놋때 사라비아

작성자최영두|작성시간05.09.05|조회수11 목록 댓글 0

오늘 울 엄니가 항상 말씀하시던 놋때 생각이 간절하다. 사람들은 높은 양반을 물때라고 불렀지만 엄니는 항시 놋때라고 불렀다. 엄니의 구강구조가 이상한 것은 아니다. 어머니는 단지 초등학교 문턱을 간신히 돌아온 처지여서 그런 것들을 말하는 것들이 별 의미가 없다는 것도 잘 알고 계신다. 하지만 어머니는 내게 한글을 가르칠 정도의 총기는 가지고 계셨다. 내가 수건을 차고 일제 때 지었다던 그 수문 다리를 건너다니면 동동동대문을 외우기 전에도 어머니는 내게 침을 발라 꾹꾹 네모칸 안에 한글을 써 넣는 법을 먼저 가르치셨다. 그런 엄니의 놋때. 그건 롯데의 다른 이름이었다.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따왔다는 사랑하는 연인의 대명사 샤롯데에서 비롯되었다는 롯데, 그 롯데를 어머니는 로때라고 불렀는데 나는 그런 어머니의 발성법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았다. 어머니에게 영어는 헬로가 전부였지만 그 로때, 듣기에 따라서는 놋대야를 줄인 놋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놋그릇에 끼인 때 같은 느낌도 들고 기와장 가루를 지푸라기에 문질러 비누를 칠해 벗겨내던 그 놋그릇의 때처럼 느껴진 건 왜 일까. 여하튼 그 뉘앙스를 잊지 못하고 있던 내게 세일즈 교육을 잘 받았다고 롯데 백화점 상품권 10,000원짜리 두 장을 받았다. 글쎄, 잘 포장된 금종이 안에 들어 있는 그 상품권 두장을 받긴 받았는데 별다르게 뭘 받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글쎄 저걸로 그 화려한 백화점에 가서 무얼 사지. 나는 가방을 싸들고 나오기가 바빠서 그저 책상 어디엔가 놓아두었는지도 모른 채 거리로 나왔는데 문득 집에 돌아오자 그 백화점 상품권 생각이 났다. 어쪄면 그건 백화점을 이용하게 만들려는 상술인지도 모르지만 나는 자꾸만 어머니가 말한 그 놋때 생각이 났다. 어머니는 대통령이었던 사람의 이름도 놋때라고 불렀다. 그리고 동네에서 중동으로 돈 벌러 간 쌀집 아저씨가 간 나라도, 싸라비아 아라비아라고 나라 이름을 바꿔버렸다. 세월이 지나고 나는 다시금 그 어머니의 별난 호칭들이 그리워진다. 가져오지도 않은 만원짜리 백화점 상품권 두장을 기억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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