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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소설][스승시리즈] 거인 연구 중편

작성자빛빔|작성시간26.06.20|조회수52 목록 댓글 0

 

출처 : https://m.blog.naver.com/qordb6712/120174102996

다다음날 나는 점심 전에 스승 집에 갔다.
월요일이었다.
이미 준비를 마친 스승은 바로 나와서 자전거를 타고 가자고 말했다.

그리고 내 자전거 앞바구니에 짐을 던져넣더니 자기는 뒷바퀴 축에 발을 올린다.

내 어깨에 올린 손바닥에서 한순간 체온이 전해진다.

"먼저 타카야 종합 리서치로 가자."

머리 너머로 손가락을 뻗는다.

"예이 예이."

2인분 체중을 운동 에너지로 바꾸기 위해서 온힘을 다해 페달을 밟았다.

잠시 묵묵히 자전거를 몰고 있으니 갑자기 스승이 말했다.

"왠지 시선이 느껴져."

경계를 하는 것 같은 목소리.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스승 쪽을 바라보았다.
스승은 두리번두리번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나는 새삼 스승을 확인하고 "그럴 만도 하지." 라고 중얼거렸다.

"왜. 뭐라고 했어?"

"아뇨 아무것도."

늘 저지나 청바지 같은 편한 옷차림을 하고 화장은커녕 삐친 머리조차 정돈하지 않은 스승이 오늘은 군청색 비즈니스 정장을 제대로 갖추어 입고 화장도 자연스럽게 했다.

그런 사람이 자전거 2인승 그것도 뒤쪽에서 일어서서 타고 있다고 생각해 보라.

당연히 눈에 띄겠지.

그런 내 생각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는 듯 스승은 잠시 주변을 경계했다.

타카야 종합 리서치라는 화려한 간판이 있는 빌딩 앞에 도착했을 때에도 역시 지나가던 사람들이 빤히 쳐다보아서 스승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뭐 됐어. 빌릴 수 있는 걸 빌리러 가자."

자세히 듣지는 못했지만 뭔가 빌리러 온 모양이다.
이 커다란 흥신소는 우리가 알바를 하고 있는 오가와 조사 사무소 소장인 오가와 씨가 예전에 소속해 있던 곳으로 그 인연으로 지금도 일감을 주고 있어서 여러모로 신세를 지고 있는 회사다.

안으로 들어가니 에어컨을 튼 넓은 건물에 책상이 잔뜩 늘어서 있다.

그 대부분이 비어 있었다.
허세로 있지도 않은 직원 책상을 놓아두는 오가와 조사 사무소랑 달리 명백히 번성하기에 일손이 바빠서 부재중이다.

그것도 그렇다.
흥신소 직원이 책상에 앉아서 할 수 있는 그리 많지 않으니까.

"어머 또 왔니."

접수대에 있던 화려한 붉은 옷을 입은 아주머니가 일어나서 다가온다.

이곳 사무원인 이치카와 씨다.
여러 흥신소를 전전해온 이 길 30년 인생 베테랑으로 이 업계 다양한 빛과 그림자를 꿰뚫고 있는 그 존재는 직원들에겐 든든하면서도 두려운 대상이었다.

내겐 그저 오지랖 넓은 아줌마로밖에 안 보인다.
그건 이 이치카와 씨가 유난히 스승을 마음에 들어해서 귀여워해 주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죄송하지만 또 그 세트 빌려 주세요."

"좋아. 저번에 빌려줬을 때 그대로 아직 정리하지 않았거든."

그렇게 말하며 이치카와 씨가 자그만 상자를 가지고 왔다.

그걸 받으면서 스승이 물었다.

"소장은요?"

"접객 중이야. 꽤 길어질 것 같아."

"그런가요. 여전히 바쁘시네요. 저번 답례가 아직인데 잘 전해 주세요."

"괜찮아 괜찮아. 어차피 이런 거 쓸 일도 별로 없는데."

마치 자기가 경영하는 사무소인양 군다.

이치카와 씨에게 인사를 하고 그 자리를 떠나 밖에서 자전거 앞바구니에 상자를 넣었다.

"이거 자사 빌딩이래."

내 작업을 기다리는 동안 스승은 건물을 올려다보면서 말했다.

"입사해서 언젠가 가로채줄까."

