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 스플리팅은 모터사이클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더 효율적인 교통 상황을 위해 필요한 배려의 수단이다'
글 · 나경남(모터사이클 저널리스트)
서울 시내 교통 상황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고 있다. 항상 정체되는 구간이 존재하고 불법 주정차 차량 때문에 정체 구간은 더욱 길어진다. 여기에 차량 사이를 파고드는 모터사이클도 있다. 자동차 운전자들은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모터사이클이 얌체 같다며 외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과연 사실일까?
모터사이클이 자동차 사이를 달리는 행위는 레인 스플리팅, 혹은 레인 필터링이라고 불린다. 직역하자면 차선 가르기 혹은 차선 거르기쯤 되겠다. 실제로 레인 스플리팅은 독일과 이탈리아 같은 자동차 선진국에서 무척 일상화되어 있다. 좁은 폭을 갖고 있는 모터사이클이 자동차 사이를 달리는 일은 범법 행위도, 자동차 운전자들에게 해를 가하는 일도 아니다. 자동차 운전자들은 모터사이클이 자동차 사이로 다닌다는 것을 이미 인지하고 그들이 잘 빠져나갈 수 있도록 배려하기 때문이다.
물론 차량 흐름이 빠른 상태에서 모터사이클이 자동차 사이를 질주해나가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더구나 자동차 운전자들은 모터사이클의 움직임을 예측하기 힘들다. 하지만 정체 혹은 서행 구간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 점은 멀리 갈 것도 없다. 응급차량이 발생했을 때, 홍해가 갈라지듯 길을 터주는 것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도로 위의 모터사이클이 모두 자동차처럼 한 자리씩 차지하고 길에 서 있는 것을 생각해보라. 정체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모터사이클이 좁은 공간으로 빠져나갈 수 있도록 허락한다면 정체는 더 빨리 해소될 수 있다. 유럽의 일부 국가에서는 교차로에서 모터사이클이 차량의 앞으로 나서서 대기할 수 있도록 별도의 공간을 마련하고 있기도 하다. 모터사이클이 자동차들 사이를 가로질러 맨 앞에 서면 뒤편에 있는 차량 흐름은 늦춰지지 않는다. 그런데도 굳이 이들을 가로막을 필요가 있을까.
레인 스플리팅은 단순히 모터사이클에게 길을 양보하자는 게 아니다. 빨리 갈 수 있는 차량에게 길을 열어 정체를 줄이자는 것이다. 추월선의 개념도 이와 마찬가지다. 좁은 도로에서 느린 차량이 빠른 차량에게 길을 양보하는 것은 당연한 배려다. 편도 1차로에서 속도를 전혀 내지 못하는 차량이 길을 비켜주지 않아 줄줄이 긴 행렬이 생기는 일은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느리게 달리는 앞 차량을 무리하게 추월하다가 아찔한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도로를 함께 공유하는 이들이 서로를 배려한다면 우리의 교통 문화는 한층 편안하고 안전해질 수 있다.
최근 도로 위에서 만나는 모터사이클의 숫자는 이전보다 크게 늘어났다. 물론 전체 등록 대수는 자동차에 비하면 귀여운 수준이다. 하지만 배달이나 택배 등의 상업 목적이 아닌 레저 및 여가 그리고 이동수단으로 활용하는 이들의 숫자가 크게 늘어난 것은 실감할 수 있다. 프리미엄급 모터사이클 시장의 변화는 매우 극적이다. BMW모토라드의 경우, 처음 판매를 시작한 이래 연간 1000여 대를 판매하는 데 거의 10년의 세월이 걸렸다. 하지만 그 숫자의 배수인 연간 2000대를 판매하는 데는 2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또 하나의 프리미엄 모터사이클 브랜드로 꼽히는 할리데이비슨 역시 판매 대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어쩌면 지금이 새로운 모터사이클의 전성기가 다가오는 시기인지도 모른다.
모터사이클의 숫자가 늘었기 때문인지 도로 위에서 자동차 운전자들의 배려도 이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막히는 도로에서 모터사이클에게 길을 비켜주는 일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시선이 많이 달라졌다. 도로 위에서 서로를 적으로 여기듯 바라보던 일은 지난 이야기다.
전혀 달라지지 않은 것도 있다. 정부와 주무 부처의 무관심은 여전하다. 여전히 가장 위험한 최하위 차선으로 모터사이클을 내몰며, 안전 교육이나 면허 체계에 대한 재정비는 요원하기만 하다. 정부 부처가 손을 놓고 있는 것은 모터사이클 라이더뿐 아니라 자동차 운전자에게도 위험한 일이다. 제대로 된 모터사이클 교육과 체계가 없다면 본의 아니게 운전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모터사이클 라이더를 배려할 수 있다면 운전자 역시 그 배려를 받을 수 있다.
당신은 아니라고 말할지 몰라도 언젠가 당신 혹은 당신의 지인도 모터사이클을 타게 될지 모를 일이다. 타인이 아닌 지인과 당신 스스로를 위한 배려라고 생각하고 몇 가지만 부탁한다. 특별한 것은 아니다. 급가속과 급감속, 급차선 변경 등을 하지 않는 기본적인 운전 수칙과 더불어 모터사이클을 한번 더 봐달라는 것뿐이다.
글 · 나경남(모터사이클 저널리스트)
서울 시내 교통 상황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고 있다. 항상 정체되는 구간이 존재하고 불법 주정차 차량 때문에 정체 구간은 더욱 길어진다. 여기에 차량 사이를 파고드는 모터사이클도 있다. 자동차 운전자들은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모터사이클이 얌체 같다며 외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과연 사실일까?
