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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가 시작될 것 같아서 토리이에서 눈을 떼고 그 양 옆에 고정되어 있는 코마이누 쪽으로 다가가서 이끼가 낀 그 몸을 만졌다.
"꽤나 멋진 코마이누네요."
(코마이누 : 신사 앞에 놓인 개나 사자를 닮은 조각상.)
토리이 오른쪽에 있는 그것은 굳은 얼굴로 입을 다물고 옆에 있는 자그만 코마이누 머리를 쓰다듬는 모습을 하고 있다.
하지만 스승이 또 지적한다.
"자세히 봐. 그건 사자야."
"네?"
"머리에 보옥이 올려져 있잖아. 그쪽, 머리에 뿔이 달린 게 코마이누야."
반대편에 놓인 석상을 보니 확실히 뿔이 나 있었다.
입은 으르렁거리는 듯이 벌리고 있고 둥근 구슬을 밟고 있는 모습이었다.
"원래는 사자랑 코마이누가 한 쌍이 정식이야. 시대가 지나면서 사자랑 코마이누 구별이 안 되어 지금은 둘 다 일반적으로 '코마이누'라고 부르지만. 원래는 신전을 향하고서 오른쪽에 있는 게 사자고 왼쪽이 코마이누가 있어야 해. 똑같이 오른쪽이 입을 벌린 아형, 왼쪽이 입을 닫은 웅형. 여기는 아웅이 반대로군. 하지만 이 오른쪽은 명백히 사자 특징을 띠고 있어."
그 말을 듣고 뚫어지게 쳐다보며 비교했지만 보통 코마이누랑 뭐가 다른 건지 알 수 없었다.
"뭐, 아무래도 좋아. 코마이누 같은 건 신사에 따라서 천차만별이야. 장인의 개성이지 섬기는 신과 거의 무관해. 이제 가자."
스승은 얼른 토리이를 넘어간다.
나도 황급히 뒤를 따라갔다.
참배길은 길고 그 길 끝에는 비교적 자그만 녹나무가 가지를 한껏 뻗으며 서 있다.
그 밑을 지나니 짹짹짹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온다.
도중에 초즈야가 있어서 스승과 나란히 서서 입을 헹구었다.
(초즈야 : 참배객이 몸을 정화하기 위해서 손이나 입을 씻는 곳.)
참배길 안쪽에 배전이 보인다.
멀리서 봤을 때보다 상당히 크다.
자갈을 밟으면서 경내를 지나니 배전 옆에 빗자루를 들고 낙엽을 쓰는 남성이 있었다.
백의 위에 검은 옷을 걸치고 밑에는 옅은 푸른색 바지를 입고 있다.
추워 보이지만 남성은 태연자약하게 이쪽으로 돌아서서 웃는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 와카미야 신사 궁사인 이시자카 쇼이치 씨였다.
카즈오의 아버지로 조각 같은 얼굴이 닮았다.
50살은 넘었을 텐데 등은 꼿꼿하고 키도 상당히 컸다.
우리 얘기는 여주인한테서 들은 모양이다.
인사를 나누고 얼른 본론으로 들어갔다.
"토카노에 나타난다는 신주 유령 말입니다만 짐작 가시는 건 없나요?"
"네."
쇼이치 씨는 한숨을 쉬면서 곤혹스럽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카즈오에게도 물었습니다만 이쪽 의복이 도둑맞은 적은 없었지요?"
"네."
"뭐, 저도 이게 누가 장난 치는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소문에 편승해서 누가 좋지 않는 짓을 꾸미는 건 아주 말이 안 되는 건 아니기에. 아, 참배를 올려도 되나요?"
스승이 그렇게 말하고 배전으로 다가간다.
"제신은 하치만신인 오진이지요? 작법은 이배이박수일배가 맞나요?"
"제신은 오진과 주아이 그리고 진구입니다. 작법은 그렇게 하셔도 됩니다."
