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m.blog.naver.com/qordb6712/120174120528
[작가의 말]
2011년 여름 코미케에서 냈던 동인지에 실은 이야기입니다.
다 쓰고 나서 제목을 '바람' 으로 할까 '머리카락' 으로 할까 고민하다가 결국 '바람의 행방' 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중학교 때 학교 도서관에서 읽었던 고 쿠리모토 카오루(栗本 薫) 선생님의 모 시리즈의 제목을 따온 겁니다.
좋은 어감이라서 무심코...지금 신작을 쓰고 있지만 골든위크 중 완성이 아슬아슬하기 때문에 일단 이걸 올립니다.
ps. 10년 가까이 타던 경차에서 승용차로 바꿔탔습니다. 쿄스케 씨 전용 블루 임프레자에!
중고지만 2만 5천킬로미터밖에 안 달렸는데 엄청 싸!
뭔가 무서운 일이라도 당한 걸까 두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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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에게 들은 이야기다.
대학교 2학년 여름 바람이 강한 날이었다.
집에 있을 때부터 유리창이 덜컥덜컥 흔들리더니 폭풍이라도 오는 걸까 몇 번이나 밖을 봤지만 날은 맑았다.
이상한 날씨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카나코 씨라는 대학 선배에게 전화로 불렸다.
집밖에 나왔을 때도 얼굴에 강하나 바람이 불어와 자전거에 타고 거리를 달리는 도중 붕붕거리는 소리가 귀를 때렸다.
길을 걷는 여성들의 치마가 뒤집어질 것 같이 되어서 그걸 꺅꺅거리면서 양손으로 누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지만 땅 위로 먼지인지 뭔지 모를 것이 얼굴쪽으로 덮쳐오는 것은 좀 난처했다.
숨이 막힐 것 같다.
바람도 저기서 불다가 여기서 불다가 전혀 멈추지 않는다.
태풍이라도 지나가는 걸까.
하지만 신문에서 태풍이 온다는 말을 본 적이 없다.
기상예보에서도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없지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언제부터인가 목적지에 도착했다.
주택지 안의 자그만 공원에 오래된 벤치가 흔들리고 있어서 거기서 챙이 긴 모자를 깊게 눌러쓴 여성이 한쪽 무릎을 세우고 앉아 있었다.
손에 든 문고본을 읽고 있었다.
펼쳐진 페이지는 바람에 흩날려 침을 묻혀가며 손가락으로 누르고 있었다.
"오, 왔구만."
나를 알아차리고 카나코 씨가 고개를 들었다.
티셔츠에 얇은 재킷.
그리고 핫팬츠라는 시원한 옷차림이었다.
"자, 가볼까."
얇은 문고본을 핫팬츠 엉덩이 주머니에 쑤셔넣고 일어선다.
그녀는 내 오컬트계 스승이었다.
그리고 오가와 조사 사무소라는 흥신소에서 '요괴' 전문 의뢰를 받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오늘은 그 의뢰주가 있는 곳으로 가서 이야기를 들어본다고 한다.
나도 그 하청의 하청 같은 일을 하고 있는 영세 흥신소의 아르바이트 직원인 스승의 밑에 있는 조수라는 굉장한 직함을 가지고 있다.
그다지 도움이 된 일은 거의 없지만 그래도 참새 눈물정도의 돈은 받고 있다.
기본적인 액수는 들어본 적이 없으나 스승 쪽은 매인지 올빼미 정도의 눈물 정도 받고 있는 걸까.
"여기야."
손으로 그린 것 같은 지도를 들고 주택지로 가서 세련된 이름이 붙은 2층 아파트에 도착했다.
1층에 있는 방문을 두드리니 안에서 고개를 숙인 여성이 머뭇거리면서 엿보았다.
"안녕하세요."
스승의 접객 스마일을 보고 조금 안심한 표정으로 체인록을 풀었다.
그리고 조심조심 집 안으로 안내받았다.
우키타(浮田) 씨라는 이름의 여성은 시내 대학에 다니는 학생이었다.
3학년으로 나나 스승의 사이의 연령정도 될 것 같다.
