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방

작성자최영두|작성시간05.12.10|조회수40 목록 댓글 0

"선생님 어떻게 공부하는데 방귀를 뀌어요?"

아이는 요구르트 바닥을 물어뜯으면서 물었다.

"왜 그래, 선생님도 방귀를 뀔 수 있지."

할머니가 일곱살 아이를 나무랐다.

"그래도 어떻게 선생님이 방귀를 세번이나 뀌냐고요?"

"시끄러워, 공부나 해."

할머니가 괜히 선생님이 부끄러워질 것 같아 아이의 입막음을 했다.

 

후유는 그것이 이틀 전에 먹은 막걸리의 후유증이라고 생각했다. 아마도 속에서 모락모락 흰 연기가 피어나는 것처럼 뱃속을 따라 그 희멀건 국물이 꿈틀거리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얼마전 롯데껌에서 나온 그 메이플 스토리를 훔쳐오려고 했던 집이었다. 아이는 공부를 하다 말고 냉장고를 뒤지기가 일수였는데, 항시 공부하는 책상에 먹을 걸 올려놓고 공부를 했다. 그런데 이날 따라 왜 그렇게 속이 뒤틀리는지 자신도 모르게 뱃속에서  지진이 나 세 번이나 소리없이 할머니가 자리를 비운 방 안을 향해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아 그런데 아직 어린 녀석이 어떻게 귀신같이 그 냄새를 맡았는지, 할머니 앞에서 나발을 불어버린 것이었다. 그래도 제 허물을 덮어주고 다독여 준 게 누군데, 이 녀석이 그런 배신을 때리다니, 요 녀석 맹랑하구나. 요놈. 그러면서 녀석의 눈을 들여다 봤는데 눈 속에 장난기가 가득하다. 공부를 하다 후유가 녀석에게 겁을 주려고 짝 째진 눈빛으로 강렬한 눈빛을 보내면 녀석은 하나도 겁을 먹지 않고 오히려 눈을 두집어 까고 흰 창으로 후유를 쏘아보는 반응을 보였다. 후유 자신의 아들 같으면 그저 군밤이라도 한 대 주련만 요 녀석은 엄연한 보호자가 멀지 않은 곳에서 헛기침 소리를 내면서 자리하고 있으니 뭐라고 해 줄 수도 없어 괜히 눈빛으로 엄포만 놓는데 요녀석이 아예 흰 창을 보이면서 외면을 하니, 이를 어쩔꺼나.

 

  그런데 요 녀석 그저 공부만 시작했다면 똥을 싸러가는 게 일이었다. 그것도 모자라 똥간에서 아예 나오질 않으니 후유로서는 애가 탄다. 다음 수업을 향해 가려면 시간이 빠듯한데 요 녀석 빤히 후유의 속을 아는 것처럼 그저 낄낄거리면서 터줏대감처럼 똥간을 지키고 앉아 있었다. 조금 후에 할머니가 나와 녀석을 향해 야단을 쳤다.

  "요 녀석 빨리 나와 선생님 바쁘시잖아. 다른 친구들한테도 가봐야 하는데  뭐하고 있어?"

  "그래도 똥은 싸고 가야지. 아직 안 나왔단 말야."

  "빨리 싸고 나와. 그래 뭐라든 똥은 미리미리 싸두라고 했잖아."

  "할머니도 그게 내 맘대로 돼?."

  후유는 조급하면서도 할머니의 야단을 맞고 있는 아이를 보면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그렇게 먹어대니 시도때도 없이 뱃속이 꿈틀대지. 바나나, 또 쿠키, 거기에 배즙까지. 그런데 재수가 좋은 날은 그저 소변만 보고 오는데 꼭 오늘은 큰 것이 걸렸구나. 후유는 자신의 속이나 그 어린 것의 속이 별반 다를 것이 없이 평안을 찾으려고 몸부림친다는 생각을 했다.

