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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나의 문학 이야기

작성자박미정|작성시간26.06.06|조회수20 목록 댓글 0

나의 문학 이야기

바다는 늘 나를 글 앞으로 데려다 놓는다.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속 깊은 곳에 숨어 있던 문장들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어느 날은 추억이 되고, 어느 날은 그리움이 되며, 또 어느 날은 살아온 삶에 대한 작은 성찰이 되어 종이 위에 내려앉는다.

이번 크루즈 문학기행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었다. 그것은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한 배에 올라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특별한 항해였다. 푸른 바다를 품은 코스타세레나호 위에서 우리는 작가이기 전에 한 사람의 여행자였고, 여행자이기 전에 삶을 기록하는 사람들이었다.

문학은 거창한 곳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어린 시절 마당 끝에 피어 있던 봉숭아꽃 한 송이에서 시작되기도 하고, 저녁 무렵 굴뚝에서 피어오르던 연기 한 줄기에서 시작되기도 한다. 어머니의 손길, 아버지의 땀방울, 골목길의 풍경, 시장의 소음, 계절의 냄새가 어느새 문장이 되고 이야기가 된다.

나는 오랫동안 자연을 바라보며 글을 써 왔다. 꽃이 피는 이유를 생각했고, 바람이 지나가는 소리를 들으며 인생을 배웠다. 나무 한 그루가 계절을 견디는 모습에서 삶의 인내를 발견했고, 지는 꽃잎에서 아름다운 이별을 배웠다. 그래서 내 문학은 특별한 상상력보다 평범한 일상에서 태어난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

선상 세미나가 열리는 날,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누군가는 시를 읽고, 누군가는 수필을 이야기하며, 또 누군가는 평생 품어 온 꿈을 들려주었다.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었지만 문학이라는 언어 하나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문득 생각했다. 문학은 경쟁이 아니라 공감의 예술이라는 것을. 더 잘 쓰기 위한 싸움이 아니라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라는 것을. 좋은 문장은 사람을 감동시키지만 진심 어린 문학은 사람을 위로한다는 것을.

내가 문학을 사랑하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글은 아픈 마음을 어루만지고 외로운 사람에게 손을 내민다. 때로는 잊고 지냈던 추억을 다시 불러내고, 때로는 상처 입은 마음을 조용히 감싸 준다. 문학은 세상을 바꾸지 못할지 몰라도 한 사람의 마음은 바꿀 수 있다.

바다 위에서 맞이한 아침도 아름다웠다. 수평선 위로 붉은 태양이 떠오르는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또 하나의 문장을 마음속에 적었다. 삶은 끝없이 항해하는 배와 같다고. 바람이 불고 파도가 일어도 우리는 저마다의 목적지를 향해 나아간다고.

문학도 마찬가지다. 완성이라는 항구는 없다. 한 편의 글을 쓰고 나면 또 다른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다. 한 권의 책을 마치면 새로운 질문이 찾아온다. 그래서 작가는 늘 길 위에 있는 사람이다. 끝없이 묻고, 끝없이 바라보고, 끝없이 기록하는 사람이다.

이번 문학기행에서 만난 동행들은 모두 아름다운 항해자들이었다. 인생의 황혼기에 들어섰지만 여전히 배우고 쓰고 꿈꾸고 있었다. 그 모습은 내게 큰 감동이 되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며 꿈에는 정년이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 주었다.

돌아보면 내 문학은 화려하지 않았다. 들꽃을 바라보며 쓴 수필이 있었고,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적은 문장이 있었으며, 여행길에서 만난 작은 풍경들을 기록한 글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 모든 글에는 삶을 사랑하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

문학은 결국 사랑의 다른 이름인지도 모른다. 사람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고, 지나가는 시간을 사랑하는 마음이 글이 되어 흐르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문학 앞에 선다. 더 좋은 작가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따뜻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푸른 바다 위를 항해하던 크루즈는 언젠가 항구에 닿지만 문학의 항해는 끝나지 않는다. 앞으로도 나는 꽃이 피는 길을 걸으며 글을 쓰고, 바람이 지나가는 풍경 속에서 이야기를 찾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을 한 편 한 편 모아 나만의 정원을 가꾸어 갈 것이다.

그것이 바로 나의 문학 이야기다. 세상을 향해 크게 외치는 문학이 아니라 삶을 조용히 끌어안는 문학. 화려한 수사가 아니라 진심을 담은 문장. 그리고 사람과 자연, 추억과 사랑을 기록하며 오늘도 천천히 항해를 이어 가는 한 사람의 작은 문학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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