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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족보 현대소설

(현대소설) 이범선- 오발탄( 해설문제)

작성자H.Y상위|작성시간09.01.22|조회수4,982 목록 댓글 0

이범선(李範宣: 1920-1982)

평남 신안주 출생. 동국대 국문과 졸업. 1955년 <현대문학>에 <암표>와 <일요일>이 추천되어 등단. 그의 소설은, 초기 작품에서는 주로 고고하고 깨끗한 소극적 인물들이 등장하다가 점차 사회와 현실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지닌 인물이 등장하여 고발 문학의 참다운 양식을 보여 준다.

주요 작품으로는 <달팽이>, <오발탄>, <청대문집 개>, <학마을 사람들>, <당원의 미소>, <동트는 하늘 밑에서>, <검은 해협> 등이 있다.



줄거리

 철호'는 음대 출신의 아내, 군대에서 나온 지 2년애 되도록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동생 영호, 그리고 양공주가 된 여동생 명숙 등과 함께 어렵게 산다.

그는 퇴근하여 산비탈에 해방촌 고개를 올라 집으로 향한다. 다 쓰러져 가는 판자집이다. 대문에 들어서자 전쟁통에 정신 이상이 된 어머니의 "가자! 가자!"라는 목소리가 새어 나온다. '철호'는 38선 때문에 고향에 돌아갈 수 없다는 말을 수없이 되풀이했으나 이를 알아듣지 못하는 어머니는 아들만 야속하게 생각한다.

'영호'가 집에 들어오자 '철호'는 그의 성실하지 못한 삶의 태도를 나무란다. '영호'는 자기 방식대로 살겠다고 한다.

'철호'의 아내는 십여 년 전 대학 시절의 아름답던 모습을 연상하다가 이제 아무런 희망도 가지려 들지 않는 그녀를 흘끗 쳐다본다. '영호'는 대상 없는 분노를 터뜨리면서 눈물을 흘린다.

골목 밖에서 '명숙'의 발자국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 온다. 그녀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은 채 아랫방으로 가서 가로 눕는다. 고향으로 돌아가자는 어머니의 외침은 밤중에도 계속된다.

다음날 경찰로부터 영호가 강도 혐의로 붙잡혔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경찰서에서 나온 '철호'는 집으로 돌아간다. 아내가 위독하다는 말을 들은 철호는 명숙으로부터 돈을 받아 들고 병원으로 간다. 그러나 아내는 이미 시체로 변해 있다. 충치가 아파옴을 느낀 그는 의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충치를 모두 뽑는다.

철호는 택실를 잡아 타고 해방촌으로 가자고 했다가 경찰서로 행선지를 바꾼다. 혼란에 빠진 철호는 방향 감각을 잃는다. 운전사는 '오발탄'과 같은 손님이 걸려들었다고 투덜거린다. 차는 목적지도 없이 차량 행렬에 끼여들고 철호는 입에서 피를 흘린다.


◈줄거리2◈

 계리사 사무실 서기인 송철호는 할일도 없이 혼자 뒤쳐졌다가 점심도 굶은 채 심한 허기를 느끼며 산비탈 해방촌 고개를 오른다.  레션 상자로 지붕을 얽은 판자집으로 향하는 것이다.  “가자! 가자!” 하는 어머니의 쨍쨍한 소리가 새어나온다. 방안에 들어선 그는 털썩 주저앉아 버린다. 가슴에 납덩이를 얹어놓은 것 같았다. 어머니의 외마디 소리는 계속 주기적으로 귀청을 때리고 있다. 고향으로 돌아가자는 것이었다. 철호가 아무리 38선 때문에 고향에 돌아갈수 없노라고 말해도 막무가내다. 오히려 아들을 고약한 놈으로 치부한다. 그러던 어머니를 그는 6․25 때 잃어버리고 말았다. 사람도 알아보지 못하고 연방 “가자!” 는 외마디 소리를 지를 뿐이다. 윗방에는 여양실조로 야윈 어린 딸이 누워 잠들어 있고, 그 곁에는 누더기 담요 바지를 입은 아내가 있다. 


