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공포방

[스크랩] [소설][스승시리즈] 펫 이야기

작성자빛빔|작성시간26.06.20|조회수68 목록 댓글 0

 

출처 : https://m.blog.naver.com/qordb6712/120174119797

쿄스케 씨에게 들은 이야기다.
고등학교 1학년 여름.
나는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생긴 친구를 집에 초대했다.
요코라는 언동이 경박하고 언제나 상대를 하고있으면 피곤해지는 애다.

그 무렵 나에게 생긴 유일한 친구였다.
내 집은 동물을 많이 키우고 있어서 그 이야기를 하면
'보고 싶어, 보고 싶어' 라고 졸라댔다.

"커! 고양이 완전 커!"

거실에서 고양이를 보고 요코는 그렇게 말하며 입이 찢어져라 좋아했다.

"이름 뭐야?"

"부우."

"부우?"

여동생이나 어머니가 '부우짱' 이라고 부르는 털이 긴 고양이다.

미국 원산의 메인쿤 종류로 새끼고양이일 때 아는 사람으로부터 받았지만 점점 커지고 주체할 수 없는 식욕을 발산하며 10kg을 넘어섰다.

'부마' 가 그 놈 이름이었지만 지금은 가족 중 누구도 그렇게 부르지 않는다.

"무거워."

요코는 부우를 안고 기쁜듯이 외쳤다.

부우는 움직이는 것도 귀찮은지 졸린 얼굴로 멍하니 있었다.

그 소란을 듣고 라자루스가 방안으로 왔다.

"오 개다."

웰시 코르기라는 품종으로 매우 영리한 수컷이다.
얌전하고 말을 잘 듣기에 실내에서 기르고 있다.
등은 올리브 갈색이고 배는 하얗다.
다리가 짧아 졸랑졸랑 걷는 것이 귀엽다.
다 자라도 작아서 고양이는 부우와 크기와 비슷하다.
라자루스는 혀를 내밀면서 부우를 안고 있는 요코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았다.

부우는 안긴 채로 그 움직임을 눈으로 쫓았다.
요코는 '와와와와와' 하고 소리치며 같이 주위를 돌기 시작했다.

우리 집에는 '모모이누' 라는 이름의 잡종 수컷 고양이가 있었지만 언젠가 밖에 뛰쳐나간 이후로 그다지 집에는 들어오지 않는다.

"언니야 손님 왔어?"

언제 돌아온건지 여동생이 교복을 입은 채 나타났다.

"그래. 너 이제 그만 들어가."

친구를 가족에게 보이기가 부끄러워 매몰차게 내쫓으니
여동생은 '메롱' 하고 혀를 내밀었다.

그리고 복도에서 목을 쏙 집어넣었다.
요코는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여동생이 사라진 복도를 가리키며 '진짜야?' 라고 묻는다.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 후로 혼자 부우와 라자루스와 놀고 난 후 요코는 '다른 동물은? 다른 동물은?' 이라고 물었다.

"구관조인 '피치' 와 햄스터 2마리 키우고 있어."

내가 그렇게 말하니 요코는 조금 얼굴이 새파래졌다.
'햄스터 키우고 있구나...' 라고 긴장했다.
무슨 일일까.

"아니 어렸을 때 독 햄스터에게 물려서 별로야."

독 햄스터?
농담으로 보기에는 어조가 진지했다.
'좋아하기는 하지만' 하고 쓴웃음을 지었다.
잘 모르겠다.
'볼래?' 라고 물으니 '...응. 보기만 할게.' 라고 말해서 옆방으로 안내했다.

책상 위에 오렌지색에 케이스가 있어서 그 안에 골든햄스터를 기르고 있었다.

그 무렵에는 슬슬 새끼를 배지 않으려나 하고 생각했었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결과적으로 둘다 수컷이어서 무리였다는걸 알았다.

"귀엽구나아."

요코는 방의 입구의 문 뒤로 숨으며 얼굴을 반쯤 내밀고 말했다.

그렇게 떨어져있으면 보이지 않을텐데.

"독같은 건 없어."

사람들에게 익숙해서 별로 반응이 없다보니 손가락을 내밀어도 깨무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해도 요코는 고개를 저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요코는 햄스터에게 알레르기가 있어서 빠진 털같은 것에도 반응해 재채기를 하거나 발진이 일어나는 체질이었다.

이전에 친구의 집에서 햄스터를 부탁받았을 대 쇼크 증상을 일으켜 구급차에 실려간 적도 있다고 한다.

