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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족보 현대소설

(현대소설 해설) 이상 - 날개(07년9월 기출)

작성자H.Y상위|작성시간09.06.25|조회수13,275 목록 댓글 0

작가소개

 

이상(李箱, 1910 - 1937) : 본명 김해경(金海卿) 서울에서 출생. 보성고보를 거쳐 경성고등공업학교  건축과 졸업. 구인회(九人會)에 가입. 1934년 <중앙일보>에 시 「오감도」를 발표하여 당시 문단에 놀라움을 줌. 일본에 건너가 28세의 나이로 작고.  그의 시는 한국의 대표적인 난해시로서 항상 상식적인 이해를 거부한다. 띄어쓰기의 무시나 문법의 파괴는 기존 질서에 대한 부정인데, 새로운 것의 창조를 위한 과거의 부정이라는 면에서 한국 문학의 연속성을 획득한다.  그의 소설은 심리주의 계열의 소설이다. 그는 인간의 내부 세계, 곧 의식 심층부의 체계를 추구한다. 대표작에는  시 「이상한 가역 반응」(1931), 「꽃나무」(1933), 「거울」(1933), 「오감도」(1934) 와  소설 「지주회시」(19360, 「봉별기」(19360, 「종생기」(1937)이 있다.


 

줄거리

지식 청년인 ‘나’는 놀거나 밤낮없이 잠을 자면서 아내에게 사육(飼育)된다. ‘나’는 몸이 건강하지 못하고 자의식이 강하며 현실 감각이 없다. 오직 한번 아내를 차지해 본 이외에는 단 한번도 아내의 남편이었던 적이 없다. 아내가 외출하고 난 뒤에 아내의 방에 가서 화장품 냄새를 맡거나 돋보기로 화장지를 태우면서 아내에 대한 욕구를 대신한다. 아내는 자신의 매음(賣淫) 행위에 거추장스러운 ‘나’를 볕 안 드는 방에서 나오지 못하도록 수면제를 먹인다. 그 약이 감기약 아스피린인 줄 알고 지내던 ‘나’는 어느 날 그것이 수면제 ‘아달린’이라는 것을 알고 산으로 올라가 아내를 연구한다.

‘나’를 죽음으로 몰고 갔을지도 모를 수면제 ― 그것을 한꺼번에 여섯 알이나 먹고 일주야를 자고 깨어나서, 아내에 대한 의혹을 미안해 한다. ‘나’는 아내에게 사죄하러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는 그만 아내의 매음(賣淫) 현장을 목격하고 만다. 도망쳐 나온 ‘나’는 거리를 쏘다니던 끝에 미시꼬시 백화점 옥상에 올라가 스물여섯 해의 과거를 회상한다. 이때 정오(正午)의 사이렌이 울고, ‘나’는 “날개야 다시 돋아라. …… 한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라고 외치고 싶어진다.


◈줄거리2◈

“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를 아시오?”

나는 유쾌하오. 이런 때 연애까지가 유쾌하오.

육신이 흐느적흐느적 하도록 피로했을 때만 정신이 은화처럼 맑소. 니코틴이 내 횟배 앓는 배 속으로 스미면 머리 속에 으레히 백지가 준비되어 있는 법이오. 그 위에다 나는 위트와 패러독스를 바둑 포석처럼 늘어놓소. 가증할 상식의 병이오.

구조가 흡사 유곽과 같은 집--그런 집들 속에 여러 가족이 살고 있는데, 내 방은 아내의 방을 거쳐 미닫이를 열어야 들어설 수 있다. 내 방은 항상 음침하다. 나는 밤낮 잠을 잔다.  아내에게는 매일같이 손이 온다. 아내가 외출을 하면 나는  그 틈을 타서 아내 방을 구경할 뿐이다.

내가 잠을 자고 있으면 아내는 손이 두고 간 돈 중에서 은화 한 푼을 내 머리맡에 놓고 간다. 어느 날 나는 아내가 사다 준 벙어리에 모아 둔 돈을 몽땅 변소에 던져 버렸다. 벙어리에 돈을 넣는 것이 권태로웠기 때문이다.

하루는 나는 거리로 나갔다. 번화한 거리를 걸으니 곧 피곤했으므로 생각하는 일조차 힘겨워 곧 되돌아왔다. 아내의 방문을 열어 보니 손이 와 있었다. 죄의식이 휘몰아쳤다.  밤이 깊어서 그 손은 떠났다. 나는 아내 방 에 들어가서 낮에 얻은 은화와 바꾼 지폐를 도로 쥐어 주고 아내 방에서 처음으로 잠을 잤다. 며칠 뒤에도 그렇게 했다.

삼일 후엔 아내가 미닫이를 열고 먼저 나를 이끌었다. 초촐한 음식까지 차려 두었었다. 나는 어떤 선고가 내리지나 않을까 두려웠다. 나는 어떤 선고가 내리지나 않을까 두려웠다. 다음날부터 나는 아내의 방이 몹시 아쉬웠다. 그러나, 내게는 돈이 없었으므로 울고 있었더니 아내는 돈을 주며 자정이 넘거든 돌아오라 했다.

