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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소설][스승시리즈] 트럼프 후편

작성자빛빔|작성시간26.06.20|조회수54 목록 댓글 0

 

출처 : https://m.blog.naver.com/qordb6712/120174119097

[우라이 씨 있나요]

오싹해졌다.

그 여자애 목소리.

저도 모르게 "네." 라고 대답하고 말았다.

[다음 카드는 뭔가요?]

다음 카드?
투시 게임을 아직 계속하는 건가.
하지만 상태가 이상하다.

[야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스승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니 여자애가."

내가 그렇게 중얼거리자 수화기에서 긴박한 목소리가 울렸다.

[거짓말! 이제 없다고!]

어? 둘이서 같이 한 수화기에 얼굴을 맞대고 말하고 있는 거 아닌가?

[우라이 씨?]

여자애가 말꼬리를 높이며 물어온다.

잠 잠깐만.
어떻게 된 거야.

[지금 그 애 목소리가 들리고 있는 거야?]

"...네."

신중하게 대답하니 각자의 대답이 돌아온다.

[다행이다. 다음 카드는 뭔가요?]

[나는 안 들려. 야 네 목소리는 나한테만 들리냐?]

"아뇨..."

[어? 뭔가요? 잘 안 들려요]

[위험해. 일단 너는 말하지 마]

뭔지는 모르겠지만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등골이 서늘해진다.

점장과 히카리 씨도 눈썹을 찌푸리며 이쪽을 바라본다.

[지금부터는 내 지시대로 움직여. 설명은 나중에 할게. 먼저 그 여자애는 인간이 아냐. 지금까지 내 앞에 있었는데 이제 없어. 그런데 전화로는 연결되어 있는 거야. 좀 시험해 보자. 일단 이쪽 전화를 끊을게]

철컥하는 소리가 들리고 스승의 목소리가 사라졌다.
하지만 전화는 아직 연결되어 있다.

[여보세요? 우라이 씨?]

여자애 목소리가 아직 들리고 있다.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목소리만 들리는 존재.
인간이 아니라고?

나는 저도 모르게 한산한 카페 안을 둘러본다.
하지만 우리 3명 말고 다른 사람은 없었다.

갑자기 전화벨 소리가 울려서 움찔했다.
가게 안에 설치해둔 분홍색 전화기다.

일단 이쪽 전화를 끊는다는 스승의 말을 떠올리고 지금 손에 든 검은 전화기 수화기를 보니 자연스레 답이 나왔다.

"히카리 씨 그거 좀."

검은 전화기를 옮기면서 제스처로 분홍색 전화기의 수화기를 내 쪽으로 가져와 달라고 부탁했다.

각 전화기 코드를 한계까지 잡아당겨 간신히 나는 2개 다 들 수 있었다.

"여보세요?"

분홍색 전화기의 수화기에 입을 대고 말을 건다.

[나야. 어때? 아직 그쪽과 연결되어 있어?]

스승이었다.
일단 끊었는데도 내가 검은 전화기 수화기를 들고 있는 이상 다시 걸어도 통화 중이었기에 스승은 가게에 하나 더 있는 분홍색 전화기 쪽으로 건 것이었다.

"잘도 이런 전화 번호를 알고 있었네요."

[유비무환이지. 그것보다 어때?]

"연결되어 있어요. 다음 카드는 뭐냐고 물어보고 있어요."

[연결되어 있다고? 위험한데. 물리적으로 어떻게 할 상태가 아냐. 그 애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어. 나도 바로 그쪽으로 갈 테니까 그때까지 기다려. 알겠어? 그 애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으면 안 돼]

"어? 지금 어디인데요?"

"차니까 10분도 안 걸려. 이쪽은 끊는다."

그때 귀에서 떨어져 있던 검은 전화기 수화기에서 웅얼웅얼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해 그게 점점 커졌다.

[어째서 대답하지 않는 거야]

여자애 목소리. 하지만 듣는 것만으로도 한기가 서리는 음색이었다.

아까까지와는 무언가 다르다.
목소리 요소를 분해해서 재구성한 것 같은 인공적인 울림.
하지만 그것이 귀에 달라붙듯이 카페 안을 끈적끈적 흘러갔다.

스승이 왜 그러냐고 묻기에 숨을 집어삼키면서 "목소리가 바뀌었어요." 라고 간신히 대답했다.

"대답하라고 말하고 있어요."