농담으로 그런 말을 한 것 같은데 정말로 그럴 것 같아서 복잡한 기분이었다.

그 하청의 하청을 자칭하는 오가와 조사 사무소 알바 신분이면서도 그 실무 능력은 내가 보건대 특출나다.

숨겨진 걸 해명하는 건 굳이 오컬트를 꺼내지 않아도 본인 성격에 맞는 것 같았다.

대기업 흥신소인 타카야 종합 리서치 입장에서도 지금까지 놓쳐온 응대 불능 요괴 사건을 현실적인 계약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다.

영감이 강한 사람은 그밖에도 많지만 그 사용법을 이렇게까지 이해하는 사람은 적으리라.

하지만 이 사람이 알바라면 몰라도 사원으로서 다른 사람 밑에서 일하는 건 별로 보고 싶지 않았다.

"좋았어. 그럼 상점가로 가."

준비가 된 걸 보자마자 다시 자전거 뒤에 올라탄다.

"예이 예이."

상쾌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열심히 페달을 밟았다.
점점 속도가 올라간다.

이윽고 상점가 주륜장에 도착했다.
마침 점심 때였기에 평일이라고는 하지만 백화점이 있는 상점가 중심지 근처는 사람으로 북적이고 있었다.

스승이 가리킨 대로 상자 꾸러미를 풀고 근처 공중 화장실로 들어갔다.

상자 속에는 척봐도 스태프 점퍼로 보이는 노란 상의랑 '취재 중' 이라고 적힌 녹색 완장, 목에 거는 이름표, 바인더, 필기 도구 등이 들어 있었다.

그것들을 장비하고 화장실에서 나오니 기다리고 있던 스승이 이름표를 받아들어 목에 건다.

이름표에는 이름밖에 적혀 있지 않았다.
그것도 적당히 붙인 걸로 보이는 제멋대로인 이름이다.
무슨 일에든 다방면으로 쓸 수 있도록 만들어진 모양이다.

"알겠냐. 이건 잡지 설문조사야. 내가 편집자고 네가 어시스턴트."

겨우 설명이 나왔다.

자그만 사람을 보았다는 이야기를 불특정다수 사람들한테서 모으기 위해서 가공 지방잡지인 척하고 거리에 나가 설문조사를 실행하는 것이다.

설정은 이번에 창간하는 '마이 타운 뉴스' 라는 잡지 기획으로 그 중 '당신의 공포 체험' 이라는 코너를 위한 취재이다.

그걸 위해 준비했다던 설문지를 보았는데 사는 지역, 연령, 지금까지 심령현상에 조우한 적은 있는가? 그건 언제인가? 등등 질문사항이 적혀 있다.

그 심령현상을 고르는 일람에는 당연히도 소인이 포함되어 있었다.

고작 설문하는 척을 하기 위해서 이렇게 면밀주도한 준비를 하는 것이 한 번 물면 만족할 때까지 놓지 않고 쓸데없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 스승답다.

"아니 처음에는 그냥 설문 좀 해 달라고 다가갔는데 내용이 내용인지라 뭔가 수상쩍은 상술이 아니냐며 의심을 해서 잘 풀리지가 않았어. 이치카와 씨에게 졸라서 이 세트를 빌렸더니 그럴 듯하게 보였기에 저번에는 제법 사람들이 응해주었지. 이번에는 어시스턴트까지 있으니 완벽해."

그리고 이런 질문을 하면 이렇게 대답하자고 상세한 의논을 한 후에 우리는 백화점 앞 거리에 나섰다.

"설문 조사 부탁 드립니다."

스승은 밝은 목소리를 내었다.
물론 텔레비전 카메라가 있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이 모여주지 않으니까 스승은 통행인에게 설문 용지랑 필기 도구를 대담하게 내밀었다.

저도 모르게 받아든 사람에게 준비해둔 말을 꺼내며 상쾌한 미소로 부탁한다.

처음에 걸린 사냥감은 바지에 셔츠를 넣은 수수한 학생으로 보이는 남자.

"아 거기는 체크만 해주시면 돼요."

그렇게 스승에게 재촉을 받으면서 2분도 채 걸리지 않은 채 작성 종료.