사실 우키타 씨는 이전에도 오가와 조사 사무소를 통해서 기묘한 유실물에 휘말린 사건에 대해 스승에게 상담했던 적이 있어서 그 인연으로 지금도 의뢰를 하고 있다고 한다.
당연히 가벼운 옷차림을 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수상쩍은 '자칭 영능력자' 같은 흉내를 내고 있는데 단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을 뿐인데도 돈을 받는 일로써 의뢰에 캐쥬얼한 정장을 하고 있는 것은 상대의 심상을 망가뜨리는 것이다.
적어도 초면에는.
스승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것 같으면서도 의외로 그 상황에 맞는 옷차림을 할 줄 알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무슨 일입니까?"
거실에 있는 융단 위에 둥근 테이블에 둘러앉아 우키타 씨를 재촉했다.
학생 전용의 원룸었는데 가구가 많은데도 방 자체는 잘 정돈되어 있어서 아주 넓어보였다.
스승의 낡은 아파트와는 정반대의 가치관이 느껴지는 방이었다.
"그것이..."
우키타 씨는 머뭇거리다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녀는 3년 전 대학 입학과 동시에 연극부에 입부했다.
고등학생 때부터 보는 것만이 아니라 직접 연극을 해보고 싶어서
그 대학에 입학한 것도 연극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기공연을 한 적이 있는 실적이 있는 동아리로 부원 수도 많고 1학년 때는 좀처럼 역을 받지 못했지만 꾸준히 연습을 한 덕분에 2학년 여름부터 좋은 역을 받을 수 있었다.
3학년이 된 올해는 취직활동 때문에 반쯤 은퇴상태가 되어버리는 가을을 맞아 이른바 마지막 도전의 해였지만 후배 중에 실력이 좋은 애가 늘어난 탓에 생각보다 주연 역을 받지 못하는 나날이 계속되었다.
후배들 때문만이 아니라 본래 은퇴하기로 예정되었던 5학년 중에서도 도전적으로 연극에 목숨을 거는 선배가 몇 명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도시에서 번영하는 커다란 극단에 눈에 띄는 굉장한 사람은 없었지만 아르바이트를 해서라도 어디의 소극단에 소속해서 계속 자신의 가능성을 시험해보고 싶다는 사람들이었다.
흉내는 낼 수 없지만 그건 그것대로 부러운 인생이었다.
그리고 3주 전 문화홀을 빌려서 3일간에 걸친 연극부의 여름 공연이 끝났다.
동기 중에서는 자신과 같이 가을을 맞이해서 계속 의욕을 내는 사람도 있지만
이걸로 완전히 은퇴하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매년 빨라지는 취직 활동을 위해서 3학년으로서는 이 여름 공연이 졸업 공연이라는 분위기가 맴돌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가장 중요한 문제는 취직도 정하지 못한 채 계속 남아있는 4학년 학생들 중에 어떤 남자 선배에 관한 것이었다.
평소부터 별로 주목받지 못하는 사람으로 그 여름 공연에서도 조연 중 한 명에 불과하여 대사도 손에 꼽을 정도밖에 없었지만 졸업 후에 시내에 있는 극단에 들어간다고 말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누구도 그가 연극을 계속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동시에 이걸로 연극부에서 은퇴한다는 것도.
그 사람이 여름 공연 후 그녀에게 고백하러 왔던 것이다.
줄곧 좋아했다고.
어쩌다가 평소에 연습 중에 끈적거리는 시선을 느낀 때가 종종 있어서 언제나 불안했었다.
기분이 나빴다.
그 남자가 지금에 와서 좋아한다고 말하다니 대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확실히 거절해서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잠시 조용히 있더니 뱀이 고개를 드는 것처럼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오싹한 말을 했다.
"머리카락을 줘."
입이 움직이는 것에 따라 고개를 계속 상하로 끄덕였다.
"적어도 추억으로라도."
그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과장하지 않고 부들부들 떨었다.
"싫어요. 머리카락은 여자의 생명이니까."
그렇게 처음에는 농담 취급 했지만 분위기가 진지하다는 걸 눈치채고 마침내 소리를 지르듯이 말했다.
"그만하세요."