그 날 밤 나는 비를 함빡 맞아 기어코 감기로 앓아 눕고 말았다. 나는 그 후 얼마 동안 아내가 주는 약을 먹고는 잠들곤 했다. 며칠 후 나는 아내의 경대 위에서 최면약을 발견햇다. 감기약이라면서 주던 약에 틀림없었다. 나는 몹시 서운했다. 나는 그것을 가지고 산으로 갔다. 나는 그 약을 먹고는 잠들고 말았다. 이튿날 집에 돌아와 아내의 방을 지나려다 기어코  못 볼 것을 보고 말았다. 아내는 내 멱살을 쥐고 나를 덮치고 물어뜯었다. 나는 거리로 나왔다. 나는 나도 모르게 미쓰꼬시(和信百貨店)로 갔다. 나는 거기서 스물 여섯 해를 회고했다. 피로와 공포 때문에 오탁의 거리를 들어가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 때 정오 사이렌이 울었다. 굽어보니 현란한 현실 속에 사람들이 수선을 떨고 있다. 현란을 극한 정도다. 나는 불현듯 겨드랑이가 가려움을 느꼈다. 그것은 내 인공의 날개가 돋았던 자국이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 한 번만 더 날자꾸나. 나는 이렇게 외쳤다.

나는 불현듯이 겨드랑이가 가렵다. 아하, 그것은 내 인공의 날개가 돋았던 자국이다. 오늘은 없는 이 날개. 머리 속에서는 희망과 야심이 말소된 페이지가 딕셔너리 넘어가듯 번뜩였다.

나는 걷던 걸음을 멈추고, 그리고 일어나 한 번 이렇게 외쳐 보고 싶었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작품 개관

◈ 갈래 : 단편소설, 심리주의 소설, 신변소설

※ 심리 소설 ; 소설에서 심리적 측면이 드러나지 않는 작품은 없다. 그러나 심리 소설이란 용어는 단순한 심리가 드러나거나 표현된 소설이 아니다.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인간의 의식이 아닌, 의식의 좀더 깊고 넓은 영역, 프로이트적 용어로 무의식의 영역을 파고 들어가 의식의 흐름 수법을 사용하여 그것들을 주도적으로 표현하는 소설을 가리킨다.

◈ 배경 : 일제 강점기의 서울 거리.    

     18가구가 살고 있는 33번지 유곽(遊廓)

◈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자기의 의식세계를 다루면서도 그것을 객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 특이한데, 이렇게 함으로써 독자를 자기의 의식 세계로 끌어들여 동참하게 하는 효과를 내고 있음.)

◈ 성격 : 자기 고백적, 상징적

◈ 표현 및 특징

 ① 현대인의 도착된 삶과 자아 분열의 의식 속에서 내면에 대한 성찰을 담은 대표적인 심리주의 소설이다.

 ② 내용의 난해함과 형식의 파격성으로 1930년대 모더니즘 소설의 으뜸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③  억압된 자아 의식을 ‘방’이라는 밀폐된 구조로 표현하고 있다.

 ④ 서두에 도입부가 제시되어 나의 역설적 논리가 드러나 있다.

 ⑤ 나의 분열된 내면세계를 의식의 흐름 수법으로 그려내고 있다.

 ⑥ 문체 : 자조적 독백체(주인공 ‘나’의 내부 심리를 주인공 자신이 직접 서술하고 있음.), 기존 문법에 반하는 충격적 문체

 ⑦ 갈등 : 내면적 갈등(분열된 자아를 하나로 통합해가는 과정이 그려지고 있다.)  주인공 내부에서의 일상적(생활적) 자아와 본질적(본래적) 자아간의 갈등. 이 두 개의 분열된 자아를 통합하여 완전한 인간으로 통합해 가는 것이 이 작품의 결말이다.

 ⑧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이다. 자기의 주관적인 의식 세계를 다루면서도 그것을 객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 특이한데, 이것은 일상적 자아가 본질적 자아를 대상화하여 관찰하고 객관적으로 묘사함으로써 ‘나’가 제시하는 여러 상황에 독자를 참여하게 하여 자신의 의식 세계를 더욱 사실적으로 돋보이게 한다.


◈ 주제 : 전도된 삶과 자아 분열의 의식 속에서 본래적 자아를 지향하는 인간의 내면 의지(억압된 삶에서 벗어나 정신적 자유를 찾으려는 의지)


작품구성

▷도입부(prologue) : ‘나’의 독백. 기지(奇智)와 풍자가 넘치는 짧은 경구(epigram)들. 지적(知的)인  역설(逆說)로 분열된 자아 제시.

▶발단 : 33번지 유곽(遊廓). 해가 들지 않는 ‘나’의 방.

▶전개 : 내객(來客)이 있는 아내. 일찍 귀가한 ‘나’와 아내의 조우(遭遇)

▶위기 : 감기약 대신 수면제를 먹인 아내의 의도 파악에 부심(腐心)하는 ‘나’.

▶절정․결말 : 정상적인 삶에 대한 욕구.


등장인물

▶ 나 : 경제적 생활 능력 결여, 사회 활동 全無, 성적(性的) 무기력한 남편으로 아내보다 열등한 상태에 놓여 있는 남성. 아내의 부정과 자아 의식 사이에서 갈등을 일으켜 극히 불안한 심리적 자의식을 보이는 인물. '나'와 아내의 관계는 '닭이나 강아지처럼'이란 동물적 비유가 의미하듯 종속적 관계이다. 날개의 소생(蘇生)을 꿈꾸며 사회로의 복귀를 시도한다.  고도의 지성을 지니고 자기를 냉철하게 바라보면서도 동시에 미성숙하고 무지한 폐쇄적인 인물이다.