별로 유령을 본 적이 없는 듯 바로 풀려났다.
상대는 좀 더 이야기하고 싶어했지만 스승은 관심 없다는 얼굴로 분위기로 방어막을 치며 그걸 격퇴했다.

그런 걸 반복해서 6번째 때 겨우 심령현상을 겪었다던 사람을 붙잡았다.

그것도 최근 자그만 사람을 보았다고 한다.
젊은 커플로 여성 쪽이었다.
스승은 이때다 싶어서 질문을 해서 상황을 자세히 끌어냈다.

육상을 하는지 아직 주변이 어두운 새벽에 주택지에서 러닝을 하고 있으니 자그만 발소리가 뒤를 쫓아오는 기척이 들었다고 한다.

돌아보아도 아무도 없다.
잘못 들었나 싶어서 앞을 보며 달려가니 또 들린다.
이번에는 확실히 들었다.
무서워서 돌아보니 자기 바로 밑 발밑에 달걀귀신 같은 자그만 인간형 고깃덩어리가 총총 따라오고 있었다.

그녀는 비명을 지르면서 전력으로 도망쳤지만 당분간 그 발소리가 따라왔다고 한다.

그 총총거리는 박자를 유지한 채.

얼굴이 창백해져서 겨우 이야기를 끝낸 여성이 물었다.

"뭔가 나쁜 것에 씐 걸까요?"

스승은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괜찮을 거예요. 이 설문을 해도 알 수 없는 요괴를 보고 그 뒤에 저주를 받았다는 사람은 없었으니."

여성은 무책임한 그 말에 석연치 않은 얼굴을 했지만 옆에 있던 남성이 이만 가자며 데리고 갔다.

그 대응이 정답이리라.
그럴 듯하게 영이란 이러한 존재라고 말을 꺼내 걱정이 된다면 어디어디 영능력자를 찾아 보라느니 이런 부적을 사라느니 그런 말을 해 버리면 그야말로 상술로 보고 설문을 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보았다.
그 언뜻 무책임해 보이는 대답을 하기 전에 스승은 그 여성 눈동자 속을 꿰뚫어보듯이 쳐다보았던 것이다.

그 안에 도사리고 있는 뭔가를 발견해내기 위해.
스승은 스승 나름대로 진지하게 대답한 것이리라.

"자 다음."

그렇게 스승은 담담히 설문을 진행하고 요령이 생긴 나도 둘로 나뉘어 차례로 사람들에게 말을 걸었다.

2시간 반 정도 지났을 무렵.
스승이 드디어 말했다.

"지쳤으니까 이쯤 하자."

회수한 설문지를 세어 보니 92장이엇다.
집계는 돌아간 뒤에 할 테지만 훑어보니 소인을 보았다던 대답이 적어도 6건은 있었다.

그것도 전부 최근이었다. 92분의 6이 얼마나 의미를 가지는 숫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심령현상에 조우한 적이 있는 것 같은 사람 자체가 아마도 전체의 절반 이하였을 터였기에 그 중에서 6건이라고 생각하면 상당히 많은 것 같았다.

심령현상이라고 듣고 떠오르는 건 보통 유령이나 심령사진 랩 현상일 것이다.

이렇게 소인을 목격한 사례가 최근에 늘어나게 된 이유는 뭘까.

"야 멍하니 있지 마. 끝났으면 얼른 가자."

스승이 재촉해서 또 공중 화장실로 갔다.
다 사용한 걸 전부 상자 안에 넣었다.

그 뚜껑을 덮으려고 할 때 문득 손이 멈추고 감상에 젖었다.

고작 괴담을 듣기 위해서 이렇게까지 하려드는 의욕이 스승에겐 있었다.

지금 내겐 틀림없이 결여된 감정이다.

하지만 그 스승이 하는 일을 떠올리면 이상하게도 가슴이 뛰게 된다.

무엇을 하는지 보고 싶어진다.

"오 수고. 도시락 먹을까."

내가 화장실에서 나오니 스승은 자기 짐에서 은박지로 싼 걸 꺼내들었다.

주먹밥이다.

상점가를 떠나 근처에 있던 자그만 공원으로 갔다.

오후 2시 무렵 공원에는 커플 몇 쌍과 아이들 몇 명이 벤치나 모래사장에 앉아 있었다.