남자는 얼굴을 붉히지도 않고 똑같은 말만 반복했다.
그리고 '한가닥이라도 괜찮아' 라고 간청했다.
그녀는 '진짜 그만하세요' 라고 말하며 그곳에서 도망치듯이 달렸지만 쫓아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안심할 새도 없이 그로부터 대학에서 만날 때마다 머리카락을 달라고 요구했다.
'머리카락을 줘' 라고.
끈적거리는 목소리로.
그와 똑같은 4학년 선배에게 상담을 했지만 남자 선배는 '머리카락 한 올 정도는 괜찮잖아' 라고 말해 내 알바 아니라는 태도를 취했고 여자 선배는 '무리야. 그 녀석 마음에 든 것에 대해서는 정말로 끈질기니까. 그래도 머리카락 정도면 괜찮지 않아? 변태 같긴 했어도 거기서 더 뭔가를 요구할 배짱도 없는 것 같고' 라고 말했다.
이전에도 연극부의 여자 동기에게 들은 바가 있었다.
그때도 차였지만 그래도 굴하지 않고 끈질기게 말을 걸어 결국 그 동기는 은퇴하게 되었다고 한다.
단지 그 때 집까지 찾아오는 스토커같은 짓이나 난폭한 행동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듣고 이번에는 그 남자 쪽에서 연극부에서 은퇴하기로 해서 머리카락만 줘서 끝난다면 그걸로 완전히 끝내고 싶었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걸로 고민하던 중에......
그리고 어느날 밤 자기 전에 텔레비전을 껐을 때 조용함에 갑자기 불안해져서 '좋아, 내일 머리카락을 주자' 라고 결정했다.
하지만 한손에 가위를 들고 다른 손에 머리카락 한 올을 고르기 시작할 때 지금부터 엄청난 일이 문자그대로 벌어질 것 같은 예감이 덮쳐왔다.
일방적인 피해자인 자신이 왜 이런 일까지 해야하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니 부글부글 화가 끓어올랐다.
그렇다. 자신 게 아니어도 상관 없을 것이다.
같은 길이라면 누구 것인지 알 리가 없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 눈에 들어왔던 것이 일본인형이었다.
어렸을 때 부모님께 받았던 그 인형은 지금도 소중히 여기고 있어 하숙할 때까지 가지고 왔던 것이다.
상태도 좋고 언제가 자신이 입기를 꿈꾸어왔던 화려한 의복을 입고 있었다.
천천히 그 머리카락을 손으로 만지고 있으니 매끄러운 감촉이 손가락 끝에 전해졌다.
분명히 진짜 사람의 머리카락 한올한올을 써서 만든거라고 부모님께 들었다.
이거라면...
그렇게 잡은 손가락 끝에 힘을 주어 한올의 기다랗고 매끈한 머리카락을 뽑았다.
가까이서 보니 확실히 모근은 붙어있지 않았지만 그 남자도 '빠진 거라도 좋다' 라고 말했을 터였다.
조금 생각해서 모근이 없는 끝부분을 가위로 조금 잘랐다.
이걸로 잘라낸 머리카락과 똑같아지고 길이도 그녀의 것보다 조금 길어서 딱 좋았다.
미묘한 검은색도 자신의 것과 거의 비슷했다.
그것도 당연했다. 부모님은 그녀의 머리색과 닮은 인형을 골라서 사주었기 때문이다.
다음날 남자에게 그 머리카락을 주었다.
손수건으로 감싸서.
'그 손수건까지 줄테니까 이제 귀찮게 굴지 마세요' 라고 말하니 고개를 끄덕이면서 고맙다고 즐거운 듯 웃었다.
마지막의 그 웃음도 기분 나빴다.
개구리나 파충류가 눈앞에 있는 것 같았다.
중이 미우면 가사마저 밉다*는 심리일지도 모르지만 이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그곳을 빠져나왔다.
모두 잊어버리고 싶었다.
