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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소설][스승시리즈] 트럼프 전편

작성자빛빔|작성시간26.06.20|조회수90 목록 댓글 0

 

출처 : https://m.blog.naver.com/qordb6712/120174104950

스승에게 들은 이야기다.

대학교 1학년 겨울이었다.

그날 나는 아침부터 오가와 조사 사무소라는 흥신소에서 알바를 하고 있었다.

알바라고 해도 탐정 일을 돕는 건 아니다.
그저 자료 정리다.
애초에 나는 혼자서 흥신소 일을 할 수 없다.
심령 현상 관련 의뢰가 생겼을 때 그 전문가인 카나코 씨의 조수로서 거들 뿐이었다.

조수라고 해도 내 오컬트 스승인 그녀는 거의 혼자서 해결해 버리기에 그냥 나는 말상대밖에 되지 않는 건가 의문이 들기도 했다.

"어 이게 뭐야?"

돌아보니 소장인 오가와 씨가 안쪽 책상에서 끙끙대며 워드 프로세서 작업을 하고 있다.

복합빌딩 3층에 있는 사무소에는 책상이 5개 있는데 늘 쓰고 있는 건 오가와 씨가 앉아 있는 안쪽 책상과 그 바로 앞에 2개 늘어선 책상뿐이다.

나머지는 가짜다.
아니 겉치레라고 해야 할까.

나는 현내 대기업 타카야 종합 리서치를 제외하고 오가와 조사 사무소 이외의 일반적인 흥신소가 어떤지 모르지만 그렇게 몇 명이나 직원을 데리고 있는 흥신소가 흔할 리 없다.

결국은 자영업.
의뢰인도 그 정도는 알고 있을 텐데.

참고로 스승의 지정석은 대개 개점 휴업 상태.
며칠이나 자료를 모아서 필요한 정보를 얻기 보다는 요괴 관련 일이 들어오면 일단 찾아가서 그대로 해결해 버리는 실로 효율 좋은 일처리를 하고 있기에 책상은 의뢰 완료 후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잠깐 쓸 뿐이었다.

"진짜냐고."

오가와 씨는 의자에 털썩 기대며 천장을 올려다보면서 왼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그 손가락에는 담배가 끼여 있다.

나는 신문 기사 스크랩을 정리하는 손을 멈추고 돌아보았다.

"왜 그러세요?"

그렇게 물어 보니 오가와 씨는 원망스러운 듯이 워드 프로세서를 가리키며 깊은 탄식을 흘렸다.

"작성하던 보고서가 날아갔어."

"저장 안 했어요? 자주 저장을 해야죠."

"......"

거기에는 대답하지 않고 담배를 끄고 하품을 하면서 일어난다.

그리고 세면소로 갔다.

오가와 씨는 막 출시되기 시작한 워드 프로세서 같은 현대 문명의 이기에는 서툴지만 글자를 잘 못 적기에 고심하면서도 사용하는 모양이다.

그래도 이렇게 문제가 일어날 때마다 악담을 퍼부으며 '에덴의 사과' 라고 짜증을 내었다.

모른다면 모르는 채로 있었을 텐데 알아 버렸기에 그 죄를 전부 짊어져야 했던 것에 한탄하는 것 같다.

이윽고 세면소에서 나오더니 오가와 씨는 상당히 개운한 얼굴로 점심을 먹으러 가자고 말했다.

벌써 그런 시간인가.

"대신 사주신다면." 이라고 말하니 의기양양한 얼굴로 가슴 주머니를 툭 친다.

그런 곳에 지갑이 없는 건 알고 있다.
어차피 보스턴에 가는 거겠지.
늘 외상을 달고 먹다가 다음달 돈을 낼 때는 부모라도 죽은 것 같은 슬픈 얼굴로 지갑을 꺼내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나도 노동 기준법 위반이 아닌가 의심될 정도로 낮은 급여로 일하는 몸이기에 사준다면 사양할 생각이 없었다.

"핫토리도 어때?"

또 다른 자리에 말을 건다.

