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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가면 속의 나

작성자박미정|작성시간26.06.09|조회수20 목록 댓글 0

가면 속의 나

사람은 누구나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살아간다. 하나는 세상이 바라보는 얼굴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만이 알고 있는 얼굴이다. 우리는 매일 사람들을 만나며 웃음을 건네고 안부를 묻지만, 그 웃음 뒤에는 누구도 알지 못하는 생각과 상처가 숨어 있다. 누군가는 강해 보이지만 사실은 깊은 외로움을 견디고 있고, 누군가는 늘 행복해 보이지만 가슴속에는 오래된 눈물 한 방울을 품고 살아간다.

그림 속 인물은 참으로 묘한 모습이다. 앞에서 보면 미소를 짓고 있지만 옆으로는 또 다른 얼굴이 드러난다. 하나의 얼굴 안에 두 개의 자아가 공존하는 듯하다. 마치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본 화가가 붓끝으로 철학을 그려 놓은 것만 같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가면을 쓴다. 직장에서는 성실한 사람의 가면을 쓰고, 친구들 앞에서는 유쾌한 사람의 가면을 쓰며, 가족들 앞에서는 든든한 사람의 가면을 쓴다. 때로는 자신조차 속이며 괜찮은 척하는 가면을 쓰기도 한다. 그렇게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 얼굴을 바꾸며 살아간다.

가면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가면은 상처받은 마음을 보호해 주고, 사회 속에서 서로 부딪치지 않게 하는 완충장치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문제는 가면을 너무 오래 쓰는 데 있다. 오랫동안 가면을 쓰고 살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의 진짜 얼굴이 무엇인지조차 잊어버리게 된다.

심리학자 칼 융은 인간의 사회적 얼굴을 페르소나라고 불렀다. 페르소나는 원래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쓰던 가면을 의미한다. 사람은 세상과 관계를 맺기 위해 저마다의 페르소나를 만들지만, 그것을 자신의 전부라고 믿는 순간 진짜 자아는 점점 깊은 그림자 속으로 숨어 버린다.

그림 속 붉은 얼굴은 어쩌면 세상이 만들어 낸 나일지도 모른다. 인정받아야 하고, 성공해야 하며, 강해야 하고,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는 사회의 기대가 만들어 낸 얼굴이다. 반면 노란 얼굴은 진짜 나일지도 모른다. 실수도 하고, 때로는 두려워하며, 누군가의 위로를 기다리는 평범한 인간의 얼굴 말이다.

우리는 종종 붉은 얼굴만 보여 주려 한다. 그러나 삶의 행복은 완벽한 얼굴을 만드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얼굴들을 화해시키는 데 있다. 강한 나도 나이고 약한 나도 나이며, 웃는 나도 나이고 눈물 흘리는 나도 나다. 그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사람은 비로소 자유로워진다.

자연을 바라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꽃은 꽃으로 피고, 나무는 나무로 자란다. 강물은 강물답게 흐르고, 바람은 바람답게 분다. 자연은 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가 되려고 애쓰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만은 끊임없이 다른 사람이 되려 한다. 남보다 더 뛰어나야 한다는 욕망과 인정받고 싶다는 갈망이 우리를 쉼 없이 몰아간다.

그래서 사람은 때때로 지친다. 자신의 본모습보다 타인의 시선을 더 의식하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월이 흐를수록 사람은 조금씩 깨닫게 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가면이 아니라 얼굴이라는 사실을. 꾸밈없는 미소 하나가 화려한 연기보다 아름답고, 진심 어린 한마디가 완벽한 말보다 더 깊은 울림을 준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림 속 인물은 손가락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키고 있다. 마치 우리에게 조용히 질문하는 듯하다.

“당신은 지금 어느 얼굴로 살고 있습니까?”

그 물음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춘다. 세상이 원하는 얼굴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얼굴은 무엇인지, 남이 만들어 준 삶이 아니라 내가 진정 꿈꾸는 삶은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철학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자신을 바라보는 용기에서 시작된다. 가면을 벗고 자신의 얼굴을 마주하는 순간, 사람은 비로소 진짜 자신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 만남은 세상 어떤 성공보다도 값진 깨달음이 된다.

어쩌면 행복이란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부족한 모습까지도 품어 안고, 상처마저도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늘도 그림 속 인물은 조용히 웃고 있다. 붉은 얼굴과 노란 얼굴이 하나의 얼굴 안에서 공존하듯, 인간 역시 빛과 그림자를 함께 품고 살아가는 존재임을 말해 주면서.

그리고 삶의 가장 깊은 지혜는 결국 이 한 문장으로 귀결된다.

“가면을 벗을 때 비로소 진짜 내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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