 동생 영호가 돌아왔다. 어머니의 원수를 갚겠다고 군에 자원 입대했다가 상이군인이 되어 돌아와 2년이 넘도록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채 매일 술타령이다. 정신 좀 차리라는 형에게 영호는 오히려 양심이라는 가시를 빼어 버리고 , 윤리고 관습이고 법률이고 다 벗어던지고 홀가분하게 살아보자고 주장한다.


 그러던 영호가 이튿날 권총강도 미수죄로 연행된다. 만삭이던 아내는 난산 끝에 병원에서 숨을 거둔다. 철호는 양공주인 누이동생이 병원비에 쓰라고 준 돈으로 앓던 이를 한꺼번에 두 개 씩이나 뺀다. 그는 현기증을 느끼며 택시를 탔지만 갈 곳을 잃어버리고 횡설수설한다.  운전사는 “어쩌다 오발탄  같은 손님이 걸렸어.” 라고 말하며 투덜거린다.


작품 개관

◈ 갈래 : 단편소설, 전후소설

◈ 배경

 시간적 - 6․25 전쟁 직후,

 사회적 - 극도로 궁핍한 시대

 공간적 - 해방촌 일대

◈ 시점 : 3인칭 작가 관찰자 시점

◈ 문체 : 사실적, 간결체

◈ 의의

 ① 전후(戰後) 한국 사회의 암담한 현실 고발

 ② 전쟁으로 인해 파멸해 가는 인간상과 내면의 허무를 표출.

◈ 표현 및 특징

 ① 객관적인 묘사를 통해 시대의 궁핍상과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 주제 : 전후(戰後)의 비참한 사회 속에서 정신적 지주를 잃은 불행한 인간의 비극. (부조리한 사회 구 조 속에서 패배하는 양심적 인간의 비애) / 전후의 비극적인 삶과 혼란스러운 사회상 / 전후(戰後) 소시민의 고향 상실과 가난이 준 정신의 황폐함

◈ 출전 : <현대문학>(1959)


작품 구성

◈ 발단 : 철호의 무기력한 일상 생활. 혼란과 무질서가 횡행하는 해방촌 일대의 주변 환경.

◈ 전개 : 철호 일가의 비참한 삶의 모습.

◈ 위기 : 영호의 권총 강도 행각과 아내의 죽음.

◈ 절정 : 가족의 비극적 삶으로 인한 극도의 방황.

◈ 결말 : 방향 감각을 잃은 철호. 피를 흘린다.


등장 인물

◈ 송철호 : 계리사 사무실 서기로 근무하면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성실히 살아가려고 애쓰는 인물. 그러나 동생 영호가 권총 강도 행각을 벌이고 아내가 죽자 그는 극도의 혼란에 빠짐.

◈ 영호 : 철호의 동생. 사회적 모순에 반발하여 한탕주의로 살아가려는 인물. 성실하게 살아봐야 자신만 손해라고 생각하고 한탕주의에 빠져 권총 강도 행각을 벌이는 철호의 동생. 그러나 인정에 끌려 차마 사람을 죽이지는 못하며 이로 말미암아 수감됨.

◈ 어머니 : 전쟁통에 정신 이상이 되었으며, 북쪽에 두고 온 고향을 한시도 잊지 못하고 고향으로 돌아가고자 함.

◈ 명숙 : 철호의 여동생. 양공주 생활을 한다.

◈ 아내 : 명문 여대 음악과 출신이나 말없이 남편의 뒷바라지를 해주면서 살아가는 여성. 만삭의 몸으로 가난과 병고에 지쳐 병원에서 죽음.


작품의 이해와 감상

 1959년 <현대문학>에 발표된 단편 소설. 짙은 허무주의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전후(戰後)의 암담한 현실을 시대 배경으로 주인공의 주위에서 일어나는 가족들의 사건을 통해 그가 혼란에 빠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러한 가족들의 비극적인 삶이 결국 주인공 철호를 방향 감각을 잃은 오발탄과 같은 존재로 만들고 있다.