▶ 아내 : 남편보다 우월한 존재로 '외출, 내객(來客), 돈'으로 알 수 있듯 아내의 직업은 창녀이다. 종속 상태에 놓여 있는 남편 위에 군림하는 가학적(加虐的)인 여성. 타락한 현실 속에서 아무런 생각없이 그럭저럭 살아가는 인물이다. 



◎ 󰡔날개󰡕의 ‘나’와 아내

아내

<가학적(加虐的)인 여성>

<거세당한 남성>

화려한 아랫방

밖의 현실

어둠침침한 윗방

안의 현실


이해와 감상

1936년 <조광(朝光)>에 발표된 단편소설. 이 작품은 ‘나’라는 비일상적 인물의 생활을 통해 삶의 무의미성을 보여 주고, 아울러 그 무의미성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작자의 힘든 시도를 그려 내고 있다. 내용의 난해함과 형식의 파격성으로 1930년대 모더니즘 소설의 으뜸으로 꼽힌다. 등장 인물인 ‘나’와 아내는 여러 관점에서 해석되고 있지만, 대체로 분열된 자아의 두 모습으로 이해한다. 그리하여 마지막 대목의 ‘날개의 비상(飛翔)’은 분열된 자아를 결합하고 자기 구제를 꾀하는 실존의 의지로 볼 수 있다.

매춘부인 아내에 붙어 사는 무기력한 '나'를 통해 자아의 분열을 그린 한국 최초의 심리 주의 소설이다. 주인공 '나'의 유일한 삶의 지반이었던 아내로부터의 배반감이 그를 막다른 골 목으로 몰아넣고, 그러므로,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아보자꾸나."란 그의 외침은 마지막으로 취할 수 있는 <탈출 의지>의 표현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박제(剝製)된 천재는 무기력 한 탈출 의지로 실패감을 맛보게 된다.

이 소설의 부부 관계는 ‘숙명적으로 발이 맞지 않는 절름발이’이다. 아내에 대한 예속자 혹은 기생적(寄生的) 존재로서 스스로의 인격적인 소유권과 시민성(市民性)이 없는 ‘나’에 비해 아내는 나를 지배하고 ‘사육하는’ 위치에 있다. ‘외출’, ‘내객’, ‘돈’이란 단어들이 알려 주듯이 아내의 직업은 창녀이다. 쉽게 말해서, ‘나’는 ‘꽃’에 매달려 사는 기둥서방인 것이다. 그래서 ‘나’와 아내의 관계는 ‘닭이나 강아지처럼’이란 동물적 비유가 의미하듯 종속적인 관계이다. 이런 종속 관계는 시간과 공간의 소유 관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아내의 매음(賣淫) 현장이 ‘나’에게는 금단(禁斷)의 공간이며, 외출을 통해 아내의 가학적 감금에서 일단 풀려 나온 ‘나’는 다시 아내가 쳐 놓은 시간에 감금된다. 자정(子正) 전에는 절대로 집에 들어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나’의 외출 시간은 아내의 매음과 자신의 자유 방임이 묵계된 시간이다.

이러한 자정(子正)의 시간과 반대쪽인 정오(正午)의 사이렌은 강요된 억압으로부터 해방되는 전기(轉機)가 된다. 즉, 대낮의 정점으로서의 정오(正午)는 ‘나’의 유폐성(幽閉性) 극복과 도착(倒錯)된 아내와의 관계를 역전시키는 전환점으로서 ‘눈에 보이지 않는 끈적끈적한 줄’로부터 해방되는 시간이다. 그러므로 마지막의 날개와 비상(飛翔)에의 소망은 박제(剝製)와 무력(無力)과 유폐된 시간으로부터 ‘네 활개를 펴고 닭처럼 푸드덕’거릴 수 있는 탈출의 욕망이며, 아내라는 구속성과 거짓됨에 맞설 수 있게 하는 진정한 자아의 확인이자 건전성(健全性)에 대한 향수이다.

등장 인물인 ‘나’와 아내는 여러 관점에서 해석되고 있지만, 대체로 분열된 자아의 두 모습으로 이해된다. 그리하여 마지막 대목의 ‘날개의 비상(飛翔)’은 분열된 자아를 결합하고 자기 구제를 꾀하는 실존의 의지로 볼 수 있다.



◈이해와 감상2◈

<날개>는 1936년 <조광>에 발표한 작품으로 외부 세계로부터 단절된 개인의 암울한 일상을 그린 것이다. 소설 첫머리에서부터 “나는 그들의 아무와도 놀지 않는다. 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인사도 않는다.”는 구절이 나와 화자인 ‘내’가 고립되고 소외되어 있는 개인임을 밝혀준다. 이런 인간 관계는 공동체적 의식이 소멸된 근대 도시 사회 특유의 인간 관계이다. 근대 사회에서는 인간이 소외와 고립이라는 현상이 생겨나며, 자아에 대한 인식이 깊어짐과 함께 심할 경우에는 정신적인 분열 현상의 증후까지도 나타난다. 날개의 주인공은 바로 그런 근대사회의 특수한 상황을 극단적으로 보여 주는 인물이다. 그는 외부 세계. 다른 사람들과 어떤 관계도 맺지 않는다. 그에게는 이름이 없고(끝까지 소설에서 밝혀지지 않고), 개인으로서의 역사가 없고, 직업이 없으며, 생활도 없다. 그를 외부 세계와 연결시켜 주는 유일한 끈은 아내이다. 아내가 매개 역할을 하고 있을 때에만. ‘나’는 세상의 일반적인 가치에 관심을 가진다. 은화를 모아다 아내에게 주면 그의 방에서 잘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 전에는, 은화란 주인공에게 반짝거리는 장난감 이상이 아닌 것이다(돈을 장난감으로 취급하는 데서 보이듯, 그는 사물의 일상적인 용도나 가치를 뒤집는다. 그의 세계에서는 가치가 전도되어 나타나며, 이는 읽는 이로 하여금 사물의 ‘사회적 가치가 아닌 본래적 가치’를 생각하게끔 만든다).