(*역자 : 그 사람이 미우면 그 사람과 관련된 모든 것이 밉다는 말)
그로부터 며칠이 지나고 그 남자도 완전히 그녀 주위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본인의 얼굴이 눈앞에 없으니 금전적으로 무슨 손해를 본 것도 아니고 점점 그 정도로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는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메인 멤버의 일부가 빠진 후 처음 공연인 가을 공연을 떠올리고 자연히 기분이 바뀌었다.
그러던 어느날, 밤에 평소처럼 텔레비전을 보고 있을 때 그것이 일어났다.
버라이어티 방송이 끝다고 11시 뉴스를 보고 있을 때 갑자기 방안에 끔찍한 소리가 들렸다.
뭔가 튼튼한 가구가 부서지는 소리.
심장이 튀어나올 뻔했다.
당황하면서 방안을 둘러보다가 숨을 삼키고 주위를 보았다.
옷장이나 벽장에서 뭔가가 떨어졌다고 생각했지만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높이가 2미터 정도에서 떨어지는 소리는 아니었다.
좀 더 폭력적인 오싹한 파괴음.
방안은 다시 조용해지고 텔레비전에서 뉴스 캐스터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공포를 느끼면서 아까 전 소리의 정체를 찾아서 방안을 둘러보다가 그것이 눈에 들어왔다.
인형이었다.
일본인형.
고운 옷감의 옷을 입고 긴 머리카락을 가슴께로 늘어뜨린....
그 순간 몸을 바늘로 찌르는 것 같은 한기에 덮쳐졌다.
비명을 지른 것 같았다.
인형은 머리가 없었다.
아니 머리가 있던 곳은 산산이 부서져서 원형을 찾아볼 수 없었다.
거대한 망치로 힘껏 부순 것 같은 모습이었다.
마치 자신의 머리가 부서진 느낌이 들어 계속 비명을 질러대었다.
우키타 씨는 이야기를 끝내고 자신의 어깨를 양손으로 끌어안았다.
보고 있는 내가 불쌍해질정도로 떨고 있다.
"머리카락인가."
스승이 툭 내뱉었다.
오싹한 이야기다.
혹시 그녀가 자신의 머리카락을 줬더라면...
그렇게 생각하니 점점 더 무서워졌다.
어째서 그녀가 그런 일을 겪어야 하는가.
그런 부조리에 나는 혼란스러웠다.
그때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축시의 참배' 였다.
증오하는 상대의 머리카락을 짚인형 속에 넣고 밤중에 커다란 못으로 신사의 신목에 박아넣는 저주의 의식이다.
짚인형을 상대의 몸으로 보고 머리카락이라는 인체의 일부를 집어넣는 것으로 그 인형과 상대방 사이의 공간을 뛰어넘게 하는 유감주술(類感呪術)과 감염주술(感染呪術)을 융합한 일본 전통 저주.
하지만 그 최초의 일격이 머리가 원형을 잃어버리게 만드는 한기가 밀려오는 일격이었다는 것이 굉장히 무시무시했다.
"그 다음에는?"
스승에게 재촉받아 우키타 씨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무것도."
그 밤에는 그 이상의 일은 일어나지 않은 것 같았다.
부서진 인형은 그대로 두기 뭐해서 친한 친구에게 버려달라고 부탁했다.
무서워서 한 발자국도 집에 나오지 않았지만 그 친구를 통해서 그 남자가 대학에 나오지 않는다는 걸 들었다.
혹시 그 놈이 받은 것이 인형의 머리카락이라는 걸 눈치챘다면.
그렇게 생각하니 미칠 것 같았다.
이제 날 죽은 걸로 여겨줬으면 했다.
실제로 친구에게도 그렇게 말했다.
내가 죽었다고 전하면 그 놈도 만족하고 모든 것이 끝나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말하는 우키타 씨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내가 어떻게 해줄까?"
스승은 냉담하다싶은 어조로 물었다.
오랫동안 닫혀 있는 방에는 에어컨이 뿜어내는 작은 기류만이 상에 닿고 있었다.
"구해줘요."
떨리는 목소리가 침묵을 깬다.
스승은 '알았다' 라고만 말했다.
나와 스승은 그 길로 가까이 거주하고 있는 우키타 씨의 친구 집을 방문했다.
인형을 버려달라고 부탁받은 여성이다.
