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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왕비의 품격

작성자박미정|작성시간26.06.06|조회수13 목록 댓글 0

왕비의 품격

화려한 붉은 비단 위에 황금빛 수가 놓여 있다. 머리에는 왕관이 얹혀 있고, 계단은 눈부신 빛으로 반짝인다. 사람들은 흔히 왕비를 보면 화려함을 먼저 떠올린다. 값비싼 보석과 권력, 수많은 사람들의 존경과 부러움을 생각한다. 그러나 진정한 왕비의 품격은 왕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 비롯된다.

왕관은 머리 위에 올려질 수 있지만 품격은 가슴속에서 자라난다. 아무리 화려한 장신구를 걸쳐도 마음이 비어 있다면 그 사람은 왕비가 될 수 없다. 반대로 소박한 옷차림이라도 깊은 배려와 넉넉한 마음을 가진 사람은 이미 품격 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역사를 돌아보면 위대한 왕비들은 권력을 휘두른 사람들이 아니었다. 오히려 백성의 눈물을 닦아 주고 나라의 아픔을 품었던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높은 자리에 있었지만 낮은 곳을 바라보았고, 자신보다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을 잃지 않았다. 그래서 세월이 흘러도 사람들은 그들의 이름을 기억한다.

품격은 자신을 다스리는 힘이다. 화가 날 때 참을 수 있는 마음, 욕심이 생길 때 내려놓을 수 있는 용기, 남의 잘못보다 자신의 부족함을 먼저 돌아보는 겸손함이 품격의 뿌리가 된다. 진정한 귀함은 소유의 크기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깊이에서 결정된다.

왕비가 앉는 자리는 높다. 그러나 높은 곳에 선 사람일수록 더 많은 책임을 안고 살아간다. 나무가 높이 자랄수록 바람을 더 많이 맞듯이 사람도 높은 위치에 있을수록 더 큰 시련과 마주한다. 그 시련을 품위 있게 견디는 모습이야말로 진정한 품격이다.

삶의 궁전은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어떤 이는 작은 가게를 지키며 살아가고, 어떤 이는 가정을 돌보며 살아간다. 또 어떤 이는 직장에서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한다. 그곳이 비록 왕궁이 아닐지라도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은 모두 삶의 왕과 왕비다.

품격은 말에서도 드러난다. 따뜻한 한마디는 사람의 마음을 살리고, 거친 한마디는 관계를 무너뜨린다. 그래서 품격 있는 사람은 말을 아낀다. 침묵해야 할 때를 알고, 위로해야 할 때를 안다. 그의 말은 화려하지 않아도 오래도록 사람들의 마음에 남는다.

또한 품격은 시간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드러난다. 젊음은 누구에게나 주어지지만 늙어감은 준비하는 사람만이 아름답게 맞이할 수 있다. 세월을 원망하지 않고 삶의 흔적을 품으며 살아가는 사람에게서는 깊은 향기가 난다. 그것은 어떤 향수보다 오래 남는 인생의 향기다.

연못의 수련이 진흙 속에서 피어나듯 사람의 품격도 시련 속에서 자란다. 상처 없는 사람이 아니라 상처를 아름답게 품은 사람이 더 깊은 빛을 낸다. 눈물을 흘려 본 사람은 타인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고, 외로움을 겪어 본 사람은 따뜻한 위로를 건넬 수 있다.

왕비의 품격은 결국 사랑의 품격이다. 자신만을 위한 삶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품을 수 있는 넓은 마음에서 비롯된다. 사랑은 사람을 아름답게 만들고, 배려는 사람을 귀하게 만든다. 그래서 품격은 권력이 아니라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이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남는 것은 왕관도 보석도 아니다. 누군가에게 건넨 따뜻한 말 한마디, 힘들 때 내밀어 준 손길, 함께 웃고 울었던 기억들만이 오래도록 남는다. 그것이야말로 인간이 남길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유산이다.

빛나는 계단 위에 서 있는 왕비의 모습은 우리에게 조용히 말한다. 진정한 품격은 높아지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깊어지는 데 있다고. 화려함은 세월과 함께 사라지지만 품격은 나이가 들수록 더욱 빛난다고. 그리고 인생이라는 궁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왕관은 결국 선한 마음과 따뜻한 사랑이라는 사실을.

그래서 오늘도 우리는 각자의 삶 속에서 작은 왕관 하나를 쓰고 살아간다. 그것은 금과 보석으로 만든 왕관이 아니라 이해와 배려, 겸손과 사랑으로 엮어진 보이지 않는 왕관이다. 그 왕관을 쓴 사람은 어디에 있든 이미 왕비의 품격을 지닌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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