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성의 맥> 36집 원고----------------------
[영월 능마을]
榮鹿 문태성
영월 땅 동을지산 노루 앉은 자리
오백리 먼 길 찾아 숨어 잠든
애닲은 열 입곱살의 혼령(魂靈)
월하(月下)에 별도 울고 달도 우는
사연을 두른 채로 천상에 떠오른
아~ 조선 6대 어린 단종 명월(明月)
능을 오름은 귀양길이라
능을 내림은 사약사발이라
발 길 멈추고 굽어 경배하는 왕릉
마을 산자락 산새들이 길을 막아
봇짐을 이고 진 나그네 순례도
노송에 기대어 쉬어가는 임금님 연(輦)가마
을밀(乙密) 언덕 올라 안개 구름 타고서
한양 궁성 그리다가 웃지 못해
울면서 돌아오는 장릉(莊陵) 능마을.
- 영월 단종 장릉 능마을에서 -
<영월문학> 20집 원고 -----------------------
[태백산]
榮鹿 문태성
태초의 기운
하늘에서 지축으로 내리워
산, 산, 산 너머로 마중 나선 저 수평선.
살을 에는 혹한 바람 타고
먼동 틀때 산구릉을 오르는 운무
겹겹이 둘러쳐진 산 가운데 솟은
금수강산 산허리 춤.
백두에서 한라까지
민족의 등줄기 태백이 이어주려
겨레를 모은 민족의 영산.
수 십, 수 백 억년을 지났어도
억겁의 유구한 세월조차
날마다 새로운 창조이려니.
산을 넘어 또 산,
앞서거니, 뒤서거니
산 속에서 자라난 저 산들은
고향의 품, 한민족의 강.
천지를 흔들어 아픔을 깨고
잉태한 광채를 토하는 장관에 화들짝
빛을 맞는 태백산.
<꽃바람>
榮鹿 문태성
새봄따라 꽃단장
봄처녀보다 요란하여
하늘 한 번 쳐다보고
꽃을 두어 번 볼라치니
손 내밀면 안아줄께
네 편이라 속삭여도
꽃향기 퍼트리면
내일도 흔들릴께.
<십이선녀탕>
榮鹿 문태성
십이선녀 내리려
하늘에서 물을 드리워
폭포 자락을 풍류 담아
열 두 폭 줄지어 지었어라.
이승이요? 저승이요?
되묻기를 영겁토록
소리내어 울다가 웃다가.
선녀랑 홀라당
꿈이던가 생시런가
발가벗은 벗이며
자주색 차려 옷입은 초목이며.
녀색 자태 길을 찾아
소용돌이 휘감는 물길이
흐르고 흐르도록
돌고 또 도는 것은.
탕 속에서 만나랴
심연 비취가 보이는듯
발길 멈추고 숨 죽이는
설악 십이선녀탕.
[꽃무릇 사랑]
榮鹿 문태성
열 여덟 여시개 사랑
못 말리는 꽃바람이
나풀거리며 손짓한들.
핏빛나는 진분홍 치맛자락
자색 향수 입맞추려
홍보석 치장으로 물들인들.
두 팔 벌려 목 젖히고
온몸으로 꽃술을 내밀어
나이트 파티에 애걸복걸 초대해본들.
왜 불렀는데 왜 찔렀는데
앞 서거니 뒤 서거니 염문을 어쩔건데
흠씬 웃다 우는 꽃무릇 연정.
[금계국金鷄菊]
榮鹿 문태성
동화나라에 꽃잎이 내려 앉았다
긴 목줄을 뻗어 내민 초롱 손 솜씨.
꽃술 모여 속삭이려
외할머니와 손자 손녀들이 옹기종기
도란거리는 초여름 시골집 마당.
한 폭 민화 펼친 쌍떡잎은
솟구치는 햇볕에 울다가 웃느라
꽃망울이 하늘거릴 틈도 안 준다.
순결한 금황색 물결에
길손 혼줄 빼앗겨 들어보고
또 돌아보는 소싯적 추억의 연민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