그녀의 말로는 인형은 정말로 머리부분이 부서져 있어서 커다란 망치로 힘껏 내리친 것처럼 파괴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녀는 그 인형을 애인 차에 실어서 깊은 산속에 버렸다고 했다.
"불태우지 않았나요?"
스승은 불태우는 쪽이 나았다고 말했다.
친구는 우키타 씨와 같은 연극부로 이전에 합숙을 했을 때 간사 일을 하게 된 적이 있어서 그 때 만든 명부를 아직 가지고 있었다.
남자의 이름도 거기에 있고 주소도 나와있었다.
"소가 타케히로(曽我 タケヒロ)인가."
스승은 주소를 메모해서 친구 집을 나왔다.
소가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시내 밖에 있어서 나는 스승을 자전거에 태우고 곧 그곳으로 향했다.
아파트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고 명패가 없는 문을 두드려보니 옆방에서 수염이 멋대로 난 남자가 나와서 이렇게 말했다.
"이사갔어요."
"언제입니까?"
긁적긁적 턱을 긁으면서 '4,5일 전' 이라고 대답했다.
여기에 살고 있었던게 소가라는 학생이라는 걸 확인하고 이사간 곳을 알고싶으니 집주인이 어디에 있는지 물었다.
그러니 그 이웃은 '왠지 당일 급히 이사하라는 연락이 와서 거래 보증금도 있는데도 이사간 곳도 말하지 않고 사라졌다고 집주인이 말했다' 고 알려주었다.
4,5일 전인가.
딱 인형 사건이 일어난 시기다.
그 연관성에 기분나쁜 예감이 들었다.
인사를 하고 그 아파트에서 나온 후 이번에는 그길로 시내의 한코가게로 갔다.
이전 스승의 심부름으로 갔던 가게였다.
스승은 가게 안에 쭉 늘어선 싸구려 도장 중에 '소가' 라는 도장을 골라 샀다.
가격이 쌌지만 영수증을 확실히 받았다.
상대방 이름에 '귀하' 라는 말이 있는 걸로
지금부터 할 일이 대충 예상이 갔다.
스승은 현관에서 시민과의 창구를 몰래 엿보고 나에게 '주민표 신청서 한 매 뽑아와' 라고 말했다.
말한대로 하니 이번에는 건물 그늘에서 나에게 볼펜을 건네 그 신청서의 '위임장' 란을 쓰게 했다.
물론 위임자는 '소가 타케히로' 다.
그리고 막 산 도장을 찍고 여기서 기다리라며 시민과 창구로 걸어갔다.
그 엄청나게 익숙한 모습을 보고 흥신소의 직원다움을 느끼고 감동했다.
무엇보다 주머니에서 휴대식 인주가 비져나왔다는 것이 제일 놀라웠다.
전에도 가지고 있는 걸 본 적은 있었지만 이런 일도 있을까 싶어 항상 가지고 다니는 것 같았다.
이 세계에 듬뿍 몸을 담그고 있구나.
하지만 그것조차도 그녀가 가진 활동력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잠시 기다리고 있으니 침울해진 얼굴을 하고 돌아왔다.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글렀어. 이쪽의 주민표 자체를 바꾸지 않았어. 증발한 수단으로부터 전출신고는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아 거주하는 아파트의 주민표만 있으면 호적과 전주소를 알아내 이것저것 알아낼 게 있었지만."
스승은 그렇게 말하면서 시청 밖을 걷기 시작했다.
"집주인을 붙잡고 아파트로 오는 전 주소를 물어볼 겁니까?"
"아니 어려워. 주민표를 시내에 옮기지 않았다는 것은 먼 곳에 있는 본가 주소를 내버려둔 가능성이 높아. 이건 감이지만 소가는 아직 이 마을에 있을 것 같아. 그러니 본가를 찾아가도 그 놈의 발자취를 찾는 건 쉽지 않아. 뭐, 반대로 본가에 돌아간 거라면 손해볼 건 없겠지. 일단 지금 해야할 일은 최악의 사태를 상정해서 신속히 행동하는 거야."
그렇다면 역시 대학과 연극부를 도중에 들리는 수밖에 없나.
