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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숲 속에서 찾은 너

작성자박미정|작성시간26.06.21|조회수13 목록 댓글 0

숲 속에서 찾은 너

숲은 늘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 사람의 눈에 쉽게 보이지 않는 것들, 바람만이 알고 있는 이야기들, 그리고 오래도록 기다려야 만날 수 있는 작은 생명들을 품고 있다. 그래서 숲길을 걷는 일은 언제나 보물찾기와 닮아 있다.

그날도 그랬다. 계곡을 따라 난 오솔길을 천천히 걷고 있었다. 초여름 숲은 짙은 녹음으로 가득했고, 나뭇잎들은 햇살을 머금은 채 반짝이고 있었다. 발아래에는 이름 모를 풀들이 자라고 있었고, 바람은 나뭇가지 사이를 지나며 초록 향기를 실어 나르고 있었다.

문득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붉은 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떨어진 꽃잎인 줄 알았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가 보니 풀숲 사이에서 작고 동그란 열매 하나가 수줍게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숲딸기였다. 아니, 어쩌면 산딸기였을지도 모른다. 손톱만 한 크기의 작은 열매가 초록 세상 한가운데서 불씨처럼 붉게 빛나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한참을 쪼그리고 앉아 바라보았다. 주변은 온통 초록이었다. 풀도 초록, 줄기도 초록, 나무도 초록이었다. 그런데 그 속에서 작은 붉은 열매 하나가 세상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마치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자신만의 빛을 잃지 않는 한 사람처럼 말이다.

살아가다 보면 우리는 종종 자신을 잃어버린다. 남들과 비슷해지기 위해 애쓰고, 세상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자신을 숨긴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초록 숲 속의 풀잎처럼 서로를 구별하기 어려워진다. 그러나 숲딸기는 달랐다. 작지만 분명한 색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있었다.

작다고 존재감까지 작은 것은 아니었다. 숲은 거대한 나무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름 없는 들꽃 하나, 작은 열매 하나, 개미 한 마리도 숲의 일부가 된다. 오히려 그런 작은 생명들이 모여 숲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생각해 보면 사람도 그렇다.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늘 큰 사람들만이 아니다. 누군가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말 한마디, 지친 이를 향한 미소 하나, 조용히 베푸는 친절 하나가 세상을 조금씩 바꾸어 간다. 숲딸기처럼 작지만 소중한 존재들 덕분에 세상은 더 아름다워진다. 붉은 열매 위에는 빗방울 자국이 남아 있었다. 아마도 새벽비가 지나간 모양이었다. 비를 맞고도 떨어지지 않은 채 더 붉게 익어 있는 모습이 왠지 마음을 울렸다.

삶도 그런 것이 아닐까. 비바람을 맞지 않고 익는 열매는 없다. 아픔 없는 성장도 없다. 상처가 우리를 단단하게 만들고, 기다림이 우리를 성숙하게 만든다. 숲딸기가 초록 잎 아래에서 오랜 시간을 견디며 붉게 익어 가듯 사람도 자신의 시간을 지나며 깊어지는 것이다.

나는 한참 동안 그 열매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숲은 늘 큰 풍경만 보여 주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발아래 작은 생명 하나로도 충분한 감동을 준다. 높고 웅장한 나무보다, 이름난 꽃보다, 우연히 만난 작은 열매 하나가 더 오래 기억에 남는 날도 있다.

돌아오는 길에도 붉은 열매가 자꾸 떠올랐다. 아마도 내가 찾은 것은 열매가 아니라 잊고 있던 마음이었는지 모른다. 작아도 괜찮다는 마음, 남들과 다르더라도 자신만의 색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마음,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묵묵히 익어 가야 한다는 삶의 진실 말이다.

숲속에서 너를 찾았다. 작고 붉은 열매 하나였지만, 그 안에는 여름 숲이 품고 있는 지혜와 생명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래서 그날의 숲은 유난히 아름다웠고, 그 작은 만남은 오래도록 마음속에서 붉게 익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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