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4일
아침 6시에 기상, 전날 짐을 꾸려 놨지만 짐을 바이크에 옮겨 싣는 일 부터가 적지 않은 일이다. 지하 주차장까지 짐을 세 번이나 나르고 바이크 리어백과 사이드 백에 짐을 분산 하는 일, 그리고 바이크 뒷자리에 배낭을 묶는 일....
폼을 잡고 셀피도 찌고 멋지게 출발하려던 것은 새벽부터 쏟아지는 비로 희망사항이 되어 버렸다. 헬멧 윈도우에 발수제를 뿌리고 방수의를 상하로 단단히 차려입고 스패츠까지 착용한 후 남쪽으로 출발(08:00)
우왁스럽게 내린 비는 삼척 근처에 가서 잦아든다.
울진을 지나갈 때는 본격적인 여름더위를 온몸으로 느꼈으며 경주에 도착했을 때는 13시 경으로 중간중간 얼마나 물을 마셔댔는지 모르겠다. 15:30분 까지 부산 부관훼리호 사무실에 도착해야 되는데 시간이 그리 여유롭지 못하다.
휴대폰 네비게이션으로 부산시내에 도착 하였으나 두 번의 길을 잘못 들어 시간은 15:40분이 지나고 휴대폰으로는 연신 연락이 온다.
우여곡절 끝에 부관 훼리호 사무실에 도착 예약한 왕복승선표를 끊고, 바이크 운송을 위한 서류 및 세관 업무를 마치니 18:00
바깥으로 나와 저녁시사를 하고난 후 19:00경에 승선. 19:20분 경 선내 방송을 통해 “바이크 운송자는 배 밖에 있는 바이크를 선 내로 이동하라는 지시를 받고 바이크 이동.
21:00 부산항 출발.
광안대교의 황홀한 야경을 선상에서 즐기다가 선실로 내려가서 목욕 후 취침
7월 25일
06:00기상.
벌써 날은 밝았고 배는 시모노세키 항으로 입항 중
07:50분경 바이크 및 차량을 운송하는 사람은 안내 카운터로 오라는 방송에 따라 바이크가 있는 곳으로 이동 및 하선.
복잡한 통관 및 세관 업무를 하는데 일본말 십여 개와 손톱만큼 되는 영어단어도 가능하다.
일본 공무원들의 참을성 있는 업무태도와 능숙한 일처리 덕으로.... 한 시간 여의 통관 업무를 마치고 네비게이션을 켠 후 오늘의 목적지 돗도리현으로 출발.
출발 50m도 안가서 황당함에 봉착. 우회전을 해야 하는데 파란색 신호만 들어오고 우회전 신호가 없다.
뒤에선 차가 두 대나 있는데....신호를 두 번을 건너뛰고 눈치껏 우회전 시도. 뒤에서도 참을성 있게 기다려 준다.
한국에서부터 일본은 우리나라와 반대로 차가 달린다고 알고 익혀왔지만 신호체계는 생각지도 못했다.
네비게이션의 지시에 따라 운전을 하는데 시내 도로의 속도 표지판이 50km....실제 운행 속도는 그 이하이다.
시내를 빠져나오는데 바이크 변속기의 2단 3단 4단으로만 운행을 해야한다. 날씨는 덥고 앞에 차는 엉금엉금....
돗토리현 야나기자야 캠프장 까지는 약 400km 이렇게 가다가는 열 서너시간 걸릴 것 같다.
문제는 한국에서 구입한 유심칩이 전혀 작동을 하지 않아 휴대폰이 먹통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도쿄에 있는 딸과의 연락, 북알프스 가미코우지에서 만나기로 한 산악회 후배들 양양중학교의 학생부장 등반 팀들과 연락 수단이 모두 끊겨버리고, 듣고 보지 못하는 문맹의 구세주인 통역기 앱을 쓸 수 없다는 문제가 심각하다.
라이딩 내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찾고자 했으나 별 뾰쪽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우여곡절 끝에 캠프장에 21:00경에 도착을 했고 적당한 곳에서 텐트를 침.
캠핑장은 무료이며 우리 동네 설악동 야영장이나 거의 다를 바가 없으나 샤워장 시설이 없다.
바이크가 십여 대, 승용차는 사오십 대 주차 되어있고 별 특이한 점은 없이 모두들 조용히 도란도란 여름밤을 즐기고 있다. 특히나 눈에 띄는 것은 술병이 줄을 서있는 텐트가 하나도 없다.
옆 텐트 캠퍼들과 간단히 인사를 하고 식사 후 늦었지만 커피를 나누어 마시고 한 시간 여를 이야기 하였는데 자기 나라 말에만 능한 사람들이 대화가 된다는 게 신기하다. 어떤 사람은 홋카이도부터 한 달 정도를 자전거로 여행 중 이고 어떤 사람은 어느 지역의 캠핑 동호회 회장....
7월 26일
06:00기상 어제도 그렇지만 아침부터 지독한 더위이다.
옆 캠퍼에게 사정을 이야기 하고 휴대폰을 빌려서 도쿄에 있는 딸에게 통화 후 08:00출발.
한 시간여를 달려가니 범상치 않은 산이 보인다. 멀리서 보니 요세미테의 하프돔과 비슷한 형태의 산이며 중간부터 정상까지 6~700m 의 설벽이 보인다. 간간히 지면을 통해서 보고 들은 다이센(大山)이다. 우리나라 어느 산사람을 주제로 한 드라마의 원본에 나오는 전설 같은 산악인의 우정과 사랑 그리고 죽음....그래 다이센을 멀리서 본 것 만으로 오늘 라이딩 값은 충분히 했다고 느꼈다.
