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을 단편소설 당선작 입니다.
"어느 노부부의 외식"
작은 방에 가로누워 있는 빈곤의 그림자는
노부부의 삶 위에 누운지가 오래인듯합니다
자식들 출가시키고 나니 부부에게 남은 건
녹슨 뼈마디와 가난이 덕지덕지 붙은 하루만 남았으니까요.
늘어나는 나이 따라 쌓여가는 약봉지들을
바라보는 노부부의 하루는 고달프기만 하지만....,
그래도 부모로서 해야 할 의무를 다한 것만으로 이불 삼아 식어버린 냉방의 온기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아들들이 큰 회사에 다니고 있어 주민센터에서는 생활보장 대상자로도 지정받지 못한 노부부 앞에 놓인 돈은 한 달에 사십만원이 전부, 월세를 내고 난 삼십만원으로 이것저것 떼고 나면, 이십여만원이 전부랍니다
젊음이 있어 늙음이 보이지 않는 자식들은 힘들다며, 일 년에 한 번 얼굴조차도 보여주지 않기에, 손등에 이는 먼지뿐인 삶 앞에 노부부가 기댈 수 있는 거라곤 서로에게 위안받고, 가슴으로 언 손 녹이며, 사는 것밖엔 없다고 말합니다.
눈물로 건너는 이 세상에서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 대신 할아버지는 게으른 아침이 오기 전에 새벽을 먼저 걸어 나갑니다
“할아버지~ 우리도 장사가 안돼 박스를 많이 못 모아 드려 죄송해요“
수퍼 아줌마의 넋두리에 “아녀요, 아녀요 이거라도 고맙습니다”
새벽 거리에 친구들이 된 환경미화원 김씨랑 신문 배달 하는 중학생과 정다운 인사를 나누며, 희망이란 반주에 맞춰 집으로 와서는 할머니 아침 식사를 챙겨드리고 다시 거리를 헤매 돌다 점심때가 되면, 다시
식사 챙기러 왔다가 어스름이 내려앉은 저녁이 되어서야 위태로운 하루를 마감하고 자기 그림자 꼭 껴안고 서 있는 집으로 들어온답니다.
땡볕에 그을린 천오백원을 들고서 말이죠.
할아버지는 눈물 자국 따라 집으로 올 땐, 꼭 사 들고 오는 게 있는데요...
할머니가 좋아하는 붕어빵이랍니다.
돈이 없어 오백원에 한 개인 붕어빵을 사 와서는 차가운 달빛을 베갯머리에 이고서
누워만 있는 할머니에게 “할멈~ 내가 생선 한 마리 구워왔어.... 꼬리부터 줄까 머리부터 줄까“라며 머리에 하얀 분칠을 한
할머니 입에 붕어빵을 발라서 넣어 줍니다.
문풍지에 머물던 바람이 밀어 그네를 타는
20촉 짜리 백열등 아래에서 붕어빵 하나에 들어있는 사랑의 온기로 버틴 할머니의 움푹 팬 광대뼈엔 행복과 눈물이 맺혀져 있었고요...
모두가 사라지는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름다운 황혼이 와도 꽃은 지지 않으니까요....
놀고 있는 햇살이 아까워서인지 그 햇살로 할머니 머리를 감기고는 휠체어에 태워
든든한 하늘이 놓아준 길을 따라 가고 있는 할아버지에개 어디를 가시나 물었더니
“우리 할멈이랑 오늘 외식하러 가“
목이 쉰 겨울이 지난 자릴 더듬어 나뭇잎만 한 행복을 얼굴에 매달고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도착한 곳은 붕어빵을 굽는 포장마차 앞입니다.
지나는 바람이 물어 봅니다.
“할아버지…. 할머니랑 외식 한다는 곳이 여기예요?"
“그려~ 일 년 만에 외식인걸.” 이라며 슬픔과 작별이라도 한 듯 하얀 웃음꽃을 매달고는 할머니에게 한마디 건넵니다.
“임자~ 많이 먹어...”
“영감도 많이 드세요”
이 세상에서 가장 늦게까지 잡고 있고 싶었던 서로의 손을 꼭 잡고선.....
할아버지도 벌써 두 마리를 잡숫고 계십니다.
그런 할아버지를 바라보는 할머니는 알고 있습니다
“오늘이 결혼기념일이란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