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의 지우개
누군가를 미워하기 전에
나 자신이 먼저 미워질 때가 있다
웃자란 미움을 쓱쓱 지우는
용서의 지우개를 잡으면
바람은 한쪽 편만 들지 않고
햇살은 세상을
고루고루 비출 테고
단비는 나만 비켜 갈리 만무하다
한 생을 바람결에 휘둘리다
갈기갈기 찢겨야
아름다울 수 있던 흰 갈대를 보라
지워도 지워지지 않고
밀어내도 밀리지 않은
그 센 바람결에 차라리
너울너울 춤을 추고 있더라
애써 지우려 하지 마라
애써 밀어내려 하지 마라
내가 용서하지 않았으나
무덤덤하던 저 세월이
어느새 모두 용서를 하였더라
세월이 용서의 지우개 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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