스승은 새전을 던지더니 신전 안쪽을 향해서 두 번 머리를 숙이고 두 번 박수를 친 다음 한 번 더 고개를 숙였다.
"이 미즈가키 안쪽이 신전이지요?"
(미즈가키 : 신사 주변에 설치된 울타리)
배전 너머에는 울타리로 둘러싸인 공간이 있어서 그 안에 자그만 본전이 보였다.
"이 신사는 전국무장인 타카하시 나가오키가 권청했다고 들었습니다만 그 이전부터 있었던 신사는 여기랑 합사되었나요?"
"너무 오래된 건 잘 모르겠습니다. 메이지 이후라면 합사 기록이 남아 있을 테니 사무소 쪽에서 보도록 하지요."
"그럼 부탁드립니다."
스승은 경내를 걷기 시작했다.
"말사는 저쪽인가요."
스승이 가리키는 곳에는 옆으로 긴 건물이 있었다.
"앞에 있는 게 섭사로 진토쿠, 야마토 타케루, 타케우치노 스쿠네 등을 모시고 있습니다. 말사는 그 안쪽입니다."
말사는 자그만 건물로 처마 밑에 도장이 벗겨지는 문이 몇 개 늘어서 있다.
"조령사는 있나요?"
스승이 묻자 당대 궁사의 얼굴이 조금 긴장한 빛을 보인다.
조령사라는 건 역대 신직이나 토박이의 영을 섬기는 사당이라고 한다.
"이 끝입니다."
잠긴 문 윗부분에 걸려 있는 간판을 확인하면서 스승은 그 정면에 섰다.
역대 신직 영이 이 안에...
그 의미를 생각하고 조금 등골이 오싹해진다.
오늘 아침 체험한 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스승은 눈을 감고 슬쩍 문에 오른손을 대었다.
쇼이치 씨랑 내가 지켜보는 가운데 잠시 그러고 있다가 문득 어깨에 힘을 빼며 돌아본다.
"아니야."
스승이 그렇게 단언하자 쇼이치 씨가 놀란다.
그도 이렇게 젊은 자칭 영능력자를 수상쩍게 보고 있었을 것이다.
그저 토카노에게 죄책감을 느끼고 있기에 여주인이 고용한 스승을 군말 없이 응대한 것에 불과하리라.
하지만 그 자칭 영능력자가 조령 짓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걸로 해두면 일이 쉬워져서 처리하기 편해지는데도.
"저게 시종인가요."
스승이 바라보는 곳에는 종루당이 있다.
경내 구석이다.
다가가니 커다란 종이 사당 지붕 긑에 매달려 있다.
"종은 당신이?"
스승이 치는 시늉을 했다.
궁사가 고개를 끄덕인다.
"신사에 시종이 있는 건 드문 것 같은데 신불합일 때 잔재겠지요."
"상당히 오래 전부터 있었나 보군요."
"당 신사가 열릴 무렵부터라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종 자체는 새 거네요."
"네. 이건 쇼와 때 제조한 겁니다. 오래된 건 저기에."
경내 제일 안쪽에 다 스러져가는 종루당이 하나 더 있었다.
종을 치기 위한 당목(撞木)도 보이지 않는다.
그쪽 종은 척 봐도 낡아 보인다.
녹이 전체적으로 슬어 있고 원래 색깔도 확실히 알 수 없다.
스승은 그 오래된 종 밑으로 걸어가더니 빙빙 돌면서 관찰했다.
"해설은 있나요?"
스승이 종 반대편에서 얼굴만 내밀고 그렇게 물었다.
"아뇨. 있었던 흔적은 있습니다만 지워진 모양입니다. 타카하시 나가오키가 가져온 첫 종이라고 전해지기에 이렇게 지금도 보존하고 있습니다만 어쩌면 몇 대 이후인 종일지도 모르겠네요."
"흐음."