"확실히 소인을 보았다던 사람 꽤 있었네요."

소가 들어 있지 않은 걸 확인하고 얼굴을 찡그리며 그렇게 말하니 스승은 "응." 하고 다른 걸 생각하고 있는지 건성으로 대답하며 김으로 싼 것뿐인 주먹밥을 묵묵히 먹었다.

"그러고 보니 마지막 질문은 뭐였나요?"

설문 용지 마지막에 "최근에 애용하던 컵에 이변이 있었습니까?" 라는 기묘한 질문이 있었다.

내가 대응한 사람들은 아무도 네라고 적지 않았다.
궁금해서 회수한 용지를 셀 때 슬쩍 훑어 보았지만 스승 쪽에도 네라고 적은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사실은 소인 얘기를 듣고 싶었던 것뿐이니까 문항 수를 늘리기 위해 적당히 만든 건지도 모르지만 그것 치고는 내용이 기묘했다.

"그건 뭐 처음부터 기대는 안 했지만 설마 아무도 없었을 줄은 몰랐어. 그치만 그럴 줄 알고 다른 곳을 알아두었지."

스승은 잘 알 수 없는 말을 하면서 혼자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다 먹었으면 가자."

"엇 잠깐만요."

일어나는 스승을 보고 나는 황급히 남은 주먹밥을 입 안에 넣었다.

"다음은 어디 가는데요?"

"의학부야."

다시 둘이서 자전거를 탔다.

나랑 스승이 다니는 대학에는 캠퍼스가 여러 개 있는데 의학부는 같은 시내에서도 조금 떨어진 곳에 있었다.

우리 캠퍼스에서 자전거를 타고 20분 정도 걸리는데 딱히 거기 갈 일도 없어서 낯선 곳이었다.

동아리도 캠퍼스마다 존재하기에 정말로 갈 이유가 없었다.

"의학부에 무슨 볼일인데요?"

"조교수 중에 아는 사람이 있거든.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아는 사람인가.
스승은 유난히 대학 교수나 조교수 중에 아는 사람이 많다.

자기 세미나 교관이라면 당연하겠지만 다른 학과를 넘어서 다른 학부까지 그 네트워크를 넓히고 있다.

아저씨나 홀려댄다고 나는 몰래 뒷담을 했지만 뭔가를 조사할 때 그 전문가에게 직접 물어볼 수 있으니 정확하면서도 시간 낭비가 없다.

그 인맥이라고 할까 일개 학생 신분으로 다른 학부 분야까지 그 정도로 조사하고 싶은 게 있다는 게 오히려 특이할지도 모른다.

"저기 저기."

낯선 캠퍼스 입구를 헷갈리니 스승이 지적해 준다.

평일이라서 캠퍼스 안에는 학생들이 많았다.
그들도 나랑 스승을 노골적으로 쳐다보았다.

"거기서 세워줘."

지시한 곳에서 자전거를 세웠다.
학부동 앞이었다.

"오늘은 아마 대학병원에 있지 않을 거야."

스승은 혼자서 걸어갔다.
뒤를 따라가려고 하지만 현관에서 제지당했다.
여기서 기다리라는 말인가 보다.

"같이 가면 안 되나요?"

"안 돼. 다른 거라면 몰라도 이번에는 예민한 문제니까. 나도 어떻게 구워삶을까 생각 중이야. 미안하지만 혼자가 나아."

무슨 얘기인지 무지 궁금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 조교수는 무슨 전문인데요?"

그 질문에 스승은 입을 과장스레 움직이면서 작게 말했다.

"정신."

그럼 나중에 보자.
스승은 학부동 계단을 올라갔다.

그로부터 20분 정도 지났을 무렵.
나는 학부동 입구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의사 지망생들이 빈번히 드나드는 와중에 전혀 아는 얼굴이 없어서 소외감이 들고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이었다.

이 놈이고 저 놈이고 머리 좋아 보이네.

그 학생들 사이에서 정장을 입은 스승이 나타났다.

"기다렸지?"

왠지 피곤해 보인다.

"수확은 있었나요?"

그렇게 물으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상당히 완고했어. 그 자식 변태니까 미니 스커트라도 입고 올걸 그랬네."

오른손으로 자기 허벅지를 두드린다.

"무슨 짓 당한 건가요?"