핫토리 씨는 나랑 똑같은 알바생 신분이지만 본격적으로 오가와 소장 조수로서 일하고 있어서 요괴 담당 카나코 씨랑 달리 '제대로 된' 흥신소 일을 하고 있다.

"......"

핫토리 씨는 말없이 도시락이 들어 있는 것 같은 꾸러미를 손으로 들어올렸다.

"그러냐."

오가와 씨도 쓴웃음을 지으며 억지로 권하지 않았다.

나는 아직도 이 핫토리 씨라는 남성이 어떤 인물인지 파악할 수 없었다.

연령은 카나코 씨랑 똑같은 정도.
이른바 프리터로 이 오가와 조사 사무소에서는 무난하게 일을 처리해나가는 것 같은데 사람이 무뚝뚝해서 싱긋 웃는 것도 본 적이 없었다.

말을 걸어오는 일도 없고 이쪽이 말을 걸어도 반응하지 않는 적이 많다.

전화 대응 등 사무적인 일은 그럭저럭 하고 있지만 이 사무소에 있는 사람에겐 그 모두를 싫어하는 것처럼 냉랭하게 대하고 있다.

특히 안경 안쪽 눈이 무섭다.

항상 과묵하고 존재감이 옅어서 사무소 안에서 같이 있어도 어느샌가 그가 있는 걸 잊어버리곤 했다.

한번은 오가와 씨랑 카나코 씨랑 내가 모두 같이 나갈 때 부재 중이기에 당연히 사무소 문을 잠그고 나갔는데 돌아와서 문을 열어 보니 핫토리 씨가 혼자 책상 앞에서 일을 하고 있었던 적도 있었다.

미행이 특기라 옛날에 소속된 대기업 흥신소에서 에이스로 유명했던 오가와 씨조차 "그 녀석은 그거 하나만으로도 먹고 살 수 있어." 라고 치켜세울 정도였지만 자기 입으로 에이스 운운하면서 한 말이기에 신용할 수 없다.

그리고 카나코 씨는 핫토리 씨를 몰래 닌자라고 부르고 있다.

핫토리라는 이름도 거기에 한몫한 것 같다.

이 흥신소 알바에 열성을 쏟는 걸 보면 장래 이 길로 가고 싶은 것 같은데 사람 상대하는 이 일에 그런 대인 능력으로 괜찮을까 남일마냥 걱정이 된다.

"그럼 좀 나갔다 올게."

그렇게 말하며 문으로 가는 오가와 씨 뒤를 쫓았다.
핫토리 씨는 고개도 들지 않았다.

보스턴은 오가와 조사 사무소가 있는 복합빌딩 1층에 있는 카페로 수염난 50대 점장이 운영하고 있다.

늘 손님이 없는 카운터를 도장이 벗겨지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될 정도로 정성껏 닦고 있다.

알바생으로 여자애 한 명을 고용하고 있다.
히카리 씨라는 나보다 2살 연상인 전문대 학생을 두고 카나코 씨는 "점장하고 사귀는 거 아냐?" 라고 저속한 상상을 하며 히죽댔다.

"늘 먹는 거."

카운터에 늘 앉는 자리에 앉으면서 오가와 씨가 그렇게 주문한다.

이걸로 나폴리탄이 나올 것이다.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메이플 토스트랑 아메리카노." 라고 말했다.

이 가게는 커피도 요리도 별 볼일 없지만 메이플 토스트만큼은 달랐다.

사용하는 메이플 시럽이 시판품이 아니다.
듣자 하니 캐나다에 사는 친척이 근처 농장에서 만든 걸 나누어 받는다고 하는데 그걸 일부러 비행기편으로 보내주는 모양이다.

친척이 일본에서 나오는 거랑 전혀 다르다며 보내준 걸 한번 식빵에 발라 먹어 보니 이게 생각했던 것보다 맛있었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보내 달라고 간절히 부탁해서 카페 메뉴에 추가한 것이다.

확실히 맛있다.
옅은 갈색으로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토스트의 식감과 달콤함 속에 메이플 특유의 쓴맛과 풍미가 깃들어져 있기에 이걸 커피랑 같이 위 안에 넣는 건 행복의 극치였다.