스승은 종 밑 부분을 손가락으로 쓰다듬었다.
그리고 손가락에 묻은 녹을 빤히 바라보았다.
자세히 보니 스승이 쓰다듬은 부분은 특히 녹이 많았다.
아래쪽 몇십 센티 정도 되는 부분에 한 바퀴 빙글 돌아 다른 무늬가 달려 있는 것 같았다.
"그렇군."
스승은 그렇게 중얼거린 뒤 쇼이치 씨에게 물었다.
"이 녹은 어떻게 묻은 건지 전해지나요?"
"녹 말인가요?"
쇼이치는 곤혹스러운 듯이 고개를 저었다.
"그렇군, 그렇군."
스승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녹을 털어내고 손뼉을 쳤다.
"그럼 그 합사 기록을 보여주시겠어요?"
신전 옆에 있는 사무소로 갔다.
방에 들어가서 기다리고 있으니 쇼이치 씨가 둥글게 만 두꺼운 종이를 들고서 나타났다.
"이건 사본입니다만."
그렇게 말하며 펼친 커다란 종이에는 신사에서 섬기는 제신이나 그 유래 등이 자그만 글씨로 빼곡히 적혀 있었다.
사본이라고 해도 복사본은 아니다.
필사본이다.
"합사 기록은... 여기서부터네요."
스승이 종이를 손가락으로 짚었다.
"그렇군. 메이지 이후 것밖에 없네요. 합사한 건 7개인가. 신격은 없지만 촌사... 대부분이 제신 불명이네요. 단순히 신이라고 불린 촌락 사회 씨족신인 셈이로군. 항목에 경내 평수나 신전 간수 그리고 관청까지 거리마저 적혀 있다는 건 아마도 메이지 12년 '신사명세장' 을 만들기 위해서 작성한 기록이겠지요."
스승은 내게 메이지 때 일어난 신사 정리를 간략하게 설명해 주었다.
아무래도 메이지 초기에 그때까지 난립하던 전국 각지의 다양한 신사를 국가가 조사해서 신불을 신체로 삼는 신사를 개정하고 유래도 제신도 불분명한 자그만 신사를 근처 신사에 합사시키는 등 총폐합을 진행하여 지역 신사 기능을 재생시켰다고 한다.
이 와카미야 신사도 예외가 아니라서 근처 신들을 합사시킨 역사가 있었다.
합사된 신은 주로 아까 보았던 말사에서 모시는 모양이다.
"합사된 7사는 전부 배전도 없는 자그만 신사였지요. 거주하는 신주도 없었던 거겠지요. 제사 때는 아마 이쪽 와카미야 신사에서 신주가 직접 찾아가지 않았을까요."
스승이 추측하자 쇼이치 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대로입니다."
결국 이 마츠노키에서는 제사는 전부 이 와카미야 신사가 관여하고 있다고 한다.
"이 와카미야 신사는 천궁(遷宮)도 하지 않았네요."
"네. 계속 여기에만 있었습니다."
"토카노 주변에 분사도 없다고 들었습니다만."
"그 말대로입니다. 없습니다."
쇼이치 씨는 그렇게 말한 후 신중하게 덧붙였다.
"적어도 저희는 파악하고 있지 않습니다."
스승은 잠시 사무소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내렸다.
"잘 알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스승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숙이기에 나는 놀라서 그녀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이제 된 건가요?"
"이제 됐어. 들을 건 다 들었어. 물러나보겠습니다."
"그런가요."
쇼이치 씨는 스승과 똑같이 고개를 숙인 뒤에 굳은 얼굴로 말했다.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해서 죄송하군요."
사무소 현관에서 신발을 신고 있으니 쇼이치 씨가 커다란 봉투를 안고 왔다.
"이것을."
"아, 잊을 뻔했네요."
스승은 그걸 받아들고 안을 들여다본 뒤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나중에 돌려드릴게요."
"그거 뭔가요?"
