누가 우리집에 들어오려 했어."
"뭐?" 아내는 못믿겠다는 얼굴로 피식 웃었다.
"당장."
난 내 두려움을 잊게 하기 위해 충분히 큰 소리로 강하게 말했고, 의도치 않게 노아를 깨우고 말했다.
아내가 경찰에 연락하는 동안, 난 집에 있는 모든 전등을 다 켜고 다녔다. 특히 바깥에 있는 것들을 켜고 다니며, 노아를 달래려 애썼다. 거실을 두바퀴 돌고 나서야 아이는 잠잠해졌고, 통화가 끝난 아내와 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아내가 물었다.
"응, 소리쳐서 미안해. 너무 놀라 있어서 그랬어."
"괜찮아. 무슨 일이야?"
"누군가 노아 방에 들어오려고 했어. 아기 방에 페인트 칠을 한 다음에 창문 잠그는 걸 깜빡했나 봐. 환기 때문에 열어놨던 거 기억해? 미안해, 자기야. 무슨 일이 일어났-"
"그만해." 아내가 말했다.
"노아도 괜찮고, 당신도 괜찮잖아. 나도 괜찮아. 아무도 다치지 않았잖아."
"당신 말이 맞아."
"경찰이 오고 있어. 그놈을 찾을 거야."
"놈을 찾는 건 어렵지 않을 거야. 약쟁이 좀도둑이었으니까."
"뭐 때문에 잠에서 깬 거야? 노아가 울고 있었어?"
난 대답을 생각하려 잠깐 말을 멈췄다. 그리고 똘망똘망한 눈을 가진 우리 아들을 내려다 보았다.
"응, 노아 울음소리에 깨버렸지 뭐야."
"아이가 그렇게 우는데 난 그저 자고 있었다니, 정말 미안해."
"걱정 마, 모든 게 다 잘 해결됐어. 커피 좀 마시는 게 어때, 응?"
아내는 부엌으로 들어갔고, 이내 커피포트에 물을 올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난 노아를 들어올려 복도 벽에 걸려있는 사진들을 볼 수 있게 눈높이를 맞춰 주었다. 난 노아에게 6살난 여자아이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아이의 보조개와 예쁜 미소 양쪽으로 엄마를 똑 닮은 곱슬머리 금발이 흘러내려 있었다.
"이 아이는 루시야, 노아. 너의 큰 누나란다."
노아는 그 작은 손을 액자에 뻗어 손바닥을 프레임에 가져다 대었다.
"난 언제나 루시가 멋진 누나가 될 걸 알고 있었어. 네가 태어나기 전에 하늘나라로 갔지만, 노아야, 엄마와 난 매일같이 루시를 그리워 한단다. 하지만 누나가 여전히 작은 동생을 돌본다는 걸 오늘 알게 되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