"바보냐?"

스승은 근처에 있던 자판기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뭘 물으러 간 건데요?"

추궁하니 돌아보지도 않고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유령 목격담이라는 건 정신장애랑 밀접한 관계가 있어."

담담한 어조였다.

"정신분열증이나 간질에는 환청과 환각이 따라오는 법이고 약물중독으로 인한 환각도 심한 편이지. 정신과 의사에겐 그 사람이 유령을 본다는 건 중요한 신호야. 나도 그럴지도 모르고."

그 말에 나는 멈춰 섰다.
그걸 알아차린 건지 스승은 돌아보았다.

"메이지 시기 요괴 연구 권위자인 이노우에 엔료는 요괴 현상을 몇 가지로 분류했어. 인간이 일으키는 걸 '위괴(僞怪)', 환각이나 착각 등 심리적 요인으로 인한 건 '오괴(誤怪)', 자연현상과 관련된 걸 '가괴(假怪)'라고 불렀지. 그리고 요괴 현상 대부분을 차지하는 그것들을 전부 제거하고 남아 있는 극소수의 불가사의한 현상을 '진괴(眞怪)'라고 명명했어.
내가 생각하기엔 유령의 존재를 믿지 않는 인간에겐 이 세상 수많은 체험담은 모조리 거짓말이나 착각 혹은 환각이야. 그에 반해 믿고 있는 인간에겐 두 가지 패턴이 있지. 요컨대 모든 체험담은 진실이라는 것. 또 다른 건 일부 거짓말이나 착각, 그리고 환각을 제외한 것 중에서 유령이라는 진실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
다만 이노우에 엔료는 '진괴'를 그 이름대로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지만. 그는 그걸 현재 물리과학, 인지과학으로 아직 판명되지 않은 현상으로 보았어. 미과학적이라는 거지. 자신이 본 알 수 없는 것이 대체 무엇인지 그걸 생각하는 사람마다 답이 있겠지.
하지만 설령 내가 보고 있는 게 개인적으로 환각이라고 하더라도 그게 남과 공유할 수 있는 형질적 동일성이나 재현성 혹은 불가능성을 갖추고 있다면 그것은 그 자체에 의미가 있어. 환각이라고? 딱히 환각이든 착각이든 뭐든 좋아. 일단 내가 죽은 자밖에 알 수 없는 정보를 어떻게 알고 있는지 그 이유를 알려달라고."

스승은 양팔을 펼치고 눈앞에 있는 가공의 누군가에게 말을 걸었다.

그리고 내 눈을 보고 씩 웃는다.

"아까 그 선생은 정신과 의사인 주제에 유령이 보이는 사람이라서 말이지. 그게 심해진 뒤에 폐업하려고 하는 걸 어떠한 경위로 내가 더 심한 꼴을 당하게 해주었어. 무슨 심경의 변화가 생긴 건지 그 후로 훌훌 털고 일어나서 지금은 상당히 평판이 좋은 정신과 의사가 되었지. 뭐 환자의 기분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게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거야. 물론 동료들 사이에서는 요주의 인물인 모양이지만."

"뭘 묻고 온 거예요?"

2번째 내 질문에 스승은 일부러 뜸을 들이면서 당장은 대답하지 않고 자판기에 돈을 넣었다.

그리고 청량음료수 버튼을 누른다.

"얼마 전에 어떤 소문을 들었어."

허리를 숙이고 자판기 출구에 손을 뻗는다.

"최근에 대학병원 정신 외래 진료를 받으러 온 사람들 중 기묘한 증세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 같아. 정신병 증세는 천차만별로 다양한 증상이 있는데 그건 분열증이나 간질 혹은 뇌경색 등 기질에 따른 거나 중독에 의한 것처럼 요인별로 어느 정도 증세 패턴이 나뉘어. 반대로 말하면 증세를 보고 어떤 요인인지 추측할 수 있는 셈이지. 정신과 의사 명예를 위해서 바꾸어 말하자면 추측이 아니라 진단이네.
그런데 이번 증세 호소를 듣고 도출해낼 수 있는 건 어떠한 특정 요인이 아니라 어느 지역에 한정되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었어."

스승은 집어든 캔 주스를 뺨에 갖다댄다.
차가워서 기분 좋아 보인다.

