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춤추는 꽃의 밀담/김사람-
허공을 마주하고 얘기하면
나의 말들이
이빨 없는 입술을 만들곤 했다
형상 있는 존재 들의 움직임은 왜 그리 여린지
허리 가는 여자
음악이 그녀를 만졌다
나는 죽어
현재를 농락하는 음악이 되었던 적이 있다
영혼의 실체는 음
악기는 영혼의 집
피가 고독한 사람은 영혼을 불러내곤 한다
지금 여기, 나는 살아서
밥을 먹고 구슬을 뱉고
커피를 마시고 꽃을 토하고
이웃집 신혼부부의 교성을 들으며
오래된 별자리를 찾는다
허리 가는 여자의 눈에서
음악이
글썽거렸다
<2>-음악의 내부/김사람-
퉁퉁 부푼 유방에서 실리콘이 흘러나왔다
축축하던 기도가 굳어갔다
그녀가 젖을 먹일수록
나는 형체를 갖기 시작했다
어디서나 보아오던 모습으로
외출을 할 때마다
열쇠와 지갑이 들어 있는 고급 정장
바지 주머니에서 썩은 물이 넘쳤고
비늘을 가진 새가 수면으로 떠올랐다
주머니를 뒤집고 싶었지만
내 손으로
버릴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다
나의 파란 눈 속
깃을 가진 물고기가 노래할 때
목에 구멍 뚫린 노파가 속삭였다
저 짐승들이 네 눈을 쪼고 말 거야
아픔도 없이
눈이 멀고 나서야 눈이 멀게 될 거야
가루약을 털어 넣고
그녀가 울자
장미 가시 하나가 떨어졌다
CD가 돌아갔다
음악은 규범적이었으므로
내부를 들여다볼 수 없었다
<3>-영원을 부르는 벨칸토 창법/김사람-
하드커버가 들썩거려요 마스께라!
무거운 뜻을 가진 가지가 우거지고
하늘보다 커다란 잎이 자라
활보하는 새들과 구름의 길을
모두 가려버리고 있어요
잎이 울음의 고체형이란 걸 안다면 마스께라!
나무에 기대어 울 자격이 있어요
울음에도 기교가 필요하단 걸 아나요
꽃이 죽고 새가 죽고 바람이 죽고
소리만으로 구분할 수 있어요
내 귀는 늘 젖어 있지만 아무도 몰라요
뼈가 흔들려요 폐가처럼 텅 빈 생각에도 흔들려요
나는 오지 않을 미래에 대해 노래한 적이 있어요
미래는 딱딱하지 않았으므로 마스께라!
현재로 공명되지 않아요
내 마른 몸은 그림자로 채워져 있어요
호흡을 할 때마다 들락날락 나를 찌르는
딱딱한 그림자가 무서워요
자기를 증명하기 위해 날 이용하죠
나는 곧 버림받을 것을 예감해요
몸을 부비는 소리로 유혹하면 마스께라!
촛대에 검은 불이 붙어요
긴 시간을 흐르는 미성으로
당신이 오고, 떠나는 방식대로
내가 미쳐가고 있어요 마스께라!
<<김사람 시인 약력>>
*1976년 경북 의성 출생.
*대구교육대학교 음악교육학과 졸업.
*2008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나는 이미 한 생을 잘못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