여자애가 또 "우라이 씨." 하고 이쪽을 불렀다.
그렇다는 건 또 카드는 조커인가.

[함부로 대답하지 마. 틀리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이번 이름은 내가 지시를 내린 게 아냐. 그 애는 처음에 들은 <우라이>라는 투시 능력자에게 또 물어보고 있는 거야. 그러니 무슨 카드를 뽑았는지는 몰라. 아니 잠깐. 그 애는 뭐라고 물었어? 한 번 더 말해줘]

"우라이 씨는 있나요? 다음 카드는 뭔가요? 라고."

잠시 침묵이 흘렀다.

[다음 카드...]

스승이 그렇게 중얼거리는 걸 들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검은 전화기에서 피가 얼어붙을 것 같은 목소리가 울렸다.

[빨리 대답해애애애애애애]

소름이 돋았다.
이건 장난이 아니다.

덜컹덜컹 카운터 안쪽 술병이 소리를 낸다.
유리 진열장 안에 있는 식기도.

보이지 않는 진동이 발생하고 있는 걸까.

당황해서 저도 모르게 검은 전화기를 돌려놓을 뻔했다.
나는 분홍색 전화기에 얼굴을 들이대었다.

"스승!"

[진정해. 지금 건 전화 너머로 들었어. 알겠냐. 1번이야. 앞으로 1번 더는 맞출게]

"어? 뭘요?"

[지금 묻고 있는 카드야. 이걸로 이쪽은 전화를 끊을 거야. 바로 갈 테니까 혹시 또 걸어오면 버텨. 그 다음 카드는 나도 몰라. 멋대로 대답하지 마]

"이미 늦었어요."

내 비통한 외침에 스승이 대답했다.

[1번 더는 맞춘다고 말했잖아. 믿어]

"그럼 그 카드는 뭔데요?"

[조커]

그 한 마디만 고하고 전화는 끊겼다.

그러니까 우라이가 조커로 대응하는 건 처음뿐이잖아요!

그렇게 말하려고 했지만 검은 전화기에서 이상한 기척이 팽창하는 게 온몸으로 느껴졌다.

몸서리를 치며 "제기랄." 하고 악담을 퍼부은 뒤 나는 수화기를 쥐었다.

"조커야. 고른 카드는 조커."

그렇게 대답한 순간 뚝 기척이 사라졌다.

카페 안에 카페가 돌아온 느낌이다.

[정답]

자그만 목소리가 그렇게 들렸다.

그리고 전화가 끊긴다.
뚜뚜하는 소리만 귀에 들어온다.

나는 얼이 빠져서 그대로 서 있었다.

"저기 괜찮아?"

히카리 씨 목소리에 반응해서 "어, 아, 네." 라고 말하며 수화기를 올려놓았다.

정적이 돌아온다.
가게 앞을 지나는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문 너머로 들려왔다.

"지금 그거 뭐야?"

점장이 겁먹은 얼굴로 물어본다.

카페 보스턴 점장은 겁이 많고 가끔씩 카나코 씨가 끌고 오는 요고 관련 문제에 휘말려서 지병인 위통이 악화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오가와 조사 사무소 멤버들은 얼마 없는 단골 손님이다.

사무소 접객 시에도 커피나 홍차 배달 주문이 들어온다.
그런 꼴을 당해도 출입을 금지시키지 못하고 위약을 먹는 횟수만 늘어났다고 한다.

"글쎄요."

나도 전혀 모른다.
거짓말이 아니다.

스승은 또 그 전화가 걸려올지 모른다고 말했다.
도망치고 싶었지만 자그만 동물처럼 떨고 있는 점장과 억울하게 휘말린 히카리 씨를 두고 도망칠 수도 없었다.

"금방 카나코 씨 온대요."

나는 점장에게 부탁해서 가게를 일단 닫도록 했다.
히카리 씨가 영업 중이라고 적힌 간판을 뒤집어 놓았다.
어차피 오늘은 개점 휴업 상태다.
그런 곳에 어쩌다 찾아온 불행한 손님을 이런 영문도 모를 일에 휘말리게 할 수는 없다.

시계를 올려다보았다.

아직이냐.

지금 또 전화가 걸려온다면 어쩌지.
그렇게 생각하면 불안해서 견딜 수 없다.

그건 위험하다.
직감이 없어도 그 정도는 알 수 있다.

따르르르르릉...

심장이 오그라들었다.

한순간 스승이 걸어온 전화인 줄 알았지만 분홍색 전화기가 아니다.