모터사이클이 자동차 사이를 달리는 행위는 레인 스플리팅, 혹은 레인 필터링이라고 불린다. 직역하자면 차선 가르기 혹은 차선 거르기쯤 되겠다. 실제로 레인 스플리팅은 독일과 이탈리아 같은 자동차 선진국에서 무척 일상화되어 있다. 좁은 폭을 갖고 있는 모터사이클이 자동차 사이를 달리는 일은 범법 행위도, 자동차 운전자들에게 해를 가하는 일도 아니다. 자동차 운전자들은 모터사이클이 자동차 사이로 다닌다는 것을 이미 인지하고 그들이 잘 빠져나갈 수 있도록 배려하기 때문이다.
물론 차량 흐름이 빠른 상태에서 모터사이클이 자동차 사이를 질주해나가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더구나 자동차 운전자들은 모터사이클의 움직임을 예측하기 힘들다. 하지만 정체 혹은 서행 구간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 점은 멀리 갈 것도 없다. 응급차량이 발생했을 때, 홍해가 갈라지듯 길을 터주는 것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도로 위의 모터사이클이 모두 자동차처럼 한 자리씩 차지하고 길에 서 있는 것을 생각해보라. 정체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모터사이클이 좁은 공간으로 빠져나갈 수 있도록 허락한다면 정체는 더 빨리 해소될 수 있다. 유럽의 일부 국가에서는 교차로에서 모터사이클이 차량의 앞으로 나서서 대기할 수 있도록 별도의 공간을 마련하고 있기도 하다. 모터사이클이 자동차들 사이를 가로질러 맨 앞에 서면 뒤편에 있는 차량 흐름은 늦춰지지 않는다. 그런데도 굳이 이들을 가로막을 필요가 있을까.
레인 스플리팅은 단순히 모터사이클에게 길을 양보하자는 게 아니다. 빨리 갈 수 있는 차량에게 길을 열어 정체를 줄이자는 것이다. 추월선의 개념도 이와 마찬가지다. 좁은 도로에서 느린 차량이 빠른 차량에게 길을 양보하는 것은 당연한 배려다. 편도 1차로에서 속도를 전혀 내지 못하는 차량이 길을 비켜주지 않아 줄줄이 긴 행렬이 생기는 일은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느리게 달리는 앞 차량을 무리하게 추월하다가 아찔한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도로를 함께 공유하는 이들이 서로를 배려한다면 우리의 교통 문화는 한층 편안하고 안전해질 수 있다.
최근 도로 위에서 만나는 모터사이클의 숫자는 이전보다 크게 늘어났다. 물론 전체 등록 대수는 자동차에 비하면 귀여운 수준이다. 하지만 배달이나 택배 등의 상업 목적이 아닌 레저 및 여가 그리고 이동수단으로 활용하는 이들의 숫자가 크게 늘어난 것은 실감할 수 있다. 프리미엄급 모터사이클 시장의 변화는 매우 극적이다. BMW모토라드의 경우, 처음 판매를 시작한 이래 연간 1000여 대를 판매하는 데 거의 10년의 세월이 걸렸다. 하지만 그 숫자의 배수인 연간 2000대를 판매하는 데는 2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또 하나의 프리미엄 모터사이클 브랜드로 꼽히는 할리데이비슨 역시 판매 대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어쩌면 지금이 새로운 모터사이클의 전성기가 다가오는 시기인지도 모른다.
모터사이클의 숫자가 늘었기 때문인지 도로 위에서 자동차 운전자들의 배려도 이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막히는 도로에서 모터사이클에게 길을 비켜주는 일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시선이 많이 달라졌다. 도로 위에서 서로를 적으로 여기듯 바라보던 일은 지난 이야기다.
전혀 달라지지 않은 것도 있다. 정부와 주무 부처의 무관심은 여전하다. 여전히 가장 위험한 최하위 차선으로 모터사이클을 내몰며, 안전 교육이나 면허 체계에 대한 재정비는 요원하기만 하다. 정부 부처가 손을 놓고 있는 것은 모터사이클 라이더뿐 아니라 자동차 운전자에게도 위험한 일이다. 제대로 된 모터사이클 교육과 체계가 없다면 본의 아니게 운전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모터사이클 라이더를 배려할 수 있다면 운전자 역시 그 배려를 받을 수 있다.
당신은 아니라고 말할지 몰라도 언젠가 당신 혹은 당신의 지인도 모터사이클을 타게 될지 모를 일이다. 타인이 아닌 지인과 당신 스스로를 위한 배려라고 생각하고 몇 가지만 부탁한다. 특별한 것은 아니다. 급가속과 급감속, 급차선 변경 등을 하지 않는 기본적인 운전 수칙과 더불어 모터사이클을 한번 더 봐달라는 것뿐이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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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대만산 작성시간 16.11.12 좋은글 블로그에 공유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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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삼삼이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6.11.12 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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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대만산 작성시간 16.11.12 삼삼이 저기 원글 블로그 댓글 가보세요 가관이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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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프리보드(홍종원/용인) 작성시간 16.11.13 좋은 글과 자료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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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두영 (전국65실버족구회 리더) 작성시간 16.11.14 좋은글 감사합니다
세월이 세상이 바뀌어도 변치않는것은 이륜차 정책 만이 변화에 조짐이 안보이니 참 답답한 나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