이 작품은 '철호' 일가의 삶을 통해서 전후의 비참하고 혼란된 상황을 그리고 있다. 주인공 '철호'는 정상적으로 건강하게 살아가고자 하지만, 세사은 그가 그렇게 살 수 있도록 놓아 두지 않는다. 전쟁통에 어머니는 정신 이상자가 되고, 제대를 하고도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던 동생 '영호'는 권총 강도 행각을 벌이며, 음악도였던 아내는 가난한 삶에 찌들어 죽어 간다. 여동생 '명숙' 역시 양공주가 되어 버린다. 이러한 가족의 비극적인 삶은 결국 '철호'의 정신을 혼란으로 몰아넣으며 방향 감각을 잃은 '오발탄'과 같은 존재로 만들고 만다. 이렇게 일가의 비극을 통해서 전후(戰後) 상황의 부적응성과 혼란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 이 작품의 일차적인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의 참뜻은 전후(戰後)의 비참하고 불행한 면을 제시했다는 점보다는, 그처럼 비참하고 불행한 상황 속에서 인간의 양심은 어떻게 지켜질 수 있는가를 모색했다는 점에서 발견되어야 한다. '철호'는 월남(越南) 후에 옛날의 행복을 잃고 혼란스럽게 되어 버린 가족의 가장(家長)이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볼 때 그는 계리사 사무실 서기로서 남편 구실, 자식 구실, 가장의 구실을 제대로 못하는 무능력자이다.


그가 그러한 무능력자가 된 이유는 무엇인가? 작가는 '영호'의 입을 빌려 그것을 '철호'의 양심 때문이라고 본다. '손끝의 가시'에 불과한 양심만 빼어 버리면 남들처럼 잘 살 수 있는데도 '철호'는 '전차값도 안 되는 월급'을 위하녀 몇 십 리를 걸어 다닌다. 밤낮 쑤시는 충치를 뽑을 돈이 없어서 참고 견디면서도, 시장한 창자를 보리차로 달래곤 하면서도 '손끝의 가시'를 뽑지 못한다. 이미 양심도 도덕도 사라진 지 오래인 현실 상황과 타협하지 못하는 것이다.


작가는, 현실과 화해하지 못하고 양심이라는 '가시'를 빼어 버리지 못한 채 가족들의 비극적인 삶을 바라보게 되는 송철호를 통해서, 전후(戰後) 현실에서 양심을 가진 인간의 나아갈 바를 묻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소설 속에 그 해답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다만, 방향 감각을 잃어버린 송철호의 모습이 결말에 자리잡고 있을 뿐이다.


◈이해와 감상2◈

‘오발탄’은 1959년 10월 ??현대문학??58호에 발표한 단편 소설로 6.25직후의 암담한 현실을 사실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는 전지적 작가 시점의 소설이다.


이 작품의 제목은 주인공의 󰡐조물주의 오발탄󰡑 이라는 독백에서 비롯한 것이다. 해방촌의 빈민굴에서 고향을 그리다가 미쳐 버린 어머니,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가족들을 위해 양공주가 되어 버린 누이, 학업을 중단하고 입대했다가 상이 군인이 되어 돌아온 동생, 영양실조로 누렇게 뜬 딸과 만삭 아내, 이러한 가족 상황에서 동생은 강도죄로 경찰에 잡혀가고 아내는 병원에서 죽게 된다. 병원으로 달려갔던 주인공은 허탈증에 걸려, 사람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조물주 오발탄󰡑이라고 절규하는 것이다.