그러나 ‘나’와 아내의 관계라는 것도, 서로 다른 방에서 서로 다른 생활을 하는 것이다. 아내는 ‘나’를 남편으로서라기보다는 식객으로서 대우한다. 객관적으로 보자면 주인공은, 아내의 매춘에 의해 먹고 사는 무기력한 인간이다. 그는 아내에게 경제적으로, 또한 정신적으로 완전히 종속되어 있다. 그의 욕망은 모두 아내를 향하는, 왜소한 것이다. 다른 어떤 욕망이나 이상은 그에게 남아 있지 않다. 아내에게 수모를 당하고 거리로 나왔을 때, 미쓰꼬시 옥상에서 ‘나’는 문득, 날고 싶어진다. 이상과 욕망을 되찾고 자신의 날개로 ‘한번만 더’ 날아 보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이미 그에게 불가능한 일이다. 소설 전반에서 드러나듯, 그의 자아는 이미 소진되어 버린 것이다. 미쓰꼬시 옥상에서 날아 보겠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그에게 의미하는 것은, 비상(飛翔)이 아니라 죽음이다. 즉 ‘나’에게는 애초에, 죽음에의 은밀한 욕망 역시 도사리고 있었던 것이기는 하다.




관련작품

◈오상원의 '유예'와 비교해 보자. - 의식의 흐름 기법의 사용

두 작품 모두 주인공의 내면 심리를 의식의 흐름의 기법을 사용하여 1인칭 주인공 화자의 시점으로 서술하고  있다. 그러나 '유예'는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시시각각으로 변해가는 주인공의 내면 심리를 날카롭고도 치밀한 문체로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기는 하지만 '날개'의 주인공처럼 자의식의 발전 면모는 보이지 않는다..


◈ 초현실주의의 경험을 보여주고 있는 이상의 자전적 소설 작품 '종생기'


알아 두기

◈ 의식의 흐름

인간의 의식은 조각조각 분리되어 있지 않고 마치 강물처럼 시시각각으로 변하면서 연속적으로 흐르고 있다는 심리학의 용어이다. 이는 단순한 기법이기보다는 인간에 대한 이해 방식이나 세계관과 같  은 문학의 본질적인 문제와도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의식의 흐름이 소설의 기법으로 들어오게 될 경우엔 논리적인 인과 관계가 이야기들이 내용 속에 뒤섞이며, 작품 전체가 구성의 발전이나 사건의 진전, 인물의 형상화 같은 전통적 서술 방식으로 기술되지 않는다. 따라서 일관된 스토리나 플롯이 없고, 독자 스스로 스토리를 구성해야 한다. 의식의 흐름은 단순한 독백과는 다르다. 즉 설명이나 논리 부여, 수정 등이 있을 수  없어 난해하다. 서양에서는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 마르셀 푸르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대표적이고, 우리 나라에서는 이상이 처음 시도하였다.


◈‘날개’의 상징적 의미

이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날개’는 날아오르는 수단으로, 지금의 상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과 자의식의 성장을 의미한다. 말소된 희망과 야심이 ‘날개’라는 상승적 이미지를 가진 어휘 속에 응집되어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한 인간의 적극적인 자아의식의 회복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작품 심화하기

① 주인공‘나’의 성격 분석

1인칭 서술자 시점에서‘나’는 세가지 복합적성격을 내포하고 있다.

 ㉠ 작가 자신의 분신으로서의‘나’

 ㉡ 허구화된 등장 인물로서의‘나’

 ㉢ 어느 것에도 속하지 않는 제3의 형태로서의‘나’

→‘나’는 이상의 체험의 대리자로서의 ‘나’인 동시에 허구화된 ‘나’이고 이런 ‘나’를 총괄하는 의미에서의 ‘나’이다. 이 소설이 난해한 것은 이러한‘나’의 복합적 속성이 그래도 분석ㆍ기술되었기 때문이다.


② ‘외출’의 의미

바깥 세상과 절연한 상태로 생활하고 있었던‘나’에게 외출은 새로운 세계와의 교섭이며 생활 리듬의 파괴라 할 수 있다. 외출로 인해 새로운 사물을 대하여 현기증을 느끼고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보면서‘아내’에게로만 향했던 의식이 바깥쪽으로 열리고 있다. 이것은 정상 의식의 회복이란 의미와‘나’의 비정상적이었던 일상생활이 무너지고 있음을 뜻한다.


③‘-날아 보자꾸나’의 의미

‘나’는 여러 번의 외출을 통해서 내면 의식에 변화를 겪게 된다. 종국에는 자의식을 회복하는데 이 대목이 그 경우이다. 이는 곧 날개를 달고 날기를 소망하는‘나’가 폐쇄된 어두운 현실로부터 탈출하여 상실한 자아가 완전하게 회복됨을 의미하는 것이다.