 

  그날도 후유는 그저 일찍 수없이 끝났다는 이유만으로 시장골목을 그저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갑자기 날씨가 차가워진 날이어서 그런지 더 술이 마시고 싶어졌다. 술 한 잔에 체온을 높이려는 것이었을까, 그는 술 한 잔을 마시기 위해 허름한 골목식당으로 들어갔다. 그저 모듬 순대에 장수 막걸리 두 병이면 족했다. 따끈따끈하게 덥혀진 순대의 말랑말랑한 졸깃함에 막걸리 한 사발을 마신 후에 저르르 넘어가는 맛을 음미하면서 그저 평소에 바빠서 전화도 못했던 사람들에게 일 순배 한 잔씩 전화 안부를 돌리는 것이 그저 답답한 일상에 숨통을 트는 경건한 의식처럼 여겨졌다.그건 낯선 곳으로 유배를 온 사람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숨통트기였다. 그날도 그렇게 시작한 술자리였고, 이곳저곳 안 걸곳 걸 곳 전화를 걸어댔다. 후유는 술만 먹으면 여기저기 전화를 거는 악습이 있었다. 본인도 그걸 알지만 고칠 수가 없었다. 술을 끊기 전까지는 그 습성 또한 유전자처럼 그 몸 속에 숨어 있다 튀쳐나오곤 했다. 그렇게 전화를 걸다 보면 그저 전화번호가 바뀌어 연락이 끊어지는 사람도 있고, 뿐만 아니라 자연스레 멀어지는 사람을 확인한다. 그렇게 연락두절인 채 전화번호가 바뀐 사람의 이름을 술자리에서 제명시켰다. 그건 후유에게 일상을 정리해내는 일종의 의식이었다.

 

  녀석은 변을 보고 또 할머니의 요구대로 손을 씻기는 했지만 손에서 연신 냄새를 맡으면서 다가왔다.

  "선생님 냄새 나요?"

  "어디, 안 나는데?"

  다급한 마음에 후유는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자신도 모르게 거짓말을 했다. 사실 냄새가 지독히 났지만, 냄새가 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시간이 흐른다는 것이었다. 시간과 싸워야 하는 일이라니, 애가 타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한 번 밀리면 하루종일 허둥대기 마련이었다.

  "아니야. 냄새가 나는데. 다시 손 좀 씻고 올게요."

  "냄새 안나. 하나도."

  아이는 다시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아예 바지까지 벗고서 온몽을 씻을 태세였다. 엉덩이는 낮에도 불을 켜놓는 음지의 이 집 풍속에 따라 환하게 번들거리는 형광등 불빛 아래 흐옇게 드러나고 녀석은 살진 엉덩이를 천정을 향해 지켜든채 그 새빨간 응아집을 향해 샤워기의 물을 뿌려댔다. 그런데 이집 수압은 지대가 높은 대도 왜 그렇게 센지, 숫총각 오줌발처럼 강력한 파워로 녀석의 엉덩이를 튀겨낸채 방안으로 물이 튀겨왔다. 그 한 줄기는 호수부근이 터져 방안의 밥상부근까지 물줄기를 보냈는데, 이건 공부를 하다 말고 어느 어린 것의 열린 빨간 문을 지나온 물줄기에 의해 갑자기 물벼락을 맞지 않을 수 없었다. 고 녀석, 보자보자 허니까, 속 방귀 세번 뀌었다고 그렇게 복수를 해...

 

