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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광장☆

[스크랩] 북알프스

작성자ironman(조헌상)|작성시간15.08.31|조회수116 목록 댓글 2

7월30일

08:00기상. 오늘도 몸이 흐느적 거린다. 주인 할아버지가 서비스로 주신 아침밥을 먹고 짐을 챙기고 바이크를 가게 구석진 곳에 패킹을 하고...또 서비스로 조그만 캔 두 개에 버스터미널까지 직접 운전해서 데려다 준다. 돈버는 것에 관심이 없고 그냥 노년에 소일거리로 일하는 것 같다. 한국에서 온 신기한 손님에 너무도 많이 베풀어 주신다.

한참을 달려 가미코우지에 도착. 야영장 가장 전망이 좋은 곳에 텐트를 침.

11:30분 종합안내소 주변 매점에서 도시락을 사먹고,  다시 야영장에서 배낭 짐을 꾸림. 무게를 최소화 하기 위해서 휘발유버너 1개,티타늄컵 2개 오버트라우저, 침낭 물 1.2리터. 숄더백 침낭 폴라자켓 여벌바지 긴팔 T셔츠 양말 분말 스프 4개. 아몬드칩 조금 빵 네 개. 캬라멜 조금 등을 꾸려 배낭 무게를 6-7kg정도로 줄여서 꾸리고 출발. 해발고도 1500m

하동교(갑파바시)에서 모처럼 통화가 되고....여러사람과 연락을 주고 받느라고 출발이 지연된다. 12:45 진짜로 출발. 출발 후 30분 정도 지나 풍혈을 지나면서 장대비 맞음. 산 길은 금강굴 옆에서 마등령 가는 길과 흡사한 돌길과 경사이다.

15:00다케사와 산장 2500m 도착 휴식과 빵 반쪽 캬라멜 몇 개로 기본 열량 보충 후 출발.

오 하느님 이런 경치를 다시 볼 수 있으까요.....오른쪽으로 연결된 거대한 연봉과 골짜기의 만년설...수시로 개스에 가렸다가 나타나는 천상의 광경들이 숨을 쉴 틈을 주지 않는다. 계속된 경사는 바닥을 코에 닿게 하고, 복복보를 수십 수백까지 무의식적으로 반복한다. 표고 100m마다 쉬려고 노력을 하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다.

해발 고도 2900m쯤 되었을까? 길이 이상하다. 왼편으로 북알프스 3000m급 연봉들이 보이는 것 같다.

출발전 옥영이가 “형 그쪽으로 올라가면 지독하게 힘들어요. 그길로 가지마세요 하던 말이 머릿속을 스친다. 물을 마시고 빵 한 개를 먹고 주변을 얼마나 살폈을까? 올라온 길 아래쪽으로 한 500m아래 나무로 만든 이정표가 보인다. 이십분은 족히 더 올라온 것 같은데....흐느적 거리는 몸을 이끌고 다시 후퇴.

이정표를 확인하고 출발. 이후 경사는 크게 급하지 않지만 지친 몸을 옮기기가 힘이 든다. 앞 뒤로 해와 달이 둥글게 떠있는 모습이 개스가 걷히며 간간히 보인다.

20:20분 오쿠호다카다케(3190m) 정상. 개스가 수시로 산을 덮었다가 걷히기는 하지만 오늘이 보름같다. 헤드랜턴을 히라유 숙소 바이크에 두고 왔음을 조금전에 알았다. 휴대폰의 랜턴으로 불을 비치며 정상에 올랐지만 배터리가 거의 떨어졌고, 호다카 산장 까지는 삼십분거리 표고차는 약 200m 한손으로 랜턴을 들고 갈 수있는 길이 아니다. 눈을 감은채로 더듬어 길을 가는 느낌으로 수십번을 나갔다가 돌아오기를 반복. 철사다리 쇠사슬을 잡고 호다카 산장에 22:20 도착. 산장에 산장에 불은 모두 꺼지고, 산장 바깥에서 빵 한 개와 물로 저녁 요기...절대열량이 부족해도 어쩔 수가 없다. 밖에 따로 떨어져 있는 화장실에서 간단하게 씻고 들어왔지만.....누구에게 물어볼 사람도 없고....조심스레 십여개의 방의 문을 열어보고 사람이 제일 적은 방에 들어가서 23:30 도둑 취침.

 

7월 31일

여명이 들기도 전에 산행 준비를 하는 사람들로 인해서 본의 아니게 04:00 기상

산장 로비에서 어둠이 걷히기를 얼마나 기다렸을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식당도 안열었고... 크림스프 손가락 만한 것 3봉지, 일본된장 분발 손가락 만한 것

2봉지 아몬드 칩 한숫가락을 넣고 물을 부어 죽을 만들어 먹었다.