스승은 분한듯 중얼거렸다.
만약 소가가 다시 그 근처에 있다면 그걸로 이쪽의 움직임을 들킬 가능성이 있었다.
"어떻게 할까?"
스승은 과장되게 머리를 양손으로 부여잡고 걸어갔다.
에어컨이 있던 시청에서 나오니까 열기가 온몸으로 덮쳐와서 숨이 막힐 것 같았다.
그리고 태양 빛은 무자비하게 피부를 찔렀다.
하지만 잠시 걷자 강한 바람이 불어와 그 열기를 조금 걷혔다.
여전히 바람이 세다.
아침부터 계속 불고 있다.
"어제부터야."
스승이 말했다.
바람은 어제부터 불었던 것 같았다.
그러고보니
어제는 너무 자버려서 몰랐던 건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니 어제 친구가 머리카락 이야기를 했어요."
내 친구는 남자 주제에 머리를 기르는 녀석이 있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계속 기른 그 머리카락은 허리까지 와서 주위의 여성으로부터 기분 나쁘다고 듣고 있었다.
본인은 여자들 이상으로 머리에 신경을 쓰고 있지만 길다는 것만으로도 불결해보이겠지.
그래도 대학에 그런 머리가 긴 남자가 꽤 많았다.
이른바 오타쿠 패션의 일부분인 것 같다.
그 친구가 어제 자신의 방에서 여자친구를 불렀는데 어떤 게 발견되어 추궁당했다고 한다.
어차피 다른 여자를 방안에 들인 흔적을 찾아낸 사랑 싸움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전화로 들어보니 아니나다를까 '머리카락이 방안에 떨어져 있는 걸 찾았다' 고 말했다.
흐응하고 관심없이 맞장구를 치고 있으니 그가 말했다.
"그걸로 추궁받았다고. 그 짧은 머리카락은 누구거냐고."
조금 감탄했다.
과연 그런 건가.
그녀도 머리가 길었을 것이다.
시청 앞을 지나면서 그런 이야기를 하니 스승이 정말로 재미없는 듯이 '재미있네' 라고 말하며 마음이 딴데 가 있는 듯 다시 고민했다.
나는 한숨을 쉬면서 걸어가면서 자전거의 핸들을 붙잡았다.
다시 지글지글 열기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빨리 자전거를 타고 바람을 맞고 싶다.
그때 또 바람이 불어왔다.
"윽"
갑자기 얼굴에 뭔가가 달라붙었다.
벌레인지 뭔지 모를 것이 얼굴에 붙었을 때 입에 들어간 것도 아닌데 한순간 숨을 멈춘다.
그때도 그랬다.
뭐지?
얼굴에 달라붙어 있는 걸 떼어낸 순간 정체를 알 수 없는 한기가 느껴졌다.
머리카락이다.
누구거지?
옆에 있는 스승의 옆얼굴을 보았지만 길이가 다르다.
그리고 그때 바람은 스승쪽에서 불어온 게 아니라
완전히 다른 방향에서 불어왔다.
머리카락.
머리카락이다.
머리카락이 바람을 타고 날아왔다.
멈춰선 나를 스승이 이상한 듯 돌아보았다.
그리고 내 손에 있는 그것을 보고 순식간에 얼굴이 험악해진다.
"내놔."
내 손에서 빼앗은 머리카락을 얼굴 가까이 가져가 바라본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수평으로 고개를 돌려서 주위를 바라보았다.
바람이 다시 강해졌다.
심장이 두근두근거렸다.
우연이겠지.
우연이야.
그때 옆에서 걷고 있는 여학생이 비명을 질렀다.
"이게 뭐야?"
그 중 한 명이 얼굴에 불어오는 바람에 욕설을 하고 있다.
아니, 바람에게 하는 게 아니다.
그 손가락에 뭔가가 있었다.
"머리카락?"
"기분 나빠."
그런 말을 하면서 여학생들은 지나가버렸다.
머리카락.
우연....은 아닌가.
스승은 갑자기 자신의 옷의 표면을 더듬기 시작했다.
고양이가 털고르는 것 같은 모습이다.