나온 걸 말없이 먹고 있으니 카운터 안쪽 텔레비전이 연속 묻지 마 사건 속보를 알리고 있었다.

"이거 아직 안 잡혔네요."

내가 말하니 점장은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그런 것 같네." 라고 걱정스러운 듯이 대답했다.

"그건 그렇고 이상한 사건이네."

이 무렵 시내에서는 화살을 사용한 묻지 마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었다.

그 특수한 흉기 때문에 금방 범인이 잡힐 거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아직 잡히지 않았다.

"어떤가요 명탐정."

장난스레 점장이 말을 걸자 오가와 씨는 손을 절레절레 저었다.

"경찰을 제치고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 같은 건 드라마 속에나 있는 거라고요."

"그치만 그런 걸 동경해서 지금 일을 하는 거 아닌가요?"

내 측면 사격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전혀. 나는 태어날 때부터 현실주의자거든." 라고 대꾸했다.

카나코 씨 같은 심령 현상 전문 조사원을 고용한 주제에.

현실주의자가 들으면 어처구니 없어할 것이다.

"애초에 이득이 없잖아요. 집세 내는 것만으로도 빠듯한 자영업이라. 의뢰인도 없는데 사회적 도덕으로 움직이는 정의초인은 되고 싶지 않네요."

"그럼 의뢰가 들어온다면?"

점장이 그렇게 묻자 오가와 씨는 입을 우물거렸다.
그리고 잠시 후 훗하고 코웃음칠 뿐이었다.

뉴스가 끝나고 드라마가 시작하기에 점장은 텔레비전을 껐다.

여전히 다른 손님은 없다.
히카리 씨도 카운터 석에 걸터앉아 시간을 때우고 있다.

식사를 마치고 담배를 핀 오가와 씨가 짧아진 담배를 재떨이에 비빌 때였다.

갑자기 카운터 구석에 있는 전화가 울렸다.
예스러운 검은 전화기다.

점장이 수화기를 들고 "카페 보스턴입니다." 라고 대답한다.

두세 마디 주고받은 후 전화기를 카운터 위에 들고 오더니 "네게 온 전화." 라며 수화기를 건넨다.

놀란 나는 그걸 받아들고 "여보세요." 라고 말했다.

[카페에서 점심이냐? 팔자 좋다. 또 메이플 토스트지? 그것보다 지금부터 일 좀 도와.]

카나코 씨다.

흘러나온 목소리를 들었는지 오가와 씨가 피식 웃었다.

[먼저 점장에게 종이랑 펜을 빌려.]

고개를 드니 이미 점장이 종이와 매직을 이쪽에 내밀고 있었다.

미리 말한 걸까.
다짜고짜도 정도가 있지.

"그래서 뭘 하면 되는데요?"

히카리 씨한테 메이플 토스트 접시랑 커피 컵을 치우게 하고 카운터 위에 종이를 두었다.

왠지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종이에 트럼프 마크 스페이드, 하트, 클럽, 다이아몬드를 나란히 적어.]

"허?"

이상한 지시다.

"가로로요? 세로로요?"

[상관없긴 한데. 그럼 세로로 적어. 그리고 스페이드 옆에는 東, 하트 옆에는 西, 클럽 옆에는 南, 다이아몬드 옆에는 北이라고 한자로 적어. 알겠냐? 동서남북(東西南北)이다.]

말한 대로 했다.

"적었는데요."

[오케이. 그럼 다음은 비어 있는 곳에 똑같이 먼저 1부터 13까지 숫자를 적어.]

"이것도 세로로 적으면 되지요? ...네 적었어요."

[다음은 그 숫자 옆에 각각 이렇게 적는 거야. 1에는 山, 2에는 川, 3에는 野...]

스승은 차례로 한자를 하나씩 말했다.
나는 말한 대로 적었다.

완성한 걸 확인하니 이러했다.

스페이드  東

하트  西

클럽   南

다이아몬드 北

1  山

2 川

3  野

4  沢

5  森

6  村

7  岡

8  田

9  崎

10 口

11 方

12 條

13 尾

이게 뭐야?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체 뭘 하고 싶은 걸까.