"그게 소인을 보는 사람이라는 건가요."

"아니.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소인을 본다는 것만으로 정신과에 가려고 할까?"

"그치만 아까 설문에서 처음 소인을 보았다고 말한 여자처럼 무서워한다면 그럴 수도 있지요."

"그녀는 무서워해도 실제로는 아무런 대처도 하지 않았어."

"그 사람은 그렇다고 해도 좀 더 겁이 많은 사람은..."

"들어봐. 문제는 이상한 걸 한 번 보았다는 사실만으로 정신과에 가려고 할지 아닐지라고."

"한 번 본 것만으로?"

"그래. 내가 모은 소인 목격담은 같은 사람이 2번 이상 보았다는 확증은 하나도 없었어."

그걸 듣고 정신이 퍼뜩했다.

그렇다. 그 후에도 연이어 보았다는 사례는 없었다.

"대부분이 개인에게 일어난 체험이 아니라 장소에 관련된 현상이야. 내가 소인을 두고 요괴 운운 한 건 그런 의미도 포함한 거였어. 단 한 번 이상한 걸 본 것만으로 정신과에 가야 한다면 이 마을 주민 몇 할은 통원 이력이 있겠지."

그렇군. 그런 건가.
확실히 한 번 본 것만으로 그렇게까지 할 리는 없다.
정신장애라는 건 그러한 사건이 쌓이고 쌓여서 일어난 것일 테니까.

"게다가 소인을 보았다는 사람은 어느 정도 지역성은 있지만 이 시내에서도 북쪽 외곽이나 서쪽 끝 개중에는 옆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도 있었어."

"그게 지역성 아닌가요? 충분히 좁은 범위인 것 같은데요. 칸토나 다른 지역에서 보이지 않는 현상이겠죠."

스승은 눈을 감고 고개를 저었다.

"좀 더 엄밀한 지역성이 있어. 정신 외래 진료를 받으러 온 비슷한 증상을 호소한 사람들은 시내에 어느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뿐이야. 소인 목격담과 관련이 있다면 오히려 이쪽이 원인이지. 어느 특정 지역에 일어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거기에 사는 주민이나 혹은 그 주변 주민이 그곳을 방문했을 때만 목겨되는 거야."

그래서 소인을 보았다는 사람이 살고 있는 지역에는 다소 편차가 있는 거지.

스승은 확인하듯이 말했다.

불안이 싹튼다.

그저 소인을 보았다는 이야기를 스승은 다른 시점에서 보고 있다.

그게 무엇인지 생각하려고 했지만 내 사고는 거기서 멈추고 만다.

뭔가 무시무시한 것이 그 안에 도사리고 있는 것 같아서.

"대체 어떤 증상인가요. 그 정신 외래 진료가 늘어났다는 건."

저도 모르게 쉰 목소리가 나왔다.

틀림없이 소인 목격담과 관련이 있다.
그런데도 소인을 보았다는 증세는 없다.

스승은 뜸을 들이면서 "금방 알 거야." 라고만 말하고 캔 주스를 쥔 채로 자전거를 세우게 하고 어떤 곳으로 걷기 시작했다.

"다음은 대학병원으로 가자."

짐작은 했지만 정말로 갈 생각인가.
그런 예민한 문제를 안고 있는 환자랑 만나볼 수 있는 걸까.

"그런 얼굴 하지 마. 실은 정신 외래 진료만이 아니라 입원 환자 중에서도 똑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적지 않게 있는 것 같아. 이 부근에도 그 한정된 지역에 포함되어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정신과 입원실에 찾아가는 건 물론 어렵지만 그 이외 환자들 중에서도 그런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있어서 말이지. 아까 그 선생이 진찰을 하고 있어. 어느 병실에 있는 누구인지 실토하게 하는 데 고생 꽤나 했지."

그런 정보를 일반인에게 말해도 되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환자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있다.

"뭐 그 선생도 직감적으로 뭔가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걸 느낀 게 아닐까. 그리고 자기 입장에서는 대증 요법밖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그러다가는 뭔가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을 느끼고 있는 거야."

스승은 내가 앉은 자전거 뒷바퀴 차축에 다리 하나를 걸치면서 말을 끊었다.

이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건 나뿐이야.

침묵 속에서 그렇게 말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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