이범선은 대체로 일상적 이야기를 소재로 하여 간결하고 청아한 시적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애쓴다. 그의 작품에 나타난 이러한 서정성은 작품을 보편적인 생활영역에 보다 밀착시키며, 종교의 문제를 인간 내면의 문제로 변화시킨다. 이 작품에서도 전후의 피폐한 사회상과 분단의 고통을 형상화하고 있으나, 등장인물들의 부정적인 모습을 통하여 시대와 상황이 빚어낸 구조적 모순의 피해자가 바로 그들임을 정직하게 반영함으로써 주인공의 심리적 변화를 드러내려고 하였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자기 존재의 의미를 상실하고 있다. 이처럼 무의지적인 속성을 보이고 있는 것은 불합리한 현실 상황의 강압성 때문이지만 그 상황 타개의 가능성을 제시하지 못한 점이 이 작품에 대한 아쉬움이다.




관련작품


 * 이범선, <학마을 사람들>

이 작품은 ‘학마을’이라는 농촌 마을을 소재로, 상서로운 새 ‘학’의 운명에 따라 마을이 겪게 되는 행복과 불행을 그리고 있다. 공동체의 질서 회복을 통해 전쟁의 상처를 극복하고자 한 작품이다.


* 전후의 고통스런 삶

이범선 ‘오발탄’ / 이호철 ‘닳아지는 살’ / 황순원 ‘나무 비탈에 서다’ / 이청준 ‘병신과 머저리’ / 박완서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틀니’


알아 두기


1. 잘못 발사된 탄환(오발탄)은 무엇인가?

 성실하게 일하지만 아이의 신발 하나 마음대로 못 사주는 가장, 젊은 시절의 아름다움과 꿈을 잃고 가난에 시달리던 끝에 죽어 가는 그의 아내, 생존을 위해 강도 행각을 벌이는 동생, 양공주로 전락해 버린 여동생 - 이들은 모두 6.25의 피해자다. 오발탄이야말로 이들인생에 대한 비유인 것이다.


2. “오발탄”의 분위기

 이 작품은 전쟁이라는 비극적 상황 때문에 비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게 된 한 가족상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작품 곳곳에서 발견되는 암울한 분위기는 한 가족과 가정의 분위기일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전쟁을 겪은 사회와 시대의 비극적 분위기를 상징하고 있다.

생각해 볼 문제


1.  이 작품의 의의에 대하여 살펴보자.

▶ 이 작품은 첫째, 전후 한국 사회의 암담한 현실을 고발하고 있다는 점, 둘째로 전쟁으로 인해 파멸해 가는 인간상과 내면의 허무를 표출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2.  이 작품에 나타난 현실의 모습에 대하여 살펴보자.

▶ 헐벗고 양심이 사라지고,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만 남아 있는 전후의 비극적 상황이다.


3.  어머니가 되뇌이는 '가자'라는 말의 의미에 대하여 생각해 보자.

▶ '가자'의 의미는 고향으로 돌아가자는 말이다. 고향은 평화가 안정이 보장된 곳이기 때문에 그곳에 돌아가고자 하는 강렬한 소망이 어머니의 뇌리에 깊숙히 각인(刻印)되어 있는 것이다.


4.  철호가 충치를 빼는 행위의 의미에 대하여 생각해 보자.

▶ 양심은 충치와 같은 것으로 그것을 뺀다는 것은 양심적인 삶을 포기하고 현실적인 생활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러나 지나친 출혈로 결국 실패할 것임을 암시하고 있기도 하다.


5.  영호가 말하는 용기는 무엇이며, 영호가 그런 삶을 살아가려고 하는 이유에 대하여 살펴보자.

▶ 영호가 말하는 용기는 양심, 윤리, 관습, 법률 그런 것들에 얽매이지 않고 물질적인 풍요만을 추구하는 속물적인 삶을 인정하고 그런 삶을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러한 삶을 살려고 하는 이유는 세상이 부패하여 양심을 지켜 성실하게 사는 것에 대한 정당한 댓가가 돌아오지 않는 부정적 현실에서 비롯되고 있다.


6.  철호의 삶을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으로 나누어 생각해 보자.

▶ 긍정적인 면 - 부조리한 현실 속에서도 양심을 지켜 성실하게 살아나가려 하는 자세

   부정적인 면 -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며, 자기 가족조차 부양하지 못하는 무능력자임.