하지만 곧 그 움직임이 멈춰 허리 근처에 달라붙은 뭔가를 들어올렸다.
그리고 나를 봤다.
그 손가락에는 갈색 머리카락이 있었다.
반대쪽 손가락에는 아까 내 얼굴에 달라붙었던 머리카락.
색은 검다.
길이가 다르다.
색도.
어느 쪽도 스승이나 내 머리카락이 아니었다.
"너 그 친구 이야기."
"네?"
"짧은 머리카락 누구거냐고 화냈던 친구말이야."
"네."
"정말로 바람기가 있었던 거야?"
그 말에 정신이 번쩍 든다.
바람 같은 건 안했을 것이다.
지금 애인을 찾은 것만으로도 기묘한 남자였으니까.
그 방에 그녀의 것도 자신의 것도 아닌 짧은 머리카락.
단순히 생각하면 누군가 다른 남자 친구가 놀러와서 떨어뜨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하지 않고 갑자기 추궁당했다는 말은 뭔가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가령 전에 두 명이서 방을 청소한 직후고 친구는 누구도 오지 않았다던가.
그렇다면 그 머리카락은 어디서부터 왔단 말인가?
나는 무심코 내 옷을 보았다.
구석구석.
그리고 옷 표면에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찾았다.
그것도 3개나.
오싹오싹 소름이 돋았다.
어느 것도 똑같은 사람의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자세히 보니 길이나 굵기, 색깔이 전부 다르다.
이렇게 친구의 옷에 달라붙은 누군가의 머리카락이 방 안에 떨어진 걸까.
그러고 보니 오늘 내 방을 나왔을 때 얼굴에 뭔가 붙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숨이 막혔던 적이 몇 번 있었다.
그것이 전부 혹시 머리카락였을지도 모른다.
날씨가 개어 두둥실 떠있는 구름은 전부 멈춰져 있는 것 같았다.
위에는 바람이 불지 않는 걸까.
스승은 도로 한 가운데 바람을 보듯이 목을 빼고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당분간 그대로 있다가 앞을 본 채로 입을 열었다.
"머리카락이 섞여 있어."
바람 속에.
그렇게 말하고 몇 번이나 의문을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별 거 아닌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건 굉장해. 대체 무슨 일일까."
스승은 그 말을 하고 거기에 내포한 의미에 충격을 받았다.
"이것이 사람의 소행이라고 보는 겁니까?"
마을에서 부는 바람에 머리카락을 날려보내는 것이 누군가의 소행이라고.
나는 뺨에 달라붙는 바람에 기분나쁨을 느끼고 뒷걸음질 쳤지만 바람은 도망치게 놔두지 않고 계속 불어댔다.
그 보이지 않는 공기의 흐름을 타고 무수히 많은 누군가의 머리카락이 떠다니는 걸 상상하고 소름이 돋았다.
"이발소의... 쓰레기통이 바람에 쏟아져 그대로 쓰레기에 섞여 있던 머리카락이 바람에 날려진 게 아닐까요?"
억지로 입을 열어 말해보았으나 스승은 고개를 저었다.
"봐."
잡은 채로 머리카락 두 올을 나에게 보인다.
자세히 보니 둘 다 모근이 붙어 있었다.
내 몸에 달라붙어 있던 머리카락도 확인해보니 전부 모근이 붙어 있었다.
가위로 잘라낸 것이 아니라 확실히 빠진 것이다.
확실히 지나가는 사람의 머리카락이 자연히 빠지는 일은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바람에 날아다니는 것도.
하지만 문제는 그 개수였다.
스승은 가까이 있던 찻집의 간판에 가까이 다가가 가리켰다.
거기에는 몇 개의 머리카락이 달라붙어 있어서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가자."
스승이 내 자전거 뒤로 올라탔다.
나는 곧 페달을 밟았다.
그로부터 둘이서 마을을 한바퀴 돌아다니며 조사했다.
그러나 가는 곳마다 바람이 불어와 그 바람 속에 머리카락이 들어 있었다.
나는 자전거를 타면서 혼란스러워졌다.
지금 일어나는 일을 믿을 수 없었다.
현실감이 없다.
