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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행자유 외침☜

헌법소원을 낸지 1년이 되어갑니다.

작성자뭉치아빠|작성시간06.11.05|조회수646 목록 댓글 17
 

제가 이륜차에 대한 고속도로 통행규제에 대하여 헌법소원을 낸지도 1년이 다 되어갑니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고, 여기저기 카페에 올라오는 여러 가지 의견도 들었습니다.


대부분의 라이더들이 이륜차가 자동차관리법과 도로교통법으로 자동차로서 지위를 가지고 있으므로 자동차전용도로나 고속도로의 통행을 규제하는 것이 평등권 침해라는 부분을 공감하고 있었지만, 라이더들의 반응 중에서 아니다 싶은 부분이 있어서 몇 자 적어 보았습니다.


첫째, 현재의 이륜차 운행 실태나 여론의 동향을 보면 고속도로 통행이 시기상조라는 말을 하시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이륜차가 무질서하게 다니기 때문에 국민 여론이 나빠서 고속도로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입니다.


헌법재판소의 재판관들이 보수적 장년층이고, 이륜차를 타본 경험이 전혀 없을 것이라는 거지요. 그런 분들이 다수의 국민들이 반대하는 이륜차의 고속도로 통행을 허용하는 결정을 내려줄 리 없다는 비관적 예상입니다.


둘째, 일부 라이더들은 통행자유 자체에 대하여 부정적 반응을 보였습니다. 고속도로보다 국도가 달리기에 더 재미있다는 말도 하더군요. 호그 관계자 중에서 “어느 단체보다도 호그에 고속도로를 타본 경험이 있는 라이더들이 많이 있다. 그런데 고속도로를 탔던 분들이 고속도로 통행을 별로 좋게 평가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하시는 분도 있었습니다. 할리 타면서 빨리 달릴 것도 아닌데 고속도로는 위험하게 뭐 하러 들어가느냐 하는 것입니다.


위와 같은 말을 들을 때는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 꺼풀 벗겨보면 그렇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먼저 첫 번째 주장을 살펴보면 헌법재판관들이 자신의 취향이나 국민여론을 살펴서 위헌이나 합헌 결정을 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습니다. 만약 헌법재판관들이 여태까지 그런 식으로 결정을 내려왔다면 저는 헌법소원을 내지 않았을 것입니다. 일선 경찰서의 형사도 강도나 절도범을 체포하면, 피의자에게 책임성이 있는 지, 위법성 조각사유는 없는 지, 형법에서 정한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지를 가장 중요하게 살펴서 입건여부를 결정합니다. 아무리 미운 녀석이고 위법행위가 있다고 해도 책임성이나 위법성이 조각되는 사유가 있다면 입건 할 수 없습니다.


형사도 그러할진대 하물며 평생을 법조인으로 살아 온 헌법재판관들이 자신의 취향이나 여론에 의해서 합헌이나 위헌 결정을 할 리가 없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헌법재판관들은 법률이 헌법에서 정한 원칙을 위반하고 있는 지 여부를 가장 중요하게 살핍니다. “성이 다른 사람들끼리 결혼을 하면 됐지 동성동본끼리 뭐하러 결혼을 하느냐”라는 여론이 많았지만, 헌재에서는 동성동본 금혼규정이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고, 재판관들 대부분이 장년층 남자임에도 “종중재산에 대한 결정에 여성 종중원의 참여를 배제하는 것은 위헌이다”라는 결정을 내린 바 있습니다.


헌법이 모든 형태의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데, 여론에 떠밀려 같은 성씨를 가진 부부에 대해서만은 예외적으로 차별을 인정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었을까요? 헌법재판관들이 남자들이니까 여성 종중원에 대한 차별은 예외적으로 헌법정신에 합치된다는 결정을 내릴 수 있었겠습니까? 그럴 수는 없습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두고두고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됩니다. 헌법정신에 분명히 위반되는데도 자신의 취향이나 여론의 추이에 의해서 합헌 결정을 내릴 수 없는 것입니다.