그래도 여전히 햄스터를 좋아하는지 요코와 그 후에도 가끔 시내 백화점에 있는 펫숍에 같이 갔다.

그때 요코는 떨어진 곳에서 햄스터 코너를 지그시 응시하고 그 작은 동물들이 뭘하고 있는지 일일이 물었다.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먹이를 먹는 모습이나 자그만 손을 움직이는 모습을 손짓발짓으로 설명해주었다.

솔직히 부끄러웠지만 즐거운듯이 요코를 보고있으면 그런 생각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이쪽이 피스케야."

나는 방 한가운데 있는 구관조 피치를 새장채로 들어올려 문쪽으로 갔다.

요코가 방 안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와 귀여워."

그렇게 말하는 요코의 겨드랑이를 끌고 거실로 돌아왔다.
피치는 자신의 집이 움직이는 것에 흥분하여 머리를 움직이며 높은 소리로 울었다.

낮은 옷장 위에 새장을 돌려놓으니 주위를 둘러본 후 다시 삐요삐요 울기 시작했다.

'피스케짱' 이라고 요코가 부르자 피치가 곧 대답했다.

"피짱, 피짱"

"수컷이야?"

"응."

"그래 그래 피짱 착한 아이."

피스는 울면서 새장 안을 돌아다녔다.

"피스케. 모모타로는?"

내가 묻자 고개를 갸웃거린다.

"옛날 옛날 어느 옛날에."

시작 부분을 읊으니 마침내 흉내를 내듯이 '예날, 예날, 어누 예나레' 라고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피치는 이걸 가장 잘했다.

"하라버지, 할모니가, 사랏, 습니다, 삐요삐요..."

"대단해. 잘한다!"

요코가 손뼉을 치며 즐거워했다.
피치의 모모타로는 원숭이를 동료로 삼은 부분에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귀신섬까지 도착 못했다.

이전에 아버지가 열심히 가르쳤을 때는 귀신을 물리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까지 외웠지만 조금 시간이 흐르니 잊어버린 것 같았다.

내가 분석해보니 개, 원숭이, 꿩을 동료로 삼은 부분에서 돌아가는 건지 같은 전개가 반복되는 건지 하나의 원인은 아닌 것 같았다.

'수수경단, 하나를, 나에게, 주세요' 라는 인상적인 프레이즈가 있지만 개를 동료로 삼은 후 다시 원숭이 때 같은 전개가 반복되어서 그것이 알 수 없어지는 것 같았다.

그래도 요코는 아주 즐거워하며 먹을 줘도 되는지 물었다.
어쩔 수 없이 간식을 조금 주기로 해서 커다란 해바라기 씨를 몇 개 요코에게 건네서 그걸 주게 했다.

피치가 먹이를 먹는 동안 요코는 꺅꺅거리며 좋아한다.
그 먹이 주기가 끝나자 또 라자루스가 꼬리를 흔들며 거실로 와서 킁킁거리며 요코의 발 근처에서 냄새를 맡았다.

"저기 피스케짱 어디서 샀어? 받은 거야?"

"응 친적에게 받았어. 3살 때 받아서 지금 2년 정도 지났으니까 4,5살 정도려나."

"흐음. 우리도 구관조나 앵무새 같은 거 길렀으면 좋겠다아."

순진하게 그렇게 말하는 요코에게 가볍게 놀릴 생각으로 나는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이 녀석은 가끔 기분나쁜 말을 해."

"어? 기분나쁜 말이라니?"

"....누구도 가르치지 않은 말."

그걸 들은 요코는 조금 기분나쁜 얼굴을 했다.
애당초 피치는 친척의 집에서 길러졌던 것이지만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기묘한 말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밥이 맛없어. 진짜 맛없어. 밥이 맛없어."

"담배가 없어. 담배 피고 싶어. 담배 가져와."

언젠가 돌아가기 전에 할아버지가 내뱉은 말이다.
그 말을 생전 집에서는 하지 않던 말이었다.
그것뿐만 아니라 마치 할아버지가 된 것처럼 잔소리를 한 적도 있었다.

"화장실, 청소, 잘, 해라."

"야채는, 마지막, 하나까지, 잘 먹어라."

이런 말들이었다.
그것뿐이라면 평소에 할아버지가 하는 말을 피치가 기억해서 하는 걸지도 모르지만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한 달이 되기 전에 갑자기 이런 말을 하는 것이었다.