  그런데 그 물벼락이나 시도 때도 없이 나오는 변문제보다 더 큰 것이 고 녀석의 그 마비된 듯한 머리였다. 어찌된 것인지 녀석은 고개를 숙이면 잠이 들기 일수고, 공부를 하다가 잠이 든 적도 여러번이나 되었다. 그것이 후유가 아이들 앞에서 재롱을 떨지 못한 까닭도 있지만 녀석의 그 포식으로 인한 식곤증 때문이란 걸 잘 알지만 대체 그 녀석의 입은 한 순간도 쉬질 않으니, 그렇게 변 또한 쉬지 않을 것은 당연지사였다. 그래 미어지게 들어가니 나오지 않는 것이 병일세 그려. 이것도 네 잘못이 아니라도. 네 똥꾸멍에 하늘의 운명이 걸린 것이려니 생각해야지 이를 어쩔 것인가. 당하는 것도 재주고, 네 뱃속을 내가 어찌할 도리도 없으니... 시간은 가고 녀석은 욕실에서 부러진 마네킹의 희멀건 다리같은 하반신에 비누칠을 하고 목욕재계를 한 후에 손에서 그 고얀 냄새를 지워내느라 상당한 시간을 보냈다. 아 운명의 시간이여. 이 집에만 오면 시간은 훌쩍 지나가버리고, 후유는 그 언덕을 내려오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래도 다행이다. 아예 밥상을 엎어버리거나 그저 잠이 들어버리는 것보다는 이 또한 천복이 아닌가. 그래 너는 씻어라. 목욕도 하고 또 이태리 타올로 불알 밑도 깨깟이 씻어라. 손에는 베이비 존슨즈로 냄새 나지 않게 바르고, 또 마시고 먹어라. 다시 그 냄새 나는 문을 열더라도. 그것이 세상의 이치인 것을 어찌할까. 너는 아직 어리고 커야할 날이 많은데, 이 죄만은 사람이 네 빨간 문을 괴롭히며 여기 밥상만 짓누르고 있구나. 어서 오니라. 아가야. 영어고 한자고 다 무엇이란 말이냐. 너 때문에 인근 학동들이 발구른다. 어서 보자. 그런데 이 녀석 오늘도 눈빛이 이상했다. 눈빛이 요상하게 뒤집어지는가 싶더니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턱을 괴고 졸더니 나중에는 아예 밥상에 엎드려져 버렸다. 후유는 그 아이를 보자 자꾸만 속이 뒤틀렸다. 자신 또한 엊그제 그 짙은 농부가 뱃속에서 알을 깠나보다. 온통 그 뿌연 구름들이 기압대 이동처럼  뱃속을 빠르게 지나갔다. 그리고 경축일 대포소리처럼 우렁차게 축포 하나가 터지고 후유는 자신도 모르게 밀려오는 강력한 지진을 느꼈다. 가죽이 진동하고, 온 몸이 뒤틀렸다. 출산을 앞둔 산모처럼 그런 갑작스런 진통은 처음이었다. 아이를 나무랐는데 급작스럽게 자신에게도 비극이 물려왔다. 이런이런, 아이 나무랄 일이 아니었다. 공부고 뭐고, 이건 내 코가 석자였다.

 

  후유는 회원의 집에서는 응아를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었기에 그저 어른스럽게 참아내는 본을 보여야 한다는 일념으로 아이를 깨웠지만 아이는 일어날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이를 어쩌나, 후유는 자신의 몸 안으로 몰려오는 그 알 수  없는 고통을 느꼈다. 하지만 그 고통은 그렇게 고통스러운 건 아니었다. 일종의 쾌감 같은 걸 동반한 묘한 감정이어서 뱃속의 모든 걸 배설해낼 쾌감을 수반한 것이었다. 시원하게 아이를 낳는 일 밖에는 남는 일이 없다는 절박함으로 달려갈 일만 남아 있었다. 하지만 어디로 간단 말인가. 아이가 나온 곳으로 들어가자니 눈치가 보였다. 하지만 더 이상 체면을 차릴 일이 아니었다. 이건 정말 죽고 사는 문제일 정도로 후유의 몸은 후유의 몸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도 알 수 없는 높이로 발을 들어 올리며 아이가 나온 화장실 문을 향해 달려갔다. 문을 겨우 닫았을까. 할머니의 날카로운 소리가 외마디 비명처럼 날아왔다.

  "일어나...!"

  "왜요?"

  아이는 무슨 일이 있냐는 듯 깜짝놀랐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공부 다 끝났어?"

  "아니요. 선생은 어디갔어?"

  "몰라요. 갔나봐요."

  "가면 간다고 이야기를 하고 갈텐데, 수업하다 어딜 가셨지. 넌 공부하다 선생님 어디 간 줄도 모르고 자고 있어, 그러니 그만 좀 먹어. 그나저나 이 양반이 어딜갔지. 공부하다 어딜 갈 양반이 아닌데. 참 희안한 일이네."

  후유는 뱃속을 타고 흐르는 이상기류를 감지하면서 불도 켜지 않은 화장실문을 걸어잠근 채 그저 할머니의 목소리가 잠잠해지길 기다렸다. 그저 이건 저 하늘을 떠다니는 하얀 구름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구. 후유는 할머니의 날카로운 목소리보다 자신의 몸을 빠져나오는 저기압대의 뜨거운 기운이 시원한 단비를 뿌리며 지나가는 걸 느꼈다. 갑작스럽게 쏟아진 소나기를 온 몸으로 느끼며, 후유는 어둠 속으로 비치는 검은 얼굴의 자신의 얼굴을 바라봤다. 처음 들어와 보는 낯선 방이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