두 번째 주장도 살펴보겠습니다. 도로교통법에 "자동차전용도로"라 함은 자동차만이 다닐 수 있도록 설치된 도로를 말한다고 되어 있고, "고속도로"라 함은 자동차의 고속교통에만 사용하기 위하여 지정된 도로를 말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즉, 자동차라면 차종을 불문하고 다닐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고속도로보다 일반국도를 선호하는 운전자도 있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고속도로를 이용할지, 전용도로를 이용할지, 국도를 이용할지, 지방도로를 이용할지, 골목길을 이용할지... 어떤 결정을 하든지 운전자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지 정부기관이나 입법부의 선택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50년대 말에 미국의 몽고메리라는 도시에서 한 흑인 여성이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좌석에 앉았던 이 흑인 여성은 너무도 피곤한 나머지 백인 남성이 앞에 서 있는데도 자리를 양보하지 않았습니다. 백인 승객은 운전사에게 “흑인이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다”라고 항의를 했고, 흑인 여성은 버스 운전사로부터 구타을 당한 다음에 경찰에 넘겨졌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그 도시에서 목회를 하던 마틴 루터 킹 목사는 흑인 민권운동을 하게 됩니다.


일부 흑인들이 “나는 버스에서 서서 가는 것을 더 좋아한다. 바깥 풍경도 더 잘 보이고 건강에도 더 이롭다”라고 말하면서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포기 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자리가 있을 때 서서 가든 앉아서 가든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지 누가 결정해 주는 것은 아니니까요. 흑인들은 버스 안타기 운동을 벌여서 결국 버스회사로부터 ‘백인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아도 된다’는 항복을 받아 냈습니다.


“고속도로보다 국도가 더 안전하고 라이딩 하는데 재미있다”라는 이상한 논리로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는 일부 라이더의 민권의식이 50년대 미국 흑인들의 그것에 미치지 못한다는 개탄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저는 헌법재판소에서 “이륜차의 고속도로 통행규제가 합헌이다”라는 결정이 나올까봐 염려하지는 않습니다. 합헌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이륜차에 대한 무지와 편견, 그리고 차별의식을 결정문에 담아서 발표해야 할 테니까요. 헌법재판소에서 합헌 결정을 내린다면 두고두고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시켰다는 비난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헌법재판관들이 이륜차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할 것이고, 어느 정도는 편견도 가지고 있을 터이니, 혹시 결정을 마냥 미루지 않을까 하는 염려는 하고 있습니다. 벌써 헌법소원을 낸지 1년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모든 이륜차 운전자들이 단결하여 권리회복에 대한 목소리를 높여야 할 것입니다. 권리 침해에 대한 항의가 높을수록 결정이 일찍 내려지지 않겠습니까?


11월 5일 여의도에서 이륜차 권리회복에 대한 행사가 있습니다. 바르게 타기에 대한 결의도 있을 것이고 위헌 결정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낼 것입니다. 많은 라이더들이 참여해서 우리에게 침해된 권리가 있으며, 더 이상 침해된 권리를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보여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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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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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Blue angel | 작성시간 06.11.01 저두 참여는 못하지만 새벽이건 밤늦은 시간이건 혼자서 꿋꿋하게 신호 지키며 바르게 타는 라이더로서 이미지 개선작업에 동참합니다 뭉치아빠님 화이팅 입니다
  • 작성자keyman | 작성시간 06.11.02 뭉치아빠님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꼭 참석하겠습니다..
  • 작성자올드보이 | 작성시간 06.11.09 우리나라엔 무슨 법이 엄청나게도 많더라구요. 하지만 정작 필요한 법은 찾기조차 엄청나고, 코에 걸면 귀에 걸면 걸리기 정말 쉬운것들도 참 많더라구요.. www.klaw.go.kr에 가보심 난리도 아닙니다만, 왜 바이크가 애매하게 묶인 법이 있냐는 것입니다. ㅠ.ㅠ'
  • 작성자조정기 | 작성시간 06.11.09 수고 하셨습니다
  • 작성자파랑 | 작성시간 07.01.03 헌법소원이 있고나서 얼마만에 판결을 내야 하는지 궁금해서 찾아봤더니 180일이 기한이더군요 아직도 헌법재판소장 및 헌법재판관은 공석인데...언제쯤 처리해줄지 궁금하네요 이번에 새로 후보자로 이강국씨 지명됐는데 이번에는 딴나당에서 딴지나 안걸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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