내가 들여다보려고 하니 기대하고 있으라며 보여주지 않았다.
언뜻 밧줄 같은 게 보였다.
"그러고 보니 카즈오는?"
말을 돌리기 위해서 스승이 그렇게 물었다.
"조금 전에 어딘가로 나갔습니다."
또 토카노에 가서 일을 도울지도 모른다.
성실하기도 하다.
"이 신사는 장남인 오사무 씨가 잇는 건가요?"
"아뇨아뇨, 아직은."
그렇게 말하며 쇼이치 씨는 손사래를 쳤지만 은근히 기뻐하고 있다.
꽤나 자랑스러운 것 같았다.
후계자 문제로 골치를 앓는 신사가 많은 모양인데 신직 대학원까지 간 아들이 있으면 한숨 돌릴 수 있을 것이다.
한 번 더 감사를 하고 우리는 참배길로 갔다.
토리이까지 배웅하러 나온 쇼이치 씨 모습이 작아진다.
우리는 마지막으로 가볍게 고개를 숙인 뒤 자전거를 둔 곳까지 걸어갔다.
그 도중에 스승이 중얼거렸다.
"조금만 더 하면 전모가 보일 거야."
조금만이고 자시고 나는 이 신사에서 거의 수확이 없었던 것처럼 보이는데...
"자, 다음이다."
스승은 씩 웃으며 말했다.
자전거를 몰고 니시카와정 중심지까지 나온 우리가 다음으로 향한 곳은 도서관이었다.
"뒤로 가자."
스승은 그렇게 말하고 향토사 코너에서 책을 한 아름 빼와서 관람실 일각에 진을 쳤다.
그리고 니시카와정 변천이나 와카미야 신사 역사 등을 차례로 조사해 나갔다.
전부 다 여태까지 수집한 정보를 상세히 알거나 다시 확인하는 작업으로 이번 사건에 관련된 건 보이지 않는다.
질려서 집중하지 못하는 나를 뒷전으로 스승은 즐거운 듯이 항목을 읽어나갔다.
"오, 이거 봐. 카메가부치 얘기가 실려 있어."
그 저수지 말인가.
종이가 변색된 오래된 책에서 흑백 사진과 함께 저수지 역사가 적혀 있었다.
"별로 자세하지는 않네."
중얼거리면서 스승은 얼굴을 들이대고 읽는다.
전국시대 무장 타카하시 나가오키가 이 대규모 토목 공사를 실행한 배경과 그 효과가 어떤지 간략하게 설명되어 있었다.
옛날에 이 지류에는 카메가부치(亀ヶ淵)라는 늪지가 있었다.
그곳을 새로 파내어 저수지로 보강하고 강에서 물을 대는 공사 공정이 설계도랑 같이 나타나 있다.
흥흥거리며 읽고 있던 스승이 "음?" 하고 신음한다.
"亀ヶ淵 옆에 괄호를 쳐서 쇼가부치라고 카타카나로 적혀 있네."
"그러네요."
다른 항목에서는 '카메가부치' 라고 적혀 있으니 카메가부치로 읽는 게 맞을 것이다.
쇼가부치라는 건 별명인가?
"쇼가부치... 쇼가부치인가. 그 근처에서는 생강(쇼가)이라도 채취되는 건가."
스승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고 보니 어제 저녁 때 산채 튀김 중에 얇게 자른 생강이 있었다.
특산물일지도 모른다.
그 맛을 떠올리니 입 안에 행복한 감촉이 흘러넘친다.
오늘도 맛있는 걸 먹을 수 있으려나.
내가 입맛을 다시고 있을 때 스승이 일어나더니 근처에서 책을 펼치고 있는 60대 남성에게 말을 걸었다.
지역 주민 같다.
농협 로고가 새겨진 모자를 쓰고 있다.
"이 근처에서는 생강을 생산하나요?"
"아니. 생강이라면 옆마을이지."
