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3일
시간은 많이 남았고 오늘은 어디로 간다? 인도어 클라이밍?을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산으로 올라가자를 선택. 효노센아토야나지야마? 하여튼 400번대의 무시무시한 길을 두어 시간 올라갔다. 무슨 국정공원. 1500년경에 만들어 놓은 절이 있다. 한가롭게 밥도 해먹고, 커피도 내려서 마시고,주변 산책도 하고. 이곳에서 야영을 하려고 보니 시간이 너무 많이 남는다. 무슨 안내소 같은데서 안내 지도를 보니 한 시간 정도면 모두 볼 수 있을 것 같다.
오늘 특별한 목적지도 없고 시간도 많은데....
그래 가자....최대한 높은 산길을 택해서..... 무시무시한 산길을 택해서 몇 시간을 달렸을까?
해발고도 1000m 보아하니 폐허된 고성의 알프스리조트 정도에다가 광릉수목원을 합쳐놓은 곳으로 갔다. 또 비가 내리고....도로를 막아 놓은 차단 막을 제치고 얼마를 올라가니 열 평정도의 나무로 만든 쉘터가 있다 .오늘은 여기다. 주번을 둘러보니 한 200m 떨어진 곳에 물소리도 나고... 모처럼 순녀가 보내준 책도 읽고... 담배 파이프에 불도 붙여봤다.
8월4일
06:00 기상 텐트 문을 열고나오니 중퇘지 만한 새까만 곰 한 마리가 내 텐트를 훔쳐보고 있다. 카메라를 찾으니 이놈이 특유의 안짱다리를 하며 고개를 돌려 뒤를 힐끗 힐끗 보며 겸연쩍은 듯이 사라진다.
높은 고도인데도 햇볓이 만만치 않다. 관광은 두 번째고 이 무더위로부터 탈출 하고 싶었다. 고속도로를 타고
히로시마로 가기로 결정. 뜨거운 열기로 인해서 네비게이션 홀더에 보강해서 붙여둔 테이프마져 녹아서 도로 중간에서 떨어져 그 놈은 날아가 버리고....또다시 난감한 상황이 벌어졌다.
대도시를 고속도로가 지날 때 마다 복잡하기보다는 도로 이정표를 이해 못하는 문맹 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해 두어차레 다른 길로 들어섰다. 어느 휴게소에서 할리데이비슨을 타는 젊은 친구에게 어디까지 가냐고 물었더니 히로시마로 간다고 해서 그의 뒤를 따르기로 했다. 아....그런데 이친구가 80km로 정속주행을 하는 거다. 어젯밤도 잠을 충분히 잤는데도 불구하고 피로가 겹쳐져서그런지 정신이 오락가락하는데....
쏟아지는 잠을 쫒으려고 머리를 흔들고 소리를 질러가며 달리기를 한 시간 정도. 이러다가 제명에 못죽을 것 같아서 속도를 내서 손을 흔들고는 추월. 중간 중간에 인터넷 검색을 하여 히로시마의 평화공원을 도보로 갈수있는 천학여관이라는 데를 찾아갔다. 방이 꽉차서 더 이상 손님을 받을 수 없단다. 예상하지 못했던 고속도로 경비 및 네비게이션 구입 등 예산이 6~70만원이나 초과해서 자칫하면 밥도 굶을 지경이 되었다. 저렴한 숙소를 구하느라 너댓시간 허비. 어찌어찌해서 5100엔에 바이크까지 주차할 수있는 숙소를 구했는데 넓고 깨끝한 방에 화장실과 목욕시설이 공용이라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었다.
8월5일
09:00 시모노세키가 두세시간 거리. 기왕 시간이 남는데 큐슈 유후인으로 향함. 고속도로 통행료는 역시 살인적이었고....문맹이 보는 이정표는 헐떡거리는 시간을 더 길게 했다. 열기로 휴대폰의 네비게이션을 사용 할 생각을 하지 못하고 포스트잇에 지명과 도로 번호를 적어서 봐가며 운행을 했지만....시원한 산동네로 산동네로....유후인 이십분 거리에 해발고도 820m 역시 도로가 끝나는 지점에서 삼나무 숲에서 캠핑. 사슴가족 다섯이 내 가 찜한 캠프터에서? 쫒겨났다. 조심스레 사진을찍으려고 했지만 그건 내 희망사항이고...오랫만에 편하게 캠핑을 했다.
8월6일
유후인. 18년 전이던가 한번 왔었는데 잘 기억이 안난다. 바이크로 시내를 두바퀴 돌고...무슨 호수라고 갔는데 글쎄...열화와 같이 쟁쟁거리는 마님의 카카오톡 지령을 완수하기 위해서 선물코너에 가서 육천오백엔어치 선물을 카드로 사고...온 동네가 여자들이 오면 까무러칠만한 곳이지만 내겐 영 아니올시다.
자~ 시모노세키로 가자.
조건은 덥지 않은 산길로. 역시 400번대의 국도는 배신하지 않고 왕복 1차선. 이륜차 면허시험 만큼이나 살떨리는 좁고 굴곡진도로를 얼마나 지났을까? 왕복2차선이 나오는 길을 또 얼마나 달렸을까. 해발고도를 5~600m인데도 더위로 고통스럽다.
도로가에 이정표에 日田(히타)이라는 곳을 지나는데 고개 오르기 전부터 무슨 전시관 이던가 커다란 푯말이 몇 개 보인다. 시간도 남는데 저기나 들렀다가 갈까? 고개를 지나 몇 분 내려가니 길 오른쪽 편에 도기와 도자기를 전시해놓은 곳이 보인다. 바이크를 세우고 가봤더니 가격도 적당하고 엄청 귀여운 것들이 많다. 우리 마나님이 왔으면 까무러지게 좋아할텐데...
마당과 한 100평 쯤 은 전시실, 그 옆은 초벌구이 해 놓은 작품이 있는 곳. 또 그옆은 작업실. 그리고 그 옆은 가마.
손짓 발짓으로 물어보니 자기는 연이어 세 개의 전시실이 있는데 첫 번째가 자기 스승님이고 두 번째가 사형?전시장 및 작업장이고 세 번째가 여기라는 것 같다. 20년 정도 도제 교육을 받고 있다는 것 같은데, 아주 친절하지만 물건을 파는 데는 별 의미가 없는 듯한 사람 인 것 같았다. 커다란 수구 두 개와 인형 두 개를 구입 하고 나오는데 해브 어 나이스데이 라며 한주먹의 쌀도 손에 쥐어준다.
16:30 시모노세키 관부 페리여객 사무소 도착. 두 주간의 여행으로 조금은 일본 여행이 익숙해졌는데....통관 수속도 간편해졌고 서로의 말을 못해도 바이크 통관 검사자와 대기시간 삼심분 남짓 농담도 즐길 정도가 되었다.
여기에 표현하지 못한 좌충우돌....여러 에피소드들....
8월7일
여러 가지 신경 쓸 것도 걱정도 없이 08:00에 부상에 입항. 부산 시내를 빠져나가다가. 역시 몇 번 길을 잘못 들어 헤맴. 여기 운전자들이 모두 깡패다. 한국 남부지방도 만만치 않은 더위네^^ 경주에 들러 경주빵을 두 개 사들고 계속 북진. 울진에 오니 더위가 조금 가신다.
16:00 속초에 도착. 적산거리 4215km 두 주간 제법 달렸고 그것보다 더 많은 사건들....
주차장에 바이크를 세우니 마나님과 새깽이가 베란다를 통해서 반가운 소리를 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