검은 전화기가 울리고 있다.
여자애가 알고 있는 번호 쪽이다.

시계를 보았다.
10분 지났다.
하지만 아직 스승은 도착하지 않았다.

위험해.
어쩌지.

식은땀이 흐른다.

이대로 받지 않으면 어떻게 되지?

그걸로 버틸 수 있을까?

그런 변명 같은 걸 생각하면서 내가 움직이지 않고 있을 때도 전화는 계속 울린다.

"가게로 온 전화일지도 몰라."

점장이 움직인다.

순간적으로 "앗, 잠깐." 이라고 말했지만 점장의 직업 윤리가 그걸 용납하지 않았다.

"네. 카페 보스턴입니다."

그러게 말하더니 점장은 바로 울 것 같은 얼굴로 바뀌었다.

그리고 미안하다는 듯이 나를 보며 수화기를 내밀었다.

"우라이 씨 바꿔달래."

왔다.

위험하다고.
진짜로.

나도 울 것 같지만 위장 부근을 억누르는 점장이 그런 표정을 지으면 받을 수밖에 없다.

심호흡을 하며 수화기에 귀를 갖다대었다.

[...여보세요?]

여자애 목소리다.
이번에는 처음부터 조금 억양이 이상하다.
언제 돌변할지 알 수 없는 요상한 요동을 숨기고 있는 목소리다.

"네."

[우라이 씨인가요]

"...네."

[다음 카드는 뭔가요?]

스승은 아직이냐.

내가 알 리 없잖아.

점장을 보지만 세차게 손사레를 치고 있다.
히카리 씨는 어째선지 휘파람을 불면서 빗자루를 들고 바닥을 쓸기 시작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점점 음색이 변해간다.
그와 동시에 오싹오싹 한기가 밀려왔다.

뭔가 말해야 한다.

뭔가를.

[여보세요... 어째서 빨리 여보세요... 대답하지 않는 거야... 빨리 대답해]

풍선이다.

보이지 않는 풍선이 부풀어오르는 이미지.
공기가 일그러지고 나는 숨이 막힐 것 같은 압박감을 느꼈다.

[빨...리...]

가게 안에 무언가가 터진다.

그렇게 느낀 순간이었다.

타이어가 난폭하게 아스팔트를 긁는 소리가 났다.

바로 다음 순간 문이 열리고 챙 달린 모자를 깊숙이 눌러쓴 스승이 뛰어들어온다.

"내놔."

달려온 스승이 수화기를 빼앗는다.

"지명하신 우라이올시다."

스승이 수화기를 향해 그렇게 내뱉었다.

"엉? 아까 그 사람도 우라이야. 동생이라고 동생. 그 녀석은 허접이야. 나라면 투시든 예지든 뭐든지 해줄게. 그것보다 너 어디에 있는 거야?"

처음부터 시비조다.

검은 전화기에서 상당히 큰 음량으로 꺼림칙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다음...카드는...]

가게 조명이 흔들렸다.

히카리 씨가 빗자루를 든 채로 기분 나쁜 듯이 천장을 올려다본다.

"물어보기만 할 거냐. 먼저 이쪽 질문에 대답해. 어디에 있냐."

[다으으음....카드으으으으으으...]

무시무시한 소리가 울린다.

점장이 얼굴이 새파래져서 귀를 막는다.
나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다리가 굳어졌다.

숨을 삼키고 스승을 보고 있으니 비어 있는 왼손으로 왼쪽 뺨 밑 언저리를 긁기 시작했다.

거기에는 흉터가 있어서 흥분하면 붉게 떠오르며 가려워진다고 한다.

"그 도전 받아주마."

긁는 걸 멈추고 스승은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걸 보고 있던 내 목덜미에 찌릿찌릿 정전기가 흐른다.

스승의 눈이 빛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힘이 그 몸에서 증기처럼 뿜어져나오는 착각을 느끼고 나는 눈을 비볐다.

"클럽 10이다."

수화기에 대고 그렇게 말한다.

전화 너머에서 공기가 빠진 풍선처럼 무언가가 쭈그러드는 기척이 느껴졌다.

하지만 스승은 멈추지 않고 재차 말을 던졌다.

"끊지 마. 마지막까지 해줄게. 계속해."

[ ]

검은 전화기가 뭐라고 말했다.
하지만 듣지 못했다.

"스페이드 10."