아무도 산장비를 달라고도 않하고^^ 8000엔 굳었다.

동이트고 산장의 창문으로 해가 올라오고....빵 한 개를 더먹고

 06:00 출발. 십여미터가다가 눈길에서 시원스레 엉덩방아 한번찧고 하산 시작.

가리사와 산장이(2450m) 바로 눈앞에 있지만 열흘 정도 누적된 피로와 적은 열량 섭취 그리고 심한 경사로 인해서 한발 한발 내딛는게 고통 스럽다. 시간으로는 두 시간 거리인가? 표고차약 500m.

후지산과 북알프스 오름길에서 한번도 다른 사람에게 추월을 허용하지 않았는데, 이젠 줄줄이 나를 추월해간다. 조금 편한길을 택한다고 너덜로 들어섰다가 지독하게 고생을 함.

가리사와 산장 약 500m전에 어떤 청년 하나가 설사면으로 들어섰다가 완경사인데도 불구하고 미끌어지는데 100m는 계속 흘러간다.

아....우측 멀리 마에호다케 방향 쿨와르에는 점 두 개가 움직인다. 피켈을 들고 프랑스식 등반을 하고 있는 것 같다. 한여름에 그것도 고전적인 설벽등반을....

가리사와산장(2450m) 08:30 출발 또 뜨거지기 시작 한다. 요오코산장(1615m) 까지 두시간 반거리 표고차835m 열량 부족인가? 잠을 적게 자서인가? 계속된 피로누적인가? 괴로운 하산의 연속이다.

11:00 요오코 산장 도착 도데체 식욕이 당기지를 않는다. 산장에서 음료수를 한병 사와서 남은 빵 반쪽과 캬라멜 몇알, 비스켓 몇 개를 입에 우겨넣고 가미코우지로 출발.

차가 다닐 수 있는 평지 같은 길 세시간....완전 지옥이었다. 설악의 거친 산행 후 비선대에서 소공원까지의 길을 거의 탈진한 상태로세 시간씩이나....그 느낌을....가미코우지 캠핑장에 도착....정말로 죽을 것 같다.

그 이후로 뭘 먹었는지 어떻게 했는지....얼마를 텐트 안에 누워있다가 끈적이는 몸부터 처리, 600엔을 주고 야영장 안에 있는 온천에 가서 목욕을 하고....

 

8월1일

09:00 기상. 세상에서 가장 편한자세를 생각하며 휴식.

도쿄에서 새깽이가 오는 날. 오늘 새벽 세시까지 레포트를 쓰고 세시간 자고 버스타고 오고 있다고 한다. 주말이어서 예정시간보다 두시간정도 늦게 가미코우지에 도착.

고생한? 아빠를 위해서 몸보신 시킨다고 손바닥 두 개만한 소고기와 돼지고기 바나나 등을 사가지고 왔다. 캠프장으로 이동하면서 하는 말이 “ 나는 여지껏 산이 아름답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여기는 정말 아름다게 느껴져....”라고 한다.

저녁때 양양중학교 학생부장이 텐트로 찾아오고, 옥영이 영재가 묵고 있는 산장에 바람도 쐴겸 걸어가서 반갑게 조우를 하고....

 

8월2일

06:00기상 곤하게 잠든 새깽이가 깰라 조심스레 텐트 밖으로 나와 캠핑장 주변을 산책.

 어제 처리하지 못한 설거지도 하고 우리 산악회 사람들도 만나러가고 양양팀들도 찾아가서 안전산행을 기원하며 인사하고...

아침을 먹고 새깽이와 산책을 하며 삼나무 가지 사이로 보이는 오쿠호다카다케의 연봉들을 보며 또 감탄을 하고....집에 있는 마나님과 카카오톡을 하고.... 55년간 북알프스만 그렸다는 노화가에게서 훌륭한 딸을 두었다고 조그만 그림도 선물을 받고...

16:00딸은 도쿄로 가고 나는 고속도로를 타고 나고야를 거쳐 교토로...구글맵으로 매핑을 하여 도로가 끝나는 지점으로 찾아가서 야영.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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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원문 : 전원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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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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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Peter Kim | 작성시간 15.09.02 지칠대로 고생하며 산행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 읽었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ironman(조헌상)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5.09.02 저도 나름 삼십여년을 전문등반을 했다고 했는데 일본의 북알프스를 다녀오고서야 일본의 산악활동이 발달한 이유를 알았읍니다. 들었던 것보다 더 대단한 산 이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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