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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詩/그림/휴식

<1>-춤추는 꽃의 밀담/김사람-

작성자H.Y상위|작성시간15.10.30|조회수16 목록 댓글 0

<1>-춤추는 꽃의 밀담/김사람-

 

  

허공을 마주하고 얘기하면

나의 말들이

이빨 없는 입술을 만들곤 했다

형상 있는 존재 들의 움직임은 왜 그리 여린지

 

허리 가는 여자

음악이 그녀를 만졌다

 

나는 죽어

현재를 농락하는 음악이 되었던 적이 있다

 

영혼의 실체는 음

악기는 영혼의 집

피가 고독한 사람은 영혼을 불러내곤 한다

 

지금 여기, 나는 살아서

밥을 먹고 구슬을 뱉고

커피를 마시고 꽃을 토하고

 

이웃집 신혼부부의 교성을 들으며

오래된 별자리를 찾는다

 

허리 가는 여자의 눈에서

음악이

글썽거렸다

 

<2>-음악의 내부/김사람-

 

  

퉁퉁 부푼 유방에서 실리콘이 흘러나왔다

축축하던 기도가 굳어갔다

그녀가 젖을 먹일수록

나는 형체를 갖기 시작했다

 

어디서나 보아오던 모습으로

 

외출을 할 때마다

열쇠와 지갑이 들어 있는 고급 정장

바지 주머니에서 썩은 물이 넘쳤고

비늘을 가진 새가 수면으로 떠올랐다

주머니를 뒤집고 싶었지만

내 손으로

버릴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다

 

나의 파란 눈 속

깃을 가진 물고기가 노래할 때

목에 구멍 뚫린 노파가 속삭였다

 

저 짐승들이 네 눈을 쪼고 말 거야

아픔도 없이

눈이 멀고 나서야 눈이 멀게 될 거야

 

가루약을 털어 넣고

 

그녀가 울자

장미 가시 하나가 떨어졌다

 

CD가 돌아갔다

음악은 규범적이었으므로

내부를 들여다볼 수 없었다

 

<3>-영원을 부르는 벨칸토 창법/김사람-

 

  

하드커버가 들썩거려요 마스께라!

무거운 뜻을 가진 가지가 우거지고

하늘보다 커다란 잎이 자라

활보하는 새들과 구름의 길을

모두 가려버리고 있어요

잎이 울음의 고체형이란 걸 안다면 마스께라!

나무에 기대어 울 자격이 있어요

울음에도 기교가 필요하단 걸 아나요

꽃이 죽고 새가 죽고 바람이 죽고

소리만으로 구분할 수 있어요

내 귀는 늘 젖어 있지만 아무도 몰라요

뼈가 흔들려요 폐가처럼 텅 빈 생각에도 흔들려요

나는 오지 않을 미래에 대해 노래한 적이 있어요

미래는 딱딱하지 않았으므로 마스께라!

현재로 공명되지 않아요

내 마른 몸은 그림자로 채워져 있어요

호흡을 할 때마다 들락날락 나를 찌르는

딱딱한 그림자가 무서워요

자기를 증명하기 위해 날 이용하죠

나는 곧 버림받을 것을 예감해요

몸을 부비는 소리로 유혹하면 마스께라!

촛대에 검은 불이 붙어요

긴 시간을 흐르는 미성으로

당신이 오고, 떠나는 방식대로

내가 미쳐가고 있어요 마스께라!

 

 

<<김사람 시인 약력>>

 

*1976년 경북 의성 출생.

*대구교육대학교 음악교육학과 졸업.

*2008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나는 이미 한 생을 잘못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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