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크로스, 민심의 경고등]
문태성 (정치학 박사/ 칼럼니스트)
정권 출범 초기의 지지율은 흔히 '허니문 기간'이라 불린다. 새 정부에 대한 기대와 관망이 뒤섞이며 상당한 정치적 프리미엄이 주어지는 시기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가 취임 1년여 만에 맞이한 첫 '데드크로스'는 그 허니문이 사실상 끝났음을 의미한다. 긍정평가 46.7%, 부정평가 49.7%. 숫자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 정서의 변화다. 기대가 실망으로, 희망이 불안으로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국민은 더 이상 구호가 아니라 결과를 묻고 있다
정권은 선거로 탄생하지만, 민심으로 유지된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1년 남짓. 마침내 첫 데드크로스가 나타났다. 긍정평가보다 부정평가가 높아졌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압도적 지지를 이야기하던 여권은 당혹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놀랄 일은 아니다. 오히려 늦게 나타난 결과에 가깝다.
국민은 오래전부터 경고를 보내고 있었다.
정권은 "경제가 살아난다"고 말한다. 그러나 국민은 살아나는 경제를 체감하지 못한다. 정부는 주가지수를 이야기하지만 국민은 식당 가격표를 본다. 정부는 수출 증가를 말하지만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한다. 정부는 성장률을 말하지만 청년들은 취업난을 말한다.
정치의 가장 큰 착각은 통계를 민심으로 오해하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각종 수치를 내세운다. 그러나 국민은 숫자가 아니라 자신의 지갑으로 정부를 평가한다. 냉혹하지만 이것이 민주주의다.
최근의 데드크로스는 단순한 지지율 하락이 아니다.
국민 기대의 붕괴가 시작됐다는 신호다.
이재명 대통령은 누구보다 강한 정치인이다. 위기를 돌파하는 능력도 인정받아 왔다. 그러나 국가 운영은 선거와 다르다. 선거는 상대를 이기면 끝나지만 국정은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지금 국민이 느끼는 가장 큰 문제는 경제도 아니고 외교도 아니다.
바로 신뢰의 문제다.
정부는 늘 자신 있다고 말한다. 문제없다고 말한다. 성과가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국민은 왜 불안한가.
국민은 정부가 현실을 제대로 보고 있는지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6·3 지방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혼란과 관리 부실 논란은 단순한 행정 실수가 아니었다. 국가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흔드는 사건이었다. 민주주의에서 선거에 대한 불신은 치명적이다. 그런데도 정부와 여당은 책임 규명보다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는 모습으로 비쳤다.
여기에 여당 내부 권력투쟁까지 겹쳤다.
민생은 어려운데 정치권은 자리 싸움에 몰두한다.
국민 눈에는 그렇게 보인다.
정권이 국민의 고통보다 권력의 향배에 더 관심을 보이는 순간 민심은 돌아선다.
역대 정부를 보면 지지율이 무너지는 데는 일정한 공식이 있다.
처음에는 비판을 무시한다.
그다음에는 언론 탓을 한다.
그다음에는 야당 탓을 한다.
마지막에는 국민 탓을 한다.
그리고 정권은 추락한다.
문재인 정부도 그 길을 걸었다. 윤석열 정부도 그 함정을 피하지 못했다. 지금 이재명 정부 역시 같은 갈림길 앞에 서 있다.
특히 위험한 것은 지지층 정치다.
정권은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만 바라보기 시작하면 반드시 실패한다. 대통령은 특정 정파의 대표가 아니라 국민 전체의 대표이기 때문이다.
지금 이재명 정부는 강성 지지층의 환호보다 침묵하는 중도층의 한숨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선거를 결정하는 것은 열성 지지자가 아니라 중도층이다.
정권을 무너뜨리는 것도 반대세력이 아니라 실망한 지지층이다.
최근 수도권과 중도층에서 나타나는 이탈 현상은 그래서 더욱 심각하다.
민심은 늘 신호를 보낸다.
문제는 권력이 그 신호를 듣느냐 듣지 않느냐다.
이번 데드크로스는 레드카드가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 옐로카드다.
국민은 "정신 차리라"고 말하고 있다.
권력은 국민 위에 존재하지 않는다.
정권은 국민을 가르치는 자리가 아니라 국민을 섬기는 자리다.
국민은 더 이상 화려한 수사에 감동하지 않는다. 이념 전쟁에도 피곤함을 느낀다. 상대 진영을 공격하는 정치에도 박수를 보내지 않는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단순하다.
내일이 오늘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다.
그 희망을 주지 못하는 정권은 결국 심판받는다.
데드크로스는 숫자의 역전이 아니다.
민심의 방향이 바뀌고 있다는 경고다.
정권이 그 경고를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면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또다시 자화자찬과 지지층 결집으로 대응한다면 오늘의 데드크로스는 내일의 급락으로 이어질 것이다.
권력은 영원하지 않다.
국민의 인내도 영원하지 않다.
그리고 민심은 언제나 정권보다 강하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