④ ‘나’의 희화화된 모습

작품의 화자인 ‘나’는 도시의 병리를 대표하는 매춘부인 아내와 기형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 ‘나’는 아무런 희망도 비판적 자각도 없는 무기력한 주인공으로 좁은 방으로 표상되는 비정상적인 삶으로부터 탈출하고자 한다. 이러한‘나’의 욕망이 이 소설의 주제를 형성하고 있다.

-아내가 수상한 외출을 하거나 방에 외간 남자를 불러들여도 분노할 줄 모르는 ‘나’

-착한 어린이나 순한 동물처럼 ‘아무 소리 없이 잘 노’는 ‘나’

이 같은 비정상적인 현실에 대한 적응은 자신의 존재를 비하시키고 자아에 대한 모독과 부정을 일삼는 병리적 쾌락으로 전환되어 나타난다.


⑤ 이상의 다른 소설과의 다른 점

이 작품이 이상의 여타 소설과 다른 점은 무의미한 삶과 자의식의 세계로부터 탈출하려는 강렬한 의지를 표출해 내고 있는 점이다. 소설의 서두에서 주인공의 무기력한 삶이‘박제’로 상징되었다면 결말 부분에서 표출되는 탈출의 의지는‘날개’로서 상징된다. 그러나 탈출의 의지는 미래로의 적극적인 의지라기보다 행동화될 수 없는 자의식 속에서만 메아리치는 간절한 내적 원망에 가까운 것이다.




생각해 볼 문제


1. '날개'의 상징성에 대하여 살펴보자.

 ▶ 아내에 대한 '나'의 종속성, 유폐성이 극복되는, 또한 도착된 아내와의 관계를 역전시키는 전환으로서의 상징성을 띠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자아 의식'의 강화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결국 분열된 자아를 재구(再構)하여 본래의 자아를 되찾음이 궁극적 목적임을 날개를 통해 웅변적으로 증명한다. 이 작품의 마지막 부분 '날아 보자'는 의미는 폐쇄되고 어두운 방으로부터의 탈출이고, 전도된 질서로부터의 해방이며,  인간 회복이다. 이것은 또한 분열된 자아가 정오에 시침과 분침의 겹침처럼 하나로 통일되어 새로운 '나'를 탄생시키는 부활을 의미하기도 한다. ⇒ 종속된 삶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수단과 의지


2. '날개'의 '나'와 아내의 관계를 대조해 보자.

 ▶  나  - 남편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성적으로 열등한 상태에 놓여 있는 남성

     ⇒ 거세당한 남성, 어둠침침한 윗방, 안의 현실

 ▶ 아내 - 남편보다 우월한 존재로 종속 상태에 놓여 있는 남편 위에 군림하는 여성

      ⇒ 가학적인 여성, 화려한 아랫방, 밖의 현실

3. '나'와 아내는 여러 가지 면에서 대조적이다. 두 인물을 비교하여 유형화하고 전통적인 부부의 역할과 기질이 어떻게 서로 도치되어 있는가 살펴보자.

 ▶ '나'는 남편임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사회적, 성적으로 아내보다 열등한 상태에 있다.


4.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은 어떤 사람인지 작품 전체의 내용을 고려하여 생각해 보자.

▶ 현실에 대응하는 방법도 그곳으로부터의 탈출 능력이 없는 무기력한 지식인(행동하지 못하고 내면으로만        짐작하는 불행한 인생의 단면)


5. 주인공은 절망적인 상황에 놓여 있다. 그가 절망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본문에서 찾아 써 보자.

 ▶ 가치가 다른 현실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오탁의 거리를 섞여가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


6. 본문에서 주인공이 처한 입장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낱말을 찾아보자.

 ▶ 절름 발이


7. 작품의 서두에 제시된 도입부(에필로그)의 역할과 '박제(剝製)가 되어 버린 천재(天才)'의 의미에 대하여  생각해 보자.

 ▶ 이 작품의 중심 사건과는 무관한 도입 부분으로, 작가 자신의 요설적(饒舌的)이고 독설적(毒舌的)인 역설이  나타난 부분. 사건을 본격적으로 서술하기 전에 이야기되는 사건과 관련된 작가의 심리와 사상을 직접적으   로 드러내어 보여주는 부분이다. '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는 유용한 능력을 지닌 천재가 아무런 활동을 할    수 없게 되어 버린 상태를 나타낸다.


8. '나'의 내면 심리의 변화 과정에 대하여 살펴보자.

▶ 분열된 자아(아내에게 기생하는 전도된 삶, 폐쇄적 공간인 방)에서 외출을 시도한다. 이는 온전한 자아(자의식 회복, 독립적 행동, 개방된 공간의 거리)로 통합되는 과정이다.



9. 이상의 문학 세계에 대하여 알아보자.

▶이상은 1930년대 한국 문학의 대표적인 심리주의 작자로 혹은 모더니스트로 분류된다. 그는 이른바 의식의   흐름을 표출하는 난해한 작품들을 발표해 찬사와 비난을 함께 받은 작자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들은 의도적  인 작위성을 드러낸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 일  반적인 평가이다. 단지 그 삶에 대한 통찰력이 일상적으로 표현되지 않을 뿐이다. 그의 작품 세계는 소외 의  식, 자아 각성의 문제 및 식민지시대 지식인이 느끼는 좌절감과 그 극복을 위한 몸부림 및 그 과정에서 느껴  지는 공포 의식 등으로 이루어진다.

 

10. 이 글의 표현상의 특징을 살펴보자.