"신주단은, 잘, 새하얀 종이를 붙여라."

확실히 피치는 신주단(神棚)의 하얀 종이를 붙이라고 말했다.

가족은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몰랐으나 자꾸 그 말을 하니 기분이 나빠져서 근처 어르신에게 여쭈어보니 그건 오래된 풍습의 하나였다.

신주후우지(神棚封じ)라고 해서 그 집에서 죽은 사람이 나오면 49일이 될 때까지 하얀 종이로 신주단을 봉해 절하는 거라고 했다.

더러움 즉 죽음의 더러움을 신주단에 가까이 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건 가족 모두 몰랐었다.
그런 풍습을 알고 있는 건 할아버지 정도밖에 없었다.
피치는 마치 할아버지가 빙의된 것처럼 그 일을 알려주었다.

그런 일이 반복되고 기분이 나빠진 친척집은 피치를 놓아주기로 했다.

그래서 동물을 좋아하는 내 양친의 나쁜 버릇이 나와서 우리가 받아가기로 했던 것이다.

앞집에서 수근거리는 것도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기보다 우리 집 모두 좋아하는 것만 기억하기 때문에 이런건 흐지부지 잊어버렸다.

특히 친척이 무서워하던 돌아가신 할아버지 같은 말투는 우리 집에서는 뚝 그쳐서 정말로 그런 말을 하는지 반대로 의아해질 정도였다.

하지만 친척의 경고는 다른 의미로 찾아왔다.
피치가 우리 가족이 되고 반년이 지났을 때 갑자기 '주여버릴꼬야' 라는 불길한 말을 하는 것이었다.

본인은 즐거운듯이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듣는 쪽은 오싹했다.

누가 가르쳤는지 범인을 찾았지만 가족들 모두 모른다고 했다.

나도 가르친 경우가 없었다.
텔레비전이 없는 방에서 기르고 있기 때문에 스 스로 배운 것도 아니다.

가족 중 누군가가 가르친게 분명했다.
범인으로 지목된 여동생이 분개하여 집을 나갔던 게 기억 난다.

결국 그 '주여버릴꼬야' 라는 말을 가르친 게 누군
지 알 수 없었지만 피치는 그 후로 가끔 그렇게 누구도 가르치지 않은 말을 하는 것 같았다.

"공원의 모래밭, 가방이, 떠러져 있다."

"카키자와 씨의 주인, 부장이 되어따"

"선거차가, 시끄럽다."

그 대부분의 말은 악의가 없는 말이었지만 누가 가르친 기억이 없고 누구도 모르는 정보도 있었다.

가령 선거차가 시끄럽다고 피치가 말한 시점에는 아직 선거차가 우리 집 근처에 오지 않았다.

대체 어떻게 해서 피치가 그런 말을 떠드는 지 알 수 없어서 기분이 나빴다.

여동생의 주장으로는 피치가 이른바 살아있는 라디오 같은 게 되어서 주파수가 맞는 누군가의 생각을 수신해서 그걸 자동적으로 말하게 된 게 아닌가 했다.

기르고 있던 친척집에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지만 그 영혼이 아직 그 집에 남아있어서 가끔 피치의 입을 빌려 말한다고 한다.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지만 동물은 인간보다 요괴와 마주하는 영감이 강하다고 주장했다.

'고양이인 부우도 가끔 아무것도 없는 벽을 보고 있다' 는 것이 그 근거다.

그건 확실히 나도 왜일까 생각해본 적이 있다.
여동생이 말로는 우리집에 온 피치는 가까운 할아버지의 령이 없기 때문에 가까운 사람의 사념이나 부유령의 목소리를 수신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걸 설명해주니 요코는 질색한 표정으로 뒷걸음질 쳤다.

"거짓마알."

지금까지 쪼아먹고 있던 해바라기 씨를 빼앗긴 피치가 안절부절 못하듯이 새장의 우리를 안쪽에서부터 깨물고 흔들었다.

"나 그런 이야기 진짜 싫어하니까 그만해."

"미안미안."

나는 웃으면서 그렇게 말하며 가슴 한구석에 얼어붙은 차가운 것에 만져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건 여동생이 주장하는 괴담과 다른 특이한 현상으로
갑자기 자신의 머릿속에 슬금슬금 들어온 그것은 어떤 종족의 망각으로서의 불안과 현기증을 느끼게 했다.

그걸 떠올리게 된 것이다.

"아 정말."

