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게 살다보니
집 가까이 아파트 마트에
생필품을 구입차 자주 들리게 된다.
그날도 먼곳에서 손님께서 오신다기에
과일을 사려고 매대를 두리번 거리며
귤 1박스를 구입해 들고 나왔다.
집으로 오는길에
복숭아 밭에 친구가 눈에 띄어
아직 여유 시간이 있어서
잠시 친구 근황이 궁금해 밭에 들어갔다.
반갑게 맞이하는 친구는
사과와 커피를 내 놓으며
말하지 않아도 술술술
이야기 보따리를 시원하게 풀어 놓는다.
한시간 뒤면
손님께선 우리집에 도착할 시간이다.
친구의 이야기를 끊을수없어 불안했는지
난 일어났다 앉았다를 반복하며
초조함이 더해갔다.
오랫만에 내가 온것이 반가웠는지
두손을 움직이며
이야기하는 생동감이 실감났다.
그러나 그 친구의 손은
어릴때 작두에 잘려져 접합되었지만
인대가 잘려졌는지 늘 펴져있고
지난 봄에도 전정하다
전동가위로 또 손끝을 날려버려
쌀알만큼 작게 붙어있는 손톱,
친구의 삶이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단면적으로 보여주는 증표다.
그날
중국산 분무기가 너무 좋더라며 이야기해
2개를 해외 직구해 달라고 요청하고
도망치듯 집으로 왔다.
도착하고나니 아직도 30분 여유가 있다.
그날 손님과 하루를
나무이야기와 여러밭을 보여주고
손님은 아쉬움을 안고 떠나고
며칠이 지난 어제
가까운곳에 외출나와 있는데
그 친구의 전화가 화면에 뜬다.
단번에 분무기가 도착한것을 직감했다.
친구는 "66000원 들고 집으로 온나."
집사람도 같이와 차한잔 하자며
아파트 집으로 오라고한다.
가까이있는 아파트지만
20년만에 처음 아파트 출입문을 열었다.
반갑게 맞이하는 친구 내외는
사과와 귤을 내놓으며
며칠전 친구가 열변했던 것처럼
친구의 이야기는 또 탄력을 받아
신들린 제스츄어로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일전에 유심히 봤던
거칠어진 손을 휘저으며
훤하게 밝은 얼굴이
행복해 보여서 너무나 다행이다.
집에가 저녁 먹어야 된다며
일어서 푸대에 꽁꽁 묶어둔 끈을 풀고
중국산 분무기 2개를 확인하고
아직까지 승용차에 실려있다.
그동안 한국민에게
부정적으로 각인된 이미지 때문에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는데
그친구는 가볍고 값싸고 너무 좋다는것에
다가오는 2024년에는 중국산 분무기가
내 농사에 크게 기여했으면 좋겠다.
어떤분이 내게 말하길
사람을 만나면 유심히 손을 본다고 한다.
그것은 그사람의 살아온 삶의 흔적들을
엿볼수 있어서가 아닌가 추측해 본다.
난 손발이 아주 깨끗하다.
어떤이는 내손을 보고
여자 손과 같다면서 이야기해
마음속은 우쭐하게 느끼곤 했었다.
어제 그친구의 손을 보면서
너무 가여워 내 가슴이 아린다.
어제따라
깨끗하게 고운 내손이 너무 부끄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