머릿속은 계속 휴대폰 해결에 관한 문제가 머릿속을 맴돌고, 날씨는 35~36도를 가르키고 바이크의 온도계는 44~45도를 나타낸다.
얼마를 달리다가 눈에 띄는 도로 표지말 “富士山(fujiyama)” - 후지산이 100km정도 된다.
에전에 도쿄에서 본 후지산은 글쎄 멀어야 150km정도 되나? 총 250km라면 5시간 내외 걸리는데....몇 번을 갈등하다가 富士山(fujiyama) 쪽 으로 핸들을 꺾었다. 아오모리까지의 일정은 사정상 변경하기로 하고....후지산 옆을 지나며 어느 주유소에 들러 지도를 보고 주유소 직원과 이야기를 해본 결과 富士山(fujiyama)가 그 후지산이 아님을 깨달았다. 벌써 두시간 정도를 달렸는데....우리가 아는 후지산은 한자로 똑같이 富士山이라고 쓰고 읽기는 fujisan 후지산으로 읽는 다른 산이었다. 네비게이션으로 확인해보니 도쿄까지는 약 700km.
에~라 가자! 출발!! 하루 800km 달려보자~~
그런데 어마어마한 날씨, 그리고 일본사람들의 국도 50km의 정속주행....이렇게 가다가는 20시간은 걸릴 것 같다.
어디에선가 고속도로 진입. 그런데 고속도로도 시속 80km 제한속도 안내판이 붙어있다. 여기도 사람이 사는 곳이라 보통 90~100km로 주행. 추월선은 110km로 운행을 한다. 철저하게 주행선과 추월선을 지키며...
고속도로에서 두 번을 잘못 들어서 지독하게 고생을 했다. 네비게이션은 얼마나 완고한지 쉽게 고속도로로 들어서지 못한다.
한번은 나고야를 지나서 길을 잘못 들었는데, 산길로 산길로 들어서서 왕복 1차선온통 히노키나무 숲으로 눈과 몸을 즐겁게 엉금엉금 기어 올라갔다가 내려왔다. 경사 가 대단히 급하고 찻길로 상상이 안되는 급커브 길을 내려와서 어느 동네로 들어서서 여학생 에기 여기가 어디냐고 지도와 함께 내밀었더니 누카타라는 곳을 짚어준다. 어째 숲이 범상치 않다고 느꼈는데 지도에 표시 된 것을 보니 아이치코 국정공원을 두시간여 동안 가로질러 왔던 것이었다. 어찌어찌 고속도로에 들어서서 보니 100km정도를 더 돌아 왔다. 죽기살기로 고속도로를 달려 도쿄 근처에 20시30분경 도착. 고속도로 통행료가 상상을 초월 한다. 오늘 총 20만원 정도 통행료를 냈다. 도쿄에 진입하면서 도시 고속도로 약15km통행료도 우리 돈으로 약 1만원 정도. 딸과의 약속시간을 몇 번을 다시 잡아서 21:30경 도쿄 기숙사에 도착. 부녀상봉.
정말로 쉬고 싶다. 35~6도의 기온에서 거의 14시간을 바이크로 달렸으니....
호텔에 들어오니 22:10분.
7월27일
10:00호텔 출발. 딸의 기숙사 아래 편의점에서 오늘 일정 토의 후 시내에서 휴대폰 문제 해결.
14:00 점심 식사 후 후지산으로 출발. 목표지점을 잘못 잡아서 엄청나게 헤맸음.
후지요시다 경찰서로 들어가서 후지노미야 코스를 어렵게 어렵게 물어보는데 서로 대화가 통하지 않아 삼십여분 지체. 바로 나오고 싶어도 내 문제를 적극 적으로 해결을 해주려 해서 미안해 바로 나올 수가 없었음.
그곳에서 한시간 여 떨어진 후지이시 경찰서로 들어가서 후지노미야 코스 입구와 오늘 밤 야영지에 대해서 문의. 십 여 명의 당직 근무자 중 50대 중후반의 고참 경찰관과 한 시간 여의 판토마임. 느낌으로 내가 야영하려는 곳은 바이크로 올라갈 수가 없고 어느 주차장에서 야영을 하라고 하는데 왼쪽 주차장에서는 야영을 하면 안된다. 그곳에서는 곰이 수시로 출몰하므로 오른쪽 화장실이 있는 주차장에서 야영을 하라고 하는 것 같다. 여기서 후지산 입구로 가는 길은 계속 직진만 해야 한다는 것 같았다. 비 는 우왁스럽게 내리고....
얼마를 올라가는데 내리는 비와 개스로 시야가 10m정도. 시속 15km정도로 한시간 반정도를 올라갔더니 7월 1일부터 8월 말까지 차량 통행금지.
다시 뒤돌아 나와 아까 봐둔 캠핑장으로 들어가서 여기에 텐트를 쳐도 되냐고 물었더니, 오늘 이곳은 한 팀을 단체로 받아서 너를 여기서 재워줄 수 없다고 한다. 이곳에서도 내문제를 해결 해주려고 이곳저곳으로 전화를 해대고...쉽게 안된다고 했으면 시간을 절약 했을텐데...
돌아나와 쏱아지는 비를 뚫고 빈 주차장에서 23시경 짐을 풀었다. 물은 수통에 남은 약 1리터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