요코는 내가 얼굴이 굳은 걸 눈치채지 못하고 고개를 저으면서 피치에게 해바라기씨를 한 번 더 주려고 손을 뻗었다.

그 발 근처에 또 라자부스가 눈을 올려 코끝을 갖다대어서 너무 냄새를 맡는 게 아닌가 신경쓰일 때 방 한가운데 둥글게 몸을 만 부우까지 일어나서 반대쪽에서 무릎 언저리의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잠깐만. 왠지 이 애들 아까부터 숙녀에게 실례하고 있지 않아?"

일어선 채로 굳은 얼굴을 하는 요코에게 내가 웃으며 말했다.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는 언제나 이래."

"정말?"

"정말로."

팔짱을 끼면서 나는 쓸데없이 힘주어 말했다.

그로부터 며칠 후.
밤중에 갑자기 눈이 떠진 나는 갈증을 느끼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지금 몇 시지?
불을 켜려고 했지만 눈이 부시는 것이 싫어서 그대로 일어나서 내 방을 나왔다.

2층 복도는 계단 옆에 조명만이 희미하게 켜져 있어서 그 빛에 의지하여 1층으로 내려갔다.

가족이 모두 자고 있는 집 안은 썰렁했다.
나는 발소리를 죽이며 부엌에 들어가 밥솥 디스플레이의 파란 불빛에 의지하여 냉장고에서 물을 꺼냈다.

컵을 들이키려는 순간 숨을 삼켰다.
정적으로 귓속이 높게 울리고 있었다.
밤중에 눈이 떠진 것이 언제부터인지 잠깐 생각했다.
가족이 깨지 않게 조용히 부엌을 나와 발소리를 죽여 복도를 걸어갈 때였다.

내 귀에 정적 이외에 다른 소리가 들렸다.
멈춰서서 그것이 들린 방향을 바라보니 거실 문이 조금 열려 있었다.

그것이 미세하게 흔들린 것 같았다.
끼익하는 들리지 않았던 소리를 머릿속에서 멋대로 재생한다.

평소에 문을 잠그는 것도 아니고 냉방이나 난방을 하는 계절도 아니어서 문이 반쯤 열려져 있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나 내 직감은 뭔가 정체를 알 수 없는 예감을 고했다.

가까이 다가가 문을 열어 어두운 방안을 엿보았다.

"피스케?"

소리를 죽이며 구관조인 피치를 평소의 애칭으로 불렀다.
XXX
또다.
또 들렸다.
또 들렸다.
방 한가운데 있는 새장으로부터다.
새장에는 검은 천이 덮여져 있다. 빛이 들어오지 않도록.
피치가 자는 시간에는 언제나 그렇게 해둔다.
그 검은 천 안에서 중얼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린다.
아, 피치가 재잘대고 있다.
사람의 말투로.
나는 한기가 온몸을 훑고 가는 걸 느꼈다.
대체 뭘 중얼거리고 있는 걸까.
X X X
나는 천천히 다가가 귀를 기울였다.
이런 시간에 피치는 어째서 깨어잇는 걸까.
가끔씩 그러는 걸까.
아니면 언제나 깨어나는 걸까.
언제나 가족이 잠든 밤중에 작은 새장 안에서 혼자
우리가 모르는 이야기를 하는 걸까.

여동생의 말이 생각난다.
피치는 여기에 없는 사람이나 죽은 사람의 사념을 수신해서 그걸 말로써 전달한다고.

마치 라디오처럼.
그러니까 때때로 아무도 가르치지 않은 말을 하는 거라고.

지금도 그런 걸까.
아무도 가르치지 않은 말을 아니면 가족 중 누구도 모르는 말을...

그렇다면 지금 이 어두운 방안에서 보이지 않는 사람의 언령이 떠돌고 있는 걸까.

아니면 보는 것도 만지는 것도 불가능한 죽었을 사람이 지금 이 방안에 있는 걸까.

새장의 모양을 하고 있는 천 앞에 손을 뻗고 멈추었다.
여동생의 주장이 가져온 무서운 상상이 갑자기 공포가 되어 다시 다른 상상이 내 안에 있는 어두운 부분에서 끓어오는 걸 느꼈다.

여동생의 말을 웃으면 들었을 때 나는 그것과 완전히 다른 상상을 해버렸던 것이다.

특히 기분 나쁜 그것을 마음 속에 눌러 지금까지 잊어버리려고 했었다.