 ▶주인공인 '나'의 자폐적인 세계를 역설적인 독백체로 그리고, 나의 분열된 내면 세계를 의식의 흐름의 수법  으로 그려내고 있다. 


11. 역사주의적 관점에서 볼 때, 주인공인 '나'를 통해서 대변하고자 하는 작가 의식을 생각해 보자. 

 ▶ 일제치하에서의 우리 지식인들의 좌절 의식일제치하에서의 우리 지식인들의 좌절 의식


12. 작품 속의 부부 관계에서 유추해 볼 수 있는 현대인의 관계는?

 ▶ 가족적인 유대감을 지니지 못한 그들의 관계는 현대인의 고립되고 소외된 관계를 상징한다. 가족적인 유



13. 이 작품에서 주인공의 외출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

 ▶주인공의 외출 반복을 통해 변화와 사건의 진전이 이루어지게 된다. 즉, 주인공의 외출을 통해 아내의 사생활이 드러나고 아내와의 비정상적인 관계가 서서히 개선된다. 또한 주인공의 수동적인 태도를 자의적이고 의지적인 것으로 바꾸어가며, 외부 세계와의 교섭을 점차 넓혀가게 되고, 마침내 폐쇄적이고 어두운 공간과 시간 에서 벗어나게 만든다. 주인공의 외출이 가지는 의미는 비본질적인 자아에 눌려 있던 본질적인 자아를 자각함 으로써 분열된 자아를 통합하게 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 이 작품의 주인공은 철저히 자신의 세계에만 갇혀 있어서 외부 세계와 단절된 생활을 하고 있다.


14. '우리 부부는 숙명적으로 발이 맞지 않는 절름발이인 것이다.'에서 절름발이가 의미하는 것은?

  ▶파행적(跛行的)인 부부 관계로 '현실과 자의식(自意識)의 괴리(乖離) 현상'을 의미한다.


15. '정오의 싸이렌'이 주인공의 의식에 끼친 영향은?

  ▶ 정상적인 삶으로의 회복 의지를 갖도록 만들고 있다.




 

확인 문제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박제(剝製)가 되어 버린 천재’를 아시오? 나는 유쾌하오. 이런 때 연애까지가 유쾌하오.


육신이 흐느적흐느적하도록 피로했을 때만 정신이 은화(銀貨)처럼 맑소. 니코틴이 내 횟배 앓는 뱃속으로 스미면 머릿속에 으레 백지가 준비되는 법이오. 그 위에다 나는 위트와 패러독스를 바둑 포석처럼 늘어놓소. 가증할 상식의 병이오.

                                   (중략)

아내가 외출만 하면 나는 얼른 아랫방으로 와서 그 동쪽으로 난 들창을 열어 놓고, 열어 놓으면 들이비치는 볕살이 아내의 화장대를 비쳐 가지각색 병들이 아롱이 지면서 찬란하게 빛나고 이렇게 빛나는 것을 보는 것은 다시없는 내 오락이다. 나는 쪼끄만 ‘돋보기’를 꺼내 가지고 아내만이 사용하는 지리가미(휴지)를 끄실려 가면서 불장난을 하고 논다. 평행 광선을 굴절시켜서 한 초점에 모아 가지고 그 초점이 따끈따끈해지다가, 마지막에는 종이를 끄실리기 시작하고 가느다란 연기를 내면서 드디어 구멍을 뚫어 놓는 데까지에 이르는 고 얼마 안 되는 동안의 초조한 맛이 죽고 싶을 만치 내게는 재미있었다.

                                   (중략)

아내의 방은 늘 화려하였다. 내 방이 벽에 못 한 개 꽂히지 않은 소박한 것인 반대로 아내 방에는 천정 밑으로 쫙 돌려 못이 박히고 못마다 화려한 아내의 치마와 저고리가 걸렀다. 여러 가지 무늬가 보기 좋다. 나는 그 여러 조각의 치마에서 늘 아내의 동채와 그 동체가 될 수 있는 여러 가지 포즈를 연상하면서 내 마음은 늘 점찮치 못하다.

그렇건만 나에게는 옷이 없었다. 아내는 내게는 옷을 주지 않았다. 입고 있는 코르덴 양복 한 벌이 내 자리옷이었고 통상복과 나들이옷을 겸한 것이었다. 그리고 하이넥의 스웨터가 한 조각 사철을 통한 내 내의다. 그것들은 하나같이 다 빛이 검다. 그것은 내 짐작 같아서는 즉 빨래를 될 수 있는 데까지 하지 않아도 보기 싫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한다. 나는 허리와 두 가랑이 세 군데 다 고무 밴드가 끼어 있는 부드러운 사루마다를 입고 그리고 ⓑ아무 소리 없이 잘 놀았다.


어느덧 손수건만해졌던 볕이 나갔는데 아내는 외출에서 돌아오지 않는다. 나는 요만 일에도 좀 피곤하였고 또 아내가 돌아오기 전에 내 방으로 가 있어야 될 것을 생각하고 그만 내 방으로 건너간다. 내 방은 침침하다. ⓒ나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낮잠을 잔다.

한 번도 걷은 일이 없는 내 이부자리는 내 몸뚱이의 일부분처럼 내게는 참 반갑다.

