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주의 정치지형의 변화: 새로운 계급정치의 등장 | 강명세(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miongsei@sejong.org
| 선진민주주의의 정치지형이 대대적으로 바뀌고 있다. 미국의 2016년 트럼프 당선, 영국에서의 브렉시트, 그리고 프랑스의 극우전선의 2017년 대선 결선진출은 전후 정치에서 볼 수 없었던 모습들이다. 공통점은 고립주의이다. 각 선거에서 3국의 투표자는 트럼프, 르 펜, 그리고 영국의 존슨 등이 표방한 자국우선주의를 지지한 것이다. 보호주의와 자국우선주의는 전후 세계질서가 구축해온 자유무역질서와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하는 점에서 우려를 자아낸다.
이중의 정치적 균열
정치지형의 변화는 사회적 갈등구조의 변동을 반영한다. 사회균열의 변화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수면 아래에서 지속돼왔던 거대한 변화의 결과이다. 거대한 변화는 기술변화와 세계화, 탈산업화 등을 포괄한다. 지속적 변화로 인해 갈등의 이중적 구조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제 과거처럼 좌우균열이 전체를 지배하지 못한다. 좌우의 이념적 균열 하에서 복지국가와 재분배정책을 둘러싼 쟁점이 지배구조를 형성했었다. 그러나 기술변화가 낳은 직업구조의 변화는 새로운 계급을 만들며 중간계급과 노동계급은 더 세분화되었다. 탈산업화와 더불어 복지서비스가 크게 팽창하면서 사회문화관련 일자리가 대폭 증가했다. 주로 여성이 늘어난 복지서비스 및 사회문화전문직에 진출했다. 사회문화전문직은 직무 성격상 전통적 관리직이나 기술전문직과는 달리 문화적으로 위계적이지 않고 보편주의를 선호한다. 한편 노동계급은 전체적으로 일자리가 감소하는 동시에 비숙련 노동이 증가했다. 노동계급의 직무는 성과달성을 목표로 하는 직무 특성상 조직 위계적이며 따라서 권위주의적 문화가 강하다. 지식사회에서 사회정치적 갈등이 경제적 갈등 못지않게 중요하다.
사회정치적 갈등: 이민과 다문화주의
세계화가 허용하는 노동이동은 사회정치적 균열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데 기여했다. 이민은 전통적으로 미국의 문제였으나 유럽연합 결성과 중동의 정치적 불안이 결합하여 서유럽의 최대 정치문제가 되었다. 저학력 저숙련의 노동계급은 이민노동자와 일자리를 경쟁해야 한다. 이들은 이민노동자가 자신의 일자리와 소득을 위협한다고 믿고 배타주의와 폐쇄적 자국중심주의를 지지한다. 이민노동자가 자신들을 위한 복지제도를 악용하여 복지재정을 악화시킨다고 믿는다.
배타주의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극우정당 지도자가 이들이 원하는 정책을 제시하는 전략으로 지지를 호소한다. <그림 1>은 1990년대 전반에 비해 2010년대 후반 극우 포퓰리즘에 대한 지지가 모든 나라에서 상승했음을 보여준다. 독일에서는 2003년 선거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극우정당(AfD)이 2017년 선거에서 12.6% 득표하여 연방의회에 진입했으며 핀란드에서도 미미했던 세력이 2019년 선거에서 17.5% 득표를 기록했다. 극우 포퓰리즘의 득세는 노동계급의 지지 덕분이다. 이제 계급은 계급정치의 종언이 예측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경로를 가고 있다. 계급정치는 전후 복지국가를 추진했었던 경로와는 정반대로 부활 중이다. 좌파정당은 노동계급에 소홀했으며 노동계급은 좌파정당을 이탈했다.
계급정치의 파라독스
1980년대 일부에서 계급정치는 끝났다는 평가가 내려진 적이 있는데 많은 주목을 끌었다. 전후 정치는 계급 정당에 의해 주도되었다. 노동과 자본을 대표하는 양대 정당이 분명한 이념과 정책을 기반으로 대립하고 경쟁하였다. 사회당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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