그런데.
내가 하던 상상.
아니 해버렸던 상상.
그것은 밤중에 갑자기 침대에서 일어나는 나.
하지만 나는 의식이 없다.
나라는 의식이.
몽유병처럼 계단을 내려가 새장의 앞에 선다.
그리고 그 속에 말을 건다.
무의식인 내가.
아니 아니면 나라는 그릇 안에 들어간 또 다른 내가.
그 말은....
소무도(ソウムド)....
귀에 들어온 소리에 나는 정신을 차렸다.
새장 속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으깨진 목소리.
굉장히 귀에 거슬린다.
나는 숨을 삼키고 귀를 기울인다.
천 너머로 목소리가 계속 들린다.

.....미츠카(ミツカ).....
.....색의지(シキチ).....
.....ㅁ의산(ルノサン).....

겨우 그 말만 들렸다.
그걸로 목소리는 멈추고 잠시 뒤에 같은 말을 반복했다.

.....소무도(ソウムド).....
.....미츠카(ミツカ).....
.....색의지도(シキチズ).....
.....ㅁ의산책자(ルノサンポシャ).....

역시 잘 안들린다.
왠지 등골이 오싹해진다.

.....소무도이(ソウムドイ).....
.....미츠카이(ミツカイ).....
.....색의지도(シキチズ).....
.....ㅁ의산책자(ルノサンポシャ).....

네 개의 단어가 반복되는 것 같았다.
대체 이건 누구의 말일까.
내가 아니다.
직감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
상상해버린 것처럼 기억에 없는 시간 나 자신이 피치에게 가르쳤던 말이 아니다.

피치 자신의 말?
아니, 그것도 아니다.
이미지가 드러난다.
새의 자그만 머리는 텅 비어있고 멀리서 눈에 보이지 않는 파도같은 것이 덮쳐오는 그 텅 빈 곳 속에 울려서
부리가 말로써 재생된다.

아무도 없는 방에서 아무도 들리지 않게.
왜 이렇게 무서운 걸까.
딱딱 이가 부딪친다.
한기.
밤에 흘러나오는 보이지 않는 한기가 악의적으로 잠든 주택지를 지나가고 있다.

그런 느낌이 들었다.

.....위험(キケン).....
.....위험(キケン).....
.....모두(ゼンイン).....
.....없애(ケス).....

마지막으로 그렇게 말하고 새장의 소리는 뚝 그쳤다.
희미한 달빛 속에 비치는 방에서 분위기가 변했다.
나는 헉하고 팔뚝을 붙잡고 천을 벗기니 새장 안에 피치가 놀란 것처럼 목을 움츠리고 작게 울었다.

기묘하게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입속에서 중얼중얼 낮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것은 나에게 '나로 돌아왔다' 로 들렸다.

비스듬한 달빛을 반사하며 피치의 눈동자가 한순간 움직였다.

이것이 묘하게 아름다운 검은 보석같이 보였다.
뭔가 무서운 일이 일어나기 전 포고같았다.



===============================
아마도 이건 '괴물' 편에서 에키드나의 소녀가 만든 그 괴물에 관련된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마지막 앵무새가 중얼거린 말은 단어가 잘려서 잘 알 수 없지만 여기서 알 수 있는 건 시키치즈(シキチズ)가 고시키치즈(ごしきちず, 오색지도)를 뜻하는 것과
루노산포샤(ルノサンポシャ)가 요루노산포샤(ヨルノサンポシャ, 밤의 산책자)를 말하는 것으로 짐작할 수 있습니다.

(+추가)
텔레비전 편과 트럼프 편, 책 편을 참고하고
각 앞글자가 생각되었다고 생각한다면 소무도이는 텔레비전 편에서 나왔던 구소무도이 미츠카이는 트럼프 편과 패러디 타임머신 편에서 언급된 활을 쓰는 자, 유미츠카이(궁사) 시키치즈는 쿄코가 가진 오색지도를 뜻하는 고시키치즈 루노산포샤는 요루노산포샤로 각각 구, 유, 고, 요 자가 생략되었다고 추측 가능합니다.

또한 책 편에서 괴물이 노렸던 4명이라는 언급과 본편 마지막에 모두 사라진다는 말에 따르면 중얼거렸던 4단어는 괴물이 노린 사람들을 뜻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구소무도이는 텔레비전 편에서 카나코 씨가 자신을 지칭, 오색지도는 앞서 말한대로 쿄코 그렇다면 맨 마지막 소거법으로 요루노산포샤, 즉 밤의 산책자를 루리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