언제부터인가 다른 세계에 발을 디딘 느낌이다.
바람은 광범위로 궤도가 없이 불어와 시내의 중심부에 어떤 곳에나 머리카락이 함께 날아다니는 걸 확인했다.
눈앞에서 바람이 덮쳐와 머리카락을 손으로 잡는 여성을 보고 스승은 말했다.
"이 머리카락은 특정한 곳에서 불어오는 게 아닌 거 아닐까."
사람들의 머리카락이 강풍에 날려 빠진 머리카락이 그대로 바람에 날려진다는 것이다.
스승은 쓰고 있던 모자 안에 자신의 머리카락을 무리하게 집어넣고 나에게는 가까운 헌옷가게에서 계절에 맞지 않은 니트모자를 사주었다.
물론 영수증도 받았다.
스승에게 푹 니트모자를 씌워져 '더워요' 라고 불만을 터뜨리자 '늦었을지도 모르지만 얼굴 부서지고 싶지 않으면 참아' 라고 말했다.
얼굴을?
마치 그 인형 이야기 같다.
오싹오싹해진다.
'좋아' 하고 내 머리에 꿀밤을 먹이고 스승은 얼굴을 굳혔다.
"쫓자."
'네? 누구를요?' 라고 물으니 '당연히 머리카락을 모으는 놈이잖아.' 라고 말한다.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아연해져서 스승의 얼굴을 보며 그래도 나는 마음 한구석에 그녀가 그렇게 말하는 걸 기다렸다는 걸 눈치챘다.
"소가입니까?"
"타이밍이 너무 잘 맞아. 내 감으로도 이건 우연이 아니야."
우키타 씨의 머리카락을 손에 넣었던 남자가 차인 것에 분노해 무차별적으로 사람의 머리카락을 모은다.
그런 광기에 찬 모습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우키타 씨처럼 집에 틀어박혀 있던게 정답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축시의 참배같은 걸로 이런 터무니없는 현상을 한낱 대학생이 일으킬 수 있는 걸까.
"아니, 몰라. 소가는 우키타의 머리카락을 얻었지만 그것을 누구에게 맡긴 걸지도 몰라."
"다른 사람에게?"
"......"
스승은 조금도 망설임없이 진지한 어조로 대답했다.
"아무래도 최근 이런 일이 많아지는 것 같아."
최근이라니.
입속에서 그 말을 곱씹으며 나도 마음에 걸리는 일을 생각해냈다.
스승이 조금 전 체험한 마을을 휘말리게 하는 이변이다.
나도 기묘한 사건이 계속된다고 생각했지만 그 진상에 도달한다고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 후에도 스승에게 그 일로 집요하게 힐문당했다.
이런 대규모의 괴현상이 일어나는 것에 스승 나름대로 경계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 괴현상의 베일 너머로 뭔가 무서운 것의 그림자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어떻게 쫓을 겁니까?"
조금 상기되어 내가 묻자 스승은 자신의 검지를 핥으며 침이 묻은 그 손가락을 내밀었다.
바람의 방향을 알아보기 위한 것 같았다.
"바람을 쫓자."
바람이 사람들의 머리카락을 모아서 마을 안을 돌아 도착하는 곳이 어딘가에는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여기저기서 불고 있잖아요."
"여기저기가 아니야. 확실히 동서남북 어디서나 불고 있지만 한 장소에는 반드시 같은 종류의 바람이 불고 있어."
스승의 그 말에 무심코 '아'하고 감탄했다.
듣고 보니 확실히 그런 것 같았다.
"미로같은 곳에 들어가도 보이지 않는 바람의 길이 있는 거야."
그렇지 않으면 머리카락을 모을 수 없다.
그렇게 말한 스승은 내 자전거 뒤에 타고 가야할 길을 가리켰다.
즉 바람이 향하는 방향이다.
등골이 오싹오싹해졌다.
공포가 아니다.
감동도 아니다.
외경이라는 말이 비슷한가.
이 사람은 이런 정체를 알 수 없는 사건의 근원에 도착해버리는 것일까.
강하게 어깨를 붙잡히고 '자, 가자' 라는 말이 내 등 뒤에서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