7.  오발탄의 전체적인 분위기에 대하여 살펴보자.

▶ 이 작품은 전쟁이라는 비극적인 상황 때문에 비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게 된 한 가족상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작품 곳곳에서 발견되는 암울한 분위기는 한 가족과 가정의 분위기일 뿐아니라, 궁극적으로 전쟁을 겪은 사회와 시대의 비극적 분위기를 상징하고 있다. 


8.  이 작품의 제목인 '오발탄'이 상징하는 의미에 대하여 살펴보자.

▶ 방향 감각을 상실한 철호의 모습을 통해,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소외당하는 양심적 인간을 반어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9. 가난을 묘사하는 작가의 태도는?

▶ 주관의 개입이 절제된 객관적인 묘사로 담담하게 외부 상황을 묘사하여 궁핍상을 드러내고 있다. 화자(철호) 자신이 스스로를 객관적 거리를 주고 냉소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10.  철호와 영호의 삶의 차이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 철호는 양심을 지키며 성실하게 살아가고자 하나 영호는 양심을 버리고 남들처럼 잘 살고자 한다.


11.  이 작품에서 현실에 대한 영호의 태도는 어떠한지 살펴보자.

▶ 영호는 양심적 인간들이 제대로 살 수 없고 비양심적 인간들이 부유하게 살아가는 현실에 대해 냉소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12.  이 작품에서 목적지 없는 주인공의 방황에서 글쓴이는 무엇을 묘사하고자 했는지 생각해 보자.

▶ 숨막히는 생활에서 방향을 잃은 현대인의 모습을 묘사하고자 했다.

◎ 다음은 이범선의 󰡐오발탄󰡑의 일부이다. 잘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철호는 고개를 푹 떨구어 턱을 가슴에 묻었다. 영호는 새로 피워 문 담배를 연거푸 서너 번 들여 빨았다. 그리고 또 말을 계속하였다.

󰡒저도 형님의 그 생활 태도를 잘 알아요. 가난하더라도 깨끗이 살자는. 그렇지요, 깨끗이 사는 게 좋지요. 그런데 형님 하나 깨끗하기 위하여 치르는 식구들의 희생이 너무 어처구니없이 크고 많단 말입니다. 헐벗고 굶주리고, 형님 자신만 해도 그렇죠. ㉠밤낮 쑤시는 충치 하나 처치 못하시고, 이가 쑤시면 치과에 가서 치료를 하거나 빼어 버리거나 해야 할 거 아니야요. 그런데 형님은 그것을 참고 있어요. 낯을 잔뜩 찌푸리고 참는단 말입니다. 물론, 치료비가 없으니까 그러는 수밖에 없겠지요. 그겁니다. 바로 그겁니다. 그 돈을 어떻게든가 구해야죠. 이가 쑤시는데 그럼 어떻게 해요. 치료비를 버는 것이기나 한 것처럼 생각하는 것. 안 쓰는 것은 혹 버는 셈이 된다고 할 수도 있을 거야요. 그렇지만 꼭 써야 할 데 못 쓰는 것이 버는 셈이라고는 할 수 없지 않아요. 세상에는 이런 세 층의 사람들이 있다고 봅니다. 즉, 돈을 모으기 위해서만으로 필요 이상의 돈을 버는 사람과 필요하니까 그 필요하니 만치의 돈을 버는 사람과 또 하나는 이건 꼭 필요한 돈도 채 못 벌고서 그 대신 생활을 줄이는 사람들. ㉡신발에다 발을 맞추는 격으로 형님은 아마 그 맨 끝의 층에 속하겠지요. 필요한 돈도 미처 벌지 못하는 사람. 깨끗이 살자니까 그럴 수밖에 없다고 하시겠지요. 그래요. 그것은 깨끗하기는 할지 모르죠. 그렇지만 그저 그것뿐이죠. 언제까지나 충치가 쏘아 부은 볼을 싸 쥐고 울상일 수밖에 없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그야 형님! 인생이 저 골목 안에서 십 환짜리를 받고 코 흘리는 어린애들에게 보여 주는 요지경이라면야 자기가 가지고 있는 돈값만치 구멍으로 들여다보고 말을 수도 있겠지요. 그렇지만 어디 인생이 자기 주머니 속의 돈 액수만치 살고 그만두고 싶으면 그만둘 수 있는 요지경인가요 어디. 돈만치만 먹고 말을 수 있는 그런 편리한 목구멍인가요 어디. 싫어도 살아야 하니까 문제지요. 사실이지 자살을 할 만치 소중한 인생도 아니구요. 살자니까 돈이 필요하구요. 필요한 돈이니까 구해야죠. 왜 우리라고 좀더 넓은 테두리, 법률선(法律線)까지 못 나가란 법이 어디 있어요. 아니 남들은 다 벗어 던지구 법률선까지도 넘나들면서 사는데, 왜 우리만이 옹색한 양심의 울타리 안에서 숨이 막혀야 해요. 법률이란 뭐야요. 우리들이 피차에 약속한 선이 아니야요?󰡓