스승이 뜸들이지 않고 그렇게 대답한다.
착각인지 고양이과 동물처럼 모자에서 비져나온 털이 곤두서는 것처럼 보인다.

"다이아몬드 7, 클럽 7."

"하트 퀸, 스페이드 퀸."

"하트 2, 다이아몬드 2."

......

전혀 막힘없이 카드를 대답해나간다.
우리는 아연해서 그걸 지켜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논리 같은 게 아니다.
이 세상 존재가 아닌 괴물이 2마리 싸우는 것 같았다.

전화기 너머의 트럼프 카드 따윈 우리에겐 전혀 보이지 않았으니까.

"클럽 퀸, 스페이드 6."

"다이아몬드 4, 다이아몬드 킹, 클럽 5..."

그리고 마지막으로 스승은 한숨 돌린 뒤 부드럽게 말했다.

"나머지는 소거법으로도 알 수 있지.
스페이드 잭."

그리고 조심스레 지켜보던 우리에게 윙크를 보낸다.

검은 전화기에서는 이제 아무 기척도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어딘지 모르는 장소와 아직 연결된 것 같았다.

"이런 놀이라도 괜찮다면 언제든지 상대해 줄게. 일단 전화할 거라면 이 번호가 아니라 지금부터 말하는 번호에 걸어. 거기라면 늘 내가 있으니까."

그렇게 말하고 스승은 자기 집 전화번호를 말했다.

그런 걸 알려줘도 괜찮은 건가.
나는 저도 모르게 손을 뻗었지만 제지하지 못하고 그 손은 허공을 긁을 뿐이었다.

"그러니까 일이라고 했잖아."

스승은 아이스 밀크티를 주문해서 보스턴 카운터석에 앉았다.

전화를 끊은 후 더 이상 여자애는 전화를 걸어오지 않았다.

진정이 된 후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설명해줄 마음이 든 것 같다.

"막 구입한 분양 아파트에서 귀신이 나오니까 어떻게든 해달라는 의뢰가 있었어. 제령사가 아니니까 쫓아낼 수 있을지는 모른다고 말했는데 뭐든지 상관없으니까 일단 와 달라고 해서 간 거야."

스승이 찾아가니 거기에는 여자애 영이 있었다.

막 생긴 아파트로 전 주민이 자살한 것 같지도 않았다.

지박령이 아니라 부유령의 일종이 우연히 거기에 있는 거라고 스승은 짐작했다.

그 여자애 영은 방 구석에서 트럼프 점술 같은 걸 하고 있었다.

단지 그것뿐이라면 기분이 나쁘더라도 해는 없겠지만 그 점술 결과가 나쁘면 혼란에 빠져서 방에 폴터 가이스트 현상이 일어난다고 한다.

가구가 흔들리거나 접시가 날아가거나 텔레비전이 켜졌다 꺼졌다 하거나.

일단 스승은 점술이라면 뭔가 다른 걸로 관심을 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마술을 보여주려고 했는데 그 트럼프를 만질 수는 없다.

물질적인 게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서 전화를 이용해 고른 카드를 맞추는 투시 마술을 선보이기로 했다.

마술 조수로서 선택받은 게 나였고 보스턴은 날벼락을 맞았다.

참으로 민폐였다.

여자애가 카드를 고른 후 지금부터 전화를 건 곳에 우라이라는 투시 능력자가 있으니 그 카드를 물어 보라고 말한 뒤 수화기를 그 아이 앞에 들었다.

내가 보기좋게 조커를 맞추자 여자애는 신기해하며 기뻐했다.

그리고 자 이제 어떻게 할까 생각하고 있으니 스승의 눈앞에서 그 아이가 사라졌다.

뭐야 이걸로 해결인가.
맥이 빠져서 보스턴에 전화를 걸었을 때 그 소동이 일어난 셈이다.

"왜 2번째가 조커라는 걸 알았나요?"

내가 그렇게 물어보니 스승은 아이스 밀크티에 검 시럽을 넣으며 대답했다.

"몬테 카를로였어."

"네? 뭐라고요?"

"그러니까 그 여자애가 했던 점술이. 본 적 없어?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카드 5장을 늘어놓고 그 밑에 또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그렇게 늘어놓은 뒤 가로 세로 대각선에 같은 숫자가 있으면 페어로서 그 자리에서 제거하는 거야. 그 빈 공간을 왼쪽 위로 카드를 채우고 또 한 번 페어를 만들어서 제거해. 깔끔하게 전부 제거되거나 아니면 마지막으로 남은 카드로 점술을 하는 게임이지."