"옛날은 생산했나요? 여기에 亀ヶ淵 부분에 쇼가부치라고 적혀 있는데요."
"응?"
남성은 노안경을 고쳐쓰면서 책을 들여다보았으나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 저수지는 쇼가부치라고 부르지 않는데."
그렇게 말하면서 옆에 있던 아는 노인에게 책을 보여주니 역시 똑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아무래도 쇼가부치라는 호칭은 일반적이지 않은 모양이다.
어쩌면 이미 안 쓰이는 오래된 이름일지도 모른다.
"감사합니다."
스승이 책을 안고 내게 눈짓을 했다.
다른 책도 치우라는 모양이다.
"이제 됐나요?"
"응."
저벅저벅 걸어가는 스승을 쫓아갔다.
"쇼가부치로 뭔가 알아냈나요?"
"아마도."
또 저 혼자만 이해한 얼굴을 하고 있다.
"알려 주세요."
졸라대니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쉬고서 스승이 손가락을 세웠다.
"亀라는 글자를 읽는 법을 얼마나 알고 있어?"
亀ヶ淵의 '亀' 말인가.
훈독으로 '카메' 음독으로 '키'. 얼마나라고 물어도 이 2개밖에 안 떠오른다.
스승은 커다란 사전을 책장에서 꺼내어 펄럭펄럭 넘긴다.
그리고 亀라는 한자가 적힌 항목을 펼쳐서 보여주었다.
"그밖에 거북 다리라는 뜻으로 亀手(킨슈)라거나 亀裂(킨레츠=균열) 그리고 중국 서쪽 나라 중 亀茲(쿠차)라는 나라도 亀를 차용하고 있어. 그리고 '屈む(코고무, 카가무=굽히다)'의 屈(쿠츠) 대신에 亀를 쓴 '亀む(카가무)'라는 말도 있지."
몰랐다. 다양하구나.
"인명이라면 더 다양해. 그러고 보니 내 친척 중에서도 亀에 司를 써서 亀司(히사시)라는 이름을 가진 아저씨가 있었지."
하지만.
스승이 한 번 더 손가락을 세워서 좌우로 흔든다.
"亀를 쇼로 읽는 예시는 어디에도 나오지 않아."
"아, 네."
그래서 뭐?
"아직도 모르겠냐?"
"네."
스승은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엄청 바보 취급하는 것 같다.
"알겠냐. 읽는 방식이 틀린 게 아니야. 그러니 틀린 건 한자 쪽이야."
"한자요?"
그렇게 잘난 듯이 말해도 "그래서 뭐?"라는 생각밖에 안 든다.
"그러므로 해결되었어."
뭐가 해결되었다는 걸까.
저수지 이름 수수께끼가 풀렸다고 한들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 스승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신주 유령 수수께끼는 풀렸어."
"뭐라고요?"
입을 딱 벌리는 내 어깨를 스승이 툭툭 쳤다.
"자, 조금만 더 힘내 보자고."
나는 영문도 모른 채 일단 도서관을 나왔다.
"배 고프다. 밥 먹자."
스승이 주변을 재빨리 둘러보고 식사를 할 곳을 찾아냈다.
그 카페 앞에 오니 어디선가 본 오토바이 한 대가 세워져 있었다.
오른쪽 핸들에 헬멧이 걸려 있다.
그 헬멧을 보고 떠올랐다.
스승도 눈치챈 듯 오토바이를 가리키면서 입가를 손으로 가리며 웃었다.
문을 여니 딸랑 소리가 들렸다.
자그만 카페 안에는 손님이 몇 명 있었는데 소리를 듣고 이쪽을 돌아본 사람들 중에서 아는 얼굴이 있었다.
카즈오였다.
오토바이 복장은 어제 저녁에 본 참이었다.
"마을 참 좁구만."