영호는 얼굴을 번쩍 들며 반쯤 끌러 놓았던 넥타이를 마저 끌러서 방구석에 휙 던졌다.

철호는 여전히 턱을 가슴에 묻은 채 묵묵히 앉아 두 짝 다 엄지발가락이 몽땅 밖으로 나온 뚫어진 양말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일론 양말 한 켤레 사면 반 년은 무난히 뚫어지지 않고 견딘다는 말은 들었다. 그러니 뻔히 알면서도 번번이 백 환짜리 무명 양말을 사 들고 들어오는 철호였다. 칠백 환이라는 돈을 단번에 잘라 낼 여유가 도저히 없는 월급이었던 것이다.

󰡒가자!󰡓 

어머니는 또 몸을 뒤채었다.

󰡒그런 억설이야.󰡓

철호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신문지를 바른 맞은편 벽에 쭈그리고 앉은 아내의 그림자가 커다랗게 비쳐 있었다. 꼽추처럼 꼬부리고 앉은 아내의 그림자는 헝클어진 머리카락이 괴물스러웠다.


13.  이 글에서 󰡐철호󰡑와 󰡐영호󰡑는 서로 다른 가치관을 드러내고 있다. 그 차이점을 밝혀 80자(띄어쓰기 포함) 내외로 쓰라.

<모범답> 철호는 양심을 지키며 성실하게 살아가려는 인물이나, 영호는 양심․법률 등은 가진 자의 논리에 불과하므로 자기 방식대로 살겠다고 주장하는 인물이다.


14.  󰡐영호󰡑의 발언 내용으로 보아 ㉠은 육신의 고통 이외에 다른 의미로 해석된다. ㉡을 바탕으로 하여 30자(띄어쓰기 포함) 내외로 답하라.

<모범답> 세상을 양심적으로 살아가려는 한 인간(󰡐철호󰡑)의 정신적 고통.


15.  이 소설의 후반부에서 󰡐영호󰡑는 권총 강도 혐의로 경찰서에 끌려간다. 그러한 행위의 논리적 근거로 그가 제시한 말을 이 글에서 찾아 쓰라.


<모범답> 남들은 다 벗어 던지구 법률선까지도 넘나들면서 사는데, 왜 우리만이 옹색한 양심의 울타리 안에서 숨이 막혀야 해요.(또는, 그 다음의 반박 내용)



(가) ㉠󰡒가자!󰡓

철호가 그의 집 쪽으로 걸음을 옮겨 놓을 때마다 그만치 그 소리는 더 크게 들려 왔다.

가자는 것이었다. 돌아가자는 것이었다. 고향으로 돌아가자는 것이었다. 옛날로 되돌아가자는 것이었다. 그것은 이렇게 정신 이상이 생기기 전부터 철호의 어머니가 입버릇처럼 되풀이하던 말이었다.

삼팔선. 그것은 아무리 자세히 설명을 해 주어도 철호의 늙은 어머니에게만은 아무 소용없는 일이었다.

