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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멍 때리는 쉼

작성자박미정|작성시간26.06.16|조회수12 목록 댓글 0

멍 때리는 쉼

숲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바람도 설명하지 않고, 나무도 이유를 묻지 않는다. 그저 제 자리에 서서 햇살을 받아들이고, 잎사귀를 흔들며 시간을 흘려보낼 뿐이다. 사람만이 늘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바쁘게 움직여야 가치가 있고, 성과를 내야 하루가 의미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가끔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가장 필요한 순간이 있다.

초록이 짙게 내려앉은 숲속 캠핑장 한가운데 작은 화로가 놓여 있다. 석쇠 위에서는 생선이 천천히 익어가고, 하얀 연기는 나무 사이로 느릿하게 흘러오른다. 타닥타닥 숯불이 내는 소리는 음악처럼 들리고, 익어가는 냄새는 사람들의 마음을 식탁으로 불러 모은다.

누군가는 소금을 살짝 뿌리고, 누군가는 집게를 들고 생선을 뒤집는다. 그러나 그 움직임조차 분주하지 않다. 급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오늘은 시간에 쫓기는 날이 아니라 시간을 쉬게 하는 날이다.

연기가 오르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본다. 아무 의미도 없는 것 같은 그 장면이 이상하게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생각은 잠시 멈추고, 눈은 불꽃과 연기를 따라간다. 어쩌면 멍을 때린다는 것은 생각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생각을 쉬게 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숲속의 공기는 도시와 다르다. 자동차 소리 대신 새소리가 들리고, 알림음 대신 바람 소리가 귓가를 스친다. 초록빛 잎들이 햇살을 걸러 내며 만들어내는 그늘 아래 앉아 있으면 마음속에 쌓여 있던 먼지들이 조금씩 가라앉는다.

식탁 위에는 옥수수와 채소가 놓여 있고, 프라이팬 안에서는 붉은 토마토와 버섯이 익어간다. 특별한 요리가 아니다. 하지만 자연 속에서 먹는 한 끼는 언제나 특별하다. 음식의 맛보다 함께 나누는 시간이 더 깊은 향기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잠시 후 길가에서 만난 할머니의 환한 손짓이 떠오른다. 햇살 아래에서 춤추듯 손을 흔들던 모습은 마치 세월이 잠시 어린아이로 돌아간 것 같았다. 나이가 들면 몸은 느려지지만 마음까지 늙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그 모습이 보여 주고 있었다.

인생은 어쩌면 그렇게 살아야 하는지도 모른다. 앞만 보고 달리는 것이 아니라 가끔은 멈추어 서서 바람이 지나가는 소리를 듣고, 연기가 하늘로 오르는 모습을 바라보며, 이유 없이 웃을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 말이다.

숲은 오늘도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침묵 속에서 우리는 가장 소중한 것을 배운다. 쉬는 법이다. 비우는 법이다.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결코 낭비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멍 때리는 쉼은 게으름이 아니다. 쉼표 없는 문장이 오래 이어질 수 없듯이, 쉼 없는 인생도 오래 아름다울 수 없다. 잠시 멈추어 숲을 바라보고, 연기를 바라보고, 사람들의 웃음을 바라보는 시간. 그 느린 순간들이 삶을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된다.

오늘도 연기는 하늘로 천천히 올라간다. 숲은 묵묵히 그 모습을 품어 주고, 사람들은 말없이 그 풍경을 바라본다. 그렇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시간이 흐른다. 그러나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순간은 바로 그런 시간들인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하지 않지만 마음만은 가장 깊이 쉬고 있는 시간, 그 조용한 행복 속에서 삶은 다시 숨을 고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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