스승이 그렇게 말하면서 테이블석으로 다가가니 카즈오는 놀란 얼굴을 한 뒤에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그 맞은편에는 낯선 여성이 앉아 있다.
"곤란한걸."
카즈오는 그렇게 말하며 머리를 긁적인 후 여동생이라고 소개했다.
여동생이라면 미도리인가.
아마 카에데랑 동갑일 것이다.
머리가 긴 그 여성이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기에 우리도 따라 숙였다.
카에데랑 타입은 다르지만 꽤나 예쁜 사람이었다.
"저희는 이만 나갈 테지만 천천히 있어 주세요. 이곳 A 런치가 싸고 맛있어요."
카즈오는 명랑하게 말하더니 계산을 마친 후에 스승에게 다가가서 귀엣말을 했다.
"여기서 저희를 본 걸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아 주세요."
카즈오가 부탁이라는 듯이 손을 비빈다.
"좋아."
스승은 딱히 신경 쓰지 않는 듯이 그렇게 말하더니 종업원을 불러서 A 런치를 주문했다.
배가 고파서 조급한 모양이다.
따라서 가게를 나가는 둘을 곁눈질로 바라보면서 나도 똑같은 걸 주문한다.
의문은 들었지만 A 런치가 테이블에 올라오니 그런 생각이 확 달아났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머리를 쓴 탓인지 어제부터 유난히 배가 고프다.
스승과 둘이서 나온 요리를 묵묵히 먹었다.
"만족했어."
스승이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그대로 이쑤시개를 찾는 시늉을 하기에 나는 눈앞에 있던 용기를 내밀면서 물었다.
"신주 유령 수수께끼가 풀렸다니 무슨 말인가요?"
스승은 이쑤시개 하나를 빼고 입을 가리면서 이렇게 말했다.
"수수께끼가 풀렸다는 건 과언이려나. 누구 때문인지는 알았지만 이유는 아직 모르겠어."
"그래서 그게 뭔데요."
"뭐 일단은 지금까지 해결 수단이 틀렸다는 걸 알아낸 것만으로도 충분하겠지."
마지막까지 그런 추상적인 말만 하며 얼버무린다.
납득은 가지 않았지만 스승이 자리에서 일어서기에 어쩔 수 없이 같이 일어섰다.
카운터에서 스승이 영수증을 달라고 말하니 종업원이 놀란 얼굴로 점장을 부르러 갔다.
평소에는 근처에 사는 손님들만 상대하니까 영수증이 필요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는 모양이다.
나도 이런 흥신소에서 알바를 안 했다면 학생인데도 영수증을 받을 기회가 없었을 게 틀림없다.
주방에서 나온 점장이 카운터 밑에 있는 서랍을 뒤지더니 겨우 개봉되지 않은 영수증 용지를 꺼냈기에 거기다 기입하게 했다.
이런 식비도 조사 경비로 들어가는 걸까.
"일단 돌아가자."
카페를 나온 후 와카미야 신사에서 받은 봉투를 툭 치고는 스승은 그걸 짊어진다.
그 후로 자전거를 타고 우리는 토카노로 돌아왔다.
여전히 바람은 차가웠지만 그 동안 스승은 페달을 밟으면서 콧노래를 불렀다.
상당히 여유가 넘쳤다.
"여유만만이네요."
"그렇지 않아. 퍼즐이 한두 조각으로 맞춰질 것 같아서 그래."
그런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으며 씩 웃는다.
실로 심술궂은 얼굴이다.
여관에 돌아오니 히로코 씨가 한가한 듯이 현관에서 앉아 있었다.
"아, 어서 와~"
앉은 채로 손을 흔든다.
오늘 하루 손님이 없으니 한가한 모양이다.
연말 한창 벌어야 할 때에 상황이 이래서야 주인은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겠지만 종업원은 거의 휴가나 마찬가지라 행운이라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시계를 보니 오후 2시다.
자전거를 현관 앞에 세우고 스승은 종이 봉투를 히로코 씨에게 떠넘겼다.