[잘들어. 이 전화를 끊고 10분이나 20분 후에 또 전화가 걸려올 거야. 어린 여자애야. 그 애가 어떤 이름을 대면서 '그 사람 있나요?' 라고 물어볼 테니까 누구 이름을 대든 간에 점장에게 전화를 받아서 네가 받아.]

"누구 이름을 대든 간에 말인가요?"

[그래. 물론 여자애 말고 다른 사람이라면 별개야. 그 경우 그냥 보스턴에 걸려온 전화니까 상관없어.]

"그 전화를 받고 어떻게 하면 되나요?"

[트럼프 카드를 읽어 줘.]

"카드라니 하트의 에이스처럼요?"

[그래. 지금 만든 그 표를 보고 불린 이름에 대응하는 카드를 읽는 거야.]

이름?

그 말을 듣고 종이에 적힌 문자를 바라보았다.

이윽고 깨달았다.
그렇구나. 문양이 이름의 1번째 글자 그리고 숫자가 2번째 글자에 대응하는구나.

예를 들어 니시야마(西山)라고 한다면 문양은 하트 그리고 숫자는 1이다.

즉 하트의 에이스라고 말하면 된다.

미나미노(南野)라고 하면 클럽의 3 호조(北條)라고 한다면 다이아몬드의 퀸 히가시오(東尾)라면 스페이드의 킹인 셈이다.

"카드를 읽어 주기만 하면 되나요?"

[그래. 그리고 전화를 끊으면 돼. 알겠어? 부탁한다. 아 그리고 소장도 거기 있지? 잠깐 너 좀 빌린다고 말해둬.]

그렇게 말하며 전화를 끊는다.
늘상 있는 일이지만 일방적이다.

점장과 히카리 씨는 흥미진진한 듯 나를 보고 있다.
오가와 씨는 "재밌어 보이네." 라고 말한 후 자리에서 일어선 뒤 "먼저 돌아갈게." 라며 내게 손을 흔들고 점장에게 '외상으로' 사인을 보낸다.

점장은 '이자 붙어요' 사인을 돌려준다.
오가와 씨는 히카리 씨한테도 묘한 윙크를 보낸 뒤 가게 문을 열고 나갔다.

딸랑하고 귀여운 소리가 났다.

남겨진 나는 점장과 히라키 씨에게 미소를 보내면서 종이를 다시 바라보았다.

스승은 대체 뭘 하고 싶은 걸까.
의도를 읽어내려고 기묘한 암호표를 노려보고 있으니 점장이 "필요해?" 라고 말하며 트럼프를 내밀었다.

카페 카운터에는 정말로 다양한 것이 놓여 있구나.

"아뇨 아마 필요 없어요. 죄송해요."

그렇게 나는 종이랑 눈싸움을 계속한다.

이름인가.
트럼프에 대응하는 이름.
그 이름을 가진 사람을 찾으며 전화를 걸어오는 여자애.
그 애는 누구일까.
일을 도와 달라고 했는데 오가와 조사 사무소 관련 일일까.

왠지 노는 걸로밖에 안 보인다.

트럼프인가.
마술 같은 걸 하고 싶은 걸까.

그렇게 생각한 순간 번뜩 떠오른 게 있었다.

그렇구나. 마술이다.
상대가 고른 카드를 맞추는 마술.
스스로 고른 것처럼 생각하게 만든 뒤 실은 처음부터 정해진 카드를 고르게 하는 것이다.

혹은 어느 걸 골라도 남은 카드 덱에 되돌린 시점에서 교묘하게 정해진 카드로 뒤바꾼다.

고른 카드를 보지도 않고 맞추는 건데 단순히 "당신이 고른 카드는 하트 에이스네요." 라고 말하거나 덱에서 뽑아서 보여주는 건 흔해빠졌다.

대신에 카드를 고른 사람의 주머니에서 나오거나 레몬 안에서 나오는 연출을 텔레비전에서 본 적이 있었다.

이것은 그 부류다.

아마 스승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아는 예지 능력자가 있는데 그 사람은 당신이 고른 카드를 알고 있다." 라고.