듣고 보니 해본 적이 있던 것 같다.
몬테 카를로라는 이름이었나.

"그래서 내가 투시 마술을 한다고 하니 그 애는 점술을 막 끝낸 듯 트럼프 덱을 정리한 뒤 그대로 뒤집었어. 그리고 컷도 하지 않고 그대로 제일 위에 있는 카드를 골랐지."

"그게 조커였나요."

"그래. 보통 몬테 카를로는 조커를 제외하고 52장으로 하는데 하우스 룰도 많으니까. 그치만 그 조커가 섞여 있을 가능성을 빼먹었어. 내 실수야. 그치만 결과적으로 그게 도움이 되었지."

"무슨 뜻인가요?"

"2번째야. 내가 볼 수 없는 낯선 곳에서 그 애가 투시 게임을 다시 하려고 할 때 또 '우라이 씨는 있나요?'라고 물었잖아. 내가 이름을 지정한 게 아니니까 암호표도 못 쓰고 실질적으로 힌트는 없는 상황이야. 그치만 '다음 카드는 뭔가요?'라고 묻는 방식이 마음에 걸렸어. 처음에 뒤집은 덱 제일 이를 단순히 고른 그 애가 그렇게 묻는다는 건 어쩌면 그대로 다음 2번째 카드를 고른 게 아닐까 생각했지. 그 경우 뒤집기 전에는 덱 제일 밑에 있었을 테니까 페어가 되어 제거되는 카드, 즉 조커 페어는 조커인 셈이지. 그건 그렇고 처음 페어가 조커라서 다행이었어. 예를 들어 1번째가 스페이스 에이스 같은 거였다면 페어가 되는 2번째는 하트. 클럽, 다이아몬드 중 1개를 골라야 하니까...아니, 잠깐만."

거기서 스승은 뭔가 깨달은 듯이 눈썹을 찌푸렸다.

그리고 "아, 그렇구나." 하고 혼자서 납득했다.

"첫 페어가 2장밖에 없고 그 때문에 페어가 되기 어려운 조커였던 게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구나. 그 애는 몬테 카를로 규칙대로 조커는 처음에 제거한 거야. 그리고 게임 시작 후에 만들어진 첫 페어를 그 제거해둔 조커 위에 두고 그대로 제거용 덱으로 삼은 거지!"

눈치채지 못했어.
위험해라.

그렇게 중얼거리며 과장스레 이마를 닦는 시늉을 한다.

"그치만 그 다음은 어떻게 알았는데요?"

"덱 위에서 순서대로 카드를 골라가는 건 예상했지만 점을 치는 걸 처음부터 계속 봤던 건 아니고 어느 페어가 어느 순서대로 제거되는지 알 수 있을 리가 없지."

"그럼 어떻게 대답할 수 있었는데요?"

설마 찍었을 리는 없다.
우연히 전부 맞출 가능성은 천문학적인 확률이다.
설령 1장 맞추면 2장째는 모양이 다른 같은 숫자라고 짐작할 수 있더라도.

하물며 마지막은 실제로 페어가 안 되었던 제각각인 카드뿐이었지 않은가.

"몰라."

툭 내뱉는다.

빨대를 무는 스승을 아연해져서 바라보았다.

"그럴 리가 없잖아요."

내가 반박하니 스승은 귀찮은 듯이 입을 열었다.

"저기 말야. 실체가 없고 말만으로 거기에 나타나는 영이라면 그 말이 영 그 자체야. 말 속에 말로 하지 않은 숨은 비밀이 있다고 해도 전부 나타나. 음색이나 소리나 타이밍... 그런 걸 분해해서 알지 못하게 하고 있겠지. 그치만 보이는 건 보이는 거야. 이건 정밀도와 능력의 문제지."

진짜 물리적 투시라면 나도 못 해.

그렇게 말하고 스승은 내 머리를 콕 쥐어박았다.
그리고 못을 박듯이 말을 잇는다.

"너 스스로 원해서 이쪽 세계에 목을 들이밀었지? 언젠가 보이지 않으면 죽는 상황에 조우하면 어쩔 거야?"

차가운 눈동자가 나를 보고 있다.

스승의 그 말은 머리를 쥐어박은 주먹보다도 훨씬 강했고 마치 강철 망치처럼 내 머리를 강타했다.

반짝반짝 전자 스파크가 자그만 카페 안을 메우고 그게 언제까지고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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