잠은 잘 오는 적도 있다. 그러나 또 전신이 까칫까칫하면서 영 잠이 오지 않는 적도 있다. 그런 때는 아무 제목으로나 제목을 하나 골라서 연구하였다. 나는 내 좀 축축한 이불 속에서 참 여러 가지 발명도 하였고 논문도 많이 썼다. 시도 많이 지었다. 그러나 그것들은 내가 잠이 드는 것과 동시에 내 방에 담겨서 철철 넘치는 그 흐늑흐늑한 공기에 다 비누처럼 풀어져서 온데간데가 없고 한참 자고 깬 나는 속이 무명 헝겊이나 메밀 껍질로 띵띵 찬 한 덩어리 베개와도 같은 한벌 신경이었을 뿐이고 뿐이고 하였다.

                                      (중략)

아내에게 직업이 있었던가? 나는 아내의 직업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만일 아내에게 직업이 없었다면, 같이 직업이 없는 나처럼 외출할 필요가 생기지 않을 것인데 ―― 아내는 외출한다. 외출할 뿐만 아니라 내객이 많다. 아내에게 내객이 많은 날은 나는 온종일 내 방에서 이불을 쓰고 누워 있어야만 한다. 불장난도 못 한다. 화장품 내음새도 못 맡는다. 그런 날은 나는 의식적으로 우울해하였다. 그러면 아내는 나에게 돈을 준다. 오십 전짜리 은화다. 나는 그것이 좋았다. 그러나 그것을 무엇에 써야 옳을지 몰라서 늘 머리맡에 던져 두고 두고 한 것이 어느결에 모여서 꽤 많아졌다.

                                      (중략)

우리 부부는 숙명적으로 발이 맞지 않는 절름발이인 것이다. 내가 아내나 제 거동에 로직(논리)을 붙일 필요는 없다. 변해(辯解)할 필요도 없다. 사실은 사실대로 오해는 오해대로 그저 끝없이 발을 절뚝거리면서 세상을 걸어가면 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을까?

 그러나 나는 이 발길이 아내에게로 돌아가야 옳은가 이것만은 분간하기가 좀 어려웠다. 가야 하나? 그럼 어디로 가나?

 이 때 뚜 ―― 하고 정오 사이렌이 울렸다. 사람들은 모두 네활개를 펴고 닭처럼 푸드덕거리는 것 같고 온갖 유리와 강철과 대리석과 지폐와 잉크가 부글부글 끓고 수선을 떨고 하는 것 같은 찰나, 그야말로 현란을 극한 정오다.

나는 불현듯이 겨드랑이가 가렵다. 아하 그것은 내 인공의 날개가 돋았던 자국이다. 오늘은 없는 이 날개, 머릿속에서는 희망과 야심의 말소된 페이지가 딕셔너리(사전) 넘어가듯 번뜩였다.

나는 걷던 걸음을 멈추고 그리고 어디 한번 이렇게 외쳐 보고 싶었다.

 

 

[A]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1. 이 글의 서술상의 특징으로 적절한 것은?

① 등장 인물의 심리는 물론 아직 등장하지 않은 인물의 성격에 대해 묘사가 가능하다.

② 서술자는 부인물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하며, 시점 이동이 나타난다.

③ 서술자가 외부적인 관찰자의 위치에서 객관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④ ‘나’와 ‘아내’의 분열된 내면 세계를 의식의 흐름 수법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

⑤ 서술자가 사건 전개에 직접 개입하여 등장 인물의 내면 심리 등을 평가하고 있다.

1) 서술상의 특징 파악

[해설] 주인공인 ‘나’는 자신의 의식과 무의식 그리고 내적 독백을 보여 주기도 하고, 아내의 행위와 내객들의 모습을 관찰하기도 한다. 물론, ‘나’가 자신의 내면 세계를 보여 줄 때는 자유롭지만 아내의 내면을 묘사할 때에는 전적으로 추측에 의존하는 제약이 따른다. 따라서, 이 소설은 1인칭 주인공 시점이다.

2. ⓐ~ⓔ 중, ㉠ 의 의미가 구체화된 것은?

① ⓐ          ② ⓑ           ③ ⓒ

④ ⓓ          ⑤ ⓔ

2) 내용의 추리

[해설] ㉠은 ‘현실과 유리된 채 살 수밖에 없는’ 또는 ‘이상(理想)을 꿈꿀 수 없는’ 자조적인 목소리로, 이는 날개를 잃어버린 지식인의 고뇌를 암시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이는 곧 ‘아내’에게 사육 당한 채 살아가야 하는 등장 인물의 운명을 나타내 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같은 사실은 ‘그렇건만 나에게는 옷이 없었다.’라는 주인공의 현실 인식을 통해 구체화되고 있다. 이에 반해, ⓑ와 ⓒ는 주인공의 일상 생활의 한 단면이며, ⓓ는 아내와의 관계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또, ⓔ는 ‘정오 사이렌 소리’에 자극을 받아 자신의 운명으로부터 탈출하기 전의 상황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3. 이 글에서 ‘나’에 대한 ‘아내’의 태도로 가장 바른 것은?

① ‘나’에게 ‘아내’는 청결을 생활화할 것을 주장하는 것으로 보아 ‘나’의 건강에 깊

   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② ‘나’에 의해 사육(私育)되는 가련한 여인이지만, ‘나’에 대해 헌신적이다.

③ 현실을 탈출하고 싶어하는 ‘나’에게 이상(理想)의 허망함을 일깨워 준다.

④ 자의식(自意識)이 강한 아내로서 ‘나’의 입장보다는 자신의 입장을 강하게 내세운다.

⑤ ‘나’에게 돈을 주면서까지 자신의 행동을 은근히 합리화시킨다.

