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에 일어나 거실은 아직도
훈훈한 온기가 남아있는것을 보면
벽난로에 불씨는 여전히
텅빈 거실을 위해
꺼지지않고 있어서 장작을 넣고
다시 불을 피우고
그래도 몇시간이 지나야
이발소 문이 열리게된다.
군생활 31개월 20일을 제외하고
특별한 일이 없으면
항상 친구에게서 내 머리를 맡기곤 했었다.
초등학교를 마치고 어린 나이에
면소재지 고향 형님 이발소에서
궂은일 하면서 머리 깍는일을 배우고
그 일터를 이어받아
지금껏 머리 깍는일을
천직으로 살아가고 있다.
"인물이 나보다 낫냐?
배우길 나보다 더 배웠냐?
돈이 나보다 많냐?"
퇴근 무렵
술에 취해 들어온
손님이란 친구놈의 헛소리에
초등학교 학력이 전부이고
볼품없이 못생기고 왜소한 체구의
이발사 친구는 얼마나 화가 났을까 싶다.
이곳 불교 단체에서
지체 장애를 앓고있는
원생 수십명을 거두고있는 곳에서
매달 한번씩 이발 봉사를
15년째 이어온 친구의
따뜻한 헌신적인 사랑에
세인들은 감동하지 않을수 없다.
친구가 내게 하소연 하듯
늘어놓는 이야기는
내 머리 깊숙히 각인된채
분노하기에 충분했다.
"넌 10살때 스케이트를 탈만큼 부유했고
대학교를 나왔지만 머리가 나빠서
대학병원 경비 몇년해서
겨우 원무과 퇴직한게 자랑이냐?
넌 남을위해 뭘 한적 있느냐?
난 남을위해 자원 봉사 15년이나 했다.
라고 왜 말 못했어?"
이렇게 친구에게 목소리 높여
이야기 하고나니 마음이 후련하다.
이 친구의 마음의 상처가
얼마나 컸을까 짐작이 간다.
한달에 한번씩 머리깍는 핑계로
이발사 친구를 만날수있다.
여행을 좋아하고
등산도 좋아하고
술도 너무 좋아해서
어제는 내가
"건강을 위해서 술은 끊으면 어떻겠나?"
이렇게 이야기했다.
언제나 그 자리에서
변함없이 꿋꿋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살고있는
친구가 자랑스러운데
왜 이 친구를 조롱하고 무시하는지
너무 화가나지만
그런 놈 때문에
이 친구가 훨씬 돋보이는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