혹은 투시 능력자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투시나 예지 능력자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말해준 뒤 그 애한테 직접 전화를 걸게 한다.

물론 이름은 이 암호표 법칙을 따른다.

처음부터 카드가 정해져 있지 않다는 건 정해진 카드를 기술로 고르게 하는 게 아니라 그 애가 무작위로 고른 카드를 어떠한 방법으로 훔쳐 보고 그 카드를 이름의 암호를 사용해서 내게 알리는 것이다.

스승은 시치미 뚝 떼고 여자애가 직접 정답을 고르는 걸 보고 있는 수법이다.

아까 무작위로 고른 카드를 전화를 받은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맞추고 만다.

이건 확실히 놀랄 것이다.

스승의 속셈을 눈치채고 나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카운터 너머에서는 내가 사용하지 않은 트럼프를 가지고 점장과 히카리 씨가 도둑잡기를 시작했다.

다른 손님은 아직 한 명도 오지 않았다.

평일이라고는 하지만 낮에 이렇게 손님이 안 오다니 걱정이 된다.

물론 이 보스턴은 낮에는 카페지만 밤이 되면 술과 간단한 안주를 내오는 바로 변한다.

그쪽에는 다소 손님이 오는 모양이다.

수수께끼를 푼 나는 그 여자애한테 전화가 걸려올 때까지 할 일이 없어졌다.

어쩔 수 없이 턱을 괴면서 눈앞에서 펼쳐지는 승부를 보고 있었다.

히카리 씨가 "아~" 라며 분한 듯이 뽑은 카드를 자기 패에 넣고 열심히 셔플한다.

서로의 패가 4,5장이 남았을 때 가게 전화가 울렸다.

점장이 카드를 덮어두고 전화를 받는다.

"네. 카페 보스턴입니다."

[......]

전화 상대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 무언 속에서 뭔가 경계를 하는 것 같은 분위기를 느꼈다.

이윽고 중얼중얼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점장이 기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나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우라이 씨 있냐고 묻는데? 여자애가."

우라이 씨?

나는 저도 모르게 반문했다.
점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화기를 이쪽으로 내밀었다.

우라이(浦井)라면 카나코 씨의 성씨인데.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동서남북과 1부터 13까지 숫자에 대응되는 한자를 조합한 이름을 찾는 게 아니었나?

전혀 상관없는 전화인가 싶었지만 타이밍이 절묘했다.
전화를 걸어온 게 여자애라는 것과 여기에 없는 사람 이름을 찾는 것도.

그런데 어째서 그게 암호표에 나오는 이름이 아닌 걸까.

뭐라고 대답하면 좋을지 알 수 없다.

수화기를 손바닥으로 막은 채 나는 어쩔 줄 몰라했다.

어쩌면 그 스승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지도 모른다.
생각이 정리되지 않은 채로 조심스레 수화기를 귀에 댄다.

"네."

그러자 여자애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우라이 씨인가요. 제가 고른 카드는 뭔가요?]

천진난만한 목소리.

마술이다!

내가 예상한 마술.
여자애는 전화를 받은 게 예지나 투시 능력자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어째서 '우라이' 냐고.
어째서.

종이를 내려다보았다.
뭔가 빠뜨린 게 있는 걸까.

점점 빨라지는 고동을 억누르면서 눈에 핏발을 세워도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

[여보세요?]

여자애 목소리가 의심스러운 음색을 띤다.

빨리 뭐라고 대답해야 한다.

아, 잠깐만.
점점 보이기 시작했어.
조금만 더.
그런 말을 하며 시간을 버는 게 좋을까.
하지만 어떤 식으로 소개받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쓸데없는 말은 하고 싶지 않았다.

어떡하지. 어떡하면 좋지.

스승은 내게 부탁한다고 말했다.
어떡하면 그 스승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까.

당황하며 카페 안을 둘러보았다.
좁은 가게다.
점장 취미로 선박 모형이 몇 개 진열되어 있다.

그 점장과 히카리 씨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
카운터에는 카드가 덮여 있었다.

그때 무언가가 내 뇌리를 스쳤다.