"큰 방에 놓아줘."
히로코 씨는 흔쾌히 받아들고 큰 방으로 간다.
우리는 2층으로 올라갔다.
도중에 스승이 돌아보며 말했다.
"다른 온천에 들어가자."
"다른 온천이라니 타나카야요?"
"일단 옆이라고 하니 거기려나."
"관광 오셨어요?"
그런 말을 한 후 칸스케 씨가 근처에 없는지 목을 움츠리며 돌아보았다.
그 사람은 여주인이 고용한 수상쩍은 우리에게 노골적으로 적대심을 품고 있었다.
너무 경솔한 언동을 보이면 언젠가 혼날 것 같다.
"무슨 소릴. 정보 수집이야. 오래된 온천 여관은 신입인 토카노를 좋게 생각하지 않을 테니까. 그 뒤를 캐내면서 그 소문을 물어보자고."
그렇게 말하며 옷을 갈아입고 현관에 세워둔 자전거를 타려고 하니 카에데가 부지에 있는 문 쪽에서 서 있는 걸 보았다.
"어디 나가?"
"아, 안녕하세요."
어제보다 어른스러운 복장을 하고 있다.
"데이트~?"
스승이 짓궂게 그렇게 물으니 카에데는 "그런 거 아니에요."라며 손사래를 친다.
"카즈 오빠가 미도리랑 어제 남매 다툼을 벌인 모양인데 화해하고 싶으니까 미도리가 좋아하는 스탠드 램프를 선물하고 싶다면서."
그 스탠드 램프를 어떻게 골라야 할지 몰라서 카에데에게 같이 사러 가자고 부탁한 모양이다.
나랑 스승이 얼굴을 마주 보았다.
그래서인가. 카페에서 카즈오의 반응을 떠올리고 저도 모르게 뿜을 뻔했다.
"아, 왔다."
시골길에서 배기음을 내면서 카즈오의 오토바이가 나타났다.
무슨 차종인지는 모르겠지만 검은 레이스용 오토바이로 보인다.
이렇게 달려오는 걸 보니 꽤나 멋있다.
카즈오는 여관 부지로 들어와 우리 앞에서 오토바이를 세웠다.
헬멧을 벗은 카즈오는 시치미를 뚝 뗀 얼굴로 우리에게 인사를 하더니 좌석 밑에 있는 수납 공간에서 헬멧 하나를 더 꺼내어 카에데에게 넘겼다.
"그럼 갔다오겠습니다."
헬멧을 쓰면서 우리에게 손을 흔들며 카에데는 오토바이 뒤에 탔다.
카즈오는 뭔가 확인하듯이 천천히 나랑 스승에게 고개를 숙인 뒤 액셀을 밟아서 상쾌하게 달려나갔다.
그걸 배웅한 뒤에 스승이 불쑥 중얼거렸다.
"커다란 오토바이군. 헬멧 2개를 수납할 수 있는 차종이야."
그런 것보다 아까 대화에서 카즈오가 필사적으로 숨기려고 하는 티가 전해져서 왠지 내가 다 부끄러워졌다.
아무래도 카페에서는 여동생인 미도리랑 작전 회의를 한 모양이다.
여동생을 핑계 삼아 데이트 구실을 만들다니 그 고지식함이 살짝 엿보여서 훈훈했다.
"그런 이유를 갖다붙이지 않아도 좀 더 세게 나가도 좋지 않았으려나."
어젯밤 일이 떠올려서 그렇게 중얼거렸지만 스승은 관심이 없다는 투로 나를 재촉했다.
"자, 가자. 얼른 몸을 씻고 싶어."
확실히 빠르게 자전거를 몰아서 땀이 난 데다 잠시 몸을 움직이지 않으니 추위로 옷에 묻은 수분이 차가워지고 있다.
"좋네요."
나는 진심으로 그렇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