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 편에 달하는 슈만의 가곡중 최고의 걸작당대 최고의 피아노 교사였던 프리드리히 비크(Friedrich Wiek)의 문하에서 공부하고 있던 슈만은 스승의 딸인 클라라 비크(Clara Wiek)와 열렬한 사랑에 빠지게 된다. 전도가 유망한 피아니스트로 미래가 보장되어있던 클라라에 비해 무명의 작곡가 지망생이었던 슈만은 스승 비크의 엄청난 반대에 부딪히게 되고 이후 끝없는 법정 공방이 시작되게 된다. 소송이 시작된 지 2년 후인 1840년에야 비로소 비크는 두 사람의 관계를 공식적으로 허락하게 된다. 이렇듯 극적인 삶을 살았던 슈만의 생애에서 1840년만큼은 가장 행복한 시기로 기록되며 이 시기에 그의 주옥같은 음악적 유산들이 집중적으로 탄생하게 된다. (가장 주요한 작품이 쏟아져 나왔던 이 시기를 ‘노래의 해(Liederjahr)’라고 부르기도 한다.) 250여 편에 달하는 수많은 가곡들 중에서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시인의 사랑](Dichterliebe Op.48)이 탄생한 것도 바로 이 시기였다. 슈만은 이 작품에서 하이네의 [노래의 책] 중 ‘서정적 간주곡’ 부분에 음악을 붙여 작품을 완성한다. ‘서정적 간주곡’에는 하이네의 사촌 동생이었던 아말리에와의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에 대한 고통이 고스란히 투영되어있다. 순탄치 못한 사랑을 했던 슈만이 이 주옥같은 시어에 공감하지 못했을 리 없다. 작품 내에서 이원화된 자아를 투영하거나, 텍스트를 통해 자아를 투영하는 수법을 즐겨 썼던 슈만은 이 [시인의 사랑]에서 극적인 요소보다는 꿈결 같은 선율로 낭만성과 비극성을 극대화 시킨다. 특히 이 작품은 슈베르트의 연가곡처럼 내용적인 연계성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완결된 이야기를 지니고 있는데, 제1곡~6곡은 사랑의 시작을 제7곡~14곡은 실연의 아픔에 대해서 15곡과 16곡은 지나간 청춘에 대한 허망함과 잃어버린 사랑의 고통을 노래하고 있다. 특히 전 곡에 유기적인 연결성을 부여하기 위해 못갖춘마디를 사용하는 등 기존의 형식을 파괴하는 파격적인 경향도 드러난다. 사랑의 시작과 실연의 아픔, 지나간 청춘의 허망함에 대한 노래제 1곡 아름다운 5월에 (Im wunderschoenen Monat Mai) 꿈꾸는 듯한 펼침 화음으로 시작되는 서정적인 멜로디와 함께 사랑의 설레는 심정을 아름답게 표현해 냈다. ‘아름다운 5월에 꽃봉오리들이 모두 피어났을 때 나의 마음속에도 사랑의 꽃이 피어났네 ……’
제 3곡 장미, 백합, 비둘기, 태양 (Die Rose, die Lilie, die Taube, die Sonne) 제 4곡 그대의 눈동자를 바라보노라면 (Wenn ich in deine Augen seh')
백합의 노래를 상징하는 서정적인 선율이 아르페지오의 반주부와 함께 꿈결처럼 흐른다. ‘나의 마음을 깊숙히 적시리 백합의 받침대 속으로 그러면 백합은 사랑하는 사람의 노래를 울려 주면서 꽃 피어 향기 떨치리. ……’ 제 6곡 거룩한 라인 강에 (Im Rhein, im heiligen Strome) 전반적으로 서정적인 선율을 들려주는 이 작품에서 가장 극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다. 배신의 슬픔은 폭발적으로 등장하는 고음에서 잘 드러난다. ‘나는 울지 않으리, 이 가슴이 부풀어 터지더라도 영원히 잃어 버린 사랑이여, 나는 울지 않으리 그대가 다이아몬드의 빛으로 꾸밀지라도 그대의 심중의 어둠을 비쳐 줄 빛은 없으리. ……’
분노가 폭발하는 7곡과는 대조적으로 시인의 슬픔이 묻어난다. 반주부의 하강음형은 지속적으로 펼쳐지며 9곡의 분노를 암시하는 종지부의 격렬한 반주도 인상적이다. ‘나의 마음이 얼마나 깊은 상처를 입고 있는지를 만일 예쁜 꽃이 안다면 이 마음의 깊은 상처를 낫게 해 주려고 나와 함께 울어 줄 터인데. ……’ 제 9곡 저것은 플루트와 바이올린 (Das ist ein Floeten und Geigen)
민요풍의 선율이 옛 노래를 회상하는 시인의 심상을 드러낸다. 느리게 전개되는 악상에서 슬픔은 더욱 고조된다. ‘옛날 저 사람이 노래 부르던 저 노래가 들려오면 달랠 길 없는 번뇌로 인하여 가슴이 메어 터질 것만 같다. ……’ 제 11곡 한 총각이 한 처녀를 사랑했으나 (Ein Jungling liebt ein Madchen) 제 12곡 맑게 갠 여름 아침에 (Am leuchtenden Sommermorgen)
시인은 꿈속에서 울다가 돌연 잠이 깨고 만다. 아무도 없는 어두운 방에서 시인은 창백한 독백을 읊조리는데 반주가 없는 모놀로그는 가사의 의미를 더욱 극대화시킨다. ‘나는 꿈속에서 울고 있었네 그대가 무덤 속에 있는 꿈을 꾼 때문이네 잠을 깨었어도 계속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네. ……’ 제 14곡 밤마다 꿈속에서 (Allnaechtlich im Traume seh' ich dich) 제 15곡 옛 이야기의 나라에서 (Aus alten Maerchen winkt es) 활발하게 이어지는 조바꿈과 ach!로 이어지는 외마디 함성은 그간의 고통을 완전히 승화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7곡과 같은 드라마틱한 감성이 인상적이다. ‘옛 이야기의 나라에서 하얀 손이 손짓하여 부르고 마법의 나라에서는 노랫소리와 악기의 소리가 들려온다. ……’ 제 16곡 옛날의 불길한 노래 (Die alten, boesen Lied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