󰡒난 모르겠다. 암만해도 난 모르겠다. 삼팔선, 그래 거기에다 하늘에 꾹 닿도록 담을 쌓았단 말이냐 어쨌단 말이냐. 제 고장으로 제가 간다는데 그래 막는 놈이 도대체 누구란 말이냐.󰡓


(나) 철호는 전에도 몇 번 경찰서의 호출을 받은 일이 있었다.

양공주 노릇을 하는 누이동생 명숙이가 걸려들면 그 신원 보증을 해야 하는 철호였다.

…<중략>…

그런데 이번에는 누이동생이 아니라 남동생 영호의 건이라고 했다. 며칠 전 밤에 취해서 지껄이던 영호의 말들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불안했다. 그런들 설마하고 마음을 다시 먹으며 철호는 경찰서 문을 들어섰다.

권총 강도.

형사에게서 동생 영호의 사건 내용을 들은 철호는 앞에 앉은 형사의 얼굴을 바보 모양 멍청히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점점 핏기가 가셔 가는 철호의 얼굴은 표정을 잃은 채 굳어 가고 있었다.


(다) 󰡒어서 병원에 가 보세요.󰡓

명숙은 여전히 고리짝을 들추며 돌아앉은 채 말했다.

󰡒병원엘?󰡓 

󰡒그래요.󰡓 

󰡒병원에라니?󰡓 

󰡒언니가 위독해요. 어린애가 걸렸어요.󰡓

󰡒뭐가?󰡓 

철호는 눈앞이 아찔했다.

점심때부터 진통이 시작되었는데 영 해산을 못하고 애를 썼다 한다. 그런데 죽을 악을 쓰다 보니까 어린애의 머리가 아니라 팔부터 나왔다고 한다. 그래 병원으로 실려 갔는데, 철호네 회사에 전화를 걸었더니 나가고 없더라는 것이었다.

󰡒지금쯤은 아마 애기를 낳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중략>…

철호는 돈을 저고리 호주머니에 구겨 넣으며 문을 나섰다.

󰡒가자.󰡓 

골목을 빠져 나가는 철호의 등뒤에서 또 한번 어머니의 소리가 들려 왔다. 아내는 이미 죽어 있었다.


(라) ㉡󰡒가자.󰡓

철호는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

󰡒어디로 갑니까?󰡓

󰡒글세, 가!󰡓

󰡒하, 참 딱한 아저씨네.󰡓

󰡒…….󰡓 

󰡒취했나?󰡓 

운전사가 힐끔 조수 애를 쳐다보았다.

󰡒그런가 봐요.󰡓

󰡒어쩌다 오발탄(誤發彈) 같은 손님이 걸렸어. 자기 갈 곳도 모르게.󰡓

운전사는 기어를 넣으며 중얼거렸다. 철호는 까무룩이 잠이 들어가는 것 같은 속에서 운전사가 중얼거리는 소리를 멀리 듣고 있었다.


16.  ㉠과 ㉡은 발언의 주체도, 의미도 다르다. 그 차이점을 60자(띄어쓰기 포함) 내외로 답하라.

<모범답> ㉠은 실향민인 어머니가 고향에 돌아가고자 하는 간절한 소망이지만, ㉡은 갈 곳을 잃어버린 철호의 절망의 독백이다.(㉠이 귀향 의지를 의미한다면, ㉡은 현실 상황으로부터 탈출함을 의미한다.)


17.  (가)˜(다)에 의하면 등장 인물들은 모두 정신과 육체의 결함을 지니고 있다. 그렇다면 󰡐철호󰡑가 (라)와 같은 혼란에 빠진 직접적 원인은 무엇인가? 5어절 이내로 답하라.

<모범답> 견딜 수 없는 생활고.(가족의 정신적 황폐와 경제적 빈궁)


18.  이 글에서 󰡐철호󰡑는 어떤 인간형으로 나타나 있는지 20자(띄어쓰기 포함) 내외로 쓰라.

<모범답> 주변 상황 때문에 자아를 상실한 인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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