3) 등장 인물의 태도 파악

[해설] ‘나’와 ‘아내’의 관계는, ‘우리 부부는 숙명적으로 발이 맞지 않는 절음발이’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나’에 대한 ‘아내’의 태도를 파악할 수 있다. ‘나’는 직업이 없지만, ‘아내’는 ‘내객’을 받는 창녀이다. 그러므로 ‘나’는 돈을 가질 수 없지만, ‘아내’는 돈을 가질 수 있으므로 ‘나’에게 ‘돈’을 준다. 이러한 행위는 ‘나’에게 외출할 것을 보이지 않게 강요하는 것으로 결국 자신의 행동을 은근히 합리화시키기 위한 한 방편에 지나지 않는다.

4. 다음 중, ㉡과 동일한 표현 방법이 쓰인 것은?

① 님이여, 당신은 백 번이나 단련한 금결입니다. / 뽕나무 뿌리가 산호(珊瑚)가 되도록 천국(天國)의 사랑을 받으옵소서.              

-한용운, ‘찬송’

② 모든 산맥들이/바다를 연모(戀慕)해 휘달릴 때도/차마 이곳을 범(犯)하던 못하였으리라.

-이육사, ‘광야’

③ 한낮에 소녀들이 남기고 간 / 가벼운 웃음과 시들은 꽃다발이 흩어져 있었다.               

-김광균, ‘외인촌’

④ 동방은 하늘도 다 끝나고 / 비 한 방울 내리잖는 그때에도 / 오히려 꽃은 빨갛게 피지 않는가? 

-이육사, ‘꽃’

⑤ 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 하고 / 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                      

-신경림, ‘목계장터’

4) 표현 방법의 적용

[해설] ㉡은 ‘육신(몸)’과 ‘정신(마음)’의 상호 관계를 드러낸 것으로, ‘육신’이 피로했을 때만 오히려 ‘정신’이 깨끗하다고 하여 모순된 진술이다.(역설법) ④에서, 생명이 부정되는 극한 속에서도 피어난다는 ‘꽃’은 암담한 현실 상황과 대립되는 동시에 화자의 현실 초월 의지를 대변하고 있으며, 여기에서 역설법이 드러나고 있다. ①은 은유법, 영탄법, ②는 의인법, ③은 공감각적 표현, ⑤는 대구법이 쓰였다.


5. ‘나’에게 [A]와 같은 욕망을 갖게 한 근본적인 이유로 적절한 것은?

① 무능력한 자신에 대한 혐오감으로 인해

② 아내의 외출에 대한 반발 심리로 인해

③ 유폐된 자아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④ 부부 사이에 생겨난 오해 때문에

⑤ 아내가 옷을 주지 않기 때문에

5) 과정의 추리

[해설] 외출을 하게 된 ‘나’는 아내가 만들어 놓은 시간 (자정 전에는 절대로 집에 들어갈 수 없음)에 감금된다. 이러한 자정의 시간과 반대쪽인 정오의 싸이렌은 강요된 억압으로부터 해방되는 전기(轉機)가 된다. 즉, 대낮의 정점으로서의 정오는 ‘나’의 유폐성 극복과 도착(倒錯)된 아내와의 관계를 역전시키는 전환점이다. 그러므로 [A]의 비상에의 욕망은 박제와 유폐된 시간으로부터의 탈출 욕망이며, 그것은 진정한 자아의 모습을 확인하고자 하는 몸부림 때문에 비롯되는 것이다.

6. 다음은 이 글을 읽은 학생들의 반응이다. 내재적(內在的) 의미만을 가지고 감상한 것은?

① 달래:이 소설은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작가의 비정상적인 삶의 모습을 진솔하게 보여 주는 것 같아!

② 별님:아내의 행동으로 미루어 그녀의 직업은 창녀일 듯한데, 이는 사회의 부정적인 한 단면을 보여 주는 것일 거야!

③ 슬기:서두에서와 같은 ‘나’의 독백은 일반적인 소설의 구성법에서 벗어난 것으로 그 형식의 파격성이 돋보여!

④ 달님:자기 모독과 자아 부정의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등장 인물을 통해 오늘날의 현대인들의 삶을 되돌아보게 돼!

⑤ 한빛:마지막에서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라는 ‘나’의 외침은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탈출 욕망을 드러내고 있어. 작가의 의지가 얼마나 강한가를 알 수 있게 해!

6) 작품 감상법 이해

[해설] 문학 작품을 감상하는 관점은 크게 ‘내재적(內在的) 관점’과 ‘외재적(外在的) 관점’으로 나뉘어진다. ‘내재적 관점’은 작품 자체에 나타나는 언어적 의미, 구조, 표현상의 특징 등과 관련하여 감상하는 것이며, ‘외재적 관점’은 작품과 외부적 요소(시대 상황, 작가, 독자)와의 관련성에 주목하여 감상하는 것이다. 이러한 ‘외재적 관점’은 다시 반영론적 관점〔작품+시대 상황 → ②〕과 표현론적 관점〔(작품+작가의 삶, 성향 등) → ①과 ⑤〕, 그리고 효용론적 관점〔(작품+교훈, 반성의 계기 등) → ④〕등으로 세분화된다. 따라서, ③은 작품 자체에 나타난 구조만을 대상으로 하여 감상한 것이기 때문에 ‘내재적 관점’에 해당한다.




첨부파일 B‚%이상 날개07년9월.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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