천천히 전화 너머로 얼굴도 모르는 여자애한테 대답했다.

"네가 고른 카드는 조커. 조커야."

수화기 너머로 숨을 집어삼키는 기척이 느껴진다.

"그럼 이만."

나는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히카리 씨가 자기 패에서 조커를 꺼내어 이상한 듯 그걸 보고 있다.

나는 안도해서 힘이 쭉 빠졌다.
무심코 웃음이 밀려왔다.

"그 사람 조커를 잊어 버렸어요. 그걸 여자애가 골라 버려서 암호표에 나오지 않는 자기 이름을 알려준 거지요."

"아하."

점장은 호들갑스럽게 손뼉을 쳤다.

카드 안에는 광대 복장을 한 남자가 익살맞은 자세를 하고 있다.

히카리 씨는 그 카드를 패로 되돌리고 가볍게 섞었다.
그리고 점장을 향해 뒷면을 보이며 "자, 덤벼." 라고 말한다.

다시 시작된 도둑잡기를 뒷전으로 나는 직접 컵에 물을 따라 한숨 돌렸다.

자 신문 스크랩 정리를 하러 갈까.
좀 더 쉬고 싶었지만 스승이 맡긴 일은 이걸로 끝일 것이다.

그 수많은 신문 기사를 떠올리면 좀 우울해진다.

원래부터 날짜별로 오가와 소장이 관심을 보이는 지역 기사가 파일링되어 있고 그날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조사할 때는 편리했지만 어느 특정 사건을 거슬러올라가 조사하기에는 맞지 않았다.

그래서 모아둔 기사를 전부 복사해서 내용의 종류별로 분류한 뒤에 그걸 또 날짜별로 정리해서 각각의 파일에 넣는 작업을 지시받은 것이다.

살인, 상해, 절도, 사기, 사고, 화재, 이벤트, 정치, 행정 같은 큰 목록을 오가와 씨가 만들었기에 거기에 맞는 기사를 내가 하나하나 정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개중에는 분류가 어려운 기사도 있어서 단순히 '기타' 에 넣으면 그만인 것도 있거니와 강도 살인 후에 방화라는 복합적인 기사는 어디에 넣으면 좋을지 알 수 없다.

오가와 씨에게 물어보니 잠시 생각한 후에 "각자 분류별로 복사해서 넣어둬." 라고 말한다.

쓸데없이 작업이 늘었다.
파일 수가 2배가 될 줄 알았더니 그보다 더 늘어날 줄이야.

시급만 제대로 준다면 상관없는데 별로 손님이 오지 않는 사무소나 오가와 씨의 칠칠맞지 못한 정장 그리고 늘 반쯤 장난 치는 것 같은 태도를 떠올리면 알바생 3명을 감당할 책임성이 있을 것 같지 않다.

아직까지 알바비는 참새 눈물만큼이라도 제대로 월말에 들어오지만 언제 체불될지 모른다.

그 사무소를 통해 의뢰로 들어오는 심령 현상 사건은 스승의 돈줄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일이며 물 만난 물고기처럼 팔팔하게 움직이는 그녀를 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러한 의뢰를 조수로서 돕는 것 말고는 너무 이 영세 흥신소에 깊이 빠져들지 않는 편이 낫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우울한 작업으로 돌아가려고 자리에서 일어선 때였다.

카운터 안에 돌려놓은 검은 전화기가 갑자기 울렸다.

"네. 카페 보스턴입니다."

점장이 전화를 받더니 "아." 하고 내게 수화기를 내민다.

"카나코야."

뭔가 싶어서 전화를 받으니 명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안해. 실수를 해 버려서. 조커를 완전히 잊어 버렸어. 용케도 알아차렸구나. 덕분에 살았다 야. 고마워.]

"빚 하나 진 거예요."

건방지긴.
카나코 씨는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그것보다 일이라면서 뭘 놀고 있는 거예요?"

[아니 노는 게 아냐. 그것도 어엿한 일인데...]

[우라이 씨 있나요.]

어?

스승이 뭔가 변명을 하고 있다.

그 목소리에 겹치듯이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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