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대충 살까
나는 가끔 열심히 뛰는 게
두려울 때가 있다
땀 흘린 것만큼 결실이 맺어지지 않으면
무너지는 마음을 어떻게 감당해야 하나
차라리 대충 살까 생각할 때도 있다
나는 가끔 미친 듯 달려가는 게
무서울 때가 있다
뼈 빠지게 앞만 보고 달렸는데
절벽이 발 앞에 놓이면 어쩌나 불안하여
차라리 속도를 죽여 버릴까 고민할 때가 있다
뜨겁게 뛰다가 내 마음을 불에 다 태울까 봐
삶의 열정을 냉정하게 밀어내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가 있다
꿈도 없이 그냥 대충 살면
큰 희망을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절망과 좌절의 골짜기에 무릎 꿇고 앉아
최소한 죽을 듯이 울부짖지 않아도 되는 것을,
나는 가끔, “차라리 대충 살까”하고
밤하늘의 별에게 고민을 털어놓을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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